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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진보누리에 '우툼노의 멜코르'로 올린 글. 그후 이게 너무 길어서 그냥 멜코르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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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모가 반전평화 성명을 낸건 천번 만번 칭찬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반전운동을 함에 있어 반노를 내걸지 않는 것은 "가짜"라고 주장하는 진중권의 "똘레랑스 결여"를 지적하는 논의는, 그야말로 "가짜"이다. 그들은 [반전평화]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자신들은 누구하고든 연대할 자세가 되어 있는데, 진중권과 아이들은 고작 그 동조자들이나 까고 있다며, 자신들의 윤리성의 우월성을 강변한다. (과연..? 그들이 [학살도우미]에 보여준 히스테리를 생각해 본다면..?) 그러나 내 생각엔 노무현 지지자들의 (유시민이나 노혜경 등 어리버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지식인들을 포함한) 비정상적인 행동은, 우리 사회의 의사소통의 합리성을 확보하기 위해 맞서야 할 어떤 특정한 코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 코드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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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진정성"의 코드이다. 물론 진정성은 소중한 것이다. 그러나 생활세계에서 진정성은, 행동으로밖에 확인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공적논의에서 "진정성"이란 단어를 끌어들이는 것 자체가 반칙이 된다. 그래서 철학자 김영민은 "고백은 반칙이다."라고 일갈한 바 있다.

마음과 마음이 직접적으로 통하는 것을 중시하는, 우리의 전통문화에서는 이런 식의 [공적 대화]가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전통문화의 말하기도 분명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적어도 논의를 하는 장에서는, 독심술로 진정성을 파악하고 썰을 푸는 녀석들은 링밖으로 퇴출시켜야 한다. 독심술에는 [반론]을 할 수없기 때문이다. (서프라이즈에 넘치는 시나리오를 보라. 나도 그렇게 허접한 소설, 하루에 열편씩 쓸 수 있다.) 포퍼는 [반증가능성]이 없는 것은 학문이 아니라고 했다. 적어도 우리가 이라크와 부시와 노무현에 대해 말할 때, [직관]이 아니라 [분석]을 도구로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공감하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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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세계시민주의에 대한 몰이해다. 이들은 대개 국가나 민족 차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 듯 하다. 그것은 말릴 수 없는 일인데, 문제는 이들이 다른 차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관념], [얼치기] 등등의 부정적인 가치평가어를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프라이즈의 kein이 빈정거렸듯, 국가들 중 진정 세계평화에 대한 신념으로 반전을 외쳤던 나라는 없다.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터키의 최근 행보는 그 사실을 여실히 증명해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국가의 본질인데 우리 나라 좌파들만이 명분을 내세우며 반전을 하고 있다!" 라는 거짓말을 해서야 쓰겠는가? 세계시민들은 세계시민주의의 관점에서, 국가와 상관없는, 혹은 넘어서는 인류의 어떤 가치에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중에선, 자국의 이득을 위한 정략적인 반전운동이 있을 지도 모른다. 우리 일상용어의 용법은 그런 시위를 [관제데모]라고 부른다. 그리고 아무래도 관제데모는 세계시민주의자들 틈에 묻어서, 숨어서 하는게 예의일 것 같다. "관제데모가 진짜다."라고 외치는 녀석들이 세계시민주의에 입각한 반전운동을 비난하는 곳이, 지구상 어디에 또 있을까?

"진짜 무엇이 대한민국 국익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 역시 의의가 있는 건 사실이다. 북핵문제와 관련해 한국인들에게 시급한 현안이 되기도 할 것이다. 나는 그 질문을 면밀히 검토해봐도, 파병결정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바로 이 논의에 들어오는 사람들만 논쟁상대로 인정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은 민족이나 국가라는 특정 공동체에 지나치게 경도된 것이 아닌가? 왜 한국인들이 세계시민주의적 관점을 가지는 것을 극구 반대하는가? 왜 "우리 같이 고뇌하고 망가지자. 너 혼자 한국인 아닌 것 처럼 명분론을 외치면 그건 가짜다. 그럴바엔 차라리 이라크 가라." (요약 잘했지?)라며, 다른 공동체 구성원에게 그들이 가진 수많은 정체성 중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에 최대의 충성을 바칠 것을 강요하는가? 한국인들은 [세계시민]이라는 정체성 좀 가지면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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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겐 "똘레랑스"라는 말이 매우 공허하게 들린다. 단지 구호가 같다고 해서 내용이 같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래 똘레랑스라는 말은 "타자에 대한 인정"일 진데, 지금의 똘레랑스는 저들과 나를 "우리"로 묶으려고 하지 않는가?

물론 그 역시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면 적어도 내게는 지금 두 개의 전선이 형성된 것이다. 나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반전여론의 확대를 지지한다. 지금 당장 이 순간의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다. 이 지점에서는 노혜경과의 연대가 가능하다. 유시민은 잘 모르겠다. 노무현의 진정성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나중에 다른 이들의 뒷통수를 때리더라도,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아... 그런데 이제보니 그럴 가능성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동시에 [합리주의](혹은 원칙주의)와 [세계시민주의]에 입각한 반전운동의 확대를 적극 지지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가 진보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지 이번 [사건]을 넘어서는, 우리 사회의 과제인 셈이다.

멜코르.

*"우툼노의 멜코르"는 아흐리만입니다. 시절이 답답해서 필명을 바꿨습니다. 앞으로 저한테 욕먹는다고 아흐리만을 원망하진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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