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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강준만 - 유시민 논쟁(?)에 대하여

조회 수 1850 추천 수 0 2003.12.16 14:36:00
민주당 분당과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에서 벌어진 강준만 - 유시민 논쟁에 대한 비평글이다. 나 역시 강준만-고종석처럼 열린우리당 창당에 비판적이었다. 이 점은 진중권과 차이가 난다. 진중권은 열린우리당 창당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았다. 하지만 내 비판의 포인트는 강준만 - 고종석과 다소 차이가 난다. 두 사람은 민주당 분당에 포인트를 맞추는 반면, 나는 그것과 함께 개혁당을 언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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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우당을 비판하면서 강준만은 많이 흥분한 듯하다. 자신이 이전에 한 일을 기억하지 못하니 말이다. 가령 그는 "민주당은 호남당이라는 이미지로 인해 총선에서 실패할 것이다."는 주장이 '자기이행적예언'이라고 말한다. '자기이행적예언'이란 스스로 그렇게 말하고 다니기 때문에 실제로 결과를 말한 대로 초래하는 또라이짓을 사회과학적으로 포장한 용어다. 그러니까 강준만은 지금 '자기이행적예언'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가? 그런데 강준만은 지난 지방선거의 옥석논쟁 당시 " '지방선거는 대선의 전초전이다.'라는 명제가 설령 타당하지 않을지라도, 다수의 사람이 믿으면 그렇게 실현되므로 현실적일 수 있다."라며 '자기이행적예언'의 효과를 수긍해버리지 않았던가.


그러나 강준만의 강점이 애초에 논리적 일관성보다는 자료수집의 방대함에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나면, 그의 열우당 비판 내용 중엔 분명 타당한 부분이 있다. 그는 노무현과 열우당이 도박을 벌이고 있다고 말하며, 도박은 성공하든 말든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한다. 아마, 유시민은 이에 대해 "어차피 도박이라는 걸 알고 하는 건데, 하나마나한 소리를."이라고 답변할 것이다.


유시민이 더 이상 도망가지 못하도록 강준만의 주장을 내 입장에서 좀더 보강해보면, 이런 얘기가 될 것이다. "자, 당신들의 도박은 여당의 '현실'적인 정치력을 개판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렇다면 그 '도박'을 통해 어떤 '명분'(개혁성)을 취득했는가?"


앵무새처럼 "지역주의 타파"라고 얘기할 생각하지 마라. 논파논리 다 만들어놨다. '지역주의'가 타파되어야 하는 이유는 정치인의 출신지역이 정치영역에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주의 타파'라는 말엔, "정말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안들을 정당정치 영역에 끌어들인다"는 행위가 포함되어야 한다. 그런데 열우당이 정치에 무엇을 끌어왔을까? 아무 것도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열우당의 당헌과 강령은 발기인들이 인정했듯 민주당의 것과 별 차이가 없다. (사실상 표절이다.) 그러므로 열린우리당은 '새로운' 이념이나 정책을 한국 정치에 끌어들인 적이 없다.


둘째, 열우당에 참여하는 정치인들은 기타 보수 정당의 정치인들과 질적으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개혁성에서도 그렇고 부패지수에서도 그렇다. 민주당에서 가장 개혁적인 국회의원이라고 부를 수 있는 조순형, 추미애, 천정배, 김경재 중 천정배만 열우당으로 오지 않았던가. 나머지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당선 확률에 따라 나뉘었을 뿐이다. 열우당에서 가장 우수한 국회의원들은 사실 한나라당 탈당파들이다. 하지만 그들도 다섯 명에 지나지 않는다.  


셋째, 그렇다면 열우당은 민주적인 정당 시스템이라도 한국 정치에 도입했는가. 그것도 아니다. 열우당은 명분을 위해서는 개혁당의 시스템을 계승해야 하지만, 당세 확장과 국회의원 확보를 위해선 낙하산 공천을 실시해야 하는 모순에 처해 있다. 이 모순에서 열우당은 결국 후자의 손을 들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다면 개혁당을 깰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리고 유시민이 명분을 위해 공허하게 주장하고 노혜경이 감상적으로 동조하는 "열우당 개혁론"도 넌센스에 가깝다. 기왕에 낙하산 공천으로 시작한 열우당의 자체 개혁이 가능하다면, 그건 민주당의 자체 개혁도 가능하다는 소리가 된다. 그럴 바엔 왜 민주당을 깨고 나왔는가? 어차피 지금은 인자들 수준도 비슷한데.


개혁당은 그나마 민주적인 정당 시스템이라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민주적인 정당 시스템 덕분에 비교적 개혁적인 인자를 선출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그들의 이념과 정책이 민주당과 별 차이가 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개혁당이라는 '실험'을 인정했던 것이다. 그러나 유시민은 국회의원에 당선되자마자 '개혁당'이 아닌 '개혁신당'을 부르짖기 시작했으며, 결국엔 개혁당의 긍정성을 스스로 부수어 버렸다. 이쯤 되면 '벤처사기꾼'이라 불러도 할 말이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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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우당은 "지역주의 양당정치"라는 그릇된 시스템을 무너뜨리겠다고 말한다.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안에서 부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바깥에서 부수는 방법이다. 안에서 부수려면 민주당 내부 개혁을 시도해야 한다. 바깥에서 부수려면 민주노동당이나 개혁당처럼 처음부터 새로운 시스템으로 바닥부터 올라와야 한다. 그런데 유시민은 개혁당을 처음 만들 때부터 둘 중 하나를 택하려는 생각이 없었다. 민주당 안에서 하기에는 내부 기반이 적었고, 바깥에서 박박 기어 올라가기에는 인내심이 부족했다. 그래서 얼렁뚱땅 섞어찌개 끓여놓고 '개혁'하겠다고 한다. 그게 되는 소리인가?


그러므로 나는 진중권이나 이강토처럼 열우당을 민주당과 구별하여 조금이나마 긍정성을 부여하려는 시도에 찬성하지 않는다. 진중권은 내가 말한 모든 지점에 동의할 것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우당과 민주당은 "주도세력의 차이"가 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니까 열우당 주도세력은 노빠들이고, 민주당 주도세력은 호남 지역주의자들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우리가 지역주의자들을 비판하는 주요한 논거는 그들의 '맹신성'이다. 그럼 노빠들 맹신성은 좀 덜하다는 얘기인가? 영남주의자, 호남주의자, 그리고 노무현주의자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는가? 그저 '지역주의자'만 아니면 다인가?


진중권이 말하는 민주당과 호남 토호세력의 결탁도 인정하지 못할 부분은 아니다. 그건 민주당이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어차피 보수 정당들이 (이제는 열우당까지 포함하여) 불법적인 정치자금으로 움직이는 것을 상기한다면, 민주당에 결탁한 호남 유지들이 다른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박살내어야 할 세력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진중권은 열우당이 지역주의를 완화시켜 주면 그 공간을 민주노동당이 치고들어갈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는 듯 한데, 그건 문제를 원칙이 아니라 정략으로 푸는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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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강준만에게도 문제는 있다. 강준만은 민주당 분당이라는 사태가 매우 안타깝고 좌절스러운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그 사태에 강준만 역시 일부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강준만은 앞서 내가 말한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두 가지 방법에 대해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내부에서 무너뜨리는 거야 그가 늘상 주장해왔던 것이고, 외부에서 무너뜨리는 방식인 개혁당 실험도 그가 지지했던 것이니까. 그렇다면 일단 개혁당은 차치하더라도 민주당 내부개혁이 어떻게 진행되었어야 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


지금은 열우당으로 간 "민주당 신주류"들이 처음부터 당을 나가겠다고 말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처음부터 분당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프로그램도 멍청한 상대방이 맞장구쳐주지 않으면 실행할 수 없는 법.) 그저 작년 대선정국에서 '후보 단일화'라는 절차적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 몇을 문책하고, 당의 체질개선과 세대교체를 이루어보자고 주장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구주류들의 반발이 심해졌고, 결국엔 몇 사람을 사수하기 위해 당내 보수파-호남지역 의원들 다수가 동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강준만이 이 시점에서 해야할 일이 무엇이었겠는가? "구주류는 옹호해야할 사람들을 옹호하지 말고, 신주류의 의견을 일부 수용하여 분당을 막아라."고 해야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 시점에서 강준만은 민주당 의원 온정론이나 펴고 있지 않았던가.


강준만의 민주당 편향은 심각할 정도다. 가령 그는 열우당이 한나라당 의원 5인을 받아들였으면서, 민주당과는 상생의 정치를 펴지 않으려 한다고 비난한다. 그의 관점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그래도 과거 독재반대 투쟁을 했던 사람들이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독재전력이 있는 한나라당에 빌붙은 용서받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과연 문제를 그렇게 단순하게 봐야할까? 그런 식으로 디지털하게 (그가 진중권을 "디지털"이라고 비판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말한다면, 우리는 동교동계 따까리들에게 얻어맞아 분을 품고 한나라당에 간 제정구 의원이 그 동교동계 따까리들보다 못하다는 황당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제정구의 삶을 존경하는 자세로 그에 대한 글을 썼던 강준만이 설마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런 식으로 말할까. 이쯤되면 '민주당 근본주의'가 아닌가.


강준만은 민주당에도 한나라당 사람만큼 썩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고, 한나라당에도 민주당 사람들을 능가하는 인재가 있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사실 한나라당에서 열우당으로 온 의원 다섯 명처럼 의정활동 열심히 하는 사람은 국회에서 찾기 힘들다. 최근 전국구 의원에서 은퇴한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사람들에 대한 강준만의 비평은 예전부터 매우 부정적이었다. 왜 그런 식으로 해야 하는가? 강준만이 조금 다른 식으로 생각했다면, 민주당에서 떨궈낼 사람이 있고 한나라당에서 받아들일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면, 그와 유시민은 처음부터 좀더 의견일치를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강준만은 민주당의 내부개혁이 힘들다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개혁 역량이 생기기는 했다. 그러나 그것은 열우당이 떨어져 나가버려 민주당이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이전의 민주당 돌아가는 꼴은 변화의 싹이 보이지 않았다. 그 시절 민주당이 개혁당 시스템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주장하는 건 유시민이 열우당을 개혁당처럼 만들 수 있다고 말하는 것보다 더 지독한 농담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에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옹호해주기 바빴으니 문제를 이렇게 만든 것이 아닌가. 최근 노무현 지지자들이 집단적으로 감염된 '상대적 머시기' 병은 닥터 강준만이 실험실에서 배양하여 퍼트린 것임을 강준만은 알아야 한다.


아흐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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