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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개그콘서트 예찬론

조회 수 866 추천 수 0 2003.03.27 16:43:00
'민지네'라는 민주노동당 지지자들 사이트에 아흐리만이란 아이디로 올렸던 글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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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자명한 것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된다. 그런 점에서 개그콘서트는 철학적이다. 그들은 찰리 채플린 등 서구의 개그 거장들도 던지지 않았던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연 개그란 무엇인가?"


"내 개그는 **야."
"왜?"
"****하니까."


우격다짐에서 전형적으로 반복되는 위 문답은 이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성찰적이고 비유적인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관객이 "웃게" 된다는 것, 그것 역시 애초에 의도된 개그의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우격다짐은 개그에 대한 메타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으되, 그 질문을 개그의 요소로 사용하는 고도의 세련됨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질문이 성찰적이고 비유적인 동시에, "개그적"이라고도 말해야 겠다.


철학자 김상환은 김수영을 일컬어, "많은 경우 김수영은 시를 쓴 것이 아니라 시에 대한 시를 썼다."고 했다. 대개 우리 일상인의 생각에 따르면, 시에 대하여 쓰는 것은 평론이나 예술철학의 몫이다. 그러나 그것은 오직 이성만이 종합적인 관찰을 행할 수 있다는, 데까르트식의 폭력적인 가정에 근거해 있다. 왜 시는 시에 대한 성찰을 완성시킬 수 없는가? 왜 개그는 개그에 대한 성찰을 완성시킬 수 없단 말인가?


그런 의미에서 보면 개그콘서트가 개그를 개그로써 메타화시키는 것 역시, 개그론을 개그로써 기술하겠다는 권력의지의 산물인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철학, 혹은 이성적 사유에 종합적이고 입법가적인 위치를 빼앗기지 않고, 개그의 독립된 영역을 개그로써 구축할 수 있다는 자부심의 발로인 것이다. 그러므로 김상환이 김수영의 시에 대한 평론을 쓸때, 그리고 내가 개그콘서트를 "철학적"이라 평할때, 그것은 그들의 자긍심을 다시 해체하는 이성중심주의의 입장에  복무하는 일일 수가 있다.


그러나 이런 실례를 범하지 않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있다. 그것은 나의 "개그콘서트 예찬론"을 하나의 개그로 읽는 것이다. 개그론을 개그로써 기술할 수 있다면, 왜 개그론을 개그로써 기술한 개그콘서트에 대한 예찬론은 개그로써 기술할 수 없단 말인가? 정녕 그래야 하는 무슨 "법"이라도 있단 말인가?


만약 이 시점에서 독자들이 웃지 않는다면, 나는 부득이 우비삼남매의 대사를 표절할 수밖에 없겠다.

"우리 개그가 너무 어렵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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