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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이것도 선동이긴 선동인데, 좀 기묘한 선동이다. 진보누리에 아흐리만이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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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돼지는 하나의 상징입니다. 좁게 보면 노무현 후보의 선거운동 방식에 대한 상징이기도 하고, 넓게 보면 '참여정부'의 정체성을 위해 필수적인 '국민 참여'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상징은 분명 그것이 위치한 시공간 안에서 상징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진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진실'이 '사실'에 얼마나 부합하는 지에 따라 상징 역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먼저 희망돼지로 표현되는 국민모금이 개인 노무현이 대통령으로 올라서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는 사실은 인정됩니다. 국민모금이 전체 대선자금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할지라도, 김민석 탈당 후 급락하던 노무현을 다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사기극"이니 "매트릭스"니 하는 진중권의 비판은 너무 나간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모금이 실제 대선자금에 유효한, 그러니까 16대 대선을 '깨끗한 선거'로 만들만한 위력이 없었다는 사실은 이제 인정해야 합니다. 그런 주장은 이제 사기로 치부해야 합니다. 휴지를 썼다고 배변후 항문이 깨끗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충분한 휴지를 써서 제대로 닦지 못하면 배변후의 항문은 여전히 더럽습니다. 말지는 노무현을 "아무에게도 빚진 것 없는 자수성가 대통령"이라고 불렀습니다. 이제 그 주장도 인정되어선 안 됩니다. 그는 노무현 지지자의 은혜만 입은 것이 아닙니다. 양성적으로 음성적으로, 그리고 합법적으로 탈법적으로 기업들의 은혜를 입었습니다.


많은 노무현 지지자들은 자신들이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일단 그 사실 자체가 조금 의문스럽습니다. 지금 인터넷엔 선관위의 발표를 대충 사실로 믿었던 노무현 지지자가 한명도 없습니다. 그러나 과거에 진중권이 "희망돼지 모금액은 대선자금의 10-20%에 불과할 것이다."고 추측했을 땐 그런 사람이 무척 많았습니다. 그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요.


또한 노무현 지지자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하여 노무현과 민주당측의 허위과장 광고가 정당한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참여정부가 국민참여로 인해 집권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말하는 것 역시 합당하지 않습니다. 아래 몇사람의 지적처럼, 문성근 씨는 12월 10일 대선후보 티비 토론에 나와 "노무현은 희망돼지만으로 선거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제 이 말은 '순진함에서 나온 오류'나 '거짓말'로 치부되어야 합니다. 이런 지점에 대한 진중권의 비판은 전적으로 합당하지요.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제 희망돼지가 변신을 꾀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사실입니다. 상징은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것은 그대로 유지되기도 하고, 새롭게 태어나기도 하고, 끝내 견디지 못하고 소멸되기도 합니다. 이를 두려워하여 과거의 시간에 붙박아둔 상징은 더 이상 상징이 아닙니다. 그것은 필시 상징의 껍데기나 박제에 불과하겠지요.


희망돼지의 긍정성은 국민참여의 정신입니다. 그런데 희망돼지는 다음 총선부턴 그 정신을 담는 상징으로 기능할 수 없습니다. 노무현 지지자 여러분들은 그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여러분의 희망돼지가 노무현을 도와줄 수 있었던 것은 노무현이 민주당에서도 팽당할 위기에 처해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런 일레귤러한 상황은 최소한 노무현 집권 기간 안엔 다시 오지 않습니다. 희망돼지 이벤트가 다른 선거에 적용되어 민주당과 노무현을 도울 때, 이때에 그것은 그야말로 진중권이 말한바 "사기극"이나 "매트릭스"의 역할을 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것은 여러분의 '참여'에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습니다.


길게 보십시오. 희망돼지는 두 번 써먹을 수 있는 상징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신이 난 언론의 보도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실 그들은 민주당이 전해주는데로 보도했을 뿐이니,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은 이에 대해 크게 분노할 필요가 없습니다. 분노가 필요하다면 여러분에게 솔직하지 못했고, 또한 어려운 상황에 맞이해서 희망돼지를 적극적으로 옹호해주지도 않는 민주당에 대해 분노가 필요합니다.  


희망돼지의 '국민참여 정신'을 이어갈 수 있는 새로운 상징을 만들어 내십시오. 다만 그 상징이 단지 민주당의 포장지로 전락할 때 우리는 다시 여러분을 비판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민주당에 이용당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참여한 만큼의 힘으로 민주당을 압박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을 강구하셔야 합니다.


물론 우리에겐 진보돼지라는 다른 대안이 있습니다만, 여러분이 진정으로 국민참여를 위해 노력할 때, 그 구체적인 노력의 장에는 우리도 함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지나간 희망돼지를 붙드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참여를 위한 노력을 시작하여, 구체적인 정책의 실현을 위해 우리와 연대하는 날이 오기를 희망합니다.

아흐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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