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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2만불 시대" 보론.

조회 수 887 추천 수 0 2003.06.29 13:26:00
진보누리의 세라핌이 쓴 글. 게시물을 올리고 난 후 다른 이들의 반응을 보고 다시 쓴 글인 모양이다. 게시판 논쟁 시대에는 이런 일이 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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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팅 제현들의 쪽글을 보니 오해가 있으신 것 같아 보충합니다.


<1> 세라핌은, "성장을 하지 말자!"는 주장을 결코 한 바 없다. 국민소득 2만불 시대가 열린다면, 한국 사회의 구성원은 최소한 지금보다는 더 편한 삶을 영위할 가능성이 높다. 그 점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2> 세라핌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국민소득 2만불 시대>라는 구호가 가진 정치성이다. 이 구호엔 어떤 시점이 담겨 있다. 모든 시점은 하나의 측면을 부각하고, 다른 측면들을 은폐한다. 우리는 그것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 시대에 유익한 "방식"이 무엇인가에 대해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물어야 한다. <국민소득 2만불 시대>라는 구호로 "국가발전목표"를 제시하는 시각은, 그 시각을 조직하는 방식은, 우리 시대 우리 상황에 유익한가?


<3> 예를 들어 과거 김대중 정권의 "신지식인" 담론을 생각해 보라. 신지식인 류의 발랄한 사람들이 나와 관류주의의 경직된 조직성을 깨뜨려 주면 물론 좋기야 할 것이다.  2만불 시대가 도래가 우리에게 좋은 것처럼.


<4> 여기서 초보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실은 모든 담론에 던져야 하는 질문이다. 어째서 그런 유형의 사람들이 "지식인"이란 단어를 독점해야 하는가? 그것이 가져올 악영향은 없는가? 마찬가지로, 어째서 "2만불"이라는 수치가 사회발전, 사회진보의 경향성을 독점해야 하는가? 그것이 가져올 악영향은 없는가?

그 악영향은 그것이 가져올 이득과 비교해 어느 정도인가?  


<5> 인지해야 하는 것은 "신지식인" 담론의 정치성이며, 그것을 파악하기 위해 되물어야 할 것은 한국 사회 지식인 담론의 역사성이다. "신지식인"론은 과거 개발독재에 종사했던 "기능적 지식인"론의 정보화 사회 버전이다. 그것은 "기능적 지식인"과 함께 한국 사회 지식인 담론의 한 축을 형성해왔던 "비판적 지식인"의 역할과 중요성을 해체하려 한다. (다르게 말하면, 억압한다.)

그것은 실패한 과거의 패러다임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려는 것이다. 심형래의 유치함이 "용가리"의 테크놀러지로 반복되듯이.  


<6> "2만불 시대"라는 담론 역시 마찬가지다. 기실 그것은 "신지식인론" 수준의 시대적응 노력도 보여주지 않으며, 과거의 "수출 100억불", "국민소득 1천불", "국민소득 1만불"이 보여준 패러다임을 계승한다. 그런데 그 패러다임의 폐해는 IMF를 불러왔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한국 사회가 21세기에 적응하기 위해선 그 패러다임을 폐기해야 한다.


<7> 이 낡은 패러다임에 노무현 정부가 기입하는 "새것"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것은 단순한 성장의 수치가 아니다. 2만불 수준에 걸맞는 삶의 질을 말함이다." 그런데 어째서 이러한 목표가 "2만불"로 대표되어야 하는가? 별스런 효력을 못내긴 했지만, 김대중 정권은 "삶의 질 향상 기획단"을 운영한 적 있다. 노무현 정부의 "기입"은 최소한 목표를 솔직하게 설정하는 "삶의 질 향상 기획단"에도 미치지 못한다.  


<8> 사회 진보의 목표는 정책으로 제시되고, 구현되어야 한다. 수치는 실현된 정책의 성공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성적표에 불과하다.

20점 맞는 학생이 당장 "낙제를 면하자!"는 목표를 정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60점 맞는 학생이 우등생이 되려면, 단순히 "80점 맞자!"는 목표가 아니라,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밤샘공부 하며, 과자를 마구마구 먹은 덕분에 이 학생은 지금 비만으로 뒤뚱거린다.) 어떤 공부방식을 채택할 것인가, 장시간 공부를 유지할 체력은 어떻게 유지하고 개선할 것인가, 등을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것이다.


<9> 그저 "다시 목표 정하자! 80점!"이라고 외치는 심리는 다음과 같다.

"요새 성적 안 오르고, 건강도 나쁘다고 되게 시끄럽네. 에이 씨 모르겠다. 그냥 하던대로 계속 열심히 하자..."

그래서 되겠냐??? 되겠냐구!!!  


<10> 덧붙임: 생산성에 대해.

생산성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런데 주류 담론은 오직 노동생산성만을 강조한다. 권영길 대표가 지난 대선 TV 토론에서 "구조조정의 뜻이 왜곡되어 있다. 정리해고만 강조한다."라고 말한 것도 이를 항의함이다.

한국 기업의 생산성은 매우 좋지 않다. 그래서 성장한 몫에 합당한 임금상승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노동운동은 지속적으로 임금상승을 요구해왔다. 그것은 노동자에게 정당한 몫을 보장하면서, 그로 인해 한국 기업이 생산성 향상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압박해야 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어렵지만 궁극적인 문제해결책, 개혁의 길을 외면하고 쉬운 길을 택했다. 강성노조가 존재하는 기업의 임금상승에서 본 손해를 노조가 없는 기업의 노동자를 착취하면서 매꾸는 것이다. 87년 이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차이가 생기기 시작함은 이에 연유한다. IMF 이후 노조가 있는 중소기업과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커지고, 비정규직이 늘어나며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가 커짐도 그에 연유한다.

여기서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착취한다고 말하는 것은, 사안에 따라 정말로 그런 경우도 있겠으나, (정규직이 기업의 재생산 자금까지 임금으로 쓸어가 비정규직이 그것을 메꿔야 하는 경우엔. 그런데 한국사회에 그런 경우가 있을까??) 사태를 넓게 보지 못하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뼈를 깎는 개혁의 길을 거부하는 기업 구조에 있다.  

그러나 자본가를 압박하기 위해서, "노동자 분리"의 전술에 속지 말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연대하여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전술은 타당하다. 이 부분이 잘 안 되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는 것도 타당하다. 물론 이 비판의 타깃은 대기업 노조, 정규직 노조, 그리고 노조 일반,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등으로 환원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피하기 위해, 또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당이 노조의 정치성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끌어오는 노력을 시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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