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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진보누리의 아흐리만씨가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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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총선 결과를 두고 벌써부터 설왕설래다. 5.16 이후 처음 이루어지는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분석기사는 비례대표 의석 수에 따라 원내교섭단체도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솔직히 생각해보자. 2004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교섭단체를 결성할 만큼 성장한다면, 그것이 장기적으로 민주노동당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줄까? 다르게 말하면, 민주노동당은 국회 원내 교섭단체를 효율적으로 꾸릴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여러 위원회를 꾸리고 사안마다 민주노동당적 입장에 충실하면서도 실현가능한 정책들을 내세울 수 있을까? 만일 그런 능력이 있다면 민주노동당은 바로 다음 대선에서 강력한 주자로, 또한 다음 총선에서 원내 2,3 당을 다투는 유력 정당으로 급상승할 것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그런 능력이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현재 민주노동당이 감당할 수 있는 의석은 많이 잡아야 6-7 석이다. 그렇다면 일단은 그것만을 원해야 한다. 감당하지 않을 목표가 충족되고, 그리고 맡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내지 못할 경우, 우리를 향한 대중의 지지는 다시금 정치 허무주의애 빠져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태를  막으려면, 민주노동당의 능력을 키우는 일에 힘쓰는 수밖에 없다.


민주노동당은 엉터리다. 우리는 그 사실부터 인정하고 들어가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여기저기서 이런 말이 들릴 것이다. "무슨 소리인가? 기층 노동자와 결합하고 뚜렷한 진보적 지향을 지니고 진성당원제 등 완벽한 당내 민주주의 시스템을 구비한 민주노동당이 어째서 엉터리 정당인가? 부족한 면이 있다한들 설마하니 한나라당, 민주당, 열린우리당보다 엉터리란 말인가? 그런 소리인가?" 물론 그런 소리는 아니다. 그러나 일정 부분은 그런 소리이기도 하다.


민주노동당은 어떤 부분에선 보수 3당보다 훨씬 뛰어나다. 그러나 어떤 부분에선 보수 3당보다 훨씬 엉터리다. 그 '어떤 부분'이란 무엇인가? 이 점을 알기 위해 간단한 비유를 채택해보자.


보수 3당이 만든 자동차가 같은 방향으로 질주하고 있다. 도로 환경이 엉망진창이라 운전을 하다보면 신경쓸 겨를도 없이 교통법규를 위반하고, 보행자를 다치게 만들기도 하는 그런 상황이다.


열린우리당은 자신들의 자동차가 교통법규를 1/10밖에 위반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다른 자동차와 똑같이 취급하지 말랜다. 게다가 이 저도로 열악한 도로 환경에선 이 정도 법규 위반하는 것도 용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자신들의 자동차가 정당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 자동차의 운전사가 기계를 험하게 다룬다고 비난한다. 그 사람이 성질이 더러워 급정거와 급발진을 일삼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기계를 험하게 다루다가는 어느 순간 자동차가 폭발해 탑승자들이 사망할 위험성이 있다고도 말한다. 반면 자신들은 수십년 간 곡예운전을 해온 베테랑으로, 아무리 자동차가 낡았다 하더라도 그 기계를 잘 다루며 험한 도로를 헤쳐나갈 노하우가 있다고 주장한다.


양측의 주장에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제 여기에서 민주노동당의 자동차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생각해보자. 먼저 이 자동차의 절대적인 우위는 아무리 도로가 험해도 의지만 있다면 교통법규를 어길 필요가 없는 시스템에 있다. GPS를 장착하고 있어, 험한 도로는 피해갈 수 있는 탓이다. (진성당원제, 당내 민주주의) 그러므로 보수3당의 부패는 구조적인 문제이지만, 만일 민주노동당의 부패가 발견된다면 그것은 근절가능한 문제가 된다. 의지만 있으면 GPS를 활용해 다른 도로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자동차는 다른 자동차와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자 한다. 이것 역시 매우 놀라운 부분이다. 어느 방향이 옳은가에 대한 해묵은 논쟁은 일단 접어두자. 일방통행보다는 쌍방통행이 교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평범한 진리만 상기하기로 하자. 대부분의 자동차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면서, 자신의 방향의 힘을 키워나가려는 세력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높이 평가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이 자동차는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가? 이쪽 방향으로 가려던 사람들의 염원은 많았으나, 지금껏 그러한 염원을 대변해줄 자동차는 생산되지 않았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자동차가 완성될 날을 기다리며 부품만을 만들어왔다. 그리하여 언젠가 왼쪽으로 달려갈 자동차를 상상하고 만들어진 여러가지 부품들만 사거리에 그득그득 쌓여있다. 물론, 민주노동당이라는 자동차는 무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이 부품들을 얼기설기 엮어 만들어졌다. 일단 그것들을 엮느라 바빠 자체적인 부품부가 없는 경우도 있다. 가령 민주노동당엔 교육위원회가 없고, 교육정책은 대개 전교조에서 왔다는 식이다.


민주노동당 자동차는 자신을 "부품 자동차"(정책정당)라고 소개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온전히 맞는 말도 아니다. 무슨 소리인가? 오로지 부품의 성능만을 홍보수단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민주노동당 자동차는 자체적으로 매우 훌륭한 부품들을 개발해왔다. 그것이 보수 3당 자동차들과의 차이점이다. 그러나 그 부품들은 자동차를 구성하는 수많은 부품들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전체 자동차의 맥락에서 보면, 민주노동당 자동차는 훌륭한 자체 개발 부품과 이전에 만들어진 수많은 개별 기업의 부품들이 얼기 설기 결합된 채로 사거리에 머물러 있다.


비록 보수 3당의 자동차의 부품들의 효율이 10%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나, 그들의 자동차는 이 부품들이 10%의 효율을 지니고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다. 그리하여 비록 착용감이 떨어지지만 도로를 주행하는데엔 별 문제가 없다. 반면 민주노동당 자동차의 몇개 부품들의 효율이 무려 30%에 달한다고 해도, 그것들은 과연 돌아갈지도 의심스러운 많은 부품들과 얼기설기 결합되어 있다. 그래서 이 자동차가 과연 달릴 수 있을 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의구심을 품게 된다. 이것이 민주노동당의 당면 문제다.


그 부품들은 심지어 서로 간에 충돌을 일으킬 수도 있다. 통일정책을 두고 중앙당과 자통위 사이에 충돌이 일어났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노동정책과 농업정책의 불화도 아직까지 수면으로 떠오르진 않았지만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 민주노동당 자동차엔 너무나 많은 이익집단들이 결합되어 있다. 지금은 개개의 상황에서 상대적 약자로 인정되는 그들의 요구를 모조리 수렴하여 자동차 부품으로 채워넣었지만, 일단 자동차가 운행되기 시작된다면 문제는 다르다. 노동조합이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FTA에 찬성하라고 요구한다면 민주노동당은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


놀랄 만한 수준의 GPS를 탑재하고 있고 황폐하지만 유의미한 길로 용감하게 떠나려고 하지만, 통일성 없는 부품들이 중구난방 결합된 자동차, 그것이 민주노동당의 현주소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민주노동당의 잘못이거나 좌절해야 할 시대적 한계가 아니라, 이 시대에 진보정당을 구성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누가 이 시대에 처음부터 완벽한 자동차를 만들어내 왼쪽으로 달려갈 수 있단 말인가?


그러므로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이번 총선에서 몇석을 얻을 것인가에 대한 시뮬레이션 게임도 아니요, 비례대표 의원을 정파별로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를 의논하는 정략 게임도 아니다. 민주노동당표 자동차가 발진을 시작할 2004년 4월을 대비해 우리는 이 자동차의 유기적 통일성을 고민해야 한다. 조화롭게 구성된 자동차가 처음엔 시속 20km로 출발하여 점점 더 속력을 내도록 조율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의 의정활동은 어찌되었든 국회의원 몇 사람의 힘으로 시작될 것이다. 나는 그들이 정파적 배분에 의해 당내에서 선출된 사람들이 아니라, 지역 사회에서 오랫동안 활동하고 차츰차츰 신망을 쌓아 국회의원이 된 사람이기를 희망한다.


국회의원 몇 사람의 활동이 시작되면 신규 당원도 급증할 것이다. 나는 그 당원들이 당내에서 특정한 어떤 조직에 소속되지 않고도 혼자 힘으로 충분히 당에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누리게 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민주노동당표 자동차의 질주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달려가기 이전에 먼저 고민해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필경 넘어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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