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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자자, 2004년이 왔다! 힘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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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의 민주당 지지자, 혹은 노무현 지지자들이 민주노동당은 노동자 중에서 생활수준이 높은 편인 (물론 이들은 이러한 드라이한 용어보다는 '귀족노조', '노동귀족' 등의 정서적이고 선동적인 용어를 좋아하지만) 대기업 노동자들을 보위하므로, 사회적인 약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며 외려 약자를 억압하는 '사회악'이라는 논리를 편다.  


먼저 대기업 노조 중심의 노동 운동이 중소기업 노동자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자. 노조란 원래부터 이익 집단이며, 사회적인 관계들을 고려할 수는 없다. 그러나 노동운동 진영이나 좌파 진영이라면 어떤 투쟁이 직면하여 그것이 올바른 투쟁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별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노동귀족' 비판자들이 주시하는 울산만 보더라도, 오히려 전투적 노동운동이 활성화되어 있는 곳에서 비정규직 운동도 더욱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 자동차 노조의 경우 파업 투쟁 가운데 (자사 하청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익도 보호해주려는 움직임이 더욱 커지고 있고, 민주노총에서도 점점 더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의제화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것은 노동운동이 사회적인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한 전략(?)이라 볼 수 있다.


반면, 흔히 비판자들이 생각하는 대기업과 대기업 노조의 야합은 오히려 노조투쟁이 벌어지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년간 파업없이 임금인상이 있었던 현대 중공업 노조의 하청 노동자들은 현대 자동차 하청 노동자들에 비해 훨씬 자사의 탄압도 많이 받고, 현중 노조로부터 지원도 받지 못한다. 이런 점을 고려해볼 때 노동운동의 도덕성이 타락했다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노동귀족' 비판자들의 주장은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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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대기업 노조의 임금인상이 사회악이라는 '경제논리'를 분석해 보자. 이 논리는 (주로 김영재 님의 것에서 따왔지만) 대충 다음과 같은 순서로 전개된다.


1.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이 인상되면 대기업이 위축된다.

2-1. 대기업은 노동자 임금 인상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하청업체에게 부담시키게 된다.
3-1. 그러므로 하청업체의 기반이 취약해지며,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임금은 동결되거나 감소하게 된다.
4-1. 따라서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 인상은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행위다.

2-2. 위축된 대기업은 사세확장을 하지 못하게 된다.
3-2. 그러므로 신규 채용을 하지 못하게 되며, 그 결과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다.
4-2. 따라서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 인상은 실업자들을 괴롭히는 행위다.


전혀 개연성이 없는 얘기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이 논리구조에선 기업이 '어디에서' 이윤을 얻는지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만약 대한민국이 '세계의 공장'이라면, 그러니까 국내에서 생산한 물건을 해외에 팔아 번돈으로 전국민이 먹고 사는 나라라면 위의 논리는 상당부분 성립할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경제 총생산에서 무역량의 비중이 아무리 높다한들,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게다가 작년 대한민국의 수출흑자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한다. 즉, 수출 분야에서는 기업에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청년 실업 문제 등이 악화되고 경기가 안 좋은 이유는 순전히 '내수 시장' 문제에 있다 하겠다. 이는 경제 전문가들이 모두 하는 얘기다.


그런데 내수는 어디에서 충당되는가. 김대중 정권은 IMF를 극복하기 위해 종래의 수출주도적 산업 구조를 탈피하고 내수 주도의 경제정책을 폈다. 그것 자체는 옳은 일이다. 그러나 김대중 정권의 문제는 그 내수 확대를 '카드'와 '주식'으로 유도했다는 것이다. 소비확대를 위해 한정없이 늘어났던 카드빚은 지금 카드회사의 부도 위기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빚으로 돌아왔다.


당시 IMF라는 긴박한 상황에서 카드 정책은 나름대로의 실효성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정책적인 안정성을 획득하려면 그후 국민들의 실질임금인상이 뒤따랐어야 했을 것이다. 그랬어야 그들이 한때 늘어났던 카드빚을 정리할 수 있었을 테니까.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아직도 '저임금'이 기업을 위한 길인 줄 생각하는 낡은 마인드가 사회를 지배한다.


분명히 하자. (저가 상품을 대량생산하는) 수출 기업이라면 '저임금'이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나머지 기업에선 '저임금'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수뿐 아니라 수출만 봐도 그렇다. 과거 일본의 수출과 한국의 수출을 비교할 때, 일본은 치열한 국내 경쟁을 못 견딘 기업이 수출을 하기 때문에 높은 기술력으로 많은 돈을 버는 반면, 한국은 애초부터 외화를 벌기 위해 수츨을 하기 때문에 저임금 저가 생산품으로 적은 돈을 번다고 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에서도 국내의 기술 경쟁을 통한 고가품 수출이 현실화되고 있다. 삼성 애니콜은 그 단적인 예다. 한국의 핸드폰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한 까닭은 거의 전국민이 핸드폰을 6개월 마다 갈아치웠기 때문이다. 즉, 순수하게 자본주의의 논리로만 보더라도 과다 소비는 경기를 활성화시키고, 기술력을 상승시켜, 결과적으로 국부를 증진시킨다. 그런데 이 시기에 '저임금'으로 적게 쓰고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어떤 인간들인가.


오히려 역으로 생각하면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 생산은 내수를 촉진시켜 국내경기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그리하여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상시키고 실업자들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이도 절대적인 논리는 아니다. 경제 상황은 매우 가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최소한 대기업 노조의 임금인상이 '사회악'이라는 어거지 논리보다는 설득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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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대기업 노동자는 사회적인 최약자가 아니기 때문에 지지받아야 할 이유가 없으며, 따라서 이를 지지하는 민주노동당은 좌파가 아니며, 진정한 좌파는 사회적인 최약자를 지지해야 한다는 논리에 대해 검토해 보자.


일단 이는 좌파와 우파의 사회복지에 대한 개념 차이에서 연유한 것으로 보인다. 우파의 세계관은 사회 전체적으로 자유 경쟁하는 '개인'을 본다. 그리고 이들 중 더 이상 경쟁할 수 없을 정도로 전락하는 최하층의 사람들을 구제하려 한다. 왜냐하면 그들을 구제하지 않을 경우 경쟁 시스템이 더 이상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약자 구제' 운운은 바로 이 세계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좌파의 사회복지는 그러한 것이 아니다. 좌파들은 '최약자'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가져야 할 권리를 중시한다. 가령 국가는 시민들의 교육권이나 의료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는 식의 사고방식이다. 이러한 권리는 모든 시민에게 보편화되어야 한다. 이러한 권리가 보편화되면, 물론 이 사회의 '최약자'는 살기가 매우 편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좌파들의 사회복지에 최고 빈곤층에 대한 직접 지원이 없다는 얘긴 아니다. 다만 변별하자면 그렇게 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좌파들이 최약자가 아니라 중산층을 지원하기 때문에 어거지라는 주장은 서로의 세계관을 깡그리 무시한 자기 편의적인 주장일 뿐이다. 게다가 교육 정책과 의료 정책의 경우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이 (지금 논의되는 의미에서의) '좌파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놓지 않았는가. 생계가 곤란한 최약자만 없다면 사회 대다수 구성원들의 삶의 질이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식의 세계관이 우리 사회에 무엇을 가져다 줄지 생각해 보라.


김대중 정권의 경우 빈곤층에 대한 몇몇 지원 법률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공로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법률의 정비일 뿐이지, 예산의 부족으로 실제 지원하는 양은 이전 정권과 그다지 차이가 없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가령 최저 생계비를 일반 상식보다 현저히 낮게 잡는다든지 하는 '꼼수'들이 실행된다.


사실 이러한 '꼼수'들이 아끼는 비용은 대한민국의 정치자금에 비하면 미약한 양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이 현재의 부패한 보수정당 체제에서의 사회복지의 한계라고 볼 수 있다. 진성당원 정당은 민주노동당의 성장이 대한민국의 '고비욜' 정치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점만 생각한다 하더라도, 민주노동당이 약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식의 말은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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