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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노통의 지지자 "두번" 배반하기.

조회 수 1015 추천 수 0 2003.06.11 01:58:00
진보누리의 세라핌이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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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목으로 써도 되겠다. "노무현의 입"들이 떠들어대는 "전략"을 그대로 수용하면, 필연적으로 이와 같은 제목이 나오게 된다.  


노통은 개혁을 원하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된다. 그러나 그는 개혁을 철저히 배반한다. 이것이 바로 노통의 "지지자 배반하기 첫번째"이다. 왜 이러는 것일까?


물론 "수구+보수" 세력의 표를 먹기 위해서다. 김대중 정권은 이른바 "동진정책"이란 것을 통해 영남 표를 먹으려고 애썼다.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 사업이 상징하는 것처럼, 그건 영남의 민주세력을 흡수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영남의 수구세력에게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는 시도였다.


노무현은 대선 직전 김영삼을 찾아감으로써 영호남 민주화 세력의 결집을 촉구한 듯 했다. 하지만 그 시도는 김영삼이 가지고 있는 꼴통스러운 이미지 때문에 외려 노무현에게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그래서 이제 노무현 역시 영남의 수구세력과 화해하려고 한다.


세라핌은 대선 당시 노무현의 지지자들을 이해한다. 노무현의 허황된 약속들을 보면 적어도 그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학벌 문제를 보자. 권영길 대통령 후보는 전교조의 요구를 수용하여 대학 평준화 정책이라는 공약을 내세웠다. 노무현 후보가 여기에 못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현실이 닿는 범위 내에서 서울대 문제를 "과격하게" 해결하겠다고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모임" 학생들 앞에서 약속했다.


권영길의 공약이 당장 다음 5년 안에 실행될 수 없으리라는 추측은 괜한 것이 아니다. 그런 생각을 한 사람들이 현실 안에서 무언가 변화를 일으킬 노무현을 선택했다면, 그것이 잘못된 선택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런데 지금 노무현은 강준만이 말한 이른바 "현실적 개혁주의" 노선을 밟고 있는가? 세라핌의 대답은 "아니다"이다.


그는 이제 "지지자 배반하기 그 두번째" 쇼를 준비하고 있다. 영남의 수구세력 표를 흡수하여, 내년 총선에서 승리를 거둔다. 그후 "국회의원 과반수"라는 정치적 힘을 통해 그가 약속한 이른바 그 개혁을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그 때에 그를 지지한 수구세력은 배신감을 느끼게 되리라. 노무현, 지지층을 바꿔가며 두번이나 배반한 인류 역사상 최초의 대통령이 되고 싶은 모양이다.


인간은 자기 정당화가 없으면 살 수 없는 동물이니, 노무현이 설령 이미 권력의지밖에 남지 않은 동물이라 하더라도, 아마 위에 세라핌이 서술한 것과 같은 시나리오를 자기 머리 속에서 반복 재생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지지자 두번 배반하기" 쇼는 올바른 일인가?


그렇지 않다. 첫째로 그것은 민주주의의 이상을 부정하는 행위이다. 민주주의의 결점, 그러니까 대의 민주제가 지지자를 충분히 대변하지 못한다는 결점을 이용해 울렁울렁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발상이다. 바꿔 말하면, 이는 버그를 이용해서 시스템을 교정하겠다는 시도인 것이다. 이것은 윤리적으로도 올바르지 않으며, 직관적으로도 실행가능성이 의심스럽다.


둘째로 그것은 실현이 불투명한 행위다. 물론 영남 지역 민심이 "이제 더 이상 야당을 지지해서 손해볼 수 없다."는 식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조짐이 감지되기는 한다. 그러나 뿌리깊은 "반 민주당 정서"가 그리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영남의 잘못된 정서에 비위를 맞출 필요가 있을까?


또한 그들은 단순히 옷 바꿔입기에 불과한 통합신당을, 그러니까 단순히 당 하나를 딸랑 만들어놓고 영남인들이 지지해 주기를 바라는 모양인데, 이는 누가 봐도 "눈가리고 야옹"이다. 영남인들이 바보라도 되는 줄 아는가?


"현실적 개혁주의" 노선이라는게 있다면, 아마도 다른 것을 의미해야 할 것이다. 한 정권이 자신의 노선을 선언적으로 발표하더라도, 어차피 실행에 있어서는 다른 노선을 가진 사람들과 조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극한 대립이 일어난다면 이는 쓸데없는 마찰일 수가 있다. 그렇다면, 애초에 자신의 노선을 제시하되 상대 진영과의 대화와 타협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행위, 국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용하여 정책에 반영하는 행위가 더 큰 의의를 지닐 수도 있다. 바로 이러한 것이 "현실적 개혁주의" 노선이 아니겠는가?


노무현은 개혁을 실행시키기 위해 더 큰 권력을 달라 한다. 하지만 개혁은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보수 세력과의 투쟁과 타협을 통해 실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광역시의원 몇명 가지고도 정치에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정치가 정치인들의 권력다툼이 아니라, 서민의 생활을 위한 것임을 깨닫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회의원 100여명을 보유한 민주당이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나 많겠는가?


세라핌은 노무현 정권이 "현실적 개혁주의" 노선을 취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왜냐하면, 그래야만 민주노동당의 입지도 더욱 편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좌파 정당인 민주노동당은 "현실적 개혁주의"가 아니라 지지자의 의사를 충실히 대변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번 파병 정국에서 민주노동당의 입장을 살펴보라. 파병문제를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하자는 주장이었다. 민주노동당의 이념이라면 파병반대를 외쳐야 마땅하다. 그런데 왜 국민투표를 말했던가? 국민의 의사라도 충실히 대변하자는 의의에서 그랬던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것이야말로 위에서 세라핌이 말한 "현실적 개혁주의" 노선인 것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노무현 정권이 현실적 개혁주의 노선을 밟아가지 못한다면, 민주노동당이 그 역할을 일부 떠맡을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사실 좌파들은 공동체 안에서 "계급을 통한 분열"을 주장하는 사람들이긴 하지만, 국가 공동체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선 의견수렴 혹은 통합의 기능도 분명 필요하기 때문이다. 좌파가 이 기능을 떠맡아야 하는 사회, 분명 정상은 아니다.


최근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는 노무현 정권과 시민사회의 갈등을 중재하는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일부 좌파는 "웬 중재냐? 우린 노동자 서민의 편이다."라고 반응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이 중재는 커녕 대립의 한 축이 된 상황에서는, 민주노동당이 일부 그러한 포지션을 취할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따라서 노무현 정권에 대해 지지층들과 좌파들이 실망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강준만이 말한 "현실적 개혁주의" 노선이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개혁을 현실에 조화시킨 흔적은 보이지 않고, 기득권 층에 타협한 모습만 보이기 때문이다.


그 빈자리를 꿰차고 있는 것이 "노통의 지지자 두번 배반하기" 전략이다. 이에 대해 제갈공명 쳐다보듯이 비명을 지르는 지식인들의 모습은 세라핌을 슬프고 노엽게 한다. 오늘날, 유시민을 쳐다보며 "슬픔과 노여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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