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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자, 여기부터 '김선일씨 사건' 관련이다. 복기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프다. 진보누리에 아흐리만이란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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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씨 납치 사건에 대해 일부 좌파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나의 경우엔 이것이 그동안의 '북한논쟁'에 대한 '역편향'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1. 행위 주체의 문제

우리의 입장에서 시급한 것은 김선일씨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국가는 합당한 행위를 통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 여기서 잊지말아야 할 것은 이라크 테러단체들의 '수단'은 그릇되지만 그들의 정치적 요구인 "한국군 철수"는 그들의 입장과 세계시민주의의 입장에서 지극히 정당하다는 것이다.

지극히 정당한 행위를 통해 국민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데, 협박범들이 예시한 24시간의 시한이 반도 지나기 전에 파병원칙 재확인을 하는게 우리의 국가다. 이는 국가가 국민에 대해 저지른 선행 살인이며, 가장 비난받아야 할 행위다.

인질의 가족이 납치범을 비난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사회는 없다. 그런 사회는 도덕적 강박에 인신을 구속하는, 전체주의적인 사회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의 입장에서 이라크 무장단체의 노선이나 세계시민주의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인질의 가족이 납치범을 비난하지 않아도 납치범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모두들 알듯이, 우리가 굳이 입장표명하지 않아도 세계는 그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안다.


2. 북한 문제와의 차별성

많은 사람들은 이라크 테러단체에 대한 비판의 문제를 북한 정권에 대한 비판의 문제와 동일선상에서 보고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양자는 구별된다. 첫째로 우리의 입장이 절박함은 위에서 말한 바 있다. 어떤 이들은 북한에 대한 남한의 입장도 그토록 절박하다고 말하겠지만, 적어도 북한은 24시간이 어쩌구 하지는 않았다.

두번째는 국가체제의 문제이다. 적어도 국가라는 조직이 존재한다면, 거기에서 책임의 유무를 물을 수 있다. 일개 사병이 명령을 받고 살인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명령계통을 따라 책임을 위로 물릴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책임은 사상되는 경우가 많으며, 그것 역시 현대에 와서 윤리적인 난점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적어도 50년 정도 영속적으로 존재한 국가에 대해서는, 그 국가체제에 대한 책임은 물을 수 있다. (그것이 얼마나 실제적인지에 대해서는 차치하더라도) 그리고 경우에 따라 고위관료 개인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이라크는 지금 무정부상태이며, 민중봉기의 상황이다. 그들의 행동은 조직적이지만, 그 조직은 사적 관계망을 통해 이루어진다. 국가가 성립하지 않고, 국가가 억압되는 상황에서는 공사의 구분이 없다. 그들은 분명 범죄를 저질렀지만, 그것이 누구의 책임이 되는지에 대한 문제는 쉽지 않다.

국가가 무너질 경우에 이러한 혼돈이 온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므로, 우리는 이라크의 침략자들에게 우선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는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는 북한 정권의 악행과 상관없이 그릇된 것이다. 인간은 선량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그 선량한 마음은 자신의 생존을 초탈할 정도는 되지 못한다. 그리고 무정부 상태에서 인간은 상상력을 통해 자신의 위험을 과대포장할 수도 있으며, 그것조차 인간적이다. 그런데 이라크는 실제로 타국의 포탄이 떨어져 자국 민간인들이 살상당하는 실정이다. 테러에 대한 판단은 그리 쉽지 않다. 그들중 몇명은 자발적인 광신자들일 것이고, 어떤 이들은 광신자들에게 협박을 받아 끌려나온 것일 수도 있고, 테러단체의 상금에 눈이 돌아 기웃거리는 사람들일 수도 있다. 대안도 없이 외국의 물질적 이익 때문에 현존하는 국가를 무력으로 때려 부순 결과는 이렇게 처참한 것이다.

그래도 구별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우리가 북한에 대해 답답해하고 비판하는 이유 중 큰 것은 남한의 존재 때문이다. 말하자면 그들과 같은 "민족"이라는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그들이 잘만 이용한다면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을 자본주의 중진국이 바로 옆에 있는데, 어리석게도 군사위협 노선을 취하는 것에 대한 분개인 것이다. 그러나 이라크엔 그런 이웃이 없으며, 더구나 이라크 정부도 아닌 개별 테러단체들 입장에서는 그런 이웃이 있을 수 없다.

우리는 그들이 잘못했다는 것은 안다. 그러나 그들이 '얼마나' 잘못했는지는 잘 알 수 없다. 이런 저런 점을 고려해 볼 때 투쟁노선이 잘못되었다는 말은 정말이지 하나마나한 얘기다. 우리는 이라크인들이 취한 잘못된 '수단'을 정당화할 필요가 없으며, 그래서도 안된다. 그러나 그들에게 우선적으로 '비판'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해야 할 일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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