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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개혁국민정당 올바른 정체성을 세워라

조회 수 1336 추천 수 0 2002.11.30 19:45:00
'아흐리만'이란 아이디로 진보누리에 올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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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전에 깨끗한손 쟁점토론방에서 노무현과 개혁당의 "의의"를 짚은 바 있다. 그리고 그 의의들이 사라지거나 희석되어간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비판해야 하겠지만, 한가지라도 남아 있을 경우 상대방의 노선을 부정해서는 안 될거라고 주장한 바 있다. 물론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내 비판은 기본적으로 개혁당의 가치를 인정하면서 출발한다.



"싫어요 정치"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진중권이 적절히 표현했듯이 "싫어요 정치"를 실천하는 집단이다. 반DJ정서가 한나라당 지지자를 규합시키고, 반창정서가 민주당 지지자를 규합시킨다. 이것이 우리 정치 파행의 원인이다. 물론 민주당의 네거티브 공세는 한나라당의 그것보다 현실에 더 가깝다. 그러나 한나라당 정치가들은 네거티브 주장을 훨씬 효과적으로 펼친다.

왜 그럴까? 먼저 민주당이 집권여당이기에, 심리적으로 한나라당보다 우선적인 비판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에 큰 원인이 있다. 그러나 민주당 정치가들의 논변술이 한나라당 정치가들보다 떨어진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것은 어느 정도는 사고구조의 문제인 것 같다. 민주당 정치가들은 (그리고 많은 지지자들도) 기본적으로 "상대방이 더 나쁘다"는 사실을 머리 속 깊이 각인해놓고 시작하기 때문에, 인정해야 할 잘못도 인정하지 않고 "반통일세력" "냉전수구세력"이라는 딱지붙이기에만 열중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물론 한나라당이 실제로 냉전수구세력인건 사실이니까, 딱지붙여도 된다고 말하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제 3자가 보기에 그저 억지쓰고 있다는 느낌만 든다면 크나큰 문제다. 작년 언론사 세무조사 정국에서 김근태나 노무현의 토론이 빛났던 것은 실정은 실정대로 인정하며 상대방의 약점을 치고 나갔기 때문이다. 민주당 안에선 그 정도의 유연성이 한계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만약 지금 민주당이 있는 자리에 자기 정체성을 가진 정당이 있어, "싫어요, 문화"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한나라당의 허구적 논리를 충분히 깨뜨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래서 개혁당에 관심을 가졌다. 콩가루 집안이 된 민주당과는 달리, 개혁당이라는 정당이 존재하는 데엔 분명 원인이 있었다. 그 원인은 두 가지 측면에서 검토된다. 하나는 발생론적 측면이고, 하나는 논리적인 측면이다.



개혁당의 정체성

발생론적 원인 :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선출된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변칙적인 방식으로 낙마의 위기에 처하자 그를 엄호하려는 이들이 모이다.

논리적 원인 : "반부패, 국민통합, 참여민주주의, 인터넷 정당"이라는 기치에 동의하는, 미시정당혁명을 원하는 사람들이 모이다.

이 두 원인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개혁당은 짧은 시간 안에 급성장한다. 그러나 이 두 원인이 상충될 때 개혁당은 갈등에 싸인다. 후보단일화의 찬반을 둘러싼 논쟁은 바로 그런 성격의 것이다. 물론 초기에 개혁당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발생론적 원인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장기적인 발전을 생각한다면 점점 더 논리적 원인으로 중심축을 이동해야 마땅하다.

이처럼 개혁당의 정체성을 원인으로부터 명확히 인식한다면 문제해결을 위한 토론은 간명하고 생산적일 수 있다. 개혁당원 중 이런 사항을 숙지한 사람의 비율이 높을수록 개혁당의 "참여민주주의" 수준은 높은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는 달랐다. 유시민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이런 점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고 있을 것이고, 고민도 많이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고민은 꿰뚫어보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그리 투명하지 않다. 김대영 박사와 민주노동당원 천이와의 논쟁에서, 유시민은 필요에 따라 발생론적 원인과 논리적 원인을 섞어가며 상대방을 논파하는데 급급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개혁당원은 "싫어요, 문화"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만큼 자유롭지 못하게 될 수 있다. 그들은 거시적으로는 한나라당을 반대하고, 미시적으로는 민주노동당을 거부할 것이다. "개혁당"이라는 곳에 있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에 대한 공포와 민주노동당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물론 누구나 타자와 자신을 비교해가면서 정체성을 확립해나가기 마련이다. 문제는 정체성이 단지 그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개혁당 정체성은 민주당보다 조금 더 세련화된 "싫어요"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러나 나는 여기저기서 조금씩 우려의 증거를 본다.



反한나라당?

한나라당에서 탈당해 개혁국민정당에 입당한 김원웅 의원에게 유시민이 대표직을 제의했다는 건 참여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는 바람직하지 않은 "사건"이다. 그러나 개혁당이 아직 걸음마 단계인데다 "대중성"에도 큰 목표를 두고 있는 정당임을 잘 알기 때문에 이 "사건"을 비난하지는 않겠다. 내가 우려하는 개혁당의 분위기는 오히려 김원웅 의원에 대한 비판(비난?)의 강도다. "김원웅 의원이 당장 개혁당 대표로 적합한가?"라고 묻는다면 나 역시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김원웅 의원은 현실정치인 중 나름대로 인정할만한 몇 안되는 인물 중 하나이다. 일부 개혁당원의 생각과는 달리, 김민석 부류보다 훨씬 더 높게 평가해야 하는 사람인 것이다.

김원웅 의원에 대한 과도한 비난의 이면에는, 한나라당에 대한 과도한 증오심이 존재하는 것 아닐까? 죽어도 집권을 막아야 하는 세력 안에, 합리적인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어떤 이들은 인정하기 힘든 게 아닐까? 한나라당 안에서도 평가할 만한 인물은 있다. 민주당이든 개혁당이든 그 사람들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 흔히 민주당 지지자들이 조롱하는 변절자들의 등급을 매겨보면, 이부영 > 김문수 > 이재오라고 생각한다. 김원웅은 이부영보다 위였다. 그리고 변절자가 아니라 늦게 깨달은 사람이다. 그를 둘러싼 논쟁은 개혁당원들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작용할 것이다.



反민주노동당?  

앞서도 말했듯이, 나는 개혁국민정당의 민주노동당 비판을 인정하며 환영한다. 애초 민주노동당이 완벽한 정당이었다면 개혁당은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유시민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비판은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이 챙겨 들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개혁당은 민주노동당의 시행착오를 피해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부 개혁당원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나친 흠집내기를 보며 민주노동당을 옹호할 필요성을 느낀다. 개혁당원들에게 당부한다. 민주노동당을 인정하라. 사실 개혁당이 당장 민주노동당만큼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가 개혁당을 "위성정당"이라고 폄하한 것은 유감이다. 나는 [말]지 기고문에서 민주노동당 기관지 진보정치의 개혁당 평가를 비판한 적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 해서 개혁당원의 민주노동당 폄하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개혁당이 앞으로 커야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민주노동당, 그리 만만하지 않다. 알고 넘어서라.    

1. 민주노동당이 "변형엘리트주의가 지배하는 정당"이라고 한들, 그 지배의 방식은 "참여민주주의"임이 분명하다.

2. 민주노동당은 여러 정파의 연합에 진보정치를 원하는 비정파 평당원이 결합되어 있으며, 당원의 숫자로만 보면 비정파 평당원이 많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세(勢)를 규합할 수 있는 "정파수장"들이 힘을 발휘할 수 있으므로, 이들을 "변형엘리트"라고 부름직도 하다. 하지만 이에 대항해 "반종파직접민주주의"를 외치는 흐름이 꾸준히 당내에 있어왔고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의 선전을 가능케 한 이문옥·김석준·송철호 등은 이 흐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지방선거 선전은 유시민이 지적했듯 "단순히 민주당의 몰락에 수혜를 입은 것"이기도 하지만, 대중과 당 사이에서 가교가 되고자 하는 당 내부의 흐름 없이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3. 민주노동당에는 "30% 여성할당제"처럼, 개혁당이 아직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진보적 제도가 존재한다. 이는 민주노동당이 각 영역의 가치를 섭렵하기 위해 나름대로 고민과 노력을 기울였음을 보여준다. 민주노동당 역시 개혁당과 마찬가지로 할당제를 실시할 당시엔 여성당원이 10%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할당제를 실시해서 여성당원을 유인하는 것이 올바르다는 판단으로 할당제를 과감히 시행해 오늘에 이르렀다.      



개혁당의 발전을 바란다

유시민의 민주노동당 비판 중 "대중성" 부분에 대해선 반론하지 않았다. 그 비판은 좀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역정치 척결을 외치는 노무현을 지지하는 개혁당은 강령에서 "국민통합"을 말하지만, 민주노동당은 기본적으로 계층분열을 바라는 정당이다. 다만 계층분열은 지역분열과 달리 올바른 일이라 주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은 민주노동당이 대변하고자 하는 계층이 자신을 알아주기를 바라고 노력할 뿐이다. 고로 당장의 지지율은 의지를 꺾을 변수가 되지 못 한다. 민주노동당의 낮은 지지율을 탓하는 논법은 새천년 민주당 지지할 때나 통하는게 아닐는지? 아니면 개혁당이 2004년 총선에 성공한 뒤 뻐기며 말하든지.

그러나 좌파의 계급론적 세계관에 일정부분 한계를 느끼는 나에게는 "대중성"과 "국민통합"을 말하는 유시민의 시도가 조금은 참신하게 여겨진다. 생각이 다른 점이 있다면 나의 경우 "국민통합"을 실현하는 문화는 (그게 가능하다면) "대중성" 있는 곳이 아니라 소수 공동체 문화에서 태동할 거라고 믿는 다는 것이다. (내가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시간 죽이는 이유다.) 물론 지금 단계에선 너무 나아갔고, 중요하진 않은 이야기다. 그저 참신함을 지적하며 그치는게 좋겠다.

이런 논의도 기본적으로 개혁당이 자기 정체성을 세우고 계속 발전해 나갈때만이 가능할 것이다. 사민주의 하겠다는 사람, 이념이 불분명한 사람, 단순히 민주당 정도의 노선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단지 "미시정당혁명"에 동의하며 만들어진 이 정당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는 더 두고봐야 겠다. 개혁국민정당같은 정당이 계속 발전해서 끊임없이 민주노동당과 비교의 대상이 되기를 원한다.

논쟁하는 재미, 세상사는 재미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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