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보아, 브리트니 제치다?

조회 수 910 추천 수 0 2003.05.12 14:08:00
민주노동당 기관지 진보정치에 보낸 글.
---------------------------------------------------------------------------------------------
[미디어비평] 보아, 브리트니 제치다?

한국언론의 문화 관련보도는 자본과 경쟁논리에 지나치게 함몰되어 있다. 물론 스포츠보도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사실 스포츠의 본질은 경쟁이며 거기에 민족주의나 지역주의를 결합시키는 것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세계적인 현상이니 조금 관대해지도록 하자. 그러나 문화 관련보도가 문화산업 동향보고서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아무리 생각해도 문제가 있는 일이다.

심지어 정론지를 표방한다는 중앙일간지들 역시 민족주의를 노골적으로 자극하는 수준 이하의 보도를 하곤 한다. 조선일보 5월 10일자는 "보아, 브리트니 제치고 세계적 브랜드 스케처스 모델"라는 기사에서, "보아(BoA)가 '팝의 여왕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눌렀다."고 전한다. 그 자랑스러운 쾌거(?)에 감동할 한국인들이 많을 것이니, 기사화한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제치고 팝의 여왕 자리를 차지할 날도 머잖은 것 같다"라는 보아의 말을 그대로 기사화한 것은 유치함이 지나치지 않은가.

문제는 그러한 보도를 보고 뿌듯한 자긍심을 느낄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박찬호나 김병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앞서 말했듯이, 최소한 그들은 '승리'를 목표로 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 개인적 승리를 국가적 승리로 바꾸는 논리의 비약은 따로 지적하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도대체 문화 영역에 '자긍심'을 느낄 승리가 어디 있단 말인가. 보아는 무엇에 대해 승리했기에 중앙일간지의 문화면을 장식했던 것일까?      

한국인들은 소수가 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물론 그것은 소수에게 극심한 탄압이 가해졌던 한국사회의 역사적 맥락 위에 형성된 습성이다. 그래서 문화조차도 취향에 의해 선택되고, 흔히 자신이 다수임을 증명하는 액세서리 코드로 활용되곤 한다. 물론 건전한 팬들도 많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가 인기가 더 많음을 증명하기 위해 패싸움을 벌이는 팬들이 있다는 사실은 무척 '쪽팔리는' 일이다.

아티스트들끼리 비난하는 일이 잦은 외국에서는 오히려 그런 일이 없지 않은가? 그것이 쪽팔린 행동이란 사실을 깨달아야 문화영역에서나마 다양성과 존중의식이 싹틀텐데, 그리고 그러한 의식이 정치영역으로 성장할 수도 있을 텐데, 우리 언론의 문화 보도는 위에서 보았듯 한국인들의 왜곡된 심리에 만족감을 주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는 5월 9일자 일사일언 란에 실린 음반기획자 이주엽 씨의 글을 상기하라. "음악은 '경제적 부(富)'를 만들기 전에 '영혼의 부'를 만들어야 한다. 이 시대, 우리가 얻은 것은 음악산업이요, 잃은 것은 노래다." 이런 목소리를 충실히 담아내고, 또한 보도태도에 반영하는 것이 '정론지'가 아니겠는가?

전단지박사

2009.03.12 16:44:17
*.154.91.44

잘 보구 갑니다 시간 되시면 제 카페도 들려 주세요 #§cafe.daum.net/p]
pp8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1 자격론은 비판을 막는 반칙. 하뉴녕 2003-06-10 861
60 현실주의, 레토릭이 될 것인가? 하뉴녕 2003-06-10 857
59 노혜경, 문체비평을 정치평론으로 만들다. 하뉴녕 2003-06-10 957
58 새만금 갯벌 살릴 수 있을까. 하뉴녕 2003-06-03 827
57 노무현의 위치, 민주노동당의 위치. 하뉴녕 2003-06-03 1030
56 민주노동당 지지논거-좌파적 버전+자유주의 버전 하뉴녕 2003-05-25 1060
55 정치, 신화제조업을 넘어서. 하뉴녕 2003-05-25 961
54 한겨레 창간 15주년 특별기고문, 한국언론을 말하다. 하뉴녕 2003-05-16 1199
» 보아, 브리트니 제치다? [1] 하뉴녕 2003-05-12 910
52 앙겔루스 노부스 : 탈근대의 관점에서 재서술한 미학사 하뉴녕 2003-05-10 1171
51 유시민 의원, 트로이의 목마가 될 수 있을까? 하뉴녕 2003-04-28 968
50 유시민 씨의 서커스 정치. 하뉴녕 2003-04-16 1252
49 "국민의 힘" 단상 하뉴녕 2003-04-13 938
48 김대중 주필의 "약소국 컴플렉스" 하뉴녕 2003-03-31 1481
47 개그콘서트 예찬론 하뉴녕 2003-03-27 866
46 악마를 찾아서. 하뉴녕 2003-03-27 1643
45 반전운동, 두개의 전선 -똘레랑스에 회의를 느끼며 하뉴녕 2003-03-27 1192
44 준마니즘 분석 - 준마니즘의 진화와 속류 준마니즘의 탄생. 하뉴녕 2003-03-20 1350
43 [파병반대] 더러운 진정성주의자들, 어설픈 마키아벨리스트들에게. 하뉴녕 2003-03-20 1355
42 [보강형 사고]를 넘어서자. 하뉴녕 2003-03-14 10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