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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국익(國益)'과 '똥개(便犬)'

조회 수 1003 추천 수 0 2003.09.18 14:12:00
진보누리에 아흐리만으로 올린 글. 여기서 나는 "니가 가라, 이라크!"를 올린 후 이 글을 올렸다고 하고 있는데, 이 블로그에서의 시간순서는 정반대다. "니가 가라, 이라크!"를 스누나우에 실린 날짜 기준으로 계산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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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저들의 논리는 "북한을 막는데 주한미군만한게 없다"가 아니라, "세계에서 선진강국, 군사대국인 미국에 잘보이면 우리도 다 좋은거 아니냐" 입니다. 실제로 각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보면 이념적 논리에 의한 대미사대는 많이 사그러든데 비해서 그냥 막연하게 강국에 협조해 '나쁠건 없지 않겠냐'는 얘기들은 많이 나옵니다. 전, 이 부분을 깨야한다고 보거든요. (중략) 오히려 "미국도와 나쁠건 없다" 는 저들의 얘기는 권력지상주의, 출세지상주의, 기회주의에 빠져있는 일반인들에게 잘 먹혀들고 있지요.


지금 메인화면에 올라 있는 내 글 "니가 가라, 이라크!"에 대한 Trinity님의 의견 중 일부다. 나는 내 글이 그 부분도 조금은 건드렸다고 보지만, Trinity 님의 좋은 의견에 감사드리는 의미에서 몇 마디 덧붙여 보도록 하겠다.  



이득에 대하여

국익(國益)에서 '익'은 분명 이익과 손실을 포함하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말 자체가 '익'이다 보니 사람들은 대개 이것이 '이익'을 가리키는 말인 줄로 착각한다. 미국말을 들으면 뭔가 이득이 있을 거라는 거다. 먼저 이 부분부터 작살내도록 하자.


혹시 한국인들은 '주제 파악'에 서툰 것이 아닐까? 좀 나이가 드신 분들이라면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젊은 분들이라면 영화 "친구"에서 충분히 사례를 수집했을 텐데. 아니면 남성들이 다녔던 마초들의 교실에서라도. 언제 엄석대가 자기 꼬붕들에게 '이익'을 던져 주던가? 유오성이 자기 '시다바리' 장동건에게 '이익'을 던져주던가? 우리네 학교 짱들이 자기네 추종자들에게 먹을 것을 주던가?


동네 왕초에게 협조해서 이득을 얻으려면, 최소한의 개김은 필요하다. 즉, "나는 너와 별개의 주체야! 나를 포섭해봐! 뭔가를 던져봐!" 이렇게 외쳐야 한다는 거다. 폼이라도 살짝 잡으면 조그만게 오고, 정말이지 작심하고 치고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면 큰 게 온다. 한병태가 엄석대 왕국의 2인자가 되는 것처럼.


그래서 현재의 외교문제에서도 한국인의 반전의지가 클수록 오히려 미국은 한국에게 많은 것을 양보하게 된다. 심지어 월남파병 당시의 박정희 정권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외무부장관 이동원이 미국측과 협상을 하다가 박정희에게 요구했다. "협상이 힘듭니다. 반전여론을 좀 키워주십시오." 당시는 박정희 정권의 서슬이 시퍼렇던 시절이라, 국회의원 누구도 감히 파병 반대를 외치지 못했던 것. 그래서 박정희가 선택한 게 차지철이었다. 그래서 차지철은 박정희의 명령을 받고 국회에서 반전을 소리높여 외치며 의도적인 '깽판'을 벌이게 된다.


문제는 차지철이 반전을 주장하기 위해 공부를 하다가 정말로 월남파병의 부당성에 눈뜨게 되었다는 것. 국회에서 그의 우렁찬 목소리는 계획된 비준을 방해했고, 박정희의 최측근이 이 일에 총대를 매자 다른 의원들도 소신에 따라 행동하게 되었다. 급기야 외무부장관 이동원은 다시 박정희에게 "차지철을 좀 말려달라."고 요청한다. 그래서 박정희가 다시 청와대에 불러 차지철에게 명령을 내리자, 차지철이 "각하의 뜻이라면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하여 결국 국회에서 월남파병안이 통과되었다는 이야기.


2002년에 국회의원 유시민이 뜬금없이 이 차지철의 역할을 자인하면서 '비극'을 '희극'으로 반복하기는 했지만, 여하간 반전 여론이 한국 정부의 입지를 넓혀준다는 (어떤 결정을 내리든) 건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지금 파병에 찬성한다고 하는 한국인들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노예가 주인을 따른다고 주인이 상주는 것 봤나? 주인은 노예를 굶겨죽이지만 않으면 된다. 똥개가 주인말 듣는다고 주인이 떡 하나라도 더 주는 것 봤나? 똥개는 주인이 걷어차지만 않아도 고마워 한다.


여기서 우리는 진실을 말해야 한다. 자신이 진돗개인 줄로 믿는 이 똥개가 동네 왕초말을 듣는 건 왕초가 무슨 이득을 던져주리라고 믿기 때문이 아니다. 단지 얻어맞기가 싫어서다. 아니면 야단 한번 맞기도 싫어서다. 이 '진실'을 인정하기가 쪽팔리니까, 왕초말 들으면 누가 떡하나라도 더 주는 것처럼 우리의 '생각하는 똥개'는 치장한다. 이라크 복구 사업 참여할 수 있다더라~  아랍권에서 장사 더 잘할 수 있다더라~ 그런데 들리는 풍문에 의하면 왕초를 따르기 위해 푸들로 종(種)전환 수술까지 해야했던 옆 동네 불독한테도 왕초는 개뼈다귀를 안 던져 줬다는데. 그리고 아랍의 강아지들은 왕초를 워낙 싫어해서 왕초를 따르는 강아지들을 '졸'로 본다는데.


봐라. 지금 화끈하게 '국익'들 대변한 옆동네 개들을. 도베르만, 빌리하운드, 시벨리안 허스키 등등 녀석들은 지난번에 왕초에게 '개긴' 탓에, 이번엔 왕초말 듣는 시늉만 하고 (유엔 결의안만 통과시켜주고) 대신 파병도 분담금도 빠지겠다지 않은가. 아시아 개들 보고 왕초 똘마니 하라지 않은가. 덕분에 우리 똥개와 토사견만 똥물 뒤짚어 쓰게 생겼지 않냔 말이다. 이왕 도덕성을 희생하며 '국익'을 대변하려면 최소한 이 정도는 해야할 게 아니냔 말이다.


그러니 그냥 솔직해 져야 한다. 진실을 말해야 한다. 너는 똥개다. 온동네 개들은 니가 왕초 말 듣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왕초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왕초가 니가 말 듣는다고 개뼈다귀 던져줘? 웃기지 마라. 너 똥개는 이득을 바래서가 아니라, 그냥 맞기 싫어서 왕초 말을 듣는 거다. 클리어?  



이득과 손실

이제 이득의 문제에서 '이득과 손실'로 나아가자. 똥개는 이렇게 말할 테니까. "물론 나도 왕초 말을 들어서 무슨 이득이 없다는 것은 안다. 그러나 왕초 말을 안 들으면 내게 손해가 올 게 아니냐. 그걸 걱정하는 거다."


일단 이 논리는 지난번 공병 파병 때는 훌륭하게 먹혔다. 솔직히 도덕적 정당성의 파탄과 아랍권에서의 이미지 하락이라는, 똥개가 이해하기 힘든 섬세한 사안들을 제끼고 나면, 공병이 간다고 똥개가 손해볼 일은 없었으니까. 그런데 이번에 똥개가 왕초말을 따르면 돈이 든단다. 일년에 1조 5천억에서 3조 5천억이 든단다. 그리고 위험한 지역에 가서 다칠 지도 모른단다. 그런데도 무슨 이득이 있다고 간단 말이냐, 이 똥개야?


이렇게 말했을 때 똥개가 할 수 있는 답변, "아이구 나는 다른 개들이랑 상황이 다르잖아. 난 왕초말 잘 들어야 해. 옆집 풍산개 문제가 있단 말여~"를 깨기 위해 내 글 "니가 가라, 이라크!"는 쓰여졌던 것이다. 그러니까 그 옆집 풍산개는 지금 못 먹어 말라빠졌고, 물론 너 똥개와 풍산개가 싸우면 너도 많이 다치기는 하겠지만 풍산개가 너를 이기지는 못할 것이며, 이러한 상황에 왕초의 보호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왕초 역시 성깔이 드러운 투견이라 쓸데없니 풍산개에게 싸움을 걸어 너 똥개를 다치게 할 수도 있다는 것 등등.


Trinity 님의 말은 일리는 있지만, 자못 합리적인 척 하는 우리네 똥개들의 자기비하 내지는 합리화의 기저엔 이 "불확실한 손실"에 대한 공포심이 있다는 것을 나는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덩치가 작다면 모를까, 이제는 덩치가 산만한 똥개가 왕초에게 한 대 맞을까 두려워 똥개질 하는 현실이 코메디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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