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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이 블로그의 글을 읽는 이들은 특히 정치 분류의 글을 읽을 때는 반드시 등록일자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몇 년이라는 시간은 굉장히 많은 것을 바꿔놓고, 그에 맞춰 한 개인의 정치적 입장도 요동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하간 이 글은 진보누리의 멜코르씨가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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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은 정당의 이념에 동의하는 당원을 확보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진보정당"이니, 진보적 가치에 동의하는 당원들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진보적 가치"라고 불리는 것들의 경향성이 문제가 된다. 생명연습은 이에 대해

좌파는 1. 개인의 각성보다(는 상대적으로) 연대를 통한 해결방식을 선호하며, 2. 경제적 효율성보다는 형평성을 존중하고, 3. 사회적 안정보다는 변화를 선호하며 4. 부분 간의 타협보다는 구조적 혁신에 주목하는 정치적 시민들을 일컫는 개념

이라고 말했다. 이론의 여지는 있으나, 꽤 흥미로운 구별법이라고 생각된다. 여하간 선거운동 상황에서 민주노동당과 이러한 지점들을 공유할 수 있는 "예비 당원" 격인 지지자들을 모을 수 있다. 편의상 이를 민주노동당 지지 논거의 좌파적 버전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민주노동당 지지 논거의 좌파적 버전에 대해서는, 그나마 많은 이들이 설명을 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찍겠다는 적극적 지지는 매우 단순한 차원의 것이며, 설득하기도 쉽다. 물론 한국의 현실상 "좋아하는데도 못 주겠다"는 식의 비판적 지지 논의도 무성했지만, 앞으로의 국면에서는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민주노동당 지지 논거의 좌파적 버전은, 민주노동당이 지향하는 가치를 구체적으로 나열하는 수준에서 충분히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민주노동당이 선거국면에서는 자유주의자들의 지지 역시 획득해야 한다고 본다. 지지자의 확장이 당의 우경화를 가속화시킨다는 반론도 나올 수 있으나, 내 생각엔 그렇지 않다. 선거는 근본적으로 적극적 지지보다는 소극적 지지의 장이 되기 쉽다. 시민들의 정치적 성향은 다양한데, 선택가능한 메뉴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던지는 표를 애초부터 소극적 지지로 가정하곤 한다. 그러니 단순히 표만 던지는 그 사람들이 민주노동당을 어떻게 만들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우스운 일일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바로 그런 투표행태를 가진 사람들이 국회의석 수를 좌우한다는 사실이다. 이념에 따른 지지자들의 숫자는 어차피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노동당 지지층을 확장시키는 논거는 자유주의 버전이어야 한다. 이는 민주노동당의 정체성을 속이라는 말이 아니다. 단지, "나는 이러이러한 가치를 지향하는데, 이러한 나의 활동이 최소한 몇년간은 너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는 류의 설득, 그러니까 민주노동당과 유권자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정당화 논리를 고민하라는 것이다.


내가 이런 요구를 하는 이유는 그런 시도가 대단한 효과를 볼 것이라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민주노동당 비판적 지지"를 이끌어낼 "논리"를 개발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민주노동당 이념에 100%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민주노동당을 찍도록 만들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어떤 노무현 지지자들은 "나는 민노당보다는 민주당의 경제정책이 더욱 동의한다."는 식으로 얘기한다. 그리고 자신의 친구들에게도 "너도 그래. 그러니까 그냥 민주당 찍어."라는 권고를 한다. 이들은 민노당 vs 민주당을 선택의 축으로 대비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의 이데올로기이다. 우리는 이것을 다른 틀로 전환시키면 된다. 즉, "민노당-민주당 양당체제"의 사회 vs "민주당-한나라당 양당체제"의 사회 중 하나를 골라보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이중 왼쪽을 택할 사람들의 숫자는 노무현 지지자들 중에서 사분의 일 가량은 된다. 이들이 바로 향후 십여년간은 줄기차게 민주노동당을 지지해줘야할 사람들이다. 이들은 노무현 지지가 왼쪽의 구도를 확립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논리를 충분히 깨뜨릴 수 있다. 구조는 반대자들에 의해서 유지되기 때문이다. 민주당-한나라당 구도를 해체하려면 민주당 편만 들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한나라당을 결속시키는 영향을 초래할 뿐이다. 민주노동당의 성장이야말로 민주당-한나라당 구도를 해체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인 것이다.


또, 민주노동당의 경제개혁에 100%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민주노동당의 성장이 가져올 정치개혁적 성과를 강조하면서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 개혁당의 문제는 사실 이념의 문제라기보다는 행태의 문제이다. 민주노동당의 성장은 진성당원제 정당, 정당 민주주의가 확립된 정당, 회계장부가 투명한 정당을 만드는데 기여한다고 우리는 말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민주노동당을 키워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게 되며, 민주노동당의 필요도 충족되고 사람들의 필요도 충족된다.


민주노동당 지지 논거의 자유주의 버전은 소극적 지지를 권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소극적 지지 역시 선거국면에서는 소중하다. 국회의원에게 표를 던질 수 없으면 정당명부제라도 도와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적어도 자유주의자들을 설득할 때에는 민주노동당 측 논자들은 일종의 "삐끼"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민주노동당의 발전과 성장을 기대한다.

멜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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