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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2002년 대선정국에서, '아흐리만'이라는 아이디로, 진보누리에 올린 글이다. 민주노동당의 표를 방어하려는 정치적인 의도에서 쓰여진 선동문이다. 이런 글도 인터넷에 있기는 있어야 겠지만, 앞으로는 쓰고 싶지 않다. 지금의 나는 어떤 종류의 것이든 선동이란 것을 경계하는 입장에 서 있기도 하고, 또 지금의 내겐 이렇게까지 방어해주고 싶은 정치집단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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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과 권영길에게 압력을 넣기 위해 분투하는 존경하는 일부 노무현 지지자 여러분.

(여기서 "일부"라는 표현은 여러분의 행동을 쪽팔려하는 제 주변의 다수 노무현 지지자들을 고려한 것이고, "존경하는"이란 수사는 이회창 후보의 합동토론에서 따왔습니다.)  


1.
여러분의 행동을 도덕적으로 비난하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이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건 만천하가 다 아는일이고, 게다가 여러분은 거기에 대해 전혀 개념이 없는 것처럼 보이니까요.

저는 여러분이 전략적으로 그른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말하겠습니다.

오마이뉴스 배성록 기자는 "진보언론이 후보단일화를 옹호해야한다."는 궤변을 늘어놓은 적이 있는데, 그 근거는 "보수언론과 반개혁세력이 후보단일화를 비판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보수언론은 일관성 같은 거 안 따지고 자기 밥그릇 찾아먹는데, 너희 진보(?) 언론은 왜 일관성 따지고 당파적 이익을 안 챙기려드냐, 는 훈계죠.

궤변에도 진리는 깃들어 있습니다. 바로 조중동이 자기들 이득은 찰떡같이 챙긴다는 것. 바꾸어 말하면, 이회창의 이득은 그들의 논조로 계산해 볼 수 있다는 겁니다.

노무현 지지자 여러분은 권영길을 훈계하기 전에 조선일보 사설부터 봐야 합니다. 권영길이 정녕 이회창과 수구세력에게 도움이 된다고 느꼈다면 조선일보는 당연히 "3자토론, 의의 있었다"는 식으로 반응했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조중동 사설에서는 "도대체 왜 권영길을 거기 집어넣었어!"라는 불만이 가득히 읽힙니다. 이건 어떻게 봐야합니까?

모든 가능성을 다 고려해 보자면,

(1) 권영길은 이회창 당선에 방해가 된다.
(2) 권영길은 노무현 당락에 큰 영향 못 미치고, 따로 밟아야 할 대상이다.
(3) 권영길 조금 크는게 노무현 당선되는 것보다 더 무섭다.

요렇게 봐야 합니다. 제가 안티조선 운동만 3년했습니다. 믿으세요. "노무현 당선"에만 목매달고 있으니 보일 것도 안 보이는 겁니다.


2.
게다가 TV토론을 잘 보면 오히려 (1)이 진실에 가까움을 알 수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노무현 꺾기 위한 두 가지 전략이 뭡니까?  
(가) 부패정권 심판론
(나) 보혁구도 유도
아닙니까?

권영길이 나와서 "부패원조당", "부패신장개업당"이라고 선언함으로써 한나라당은 (가)를 이슈화하는데 실패했습니다. 민주당의 노무현이 "니가 더 부패했잖아."라고 공격해 봤자 그것은 국민들에게 상호비방으로 밖에 안 비칩니다. 오히려 김대중 정권의 부패가 시간적으로 가까운 지금은 한나라당이 더 힘을 얻을 겁니다. 그러나 제3자인 권영길의 선언으로 한나라당이 (가)를 계속 말한다는게 코메디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권영길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흐려져 버렸습니다. 노무현, 이번 토론에서 안정감을 보이려고 수세적으로 나갔죠? 권영길이 나오지 않았다면 그 시도는 의미가 없는 겁니다. 노무현의 이번 전략에 점수를 줄 수 있다면, 그건 오직 "권영길이 나왔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점수입니다.  

조중동이 권영길 싫어하는 데엔 이렇게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의 권영길 혐오엔 이유가 없어요. 참 이상한 일입니다. 권영길 TV토론 나오는 거 반대한다고 난리쳤던 노하우의 일부 노무현 지지자들, 제발 자당 후보에게 도움이 되는 짓을 하고 돌아다니세요.


3.
오히려 지금 판세는 오히려 권영길이 이회창 표를 먹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건 논리적으로도 증명가능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이념으로 투표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권영길과 노무현의 차이가 권영길과 이회창의 차이보다 적기 때문에, 권영길 부상이 노무현에게 해가 된다는 건 서구사회의 상식을 우리 현실에 적용한 "구라"에 지나지 않습니다.  

민주당이든 한나라당이든 전통적 지지자는 30% 정도입니다. 그외 40%의 흐르는 표가 당락을 결정짓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그 표는 김대중 정권과 구태정치에 대해 실망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회창의 당선가능성이 가장 높은 건 이들이 "민주당이 싫어서 상대당을 찍는" 투표 행위를 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이회창을 찍거나 다른 후보를 찍거나, 기권할 사람들입니다. 이회창 지지자들이 다 수구세력인 건 아닙니다. 오히려 양당제 국가에서 한 당에 실망해서 다른 당을 선택한다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므로 권영길은 노무현을 괴롭히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이회창에게 해가 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권영길표가 도대체 어디서 나오겠습니까? 첫째로 부동층에서 옵니다. 둘째론 이회창을 선택한 부동층 성향의 지지자에게서 옵니다. 젊은이들 중에서 노무현 찍다 권영길로 돌아설 사람이 없진 않겠지만 그건 소수에 불과합니다. 노무현 지지자는 "노무현이 좋아서" 노무현을 찍는 사람과 "이회창이 싫어서" 찍는 사람이 반반입니다. 하지만 이회창 지지자는 "민주당이 싫어서" 찍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어느쪽이 이탈표가 많겠습니까?


4.
조중동은 지금 권영길에게 불만을 표하면서도, 교묘히 "권영길 변수"가 한나라당에게 이득이 가는 것처럼 보도하고, 또 여러분 일부 노무현 지지자들의 권영길 타격을 버젓이 기사화하고 있습니다. 이건 전형적인 "이이제이" 책동입니다. 조선일보의 본심은 사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권영길을 거부하면서, 권영길이 이회창 당선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하며 노무현 지지자들을 선동합니다. 여러분의 힘을 빌려 권영길을 "사표방지심리"로 꺾어 이회창 득표력을 높히고, 동시에 여러분의 광신도적인 행동을 보도하면서 노무현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히고 싶어하는 겁니다. 그들은 정확하게 "이회창 대통령"을 위해 행동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지금 뭐하고 계십니까?

여기에 놀아나지 마세요. 권영길과 민주노동당은 다른 길을 가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자기 길만 꿋꿋이 가면 노무현은 당선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권영길과 민주노동당을 타격하면 할수록 "노무현 대통령"의 꿈은 멀어집니다.


아흐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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