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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국민의 힘" 단상

조회 수 938 추천 수 0 2003.04.13 00:15:00
진보누리에는 '멜코르'라는 아이디로 올렸고, 그후 서울대 웹진 스누나우에 약간 손질해서 보낸 것 같다. 얼마나 손질했는지는, 그쪽 글이 안 남아있는 지금으로선 확인하기 힘들다. 이때부터 '아흐리만'으로부터의 도주가 시작된다. 다른 아이디 쓰다가, 도로 돌아오고, 이런 패턴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멜코르'는 "앞으로는 멜코르롤 쓰겠습니다."고 공지를 하고 쓴 아이디였으므로, '유령'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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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모는 안티조선 운동과 관련해 커다란 실수를 했다. 명계남의 "조선일보 50만부 절독 선언"은 전략적 실수 였고, 윤리적으로도 그다지 곱게 봐줄 수 없는 일이었다.


노사모가 안티조선 운동을 하고 싶으면, 조선일보 반대 시민연대 가입 선언을 하면 되는 일이다. 왜 그렇게 앞서나가고 인정받고 싶어했을까? 왜 주류언론에게 안티조선을 노무현에게 가둘 수 있는 핑계를 준 것이었을까? 그 이후 유시민은 "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라는 책을 썼다. 노무현이 조선일보 인터뷰 거부를 선언했으므로, 그와 안티조선을 엮는 건 큰 문제는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안티조선 즉 노무현옹호" 등식을 만들려는 세력이 엄존하는 상황을, 오히려 노무현 지지자 세력이 이용했다는 지적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편싸움에 정파성 없이 안티조선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불쾌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나는 당시 깨손에서 노사모의 절독선언에 대해 논평을 썼다. 노사모가 전략적 실수를 했다해서 조중동을 옹호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깨손은 노사모의 절독운동에 대해 지지선언을 했다. 물론 작성자가 나였으므로, "조반연에 가입하는 식으로 힘을 보탰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다."라는 말을 덧붙이긴 했지만, 문제는 노사모가 치고나가자, 깨손은 물론이거니와 우리모두 등 많은 안티조선 단체들이 그대로 노사모를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편을 들 순 없지 않은가? 애초에 판을 노사모 휘하에 안티조선 단체들이 줄줄이 연결되도록 짠 것이다. 이런 방식, 바람직 하지 않다.


개혁국민정당이 창당될 때 나는 아쉬움이 있었다. 스스로 내건 4대 목표에 동의하고,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의 점이지대를 지켜내겠다는 말이 사실이었다면, 개혁국민정당은 정당의 이름은 가질 지언정 "굳이" 정당의 틀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네티즌 수만명을 모아놓고,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좋은 정치인" (물론 그들의 성향에 따라, 민주노동당 우파와 민주당 좌파를 골라)을 선정해 지지운동을 벌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오히려 개혁당이 유포시키려는 이념을 더 잘 유포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가장 깨손과 이념적 친화성을 보여야 할 개혁국민정당이 깨손과 가장 치열한 논쟁을 벌이는 집단이 된건, 개혁당 전략의 실패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개혁국민정당에겐 "노무현 구하기"라는 급한 불이 있었다. 그리고 그 방면으로 보면, 개혁당의 전략은 완벽히 성공했다.)


"국민의 힘"이 생긴다고 한다. 정치개혁과 언론개혁을 주로 하겠다고 한다. 노사모나 개혁국민정당에서 느꼈던 문제점을 그대로 느낄 수밖에 없다. 왜 그들은 하필 "거기에서" 정치개혁과 언론개혁을 지원하려는 것일까? 왜 언론단체나, 시민단체나, 정당에 들어가지 않고 거기서 하려는 걸까? 참여자들의 개인적 친분이외에 단체에서 어떤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을까?


지금 상황에서 나는 "국민의 힘"이라는 기획에 지극히 부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앞서 말한 노사모와 개혁국민정당의 전략적 과오를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참여자 중 몇몇에게는 여전히 애정을 가지고 있기에, 그 사람들이 내 기대를 배반해 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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