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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노무현의 위치, 민주노동당의 위치.

조회 수 1030 추천 수 0 2003.06.03 01:22:00

진보누리에 '세라핌'이란 아이디로 올린 글. 세라핌은 마치 새로운 인물인 척 하며 나타난 유령 아이디였다. 결국 저 아이디를 버리고 나서 나중에 그 사실을 고백하긴 했지만. 유령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었던 세라핌의 자신감은 환상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나는 세라핌이란 케릭터를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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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군작과 오돌또기의 오손도손 방담을 잘 보았다. 수군작의 장기는 특정 민노당 논객(주로 진중권, 평검사)이 당파성을 넘어선 가치기준을 들어 민주닭들을 비판할 때 갑자기 튀어나와 겐세이를 놓는 것이다. 왜? 자신의 "당파성 철학"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그러니 그의 "당파성 철학"은 일종의 개그인 셈이다. 왜냐하면 그는 "당파성"에 따라 진중권, 평검사의 편을 드는 게 아니라, "당파성 철학"에 따라 오돌또기의 편을 들기 때문이다. "당파성 철학"은 "당파성"에 복종할 것을 명령하는데, 그는 그 명령을 어기고 "당파성 철학"에 복종하고 말았다. 이런 잼나는 경우가 있나! ^^ 이래서 나는 수군작이 좋다. 그의 천진난만함과 무식함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____^*


하긴 그는 "당파성 철학"에 따르는 것이 "당파성"에 따르는 것과 동일한 것임을, 그러니까 진중권, 평검사 편드는 것보다 오돌또기 편드는게 PT 계급에 이득이 되는 것임을 증명하려 들 것이다. 근데 그러다보면 수군작은 니체를 저급하게 수용한 일부 관념적 극우파들과도 "같은 편"이 될텐데. 물론 그는 스스로가 그들과 "물구나무 서" 있다고 주장할 테지만, 내가 보기엔 물구나무 선게 아니라, 똑같다. 경상도 사투리로 축약하면, "갸가 갸다."


수군작 쿠사리는 그만 주고, 본론을 말해보자. 세라핌은 상대주의는 자살테제라고 보지만, 다원주의는 인정한다. 서로의 입장에 따라 옳다고 믿는게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스스로 "옳다"고 말하는 어떤 입장이, 실은 특정 집단에게 이득을 주는 지배 이데올로기일 뿐이라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의의가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라도 특정 집단은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이득을 보기 위해, 자신의 "옳음"을 전체로 치환시키는 정당화를 시도하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멍청하게 그것에 속겠는가?


하여간 사기이든 진실하든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그런 이유로 세상에 상대주의적인 입장은 상대주의밖에 없다. 그건 말그대로 내가 사기꾼임을 까발리고, 지고 싶다는 얘기다. 나머지 입장들은 그래도 이기고 싶어하기 때문에 자신이 보편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입장들엔 차이가 있다. 현실적으로 그러한 차이가 존재함을 인정하는 것이 다원주의다. 이것을 거부하면 파시스트가 된다.


따라서 "노무현의 위치"와 "민주노동당의 위치"가 다를 수 있음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진보누리"를 인정한다고 해서 "국민의 힘"과 "우리모두"를 100% 인정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그 수준을 논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 수준은 "입장의 보편화"의 성공 여부에서 판가름날 것이다. 거의 극우파에 가깝긴 하지만, 진보누리에 와서 딴지를 거는 김영재의 말도 비슷한 말이다. 그가 말하는 "현실"은 앞서 말한 "입장의 보편화"와 일맥상통한다. "입장이 다르다고 말하면 다여? 현실에 부합해야 진보니 보수니 있지!"라는 그의 주장, 세라핌의 말과 연결시켜 음미해 보라. 그럼 뭔가 깨닫는게 있을 것이다.


사실 노무현이 노무현의 위치에서 상당히 잘했다고 해도, 민주노동당 측 논객들은 그들의 위치에서 비판을 가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금 노무현이 얼마나 개판을 치고 있는지 노무현 지지자들이 깨닫지 못하고 있다. 애석한 일이다. 지금의 문제는 노무현이 노무현의 위치에서도 깽판을 치고 있다는 데에 있다. 그래서 비주류 노무현 지지자들이 진보누리 같은 곳에 기웃기웃 거리는 게 아닌가?


네티즌들이 진보누리에 기대하는 일이 너무나도 많아져 버린 것이다. 이 일들을 다 해야 하는지, 그냥 말아야 하는지는 세라핌 역시 잘 판단이 안 선다. 원래 진보누리는 "민주노동당의 위치"를 대변하려고 만들었는데, 노무현이 "노무현의 위치"에서 깽판을 쳐버림으로써, "노무현의 위치의 올바른 수행"을 기대하는 네티즌들 역시 진보누리에 와 버린 것이다. 그들은 "노무현의 올바른 위치"에 서서 "노무현"을 질타할 논객을 기다린다. 그러나 진보누리엔 그런 시각을 갖춘 논객이 거의 없다. 진중권이 약간, 이강토가 조금 갖추고 있을 뿐이지 나머지는 전무하다. 수군작은 "부족, 부족, 부족!" 나발을 떠들지만, 자기 언어에 갖혀있기 때문에 타부족들과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


민주노동당 논객들은 이구동성으로 김대중 정권은 실패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의 위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겉으로야 어떻든 김대중은 할만큼 했고, 솔직히 성공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강준만이 "김대중 정권의 실패"니 어쩌니 하는 것은 다 뻥이고,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 나머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바로 성공했기 때문에 또다시 노무현을 찍어달라고 한 거다. 솔직히 말하면 이런 심리다.  


'야 생각혀봐. 김종필과 절반을 나눠먹은 김대중도 조만큼 했는데, 이번엔 노무현 혼자서 오야붕이 되는 거잖여. 월매나 문화군주가 되시것냐!'


노무현이 개인적으로 김대중만한 능력도 안된다는 건 그들도 안다. 하지만 김대중은 '절반', 노무현은 '전체'라는 판단이 그들을 흔들었다. 단일화 정국에서 상당히 많은 지지자들이 흔들렸던 것은 그 까닭이다. '어 씨발, 이번에도 절반 되부리건네.' 그러나 결국 노무현으로 갔고, 노무현은 노무현의 위치에서 운수가 좋은 일이었는지, 아니면 그 위치의 비안정성을 폭로해야 할 민주노동당의 위치에서 운수가 좋은 일이었는지는 몰라도 정몽준을 떨궈내고 결국 오야붕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 물론 북핵 문제 등 악재가 많다고는 하지만, 이 오야붕이 삼당합당으로 1/3 오야붕이 된 영삼씨, DJP 연합으로 1/2 오야붕이 된 대중씨보다 못하는 것 아닌가?  


물론  여전히 노무현에 끝없이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축도 있다. 멀쩡하던 유시민과 노혜경도 정치권에 입문하더니 그렇게 되어 버렸다.


그건 매맞으면서도 남편을 사랑하는 아내의 심정이다. 남편이 자신을 그토록 학대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참으며 살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 남자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확성기 들고 동네방네 다니며 떠든 여인은 이혼은 할 수 없다. 쪽팔리기 때문이다. 건달이 쪽팔리서 쓰겠는가? 그래서 가련한 이 여인은 남편의 '행동'과, 저 깊은 속마음에 간직하고 있을 자신에 대한 '사랑'을 분리하기로 작정했다. '그래도 그이는 나를 사랑한다.' 이 사랑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을 고백하는 방식, '역할분담론', '작전론', '전략론' 등등... 아예 정치학 교과서를 새로 쓰고 있다. 이게 '포스트모던한 정치인 노무현'을 주장한 지식인들이 저지르는 본질주의적인 오류다. 코메디인데, 너무 불쌍해서 차마 웃을 수 없는 코메디.


그러나 대부분의 노무현 지지자들은 황당해 하고 있다. 김대중같은 인물이 아쉬운 시대란 말이다. 물론 그들도 유시민과 노혜경의 '사랑 체험 고백'에 솔깃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그들은 건달처럼 쪽팔림을 못 견디는 쪽도 아니고, 그리고 쪽팔릴 짓을 앞장서서 많이 한 것도 아니기에 그런 말들을 100% 신뢰하지는 않는다. 그저 이리저리 벌어지는 말잔치에 갸우뚱, 갸우뚱... 할 뿐이다. 처량하지 않은가?


이런 점에서 볼때, 노무현에 대한 비판을 '위치의 차이', '입장의 차이'로 치환시키는 논의는 노무현의 깽판을 덮기 위한 사기라고 볼 수 있다. 진보누리 논객들은 물론 앞서 말했듯 노무현이 자신의 위치에서 잘해도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을 것이다. 하지만 표현의 수위는 분명 달랐으리라. 그런데 대다수 노무현 지지자들이 진보누리에 분노하는 건 이 '표현의 수위' 문제가 아닌가. 그래서 최소한 '노무현이 깽판 치고 있다'는 사실엔 흔쾌히 서로 동의해야 할 양측이 감정싸움을 벌이는 안타까운 사태가 벌어진다. 이게 이 게시판에서 자주 벌어지는 입장 싸움에 대한 객관적인 진술이다.


그래서 여기서 나는 촉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노무현 지지자가 말해야 한다. 실망한 노무현 지지자는 다 어디로 갔는가? 진중권, 평검사, 개골목, 조그만 실천의 비판이 마음에 안 들면, 스스로 하라.


서프라이즈와 그 아류 사이트에서 그런 비판을 한다고? 그건 비판이 아니라 조언이다. 자신을 청와대 특보로 생각하는 과대망상증의 발현이다. '노무현, 뭘해야 한다, 뭘해야 한다, 뭘해야 한다...' 이렇게 말만 해도 어차피 노무현 지지할 텐데, 노무현이 뭘 하겠는가? 유시민 정도 위치에서 (유시민은 자기가 완죤 제갈공명인줄 알더만) 과대망상증이면 좀 귀여버할 구석도 있지, 일개 네티즌 주제에 무슨 책사질인가?


그저 엄정하게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말하고, 그것을 충족시키는 정권의 긍정성을 칭찬하고, 그것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정권의 부족함을 따져라. 당신 위치의 희망사항을 말하고, 그것에 대해 평가하라. 그런 '정치적 솔직함'을 보일 때야 비로소 노무현 지지자와 민주노동당 지지자는 다원주의적인 토론문화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수군작과 오돌또기 식의 '그래 그래 우리 다른 부족' 식의 허무개그가 아니라 말이다. 책사들끼리 무슨 토론이란 말인가? 역할분담, 작전, 전략.. 남편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매맞는 아내의 이론과 무슨 토론이란 말인가?


토론은 상호간의 정치적 솔직함에서 출발할 수 있다. 오늘날 노무현 지지자들과 지지 지식인들이 비판받는 이유는 그 위치 떄문이 아니다. 토론을 위한 정치적 솔직함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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