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별 건 아니지만......

조회 수 800 추천 수 0 2007.10.09 07:48:47
남들이 볼 때는 별 일이 아니지만, 프레시안에 보낸 원고 를 통해 나는 더 이상 민주노동당 당원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선언을 해버린 셈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친구의 불행에도 별다른 부조를 하지 못하는 내 처지에 질려서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에 돈을 내지는 않기로 이미 마움을 굳혔다. 이건 경선 전에 이미 결정을 내렸으니까, 행여나 심상정이 후보가 되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게다. 응원은 하겠지만, 난 돈은 못 주겠다, 왜냐하면 난 사적인 부조가 더 급하니까...... 그래서 정지된 당권을 돈내고 살려 심상정에게 투표를 할 생각도 하지 않았고, 대선정국에서도 돈내는 일은 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지만 이건 일종의 '냉담자'니까, 당원의 정체성을 완전히 벗어난다는 것과는 또 다른 일이다. 고해성사도 안 하고 헌금도 안 내는 카톨릭 교도는 언젠가 다시 천주교회에 나가 고해성사 한 후 영성체를 모시면 다시 온전한 교도가 될 수 있지만, 교황이나 추기경을 맹렬히 비난해서야 더 이상 그 치를 신도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정치인이나 정치세력, 정당 등은 기본적으로는 시민들의 정치적 지향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우리들은 그것들을 철저하게 도구적인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 목적은 정치적 지향이고, 도구들은 그 지향을 실현시켜 주는 한에서, 혹은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한에서 의미를 지닌다. 그래도 한 정당의 당원이 되겠다는 건 그보다는 더한 충성서약을 하는 셈이다. 비록 이 정당도 기본적으로는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에 나는 떠날 수 있겠지만, 떠나기 전까지는 이 도구 자체가 목적이라고 보고 사유하고 행위하겠다는, 그런 충성서약.


민주노동당 내에선 대선후보 경선과정 동안 있었던 안 좋은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새롬이님을 중심으로 고소 고발 과정에 들어갔다. 2002년부터 잘 아는 분이고, 나한테도 도와달라고 연락이 왔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생까는' 형국이 되었다. 글을 프레시안에 보내기 전에 이상한 모자님에게 한번 보여줬는데, "나한텐 재미없지만 화제가 되기는 하겠다."란다. 왜 재미가 없느냐고 물었더니, "왜냐하면 나는 당원이니까."라고 대답했다. 맞는 말이다.


2002년도에 인터넷에 정치적인 글을 올릴 때에는, 실제 팩트보다 약간 민주노동당에 유리하게 구부려서 글을 쓰기도 하고 그랬다. '거짓말'은 아니지만, 이렇게도 볼 수 있고 저렇게도 볼 수 있는 개연성이 있는데, 굳이 이쪽으로 봐주는. 그 시절엔 나도 그 정도의 일은 했다. 이번에는, 사실 나는 민주노동당을 완전히 떠날지 말지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내 원고 담당자인 강양구 기자님이 블로그를 보더니 '구렁이 vs 구렁이 vs 구렁이'라는 컨셉으로 한번 써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말하자면 빼도 박지 못하게 '걸린' 꼴인데, 처음에는 그냥 정동영만으로 써보면 안 되겠냐고 역제안을 했다가 그냥 하자는 대로 했다. 권영길은 슬쩍 빼고 '검증된 이무기 vs 미확인 생물체'의 구도를 유지한 채 문국현을 글에 낑겨넣는 방안도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해줄 생각은 더 이상 들지 않았다.


민주노동당을 포함해서 더 이상은 한국 사회의 변혁을 바라는 이들에게 걸맞는 정치적 도구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떻게 새로운 도구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다. 인물중심이냐 정당중심이냐 라는 논쟁이 현재 무용한 것은 그 때문이다. 어차피 적절한 도구는 없으니까. 정당정치가 옳다는 건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들의 정치적 지향을 대변하는 수단적 가치에서 탁월하다는 것이지, 그것 자체가 선험적으로 옳다는 건 아니다. 그러므로 비록 민주노동당이 한국 사회에서 유일하게 제도적으로 굴러가는 정당이라 할지라도, 단지 그 이유 때문에 그들을 계속 지지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문국현에 대해서도 나는 '문국현 올인'은 도구를 대하는 적절한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문국현이 적절한 도구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데에도 회의적이다. 하지만 어쨌든 방향은 제시해야 하고 지금으로선 그 방향성에 대한 논의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은 심정적으로 문국현에 기울어 있는 사람들밖엔 없을 것이기 때문에, 그들을 향해 무언가 길게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짧은 이야기가 아니므로 이번 글에 한두 단락으로 포함시킬 수는 없었다. 다음에 보낼 글에 그들을 향한 얘기가 나올 것이다. 지지지가 똑똑해야 정치인도 공익적인 선택을 내린다. 내가 바라보는 건 문국현은 아니고 그 지지자들이다.
 

이를테면 현재의 내 포지션은 민주노동당 지지도 아니고 문국현 지지도 아니며 어떻게 하면 새로운 도구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는 위치라고 볼 수 있는데, (하루종일 이 고민하는 건 아니니까 굶어죽지 않을까 염려하지 않으셔도 된다. 물론 생계를 고민하는 시간이 월등히 더 길다.) 일단 현재로서는 문국현 지지자들을 향해 내가 생각하는 바를 말해야 할 처지인 것 같다. 별로 먹히지는 않을 것 같지만.


2002년도에 안티조선 운동을 이탈한 후 말하자면 두 번째 이탈인 셈이다. 안티조선 운동에서 이탈할 때엔 입장정리글을 올리고 나왔는데 (거기서 나는 조용히 사라질 수는 없는 입장이었다.) 이번엔 그냥 어느새 저놈이 소리소문없이 나가서 뒷다마를 까고 있더라는 형국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이런 같잖은 변명을 주절거린다.





수하이

2007.10.09 08:49:44
*.119.234.49

민노당 당원중에서도 새로운도구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저를 포함하야...분당을 이야기 하는건 아니구요...하여튼 그렇지요.

노지아

2007.10.09 09:38:10
*.149.21.242

"비밀글입니다."

:

-_-

2007.10.09 13:02:57
*.128.154.66

안티조선운동은 신정아 사건에 대한 편파보도-_-;;에 분개한 조계종에 의해 새로운 전기(래봤자 결국 '왜 우리 밥그릇 걷어차냐'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성격은 판이하게 다르지만)를 맞게 되었는데.. 민노당도 이런 꺼리 하나 뭐 없을까요.

뮤탄트

2007.10.09 15:09:20
*.53.247.194

쓰신 글 잘 읽었는데, 마음에 안드는 부분은 칼럼 말미에
한윤형/학생, 이라고 된 부분이에요. ㅎㅎㅎ

아는 분들이야 이름 들으면 알겠지만 학생(?)이나,총각(?)이나 라고 해도 될 정도로 '학생'은 참 허무개그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ㅎㅎㅎ 뭐 한번 생각해보셔두 될 듯.

하뉴녕

2007.10.09 18:43:26
*.176.49.134

허허허... 근데 딱히 뭐라고 쓸 말도 없죠. 논객 따위의 호칭이 붙어있는 것보단 학생이 훨씬 낫네요. ^^;;

2000

2007.10.10 01:05:22
*.128.251.73

"비밀글입니다."

:

갑자기

2007.10.10 07:33:54
*.139.107.140

'학생부군신위' 라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deusexmachina

2007.10.10 08:09:12
*.15.138.41

교황과 추기경들을 맹렬히 비난하더라도 그 사람이 가톨릭신자가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 사람이 배교행위나 이교행위로 교회 공동체와 단절
(공동체community와 단절된다는 것은 성체성혈communion을 먹고마시는 신자공동체의 식탁에서 배제된다는 것을 의미하죠)
되기 이전에는 가톨릭 신자인 것입니다
교황과 추기경들을 맹렬히 비난하는 행위가 교회공동체와의 단절로 직결되는지가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한스큉 신부도 교회명의로의 강의출판금지만 받았지 개인명의의 강의출판 자유롭게 하고 가톨릭교회의 사제로 성사생활 잘 하고 있습니다

하뉴녕

2007.10.10 08:16:16
*.176.49.134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일단 전 절차적인 문제를 얘기한 것은 아니구요. 맹렬히 비난한다는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도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제가 명료하게 쓰지 못했습니다. 가령 어떤 당원이 평소에 당 지도부나 당 대표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맹렬히 비난할 수 있을 것이고, 저 역시 실제로 과거에 그렇게 했던 적도 있지요.

하지만 지금의 제 비난은 그가 민주노동당이란 정당의 존재의의를 없애버렸다는 수위에 이르렀기 때문에, 그 비난대로라면 제가 민주노동당에서 이탈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 되는 거죠.

좋은 지적 감사드립니다. :)

앙겔루스노부스

2007.10.12 22:49:02
*.237.161.181

'정치인이나 정치세력, 정당 등은 기본적으로는 시민들의 정치적 지향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한국시민들의 10%만 이 말을 이해하고 그중의 반만 이대로 행동하면, 아마 님이 바라는(그리고 상당부분은 저도 바라는) 정치가, 사회가 한국에 구현될겁니다. 저게 참 어렵더군요... 최근 활약하신 디워사태, 황빠사태, 월드컵, 환빠등등 각종 사태마다 결국 고리는 저것이니...

Dali

2007.10.15 11:00:22
*.246.187.134

'학생' 보단 그냥 '시민' 뭐 이런 게 저는 좋던데요. 하기사, 전에 어디다 글 써서 보냈더니 제 이름 옆에 '여대생'이라고 적어서 뚜껑 열린 적이 있긴 합니다만..

하뉴녕

2007.10.15 12:39:32
*.111.244.169

그건 뚜껑 열려 마땅한 일이군요 -0-;;;

정통고품격서비스

2007.10.16 18:27:31
*.216.114.61

이건 어떨까요?
한윤형/명문대생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101 트랜스포머 file [2] 하뉴녕 2007-07-02 803
100 잡담 [1] 하뉴녕 2007-06-21 803
99 엄살의 댓가 [2] 하뉴녕 2007-04-12 803
98 대통령 재신임 - 잘 쓰다가 망친 드라마 하뉴녕 2003-10-11 803
97 희망고문과 냉소주의 사이에서 [4] 하뉴녕 2007-11-24 802
96 할아버지 [8] 하뉴녕 2008-05-04 801
95 사흘 금주 후 다시 술 [4] 하뉴녕 2008-04-16 801
94 홍진호 2승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6] 하뉴녕 2009-07-04 800
93 진보신당 대변인실 [7] 하뉴녕 2008-03-25 800
» 별 건 아니지만...... [13] [1] 하뉴녕 2007-10-09 800
91 온라인 당비 특별좌담 -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자의 죽음'을 돌아보다 1 하뉴녕 2010-01-22 799
90 [펌] 프레시안에 실린 국립 오페라단 시위 기사 [7] 하뉴녕 2009-04-09 799
89 조모상 [11] 하뉴녕 2008-04-27 799
88 광우병 민심에 관한 몇 개의 잡담 [10] 하뉴녕 2008-05-09 798
87 대화 [1] 하뉴녕 2007-05-13 798
86 늦잠 하뉴녕 2007-04-28 798
85 어라, 1만 히트가 넘었네? [30] 하뉴녕 2007-03-12 798
84 11월에 구입한 책 [20] 하뉴녕 2007-11-13 796
83 '형'질 하는 인간들에게 경고 [9] [1] 하뉴녕 2007-10-01 796
82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5] 하뉴녕 2010-01-02 7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