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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공산당" 발언 논란에 대하여

조회 수 884 추천 수 0 2003.06.17 13:06:00
이것도 스누나우. 칼럼형식으로 보낸 것들이라서 그런지 안정감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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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흐리만의右왕左왕] "공산당" 발언 논란에 대하여
 

2003년 06월 17일  아흐리만

노무현 대통령이 방일 도중 일본 공산당과의 만남에서 "공산당이 허용되어야 진정한 민주주의가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요지의 발언을 한 모양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비판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민주당 내에선 대통령을 엄호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비판할 건 비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는 가운데 민주노동당은 당 논평을 통해 "대통령 탄핵"을 "색깔 공세의 결정판"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일단 민주노동당의 논평은 매우 정당하다. 그러나 공산당 논란이 무조건 "색깔논쟁"이며, "민주주의의 다양성"을 부정하는 것이며, "획일성"을 주창하는 것이라는 식의 이해는 곤란하다. 민주주의는 사상의 다양성을 인정하지만, 그 다양성은 상대방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상에 한정된다. 또한 국민의 의사를 수렴하여 국사(國事)를 결정하는 민주정치에 반대하는 정당은 "민주공화국"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위헌정당의 경우 헌법재판소가 해산을 명할 수 있다는 조항이 헌법에 있음도 사실이다. 

▲일본 공산당 홈페이지(http://www.jcp.or.jp/) /


그러나 이러한 "극좌" 혹은 "극우" 정당의 경우도 서구에선 존재 자체를 법적으로 문제삼지는 않음을 기억해야 한다. 몇 해 전 프랑스 지식인들과 학생들이 "르펜 반대" 운동을 벌였듯 시민사회의 영역에서 이들을 제재할 수는 있을 테지만 말이다. 게다가 극우 성향이 농후한 한나라당이 버젓이 활동하는 현실에서 유독 "공산당"만 제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6월 15일 아침에 티비를 보니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과 민주당 김경재 의원이 이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있었다. 김용갑 의원이 공산당에 반대하는 이유는 이러했다. "북한에도 공산당이 있다. 북한 공산당 남한 지부를 만들자는 말이냐."

이는 좀 설득력이 약한 주장이다. 이름이 같다고 해서 모두 같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구상의 많은 독재국가는 민주주의를 참칭하고 있다. 그래서 민주주의 국가를 신뢰할 수 없다면 말이 되겠는가? 독재자 전두환이 "정의사회구현"을 말했다 해서 "정의사회구현"을 말하는 사람들이 모두 독재자 기질을 가진 것은 아니다. 일본 공산당은 KAL기 사건 이후 북한 공산당을 비판하는 세력이다. 싸잡아 매도하는 것은 곤란하다.

"북한 공산당 남한 지부"는 북한이 남한 정권의 붕괴를 통일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는 한은 문제가 있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원칙을 부정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북한의 그러한 노선이 폐기된다면 이 역시 경기를 일으키며 반대할 이유는 없다. 사상의 다양성과 자유민주주의를 조화시키면서 시대상황에 맞는 적절한 판단을 내릴 일이다.

그런 점에서 "탄핵" 운운하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냉전시대의 논리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거대 야당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노대통령 역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청와대는 이번 발언을 "덕담"으로 해명했다. 그러고 보면 노대통령은 지나치게 "덕담 정치"를 구사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에 가서 한 덕담들은 차마 들어주기 민망한 것이 많았다. 미 강경파와 한국 보수파를 덕담으로 안심시켰으니, 이제 일본에 가서는 일본의 좌파와 한국의 개혁파를 덕담으로 사로잡겠다는 것인가?

삐딱하게 보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그러나 만약 노대통령이 예의 발언과 같은 상황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먼저 "국가보안법 철폐"를 민주당의 당론으로 채택할 일이다. 그러면 시민사회와 진보정당 역시 전적으로 협조할 것이다. 그의 발언이 실현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은 무시한 채 그저 선언만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매우 무책임하다. 또한 민주당이 작금의 정치상황에서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하기 부담스럽다고 판단했다면, 왜 굳이 지금 그러한 발언을 하여 정국을 불안스럽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일본 공산당에 대한 덕담은 좀더 애매모호한 화법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았을까?

노대통령과 그 핵심 지지자들은 스스로에게 너무 보편적인 사명을 부여하는 것 같다. 노정권의 성향보다 진보적인 지지자들의 "비판적 지지"를 업고 탄생한 원죄(原罪) 때문일 것이다. 노대통령 스스로도 대선 직전 "제가 당선이 되면 민주노동당의 공간도 넓어질 겁니다. 도와주십시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좌파" 성향 지지자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데에도 언제나 신경을 쓰는 것일 터이다.

그러나 나는 노대통령이 콕 집어 "공산당" 문제까지 신경을 써야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 문제는 "사상의 자유"라는 자유주의 원칙을 거론하여 해결할 문제이지, 개별사례로 "공산당"을 거론할 일은 아니다. 진보진영의 공간을 넓히는 일은 국가보안법 폐지와 정당명부제 실행 등 사회적 조건을 만들어 주면서 실행되어야 한다. 노대통령이 전제군주도 아니고, 개별사례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는 립 서비스가 무슨 의의가 있겠는가?

노정권이 산적한 개혁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설 때에야, 실망한 지지자들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상기하기 바랄 뿐이다.

아흐리만 (스누나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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