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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11월에 구입한 책

조회 수 796 추천 수 0 2007.11.13 03:31:09

11월엔 약간 여유가 생겨서 2학기 들어 처음으로 알라딘에서 책을 구입했다. 나도 매월 책값보다 술값을 훨씬 더 많이 지출하는 평균적인 한국인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부키 : 대중적인 저술이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사다리 걷어차기>와 비교해서도 훨씬 가독성이 높은 책이었다.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다만 자본주의를 발전시킨게 프로테스탄티즘이라느니 혹은 신유교라느니 주장하는 저자가 비판하는 식의 문화결정론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각국의 자본주의 환경이 거의 동일하다는 저자의 시각에 동의하지는 못한다. 이점은 이코노미스트지가 이미 (교육열이 높았던 동아시아와 기타 지역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식으로) 지적했다고 한다. 근대국가를 만들어본 경험은 없다 하더라도 중앙집권화된 관료제 국가 하에서 통제를 받으며 살아왔던 조선인들의 경험은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가령 아프리카엔 유럽인들이 국경선을 대충 일직선으로 그어나서 아직도 종족의 생존이 지상목적인 어느 나라와 1950년대의 한국을 (세상에서 제일 가난했다 하더라도) 동렬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어쨌든 훌륭한 책이다. 이미 많이 팔렸지만 더 많은 사람이 읽어야 한다. 그리고 김순덕 즐-.


<당신의 스무살을 사랑하라 -20대 여자들을 위한 자기격려서>, 김현진, 해냄 : 읽으려고 산 책은 아니다. 구입함으로써 20대 글쟁이에 대한 한 '88만원 세대'의 연대감을 표시했다. 목차를 보니 안티-자기계발서로써의 가치는 있을 듯하다. '자기격려서'라는 말에 동의했다는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취향은 아니지만 이런 책을 읽고 도움을 받을 사람들이 존재하며, 따라서 이런 책은 필요한 것 같다. 여동생에게 선물로 주었고 여동생은 이미 다 읽었는데, 한구절 한구절이 다 마음에 와닿는다고 좋아했다. 어머니께서 여동생에게 선물로 사달라고 내게 부탁한 이지성씨의 힐러리 성공담보다야 낫겠지. 차라리 힐러리 본인이 직접 쓴거라면 선물해줬을지도 모르는데.


<대한민국 이야기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강의 >, 이영훈, 기파랑 : 만약 저자가 한나라당을 지지한다면 (그는 뉴라이트라고 알고 있다.) 나와 정치적 입장이 가장 먼 사람이겠지만, 그의 존재가 한국 역사학계에서 매우 소중한 것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통념과는 다른 역사적 에피소드들을 많이 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가치가 있을 텐데, 그 자료들을 묶어서 자신의 역사관을 설명하는 수준이 예사롭지 않다. 책앞부분에 나오는 역사가와 대중의 올바른 관계셜정에 대한 문제의식도 십분 동의한다. 그리고 2004년에 홍역을 치뤘던 위안부 문제에 관해서라면,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서점에 서서 그 부분만이라도 따로 읽어보시라. 그만큼 위안부 문제에 대해 총체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도 없다. 그 생동감있는 서술에 눈물이 날 뻔 했다. 굳이 과장하지 않아도 위안부는 너무나도 슬픈 역사다.

약간 생각이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일제식민지 시기에 대한 그의 서술에 거의 동의하는 편이지만, 민족의 형성 문제는 일제 강점기 이전 '남한 대토벌'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생각해 봐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저자는 한국 민족은 일본 강점기 때 차별받으면서 형성된 상상의 공동체라고 단언하고 있는데, 그 논리구조 자체엔 동의하지만, 1919년 3.1 운동 때 이미 형성되어 있었던 강력한 민족의식이 단 9년만에 탄생한 것이라고 믿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그의 후한 평가에도 거부감을 느낀다. 이 문제는 팩트의 문제를 넘어서는 관점의 차이일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 상론하기는 어렵다.
 


<바리데기>, 황석영, 창작과비평사 : 오랜만에 남들 읽는 소설 좀 읽어보자고 해서 주문한 것인데 (그러고보니 김훈의 <남한산성>도..;;;) 아직 손도 안 대고 있다. 책표지는 마음에 든다.


<에우티프론,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파이돈 -플라톤의 네 대화편>, 플라톤, 서광사 : <에우티프론> 말고는 옛날에 읽어보았던 것들이며, <에우티프론> 역시 워낙에 유명해서 내용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현재 듣는 수업의 진행상 구입할 수밖에 없었음. 물론 구입할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현대철학의 거장들>, 박찬국,  철학과현실사 : 안 사고 개기고 있었던 강의교재. 간결하고 평이한 서술이 오히려 매력적이다.


<로맨스 약국 - 연애의 언어에 대한 51개의 처방전>, 박현주, 마음산책 : 이건 읽으려고 사긴 했는데... 현재 여동생이 뺏어가서 안 돌려주고 있다. (;;;)



P.S 변덕이 죽끓듯 해서 정말 죄송한데... 옛날글 계속 숨겨두는 거 부질없는 일인 것 같아서, 다시 공개로 돌려놓습니다. 흠, 그러고보니 예전에도 언제나 이렇게 지웠다 올렸다 지웠다 올렸다 ㅡ.,ㅡ;; (아 인간 발전하지 않는구나.) 결정적인 요인이 있다면, 태그가 아깝더라구요. 아주 예전에 쓴 것들에 대해서까지 저거 구축하느라 꽤 고생했는데. 이회창옹도 정계에 복귀하시는 계절이니 용서해 주세요 흑흑 ㅠ.ㅠ 하지만 업데이트는 여전히 요즘 속도대로. 다들 이 블로그를 퇴적층이 공개된 휴화산이라고 생각하십시다. ^^;;;


hyun

2007.11.13 04:58:24
*.99.83.104

아니, 변덕이라니요. 사실 마음이 왔다갔다 하는 게 솔직한 거죠.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은 글자가 마구 겹쳐 떠서 낼 프레시안으로 가서 읽어 봐야 겠군요.
그나저나 그 몸의 '살'은 어떻게 돼 가고 있나요?

-_-;;

2007.11.13 08:45:51
*.98.177.129

형아 잘 돌아왔어.. 마이클조던도 2번 농구장 떠났다가 돌아왔잖아 ㄲㄲㄲ

이시스

2007.11.13 15:23:19
*.90.57.11

이런 반가운 소식이.. 좋네요

수하이

2007.11.13 18:04:10
*.119.234.49

최근 들어 가장 반가운 소식^^

뿔루

2007.11.13 21:22:11
*.86.95.61

정말 반갑네요, 잘 돌아오셨어요. 가끔이라도 글 올려주세요.

ghistory

2007.11.15 00:21:38
*.140.85.116

한윤형/ 식민지시기 조선경제사 연구에서의 이영훈의 기여는 분명 중대한 의의를 지니고, 기존 '수탈론' 이 사실 수탈을 제대로 입증해 낸 연구가 매우 드물다시피 한 게 사실이므로 그 분야에서 이영훈의 주장은 상당한 타당성을 지닙니다. 그렇지만 이승만뿐만이 아니라 그의 세부전공이 아닌 분야들을 서술한 지점은 사실관계도 날조하거나 부조적 수법을 너무 많이 썼다고 보입니다. 제가 가장 자신있게 지적할 수 있는 사례로는 그 책에 등장하는 박흥식의 행태와 관련한 지나치게 무리한 합리화 시도를 들고 싶군요. 물론 이 책에 장점이 많다는 건 인정하고 하는 말입니다.

umberto

2007.11.15 01:52:40
*.142.174.211

글쎄... 이영훈씨가 "한국 민족은 일본 강점기 때 차별받으면서 형성된 상상의 공동체라고 단언"하는 이유는 좀 다른 의도가 있습니다. 안병직, 이영훈 계열이 80년대 사구체 논쟁에서 '식민지반봉건론' 입장이었거든요. 이른바 NL들이 이쪽 이론에 기반을 하고 있었죠. 과거 NL에서 뉴라이트로 전향을 했기 때문에 민족주의에 대한 강한 경계심을 갖고 있는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론 민족주의적 입장에서 한국 보수 우파들에게 가해졌던 친일, 친미의 저주를 벗겨주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대체로 서구에서 민족주의 비판과 민족관념의 허구성은 2차대전과 홀로코스트, 인종주의에 대한 반성, 유럽통합 때문에 나온 개념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좀 이상하게 오용이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현재 한국사회에서도 과도한 민족주의 교육의 문제들이 조금씩 나오고는 있는 것 같습니다. 슬슬 민족주의나 민족관념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하긴 하지만 이영훈 류의 탈민족주의는 냉전시기 미국, 일본, 한국의 반공삼각동맹에 대한 맹목적 추종을 깔고 있고, 임지현 류의 탈민족주의도 어떤 부분들은 좀 과도하거나 위험할 수 있단 생각도 듭니다.

ghistory

2007.11.15 22:02:25
*.140.85.251

umberto/ 대체로 동감합니다. 첨언하자면 이영훈-안병직(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가 아니라 경제학과) 그룹의 지향은 남한 사회에서 '민족주의' 의 개념규정과 관련한 혼돈 내지 혼동을 반영한 것인데, 대체로 남한 내부에서 '반체제 민족주의' 진영은 자신들만의 민족주의가 '참된' 유일한 민족주의라고 이해하고 주장하여 관주도(관제 또는 공식) 민족주의의 호소력이나 침투력을 무시하고 평가절하해 왔습니다. 아예 단순한 가짜나 위장 내지 수식용 미사여구로 치부했던 것이죠.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전향 이후에도 같은 논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죠. 과거에는 그런 반제(반일과 반미를 핵심으로 하는) 내셔널리즘의 원초론적-인종주의적-유기체적 성격이 지니는 문제점은 외면하고 지고지선으로 이상화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그 성격을 악마화하고 있습니다. 표면상으로는 달라보이지만, 남한에서의 '민족주의' 가 '반미-반일' 을 핵심으로 하는 반체제 민족주의만 존재했다고 인식하는 점에서는 과거와 동일하되 그 평가만 급반전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투항한 남한 국가주의, 속칭 '대한민국 내셔널리즘' 역시 관제 민족주의의 한 결과물이라는 점, 국민국가가 어떤 식으로든지 민족주의 정서와 논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들은 남한 관제민족주의의 신판 후계자들이라 할 수 있죠.

뻘쭘

2007.11.15 22:45:41
*.218.249.117

남한 대토벌은 19세기 후반이 아닌 20세기 초반의 일이니 수정하셨으면 합니다.

하뉴녕

2007.11.16 02:06:57
*.176.49.134

감사-. 을미의병과 연대가 헷갈려 버림 ;;

kritiker

2007.11.16 00:56:46
*.232.120.84

김현진씨의 자기격려서는 나도 갖고 있다. 으쓱-ㅂ-

하뉴녕

2007.11.16 16:58:18
*.46.4.22

우린 이제 스무살이 아냐. 훌쩍 ㅜ.ㅜ

하뉴녕

2007.11.16 02:06:27
*.176.49.134

umberto / 비전공자 입장에선 새로운 맥락을 알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는 지금 한국에서 민족주의 비판이 유효하지 않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한국에선 아직 민족 개념이 유효하다."는 류의 견해는 뭔가 논의를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간다는 생각이구요. 민족주의 진영쪽에 안타까운 것은, 저 두 진영 사이에 탈민족주의 진영에서 제기한 데이터를 수용하면서도 민족주의를 유지하는 방안이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다양한 종류의 민족주의가 분화되지 않은채 "저들의 말을 들으면 민족이 사라지고 그럼 뭔가 큰일이 난다."는 식의 앵무새 대꾸로만 반응하고 있다는 겁니다. 탈민족주의자들에 대한 대중들의 정당하지 않은 편견을 그대로 방치하고 은근히 즐기기까지 하는 것도 마음에는 안 듭니다. 물론, 그게 악의적인 것이라기보다는 그들 역시 대중에게 동의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요.

plath

2007.11.16 15:39:52
*.111.244.169

오오 새로운 디자인이 이쁘군요. 잘 했어요 호호. 그나저나 저 위의 제목, '한윤형's Blog 한윤형의 블로그' 중의 하나는 쌔끈하게 바꿔보는 건 어떨지? 두 문장이 반복되니 자꾸만 '교정자'의 입장에서 눈이 걸립니다 -ㅅ-
....그나저나 '연애의 언어에 대한 51개의 처방전'이라니...orz 그냥, "노트 좀 빌려주세요"면 된다니깐!!

하뉴녕

2007.11.16 16:59:08
*.46.4.22

저저기, 저 책은 '작업의 정석'이 아닌데요. ㅡ.,ㅡ;;

극단혹은중용

2007.11.16 18:10:22
*.31.49.149

반갑습니다.

예전 글들 중에 다시 보고 싶은게 많았는데, 이제 읽을수 있겠네요 ^^.

자주 들리겠습니다.

현슬린

2007.11.17 18:15:18
*.121.128.57

로맨스약국은 예전에 봤어. 재미있더라. 음...김현진씨 책은 시사인에서 두번인가 소개를 봤어. 여기저기서 꽤 소개 나오더라.
블로그 디자인이 바뀌었구나. 예쁘다 상큼하네.

하뉴녕

2007.11.19 09:16:34
*.176.49.134

응. 저도 지금 로맨스약국 찔금찔금 보는데 재밌네요. 삽화도 적절하고.

xenogan

2007.12.12 18:19:05
*.168.180.151

저는 <바리데기>표지야말로 책 내용과 부조화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곱상한 처녀가 고운 모양새로 표지에 등장해서는 안 되는 소설이랄까나요. 그리고 배경 또한. 좀 더 '환상'의 느낌을 살렸어야만 합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ㅎ

얼마 전에 써서 동아일보에 응모한 평론을 읽어볼 생각이 있으시다면 제 닉네임@gmail.com으로 연락주셔요.ㅎ

하뉴녕

2007.12.13 09:57:45
*.46.4.26

ㅎㅎㅎ 심하게 게을러서 아직도 사둔 바리데기를 안 읽고 있습니다. 앞으로 읽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서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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