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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변명을 해봤자, 이때 노빠들은 이미 아흐리만씨에게 "너는 이미 죽어 있다."라고 읊조리는 상황이었습니다..... ('옛날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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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시대'는 '자유연상'이다.>는 원래 내 블로그에 올렸던 글이다. 내가 쓰는 설치형 블로그 사이트의 "트랙백 벨리"의 이번주 주제가 이른바 노무현의 '십분의 일' 발언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꽤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노무현이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과, 일종의 상황론 양비론으로 신중하게 사태를 파악해보자는 글로 두 패가 갈린 것이다. 나는 처음엔 전자가 한나라당 지지자일 것이고, 후자가 부동층 내지는 노무현 지지자가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내 글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상황론/양비론을 펴던 사람들이 갑자기 내 글에 대해 흥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처음 내 생각과는 달리 그들이야말로 신실한 노무현 지지자들이었던 것이다.


노무현 지지자들이라 해서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는 그러한 태도가 솔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에게 원색적인 욕을 퍼붓는 노무현 지지자들은 흔치 않다. 그들과는 애초부터 전제와 생각이 다르다고 판단해서인지, 조심스럽고 정중하다. 차분히 설득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상대가 진보적인 관점에서 노무현을 비판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노무현 지지자들은 "니가 진보라면 <노무현은 이회창보다 낫다>는 명제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해야 돼!!"라는 반석같은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 믿음에 동의하지 않는다 싶으면 성질부터 부린다. 그 분노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왜 그러는 것일까. 나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한나라당 지지자들과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다가간다면, 진보정당 지지자 내지는 진보적 성향을 띤 사람들과도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마땅한게 아닌가. 하지만 대신에 내가 듣는 소리는 한나라당 2중대 내지는 수구언론과 똑같은 소리를 하는 놈이라는 그릇된 수사법이다. '진보=노무현'이라고 야무지게 착각하기 때문인가.


그래도 블로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매우 순진한 사람들이다. 나와 같은 사람의 주장을 거의 들어본 적이 없을 테니, 그들의 분노는 내심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러나 최소한 진보누리를 출입하고, 꽤 여러 사람들의 글을 읽고 나름대로 진보누리 논객들의 우열을 판단해왔던 군다리 정도의 사람이 펼치는 수사법이 막연히 노무현이 선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온 생활인들의 즉물적인 반응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는다는 건 매우 놀라운 일이다.


이미 익숙히 들어왔던 레퍼토리를 또 듣는 건 지겹다. 적어도, '노빠'질을 하려면, 상대방의 텍스트의 내용을 통해 노빠 논리를 구성해줬으면 한다. 도대체 무슨 글을 던져줘도 "니가 진보정당 지지자라면" 부터 시작하여, "노무현의 진보적 가치"로 결론이 끝나니, 다른 사람들 보고 글을 쓰라는 건가 말라는 건가. 아니면 아예 첫문장에 "사실 당신 글을 안 읽었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진리를 소유하고 있으니까요."라고 커밍아웃을 하고 시작하든가.


조금 머리가 있는 '노빠'라면 나의 주장 자체에서 노무현의 의의를 끌어내려고 애썼을 것이다. 사실 나는 그런 여지도 글 속에 꽤 남겨놓았다. 하지만 그들 눈에 띄는건 "이회창이 노무현보다 정치를 잘했을 것이다."는 주장 하나다. 이미 이것을 보고 눈이 돌아가버렸기 때문에, 다른 부분을 음미할 시간이 없다.


그런데 어쩌랴. 실제로 노무현은 이회창보다 정치를 못하는데. 못하면 못하는 데로 노무현의 쓸모를 찾아내는게 '노빠'지, 잘 못하는 것을 잘 한다고 우기는 것이 '노빠'인가? 군다리 등 노무현 지지자들은 한번 노빠의 쓸모에 대해 깊이 숙고해보길 바란다. 지금으로선 (심지어 노무현에게도) 별 쓸모가 없어 보이니 말이다.


독해를 돕기 위해, 내 블로그에 <'노무현 시대'는 '자유연상'이다.>와 관련해 덧붙인 글을 여기도 덧붙여야겠다. 어투가 너무 정중한 것은 양해를 바란다. 나라고 어디서든 쌈빡질만 하고 살고 싶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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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 글이 '노무현이 잘한다/못한다'는 식의 메세지를 전달하려는 글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 생각은 사실 김도연 님의 덧글에 가장 흡사하지요. 저는 노무현이 실정을 거듭한다고 보고 있지만, 그것이 한국 사회의 문제들을 명료하게 끌어내준다는 점에서는 의미를 가지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문제들을 확실하게 인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노무현같은 녀석을 뽑아 나라가 엉망이 되었다.'라는 류의 견해에도 찬동하지 않고, '노무현이 문제를 해결해줄테니 우리는 그를 참을성있게 지지하기만 하면 된다."는 류의 견해에도 찬동하지 않습니다.


이회창이 하리라고 제가 말했던건, '방청소'라기보다는 '방관리'에 가깝습니다. 얼마전에 노무현 정권의 행위에 대한 평가를 거의 공유하는 형을 만났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과 저의 노무현 정권의 의의에 대한 평가는 사뭇 다르더군요. 사실, 외국의 사례로 생각해보면, 정치 영역에서 노무현식의 좌충우돌(저의 경우 그것이'강력한 개혁'이 아니라 그저 '좌충우돌'일 뿐이라고 보고 있으니까요.)은 이회창식의 점진적인 개선보다 못한 것입니다. 외국 사람들에게 이 상황을 설명해준다면 누구나 그렇게 말할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 사회와 정치의 역동성이지요. 과연 안정화된 서구 사회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올바른 일일 것이냐는 의문이 드는데, 이 점에서 저는 '이회창보다는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 좋은 일이었을 것이다.'라고 본다는 것이지요. 정신없이 전개되는 노무현의 행동은 마치 정신과 의사 앞에 선 환자의 자유연상과도 같아, 정신과 의사가 환자의 자유연상에서 질병을 읽어내듯이, 우리는 우리 사회의 병을 짚어낼 수 있을 거라는 얘기지요. 물론, 그걸 '좋은 일'로 만들기 위해서는 맹목적인 반대도 맹목적인 지지도 아닌 우리 각자의 노력이 있어야 하겠지만요.


제 글의 섬세한 뉘앙스는 '이회창이 노무현보다 정치를 잘했을 것이다.' 이면서도 '노무현이 당선되는 바람에 한국 사회엔 더 많은 기회가 온 것 같다.'입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봐주신 분은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네요.


아, 그리고 이 글이 노무현을 옹호하고 있다고 보시는 분을 위해 말씀드리는 건데, 이것은 저의 노무현 정권의 행위에 대한 평가와는 무관합니다. 의도하지 않은 행동이 좋은 결과를 불러일으키더라도, 거기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는 없는 것이겠지요.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히틀러 때문에 독일 사회의 외국인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히틀러가 독일 사회 외국인 인권을 향상시켰다. 그것이 히틀러의 치적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부당하지 않습니까. 크게 보아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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