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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 이전 통일 때문에 안 된다?

조회 수 1113 추천 수 0 2004.06.21 22:22:00
대통령과 여당의 행정수도 이전 담론에 대한 일부 좌파들의 비판에 대한 반박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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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의 주대환 정책위의장과 송태경 정책국장이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하고 있다. 주대환 의장의 경우 '사견'임을 전제로 하고 있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할 것이라는 포지션을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두 사람이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하는 명분은 '통일'이다.


즉, 1. 곧 통일이 될 것이고, (혹은 당위적으로 통일이 되어야 하고), 2. 그 경우 수도는 좀더 국토의 중앙부에 위치해야 하며, 3. 그러므로 남쪽으로 수도가 내려가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편견이 숨어 있다. 첫째는 수도가 국토의 중앙부에 있어야 한다는 것. 당장 세계지도를 펴놓고 봐도, 전혀 그렇지가 않다. 수도가 국가 중앙에 있는 나라는 영토가 넓거나 긴 (예, 칠레) 남미지역 국가들에 한정된다. KTX 타면 서울에서 대전까지 40분 걸리는 나라에서 수도가 왜 국토 중앙에 있어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경제적 이유라고 치면, 수도가 강원도나 호남 지역에 가면 안 된다고 주장하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경부선 라인에 위치한 충청권이 행정수도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둘째는 통일에 대해 가지고 있는 환상이다. 사람들은 단순히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로, 남북한이 지니고 있는 엄청난 차이에 대해 쉽게 눈을 감는다. 일반인들이야 막연히 자본주의 사회로의 흡수통일을 상정하고 있다고 쳐도, 민주노동당이라면 통일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가질 지에 대해 상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남한과 북한의 차이는 단지 경제체제의 차이만이 아니다. 그것뿐이라면 동서독일의 통일, 중국-홍콩의 공존에서 충분히 그 예시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무려 반세기 동안 변종 사회주의가 지배해온 나라이며, 개인숭배, 고도의 집단주의, 개인의 권리에 대한 무개념이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사회이다. 남한이 북한과 경제적으로 '통합'하려면, 북한인들을 노예로 쓸 생각을 하지 않을 바에야 북한인에 대한 자본주의-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역시 현재의 북한인들의 의식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며, 흡수통일 이데올로기에 포섭될 위험성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통일'은 설령 그것이 '이름'의 형태로 실행된다 할지라도, 그 이름에 합당한 실질적 내용을 갖추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과업이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나는 '통일'이란 담론은 별 의미가 없으며 냉전 구조, 군사대립 구조 해체가 실질이라고 생각하지만, 굳이 이 주장을 강하게 개진하지는 않겠다. 실질적인 담론 지형 상에서 이러한 주장이 일부 남한인들의 통일을 하지 말자는 경제적 이기주의와 무슨 차이가 있는지 설명하는 것이 참으로 피곤한 일이며, 나의 주장이 '통일론자'들이 바라는 사회상과 비슷한 것을 지향한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것이 참으로 지난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여간 핵심은, 한국 사회의 초스피드 변화의 특성상 어느날 갑자기 뚝딱 남북한이 '통일'이란 걸 하게 된다고 쳐도, 그것은 매우 느슨한 연방제의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통일 수도? 통일 한국에 필요한 기구는 최소한 30-40년 간은 개성이나 판문점 지역 쯤에 설치되어도 충분할 "연방 의회" 정도가 고작일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라도 개성 정도에 그야말로 '연방 행정수도'가 설치되는 것이 고작일 것이다. 통일 수도를 벌써부터 고민하는 건 정말이지 비현실적인 일이다. 차라리 초월적인 고민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그리고 만일 이런 식의 순리를 따르지 않는 속도위반 '통일'은, 북한 민중들의 삶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통일, 북한을 남한의 내부 식민지화시키는 통일이다. 따라서 좀더 심하게 말하면 우리는 '통일 수도' 따위는 고민해서도, 언급해서도 안되며, 그딴 짓거리를 고민하는 사람들과 논쟁을 벌여 그들 머리 속에 들어있는 통일관을 몰아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정답이다.


노무현 정권의 행정수도 이전 정책이 주대환 의장의 말대로 매우 '졸속적'이며, 공사자금 산출에 있어 거의 '거짓말'을 했다는 점은 (대선전 노무현은 5조, 이회창은 50조라고 말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이회창의 말이 맞거나, 오히려 더 많이 들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분명 지적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바로 그러한 사실이 행정수도 이전의 정당성 자체를 훼손하지는 않으며, 더더욱이나 '통일수도' 따위의 공허한 논거로 비판받아서는 안 된다. 이 사안은 주대환 의장의 말대로 '국민투표'로 처리할 사안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결정할 사안이다.


민주노동당 역시 행정수도 이전이 들이는 비용에 비해 어느 정도의 수도권 인구 분산의 효과가 있는지를 산출하여, 당론을 정해야 한다. 그러나 나의 직감은 이 경우 행정수도 이전이 올바르다고 말하고 있다. 이 경우 중앙일간지의 언론보도와 수도권 거주민들의 반응은 지역이기주의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다지 고려할 가치가 없다. 그들의 지역이기주의는 생존권을 위협당하는 데에서 나오는 원자력발전소 부지 주민들의 반론보다는 훨씬 저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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