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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니가 가라, 이라크!

조회 수 826 추천 수 0 2003.09.22 13:08:00
니가 가라, 이라크!
 [아흐리만의右왕左왕]'이라크 파병' 논란

2003년 09월 22일  snunow 아흐리만 E-mail이메일 보내기

니가 가라, 이라크!
-가는 사람 안 말린다. 주한미군이 가라.

미국이 이라크 파병 요청을 거부할 경우 주한미군 2사단 중 일부를 이라크에 보낼 수 있다는 말을 흘린 모양이다. 일종의 협박 공세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들은 "말도 안 된다. 미국이 어려운 상황이라 우리에게 강공책을 펴기 힘들다. 그럴 경우엔 국민여론이 악화되고, 파병이 더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가 파병을 함으로써 주한미군 감축을 저지하는 등의 대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다. 가지가지 한다. 그거랑 그거랑 무슨 차이가 있나? 그냥 순서만 다르지...

긴 말 할 필요 없다. 한국 정부는 한국군 파견해 달라는 미국에게 그냥 까놓고 말해라. "이라크에 군대 필요해? 그럼 주한미군 빼가!"

▲니가 가라, 이라크!!(영화 '친구' 中) / 네이버

"주한미군" 신화에 정면으로 부딪혀야

왜 이라크 파병반대 구호를 외치면서 주한미군을 걸고 넘어지는가? 그것은 주한미군에 대해 가지는 한국인의 관념이 이른바 "현실론"의 토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미국의 전쟁이 부당하다는 걸 안다. 이는 지난번 1차 파병 때에 이미 검증이 되었다. 미국의 전쟁이 정당하다고 응답한 국민은 전체의 10% 정도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병에는 절반 이상의 국민이 찬성했다. 왜? "우리는 유럽애들이랑 입장이 달라..."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전쟁의 정당성에 대한 논의, 그리고 심지어 한국청년들의 부상가능성에 대한 논의조차도 그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에 충분하지는 못할 것이다. 공포는 이성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로 한국의 입장이 유럽과 사뭇 다르기는 하다. 그러나 그 차이는 보수주의자들의 굳은 머리에 의해 심하게 강조되어 있다는 것, 그게 우리가 타격해야 할 지점이다. 특히 미국이 주한미군 빼갈 수도 있다고 말한마디 던지면 벌벌 떠는 한국인의 모습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에 놀라는" 격이라는 사실은 분명히 말해야 한다.

남한과 북한의 관계는 6.25 때와도 다르고, 70년대와도 다르다. 북한이 도발할 경우 여전히 수많은 한반도인이 죽어갈 것이며, 남한 경제도 붕괴 상황에 직면할 테지만, 이는 북한군이 남한군보다 강군이라서가 아니다. 한반도의 협소한 지형이 전쟁을 "전략·전술 없는 쏟아붓기"로 만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한군은 공군력과 해군력에서 절대적인 우위에 있으며, 육군 전력도 그네들의 '최신전차'인 천마호와 한국군의 K1의 차이가 보여주듯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때문에 전쟁이 일어날 경우 최종적인 승리는 남한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북한의 도발은 북한 정권의 "자폭"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그리고 주한미군은 이런 상황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일본과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을 문제삼지만, 사실 조금 위악적으로 말하면 남한에게 북한 미사일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남한을 초토화시키는 북한의 무기는 미사일이 아니라 포병이다. 포병부대의 일제사격으로부터 수도권을 방어해줄 수 있는 방어무기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이 미사일을 개발하는 이유는 남한만 인질로 잡아서는 체제를 보장받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일본인들까지, 그리고 되도록 미국인들까지 인질로 잡아보겠다는 술책인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개발하면서 미국과의 불가침 조약을 요구하는 것이야말로 그들의 열악한 상황을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

미국도 평화위협세력이다

그러나 대다수 한국인들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 그들은 한반도의 전쟁이 얼마나 큰 피해를 가져올는지를 '잊고' 살면서, 대신 "적화통일"에 대한 두려움에 젖어 있다. 한마디로 전쟁의 참혹함보다는 승패에 관심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남한은 자력으로는 북한에 대해 군사적인 '승리'를 거둘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주한미군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느낀다. 이렇게 궂은 일 해주는 주한미군이니, 언제 갈지 두려울 수밖에. 그래서 그들에게 주한미군이 주는 "전쟁억지력"은 반드시 잡아야 할 축복이다.

이러한 그들의 환상 속에서, "자주"를 외치는 일부 통일운동가들과 이에 휘둘리는 듯한 (그들의 눈에는) 노무현 정부는 "감상적 민족주의"에 젖은 철부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주한미군 후방 배치"에 정부가 합의했다는 뉴스를 접하자 보수언론과 국민들은 분노를 느낀다. "이 철부지들...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아느냐!"

▲보수세력의 일갈 "이 철부지들.. 도대체.." / 네이버

그들의 생각은 전쟁이 났을 때 미국군이 전방에서 죽어나가야 미국이 한국전쟁에 자동개입하게 될 것인데, 미국이 병력을 뒤로 빼는 것은 한국전에 관여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그들은 미국이 오직 방어를 위해 한국에 있다고 착각한다. 그런데 프레시안의 분석기사를 보니 미국이 주한미군을 후방에 배치한 것은 한반도에서 발을 빼고 싶어해서가 아니라, 북한을 침공할 때에 북한군의 포병사격거리 밖으로 벗어나고 싶어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클린턴 행정부 당시 북한 침공 계획을 수립했을 때에 (1994년) 미군의 예상 사망자 수는 5만 명 정도였는데, 이 숫자를 줄이면서 북한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전략적 배치를 실현시킨 것이란 거다. 한마디로 전쟁 하기 싫어서 뒤로 물린 게 아니라, 전쟁 하고 싶어서 뒤로 물린 거란 얘기다. 이는 한국인들이 미국에 대해 얼마나 순진한 환상을 품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나는 일부 통일운동세력의 "우리민족끼리"라는 구호에 담긴 그야말로 "감상적 민족주의"나 "북한 온정주의"에는 별 관심이 없다. 다만 사람들에게 북한뿐만 아니라 미국 역시 평화위협세력이란 사실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을 말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한미군은 북한에 대해선 "전쟁억지력"을 작용할는 지 모르나, 미국에 대해선 오히려 "전쟁추동력"을 자극하는 양날의 칼임을 말할 필요가 있다. 남한인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북괴요, 지켜주는 것은 미국이라는 식의 단순 이분법에서 벗어나 남한 민중의 생존권을 두고 파워게임을 벌이는 주체들을 모두 고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주한미군 이라크 파병의 이득

이런 관점에서 다시 조명해 보면 일부 주한미군의 이라크 파병이야말로 우리에게 막대한 이득을 안겨주는 최대의 카드다.

주한 미군의 이라크 파병은 우리에게 이득을 안겨줄 것이다.

▲주한 미군의 이라크 파병은 우리에게 이득을 안겨줄 것이다 / 네이버

첫째, 그것은 표면적으로는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부담이 적은 행위다. 왜냐하면 "일부 주한미군 철수"야 말로 미국이 공포에 사로잡힌 한국인들을 자극하기 위한 단골 협상카드 였기 때문이다. 우리가 뭘 안 하겠다는게 아니라, 다만 니가 한 말 그대로 실행하라는데, 미국이 뭘 어쩌겠는가.

둘째, 그것은 금전적으로도 우리에게 이득을 준다. 주한미군의 일부가 떠나면 남한의 군사력이 좀 약화되기는 할 것이다. 그런데 그건 남한군의 일부가 떠났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남한군이 이라크로 떠났을 때엔 이라크 주둔 비용을 우리가 내야 하는 반면에, 주한미군이 이라크로 떠났을 때엔 미군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뉴스를 보니 이라크 파병 비용이 연 1조원 가량 든다고 한다. 주한미군 이라크 파병은 고스란히 이 돈을 아끼는 일이다.

셋째, 이로써 한국은 국제적으로 부당한 침략전쟁에 최소한 전투병은 파병하지 않았다는 훌륭한 명분을 얻게 된다. 국내적으로도 우리 젊은이를 희생시킬 수 있는 부당한 전쟁에 파병하지 않았다는 명분을 얻는다.

넷째, 이는 일부 몰상식한 주한미군의 정신상태를 교정해 주는 훌륭한 교육자료가 될는지도 모른다. 주한미군은 실질적으로는 치안이 좋아 밤늦게 술쳐먹고 돌아다녀도 총맞을 염려가 없는 편한 땅에 살면서, 행정적으로는 휴전 상태의 분쟁 지역에 근무하는 바람에 좋은 보수를 받고, 심지어 경력도 쌓는다. 그러면서도 가끔 이들은 실질보다 행정에 더 애착이 가는지 "우리가 니들을 지켜주려 이땅에 왔는데 반미시위나 하고..." 어쩌구 하며 눈물을 찔찔 짜고 있다. 이 애국심 가득한 청년들을 실질적인 분쟁지역에 보내 한국을 그리워하게 만들고, 또한 미국이 세계를 지켜주고 있다는 환상을 교정해주는 것도 매우 의미있는 일이 될 수 있다.

그외 파병절대찬성론자들에게

그러므로 우리는 똥줄 타는 미국의 간절한 제의를 매몰차게 거절하지 말고, 다만 주한미군을 쳐다보며 "니가 가라, 이라크!"라고 말해주기로 하자. 한미 사이엔 50년 혈맹의 '역사'가 있고, 같이 월남을 침공했던 '의리'가 있지 않은가. 그러니 우리가 어려울 때 그들이 보내준 군대를 그들이 어려울 때 도로 보내주도록 하자. 그러면 될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주한미군이 떠나기로 한 다음에도, 주한미군 가시는 길 위에 누워 사뿐히 즈려밟히고 싶다는 사람들은 절대 말릴 필요가 없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지 않은가. 그저 "너도 따라가. 이라크!" 하며 같이 보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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