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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김대중 주필의 "약소국 컴플렉스"

조회 수 1481 추천 수 0 2003.03.31 16:49:00
진보누리에 '우툼노의 멜코르'란 아이디로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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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교수의 글을 두고 말들이 많네요. 일단 진중권과 평검사, 그리고 loser의 강준만 비판은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글은 정말 안 쓰니만 못한 글이 되었군요. 그간 자신이 비판하던 좌파지식인들이나 시민운동가들의 두리뭉실한 글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노무현, 유시민, 정동영처럼 "고뇌"를 했다면, 솔직히 "나 고뇌했어~"라고 밝히기라도 해야할텐데 말이에요.


그러나 우리는 "김민석이 아무리 나쁘다 한들 이명박보다 나쁘단 말이냐아아아아아~~~"라고 울려퍼진, 강준만 교수의 실존적 외침을 무시해서는 안되겠습니다. 그러는 그분은 왜 한국사회의 허다한 보수주의자들을 다 놔두고 진중권에게 책 한권 분량의 욕을 선사했는지 잘 모르겠지만요. 하여간 심성이 착한게 이 멜코르의 특징아닙니까? 멜코르가 왜 착하겠습니까? 내가 착하면 상대방의 악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게 되고, 결과적으로 상대방을 더 쪽팔리게 만들기 때문이지요. 멜코르는 이렇게 선을 통해 악을 실현하는 존재랍니다. ㅋㄷㅋㄷ


그럼 서론은 이만하면 됐고, 강준만 선생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그분이 말한 "약소국 컴플렉스"라는 개념으로 조선일보 칼럼니스트 김대중의 읊조림을 분석해보겠습니다. 주목한 분이 없는 모양이지만, 이분 두달이 넘게 한미관계와 미국에 관한 얘기를 떠들고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믿거나 말거나’의 수준으로 들릴는지 모르지만 지금 미국이 세계의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량 살상무기 제거라는 것에 대의명분(大義名分)을 걸고 ‘너희는 반대하라, 우리는 간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을 보면 이제 미국은 어제의 미국이 아니라는 것을 이곳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다.(미국은 무서운 나라 2.17)


"어제의 미국이 아니"랍니다. 강준만 선생과는 견해가 조금 틀리군요. 하여간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이 좀 이상하다."는 사실에 대해, 이제 극우 국가주의자들도 동의하고 있습니다.


어느 면에서 미국은 자기중심적이고 오만하리만치 독선적으로 변한 것 같다. 남의 얘기를 할 때는 아주 사변적이고 논리적이며 합리성을 추구하던 사람들이 자기들 문제에 이르러서는 자기중심적이고 주관적이 되곤 한다. 그것은 미국이 오랫동안 냉전의 중심에 있었고 냉전종식 이후 더더욱 패권적 위치를 누리면서 스스로 익숙해진 ‘정당성의 버릇’ 때문일는지 모른다. 그것이 9·11테러를 겪으면서 미국인들의 모든 도덕적·윤리적 사고 위에 군림하는 최고의 가치판단 잣대로 변해 버렸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盧, 美심리상태 잘 읽어야 2.22)


좋지요? 사실 이렇게 보면 강준만 선생 주장과 별다른 차이가 없습니다. 미국이 최근 이상해진 것은 "냉전" 때 들인 "정당성의 버릇" 탓이랍니다. 9.11테러 얘기도 적절한 것 같네요.


김대중 씨 역시 그냥 조선일보의 주필 자리를 해먹었던 건 아닌 것 같네요. 나름대로 사리판단 능력이 있습니다. 하긴, 사리판단 능력이 없는데 어떻게 거짓말을 하겠어요? 사기를 잘 치려면, 진실을 파악하는 능력이 있어야겠지요. 그럼 이제 그가 이 "미국의 독선"을 보고 한국에 무엇을 주문하는 지를 봅시다.


그리고 미국인들은 신뢰라는 말을 아주 좋아한다. 미국인들이 제일로 치는 사람은‘신념있는 사람(man of faith)’이다. 여간해서‘배신’을 거론하지 않지만 일단 배신을 거론하면 그 결과는 지극히 감정적일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결코 미군철수 또는 동맹의 철회에 머물지 않을 개연성이 크다. 그 결과는 경제적 철수일 수 있으며 거래의 단절일 수 있다. 오늘의 반미와 철군 사태가 단순히 감정의 대립에 머물지 않고 한국 경제의 고립과 파국으로까지 확산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떨칠 수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배신감 1.25)


미국인들의 성격을 분석하고, 알아서 기라고 주문하고 있네요. 정말 맥아리 없고 허무한 국가주의입니다. "강대국 콤플렉스에 걸려 전쟁을 하는 사람들의 편을 들지 않으면 무서운 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믿는 약소국 콤플렉스"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네요. 김대중은 사기를 치고 있는 건 아닌것 같아요. 반복되는 그의 읊조림을 듣자니, 그의 정신을 지배하는 것이 정녕 이 "약소국 콤플렉스"임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세계에는 독재자도 많고 반민주국가도 많다. 왜 하필 지금 후세인만을 타도해야 하느냐?”라고 문제 제기를 했을 때 많은 미국인들은 테러와 대량살상의 ‘주범’이기 때문이라고 서슴없이 대답했다. 거기에는 논리나 이유가 필요치 않았다. 앞으로 노무현 차기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한국의 안전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싫건 좋건 상대해야 하는 사람이 미국의 부시와 그의 행정부라면 그런 사고에 깊이 경도돼 있는 미국인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盧, 美심리상태 잘 읽어야 2.22)


이 읊조림 역시 한마디로 요약하면 "알아서 기자"가 되겠습니다. 똑같은 말을 매번 칼럼에서 반복하고 있어요. 3월 25일에 실린 (‘反부시’ 설자리 없는 미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칼럼은 미국의 행동에 대해 심히 분노하고 있는데, 그 분노는 행동으로 나아가지 않고 씁쓸함에서 수렴되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그런 미국을 수동적으로 쳐다보며, 그저 우려하는 존재로 격하되지요. 촛불시위 하는 젊은이들이 보면 쪽팔린다고 화내겠습니다.


이런 사고방식이 반전운동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는 견해는 옳은 것 같습니다. 강준만 선생 뿐 아니라, 신해철 역시 "우리가 싸워야 할 것은 약소국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패배주의다."라는 식의 말을 한 적이 있지요. 이런 사람들에겐, 파병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묻는 것 자체가 우스워집니다. 스스로 그것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전쟁에 찬성한 22%는 이러한 패배주의가 뼛속깊이 스며든 사람일 것입니다. 전쟁엔 반대하지만 파병에 찬성한 사람들은 패배주의가 수학적 이성까진 침해하지 않은 사람들일 것입니다. 즉, 사태판단엔 이성을 사용하지만, 정책결정엔 이성을 사용하지 않겠노라고 작정한 사람들이라는 말이지요.  


그런 면에서 멜코르는 진중권의 상황 분석이 그릇된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상황분석이 틀리면 전략의 효율성이 의심스러워지지요. 그래서 우리가 노짱 빠돌이들을 아무리 까봤자, 사람들의 패배주의가 희석되지는 않기 때문에, 반전운동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전에 지적했듯이 이 사람들의 행태는 우리사회의 의사소통의 합리성을 재고하기 위해 짚고는 넘어가야 합니다.) 사실 진짜 문제는 사람들에게 미국이 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무소불위의 존재가 아니며, 또한 한국이 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미약한 존재가 아님을 설명하는 것이지요. 노무현 / 유시민 / 정동영의 "고뇌"와 서프라이즈의 "소설"에 대적하는 것은 "일관성 검증의 논리"가 아니라, "경제학적 논거"라고 생각합니다. 진보진영에 당장 그런 일을 할만한 사람이 없다는게 아쉽네요. 공부하시는 분들이 많으니 앞으로는 계속 나아지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여간 대한민국의 국가주의자들은 참 한심한 사람들입니다. 국가의 안위를 지키기로 했으면, 끊임없이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서 머리를 굴려야 할 텐데요. 냉전시대가 끝난 이후에도 냉전시대의 패러다임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세상엔 미국만 있는 것도 아니요, 미국의 시대가 영원할 것도 아닐 겁니다. 미국과 장기를 두기는 커녕 장기판을 꺼낼 베짱도 없는 국가주의자들이, 장기를 두는 것도 아니고 장기판을 꺼내는 사람들에게 욕을 하는 국가주의자들이, 국가를 위해 뭘 할 수 있을까요? 이런 멍청한 보수주의자들과 같이 살고 있으니, 좌파들이 "무엇이 국익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분석할 필요가 있는 것이겠지요. 우파를 지향하는 시민들 역시, 자신들이 진정 원하는 판단을 내리도록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줘야 할 것 아닙니까? 저는 그런 것 역시 하나의 "진보"라고 봅니다. 물론 어린애 젓가락질 가르켜주는 것처럼, 너무 뻔하고 수준낮은 일이라 폼은 안나겠지만요. 송경아와 홍기표의 "국익이라니, 웬 풀뜯어먹는 소리냐."에 공감하면서도, 진보진영의 논의지형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멜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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