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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진보누리의 세라핌씨가 쓴 글이다. 마지막 문장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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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에 대해 좀 심한 비판을 하는 누군가가 있다 했더니 과연 조선일보를 보더라는 얘기가 있다. 우리네 일상생활을 반추해보면 그럴 듯한 얘기다. 세라핌 역시 한나라당 지지 성향 사람들 만나면 노무현 비판 잘 하지 않는다.


"노무현 그 새끼, 지가 야당정치인이었으면 끝까지 (이라크전) 파병반대할 녀석인데 대통령 되니 찬성하대. 다 그런 것 아니가." 뭐 이런 식의 노무현 비판에 무슨 대꾸를 하느냔 말이다. "아, 그렇습니까?" 할 밖에.


그러니 진보누리의 노무현 정권 비판에 대해서 "조선일보", "조중동", "한나라당 2중대"의 딱지를 붙이는 사람들이 모두 악의적이라고는 생각치 않는다. 그들은 다만 나름의 "경험적 증거"에 입각하여 그런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이 분야에 있어 가장 막강한 권위자(?)인 강준만은 개혁성향 시민들이 조중동을 통해 노무현 비판의 논리를 배워간다고 거의 확신하는 듯 하다. 자기가 인터넷에서 노사모랍시고 들어가 봤더니 조중동 얘기랑 거기가 거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은 좀 검증할 필요가 있다. 강준만은 요새 이론틀만 말하고 구체적 자료들은 말하지 않는 나쁜 버릇이 생겨 함부로 비판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지난 대선 직전의 강준만의 노사모 비판(?)은 상당부분 오버였기 때문이다.


그의 주장은 대개 이러했다. 노풍이 왜 꺼졌는가에 대한 노사모 회원들의 비판 을 보면 대개 노무현의 우향우 (김영삼 시계 사건을 필두로 한)를 언급하고 있다. 조중동의 여론공세는 언급하지 않는다. 어떻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조중동을 씹지 않으면 강준만은 홱 돌아버린다.) 노사모 회원들조차 노무현이 잘못해서 노풍이 꺼졌다고 믿고 있다면, 도대체 조중동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란 말인가!


전혀 말이 안 되는 얘기는 아닌데, 강준만이 조중동만 너무 쳐다보다 보니 균형감각을 잃어버린게 아닌가 한다. 노무현 지지자들에게 있어 조중동의 패악질은 이제 상수 취급을 받는게 아닐까. 대개 "원인"이라고 하면 상수가 아니라 변수를 캐게 되는 것이니, 노무현이 이런 식으로 좀 잘해줬으면 하고 생각하는 건 인지상정이 아닐까. 그리고 그런 상식적인 비판의 일부를 조중동이 선취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그들의 비판 내용이 조중동의 일부 내용과 비슷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제 얘기를 좀 바꿔볼 필요가 있겠다. 조중동의 영향력이 그토록 막강하다면, 혹은 강준만을 필두로 한 노무현 지지세력이 조중동의 영향력을 그토록 신앙한다면, 노무현 비판자만큼이나 노무현 지지자들의 심리 상태 역시 조중동에게서 엄청난 영향을 받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혹시 노무현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조중동을 보며 대리만족을 얻는 것처럼, 노무현 지지자들 역시 "수구" 조중동이 노무현을 까는 모습을 보며 "개혁정치인 노무현"에 대해 만족을 얻는 것이 아닐까?


노무현이 평검사 토론회를 기점으로 "개혁"이라 할 만한 일을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강준만, 유시민, 노혜경 등의 지식인이 노무현을 "현실적 개혁" 정치인이라고 믿는 이유 역시 그것이 아닐까. 조중동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면 수구적 관점의 노무현 비판을 24시간 내내 감상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런 가설을 토대로 세라핌은 오랜만에 디지틀 조선일보에 접속했다. 가장 최근에 접속했을 때, 조선일보는 노무현의 방미발언과 한총련 난동 발언에 고무되어 노무현에 유화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그래서 개혁정치인 노무현을 옹호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조선일보는 정말로 희안한 "노무현 비판"을 행하고 있었다.


한총련 소속 학생들이 5·18을 맞아 광주를 방문한 노 대통령을 가로막는 시위를 하자, 노 대통령은 “난동 행위에 대해 엄단하라”고 지시했다. 그의 입에서 ‘난동’이란 표현이 나왔을 때, 사람들은 올가미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노 대통령의 심적 충동을 일부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노 대통령의 엄단 지시는 며칠 뒤 5·18행사 관련자들을 만나고는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는 참담한 심경까지 토로했지만, 토로 그 자체로 끝났다. (홍준호, [올가미에 걸린 노대통령])


노대통령이 난동행위를 엄단하지 못했다고, 개혁성향 지지층의 "올가미에 걸"렸다고 표현한 것이다. 이상한 일이다. 노대통령은 분명 한총련의 "난동" 행위를 "엄단"하고자 했고, 이러한 의사를 받들어 경찰에서는 3년 징역살이 죄를 물어 한총련 학생들을 기소했다. 이것이 유야무야된 것은 법원이 그것을 기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조선일보는 노무현의 권위를 세워주지 않은 사법부의 판단을 비판할 일이지, 어째서 노무현을 문제삼는가? 그건 노무현이 보수와 진보를 오가며 갈팡질팡하느라 아무 일도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팍팍 주기 위해서다.


아까 말씀 드렸다시피 노무현 정권의 현실적인 개혁적인 세력들이기 때문에 늘 현실과 이상 또, 현실과 원칙 사이에 왔다갔다를 해야됩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오락가락 갈팡질팡이라고 비판을 하는데 오락가락 갈팡질팡 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요? 진보정권이 아니에요. 보수정권도 아닙니다. (강준만, 노무현 취임 100일 기념 인터뷰)


그럼 강준만 역시 조선일보에게 속아넘어간 것일까? 그럴 수도 있겠다. 세라핌과 진보누리 사람들이 보는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노무현에게서 "오락가락 갈팡질팡"을 읽어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교육부총리가 전교조 요구 수용했다가 다시 번복한 사건 빼면.


조선일보는 한국의 극우 헤게모니를 대변하지만, 근본적으로 "이념지"라기보다는 "정치집단"에 가깝다. 그들은 노무현의 민주당이 아무리 수구스러워진다 한들 옹호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민주당 정권을 뒤집기 위해 여전히 노무현을 비판할 것이다.  


여기서 세라핌은 두 가지 교훈을 얻는다. 첫째, 그나마 노정권이 유지하고 있는 개혁적 정체성, 즉 조중동과의 마찰을 유지하고서는 아무리 보수 회귀를 해도 영남 보수표를 얻을 수 없다. 고로 노통의 동진정책은 삽질이다. 둘째, 개혁성향의 시민이 조선일보만 계속 본다면, 노무현 정권이 계속 잘하고 있는 것처럼 착각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조선일보는 노무현 지지자의 일그러진 거울인 것이다. 노무현 지지자는 조선일보, 그리고 조중동의 엄청난 영향력을 반복학습하면서, 그 엄청난 권력이 반대하는 노정권의 개혁성에 대해 확신을 가지게 된다. 노무현이 일그러진 모습으로 조선일보에 비치면, 노무현 지지자는 거기에서 "개혁정치인 노무현"이라는 자기 위안을 얻고, "안티조선"이란 결론을 산출해 낸다.


기실 노무현 지지자들의 생각처럼 "조선일보의 주장과 반대로" 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면, 조선일보는 자신의 이념에 충실한 매우 훌륭한 신문일 수 있다. 어째서 그들은 조선일보의 논조에 그러한 일관성을 부여하려는 것일까?


결국 그 조중동이라는게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세력이라는 사실, 그리고 TV와 인터넷 매체의 비약적인 영향력 상승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그 사람들의 판단을 뒤집지 못한다. 그들은 끊임없이 여전히 조선일보가 일등신문이며, 조중동이 신문 시장의 헤게모니를 잡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신문 산업 자체가 "사양산업"이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개혁신문이 조선일보를 따라잡을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 신문 시장은 재편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해체될 운명이라는 것을 말한다면?  


한가지 확실한 건, 조선일보의 노무현 비판이 사라질 때 노무현 지지를 멈추기로 작정한 사람은 영원토록 노무현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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