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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차가운 물은 싫어

조회 수 794 추천 수 0 2008.02.06 22:11:52

이문환의 <럭셔리 걸>이란 소설을 보면 이상한 습진에 걸려 줄곧 고무장갑을 끼고 지내던 어느 여성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사실 나는 고무장갑을 끼는 느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나 고무장갑 낀 손 위로 물이 와르륵 쏟아지면 촉감적으로 매우 거북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그나마 화장실 청소할 때는 위생상 할 수 없기도 하고 장갑 위로 물이 쏟아지는 상황이 잘 없으니 화장실 청소용 고무장갑을 끼게 되지만, 설거지할 때는 어지간하면 맨손으로 하려고 드는 편이다. 당연히 미지근한, 혹은 약간 따뜻한 물을 털어놓고 설거지를 하곤 한다.


그러다보니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은 야채 씻는 일. 야채는 미지근한 물로 씻을 수 없으니, 언제나 나는 고무장갑낀 손 위로 물이 떨어지는 불쾌감이냐, 아니면 찬물의 고통이냐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


오늘 저녁엔 부모님집에서 등심을 구워먹다보니 상추를 내가 씻게 되었는데, 역시나 예의 딜레마에 빠져 들었다. 나는 차라리 손등 위로 찬물이 쏟아지는 느낌이 시원하고 담백할 거라고 뇌에 거짓말을 한 뒤 담대하게 맨손으로 상추를 씻기 시작했다. 우리 집에서 했다면 대충 대충 씻고 끝냈을 텐데, 옆에서 어머니가 "세번은 씻는 거야. 아참, 처음에 씻을 땐 저 끝부분 조금씩 도려내."라고 코치를 하시니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한번 씻을 때 마다 상추 쑥갓을 옆으로 치워놓은 후 약온의 물을 틀어 손등을 달랬다. 그짓을 세번 해서 겨우 겨우 상추 씻기라는 과업을 마쳤다.


그래도 이 정도 노동을 하고 꽃등심을 먹을 수 있다면 좋지 아니한가. 아, 생각해보니 콩나물도 다듬었구나. 조금 있다간 산적을 꼬챙이에 꽂는 걸 돕고, 내일 아침엔 제기를 닦아야 한다.

hyun

2008.02.06 23:11:05
*.99.81.195

착한 윤형씨!
주부습진 걸리면 은근 일상생활에 지장이 많으니 미리미리 대비책을 연구하시길.
혹시 주부습진 증세가 생길 땐 포스팅 올리세요. 짱 좋은 그리고 비싼 핸드 크림 알려드릴께요.
설 잘 쇠세요.

하뉴녕

2008.02.06 23:13:51
*.180.10.168

잘 안 걸리는 체질이에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fhkd

2008.02.07 02:44:23
*.131.47.204

안에 면장갑 끼고 고무장갑 끼면 주부습진 안걸려요.

이상한 모자

2008.02.07 13:45:58
*.147.155.23

꽃등심!!!!!!!!!!!!!!!!!!!!!!!!!1

현슬린

2008.02.07 16:06:16
*.243.37.235

찬물에 물 많이 담그면 손 거칠어져. 귀찮아도 고무장갑 안에 면장갑끼고 설겆이 하는 버릇을 들여봐.
까칠한건 성격만으로도 족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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