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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놀아난 것인가, 결탁한 것인가.

조회 수 947 추천 수 0 2004.01.14 02:32:00

서프라이즈 논객들과 청와대 사람들이 '밥'을 먹은 사건을 두고 쓰여진 글. 진보누리에 아흐리만이란 아이디로 올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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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나는 김동렬, 공희준, 지승호 등의 해명(?)을 신뢰한다. 그 해명이 그들의 양심에 부합함을 믿는다. 바꾸어 말하면 그들의 정치적 무감각과 무능력을 믿는다는 뜻이다. 현직 청와대 인사와 공적인 만남을 비공식적/비공개적으로 가졌다는 데에서 그들은 할 말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여기서 먹은 '밥'이 노사모 시절 가끔 들른 노짱에게 얻어먹은 '밥'과 똑같다고 보는 듯 하다.


하지만 설마하니 언론사의 정치부 기자였던 서영석이 그토록 순진할리 없다. 그러한 만남이 가지는 의미를 몰랐을리가 없다. 그렇다면, 이 만남은 '음험함'과 '어리석음'의 결합이다. 서영석의 음험한 정치적 지향이 어리석은 이들의 개념없음에 터치받지 않은 채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다. 물론, 하나의 예외는 있다. 변희재다. 그의 모든 능력 중에 단 하나 탁월한 것을 꼽는다면 정치적 능력이다. 만약 참석했다면, 그는 그 자리의 부적절성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 와서 폭로의 주동자로 지목받는 것이기도 하고.


따라서, 청와대 국민참여수석과 식사 몇끼 같이 했다는 정치적으로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서는, 서프라이즈 논객들은 서영석에게 '놀아난' 것이다. 그게 다다. 좀 찜찜했다면, 이제 와서 "나도 좀 찜찜했다. 미안하다."하면 끝날 일이다.  


그러나 두번째 문제는 좀 더 심각하다. 먼저, '밥'먹고 노빠질 한게 아니냐는 진중권의 비아냥에 대한 히아신드의 비판이 합당하다는 점을 밝힌다. 그들은 자발적 노빠요, 확신범이다. 한마디로 밥을 먹어도 노빠요, 밥을 안 먹어도 노빠요, 잠이 드나 잠이 깨나 앉으나 서나 노빠다. 그들이 양심상 떳떳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을 것이다. "우리가 언제부터 밥 먹고 노빠였냐? 그런데 밥 좀 먹었다고, 뭐?"


하지만 구체적인 지적은 무시할 수 없다. 그 지적의 핵심은 청와대가 파병반대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서프라이즈를 활용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호도당할 정도로 멍청이냐!!"라고 흥분하지 말길 바란다. 안티조선 운동 할 때 많이 들었던 말이다. 멀쩡히 판단 잘 하는 사람도 휩쓸리는게 언론의 힘이 아니라면, 도대체 왜 우리가 언론 운동을 한단 말인가?


한번 팩트를 점검해 보자. 1차 의무병/공병 파병 당시 서프라이즈는 대체적으로 대통령의 결정에 순응하는 분위기였고, 대조적으로 진보누리는 격렬히 반대하는 분위기였다. 반면 2차 파병에서는 진보누리 뿐만 아니라 서프라이즈의 노무현 지지자들 다수가 파병에 반대임을, 적어도 전투병 파병에는 절대 반대임을 천명했다. 청와대가 여론의 부담을 느끼는 시점은 바로 이 시점이다. 1차 파병이 아니라 2차 파병이다. 지지자들이 반대하는 파병을 하기가 두려운 것이다.


이 시점에서 서영석은 라디오21이라는 매체와 서프라이즈 대문을 통해, "믿을 만한 소식통에 의하면 정부가 비전투병 파병을 결정했다"고 '특종'(?)을 터트렸다. 구체적으로 장영달인가 하는 국회의원 이름도 거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서프라이즈가 정치권 인사와 줄이 닿아있는 것 자체는 비판하기 어렵다. 물론 진중권이 그리하듯 그것이 '친여 매체이므로 얻을 수 있는 프리미엄'임은 인정해야 겠지만.


문제는 그 효과다. 서영석은 그후 한 두개의 글을 통해 "전투병 파병을 주장하는 자, 그 입 다물라!"라는 메세지를 전달한 것으로 안다. 이 시점에서 전투병 파병을 반대하던 노무현 지지자들이 정부의 정책에 대해 온정적으로 돌아선 것은 물론이다. 어디 노빠들 뿐이던가. 순진한 나도 서영석이 설마 정부 당국자 말 인용하면서까지 거짓말하진 않겠지, 라는 마음에 노무현 정권이 그 정도 기특한 일을 한다면 평가해줘야 한다고, 추이를 지켜보자고 주장하지 않았던가.(아마 열심히 검색해보면 그때 글이 나올 것이다.) 말하자면 파병 반대를 위해 정부를 압박해야 하던 시점에서 전선이 깨져버린 것이다. 다들 일이 잘 풀린 줄 알고 피크닉을 가 버린 것이다. 그래서 결과가 어찌되었던가.


미국은 비전투병이 필요없다고 응답했다. 내년 미국 선거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만약 한국군이 출발한다면 그것이 100% 비전투병일 수는 없을 것이다. 여러 보도를 통해 특전사가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노무현 정권 입장에서도 변명의 여지는 있다. 자주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려 해도 국방부, 외무부에서 미국에 알아서 기어버리더라고, 우리에게 하소연할 수 있다. 최근 보도된 정부 부처간의 갈등도 그러한 사례를 증명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라면 오히려 더욱 파병반대를 거세게 부르짖어야 할 상황일터, 자신들이 결정하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처럼 서프라이즈에 광고해놓고, 결과가 이게 뭐란 말인가. 노무현과 그 측근들은 너무나 편의적인 사고에 익숙해졌다. 과거 노무현과 민주당을 분리시켜, 민주당이 아닌 노무현을 봐달라고 외치던 편법 사고에 익숙해져서인지, 이제는 아예 외무부와 국방부는 정권으로 생각하지 말란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다. 도대체 무엇을 어쩌자는 것인가?


게다가 노무현 정권을 과연 이런 식으로 순수하게 신뢰해야 하는지도 의문시된다. 2차 파병 선언 전후를 생각해보면, 노무현은 시민 사회단체 인사들을 만나 파병 반대 여론을 수렴한 바로 그 다음날 2차 파병 결정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여론 수렴 쇼는 다 했으니 이제 결정된 사안 발표하면 된다는 것인가. 쇼치고는 너무 속이 뻔하다. 노정권이 이렇게 미리 결정된 사안을 두고 여론 플레이를 하는 집단이라면, 파병 문제에서도 비슷한 일을 하지 않았으리라는 보장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므로, '비전투병 파병'론은 노무현 정권의 파병반대 여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여론조작이거나, 최소한 노무현 정권의 무능한 행정력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비전투병 파병'론의 중심에 서프라이즈가 있다. 서프라이즈는 모든 매체 중 유일하게 노무현 정권이 내세운 '비전투병 파병'론을 띄웠다. 노무현 지지자들은 다른 언론의 상반된 보도를 접하면서, "아, 언론들이 이렇게 지랄발광을 하는구나. 전투병을 보내려고 지랄들을 하는 구나. 하지만 노통은 전투병을 안 보낼거야. 진실(?)을 기다려봐!"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 그 진실(?)은 어디 갔나? 아직도 그것이 확고한가?


따라서, 서프라이즈 전체에 던져야 할 질문은 간명하다. "놀아난 것인가, 결탁한 것인가."  놀아났으면 좀 쪽팔려하며 세수를 할 일이고, 결탁을 했으면 지구를 떠날 일이다. 서영석과 기타 서프라이즈 논객, 그리고 독자들은 문제의 핵심을 직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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