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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맨 마지막 문단에서 나는 희망을 얘기하고 있지만, 이런 포지션으로 민주노동당에서 무슨 일을 해본다는 것이 무리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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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당직 선거가 대략 일단락되었다. 사무총장을 포함해 12인의 최고위원 중 최소한 8명 정도가 NL 계열의 사람들로 편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현상들에 대해 몇가지 비판을 해본다.


1, ‘세팅선거’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권장할 만한 일은 절대 아닐 것이고, 그것이 사라진다면 더욱 좋겠지만, 선거라는 제도 속에 기생할 수 있는 폐단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두려워 선거를 안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물론 1인 7표제가 그것을 더욱 부추겼다는 것은 사실이니, 선거제도의 개정에 대해서는 좀 더 토론이 필요할 것이다.


2. 그러나 문제의 더 큰 핵심은 ‘세팅선거’의 주체인 ‘정파’라는 것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운동권 출신이 아닌 일반당원들은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정말인지는 모르겠으나 민주노총에선 “이 후보들(NL후보) 안 찍으면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 흔든다.”라는 말이 나돌았다고 한다. 현행 민주노총 지도부와 NL 사이의 친화성이 그런 선거전략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번에 NL 후보를 지지한 많은 노동자 당원들은 NL의 성향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말도 된다.

이 ‘설’이 사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일반당원들의 입장에서 후보들의 성향을 잘 알기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민주노동당 당원들의 성향을 대변하고 있지 않다. 혹자는 이번 선거가 엄격한 조직선거였다고 말한다. 물론 그렇다. 그러나 같은 NL이지만 사무총장으로 나온 김창현 후보의 득표율이 정책위의장 후보로 나온 이용대 후보의 득표율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을 무엇을 의미하는가. 조금이라도 매체에 알려진 김창현 후보가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은 민주노동당에 ‘막연한 투표자’들도 상당수 존재함을 뜻한다.  


3. 정파는 당원들에게 자신의 정치철학, 정치적 지향점, 추구하는 정책들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정파들이 그것을 자발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의 힘은 음성적인 조직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거를 관리하는 당에서 그런 ‘공개’를 유도했어야 했다. 도대체 하나마나한 7문 7답은 왜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것들이 후보들 간의 차이를 드러낼 수 있는가? 왜 북한 인권 문제나 비정규직 문제, 그리고 민주적 사회주의, 또는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입장 등을 후보자들끼리 토론에서 밝혀야 하는가. 앞으로는 그런 기초적인 문제들은 당에 대한 후보의 공식적인 답변만 보면 일목요연하게 알아볼 수 있도록 조처해야 한다.


4. 같은 맥락에서, 후보자들끼리의 토론도 하나마나한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앞서 말한 논점들이 드러난 토론도 그나마 주대환 후보가 논쟁적인 태도를 보인 정책위의장 선거뿐이었다. 자신의 입장에 가장 솔직했던 후보는 주대환 후보와 이용대 후보다. 나머지 후보들은 막연히 ‘좋은말’을 했기 때문에 제대로 구별을 하기가 어려웠다.

민주노동당 내의 논쟁이 수구세력에게 이용된다고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논쟁의 부재는 논쟁의 과잉보다 훨씬 더 심각한 부재다. 논쟁이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당내의 최대계파라는 범좌파와 NL은 더 이상 상대방의 사상을 통약가능한 것으로 치부하지 않으며, 오직 다수결이라는 제도적 힘싸움을 통한 의사결정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서 용감하게 논쟁에 나선 주대환 후보와 같은 이만 양쪽으로부터 분열론자라는 욕만 먹고 있다. 앞으로 이런 솔직하지 못한 관행은 때려부숴야 한다. 그 정도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끼리 당을 같이 하고 있고, 버젓이 뜻을 같이 한다는 의미에서 서로를 ‘동지’로 칭하고 있다는 사실은, 기만이다. 민주노동당엔 좀더 많은 논쟁이 필요하다.


5. 좌파들에게도 문제는 있었다. 그것은 ‘민주노동당의 분열증’이라고 칭해도 좋은 것이었다. 한국 사회의 현실적인 조건 속에서 민주노동당이 내세우는 정책은 케인즈주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인즈주의, 개량, 사민주의 등의 어휘를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강박이 상당수 좌파들에게 존재한다. 운동권 시절 세미나에서 배운 베른슈타인 학습효과 때문일까? 하지만 로자와 베른슈타인이 논쟁할 당시엔 혁명 대 개량이라는 논점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의회정당을 지향하는 우리에겐 논점이 없다.

또한 “유럽 좌파들은 사회주의 주장하다가 밀리고 밀려서 사민주의로 간 거다. 그러므로 우리도 사회주의는 주장해야 사민주의라도 갈 수 있다.”라는 ‘감정’ (그저 감정일 뿐이다.)이 확산되어 있다. 5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10을 주장해야 한다는 거다. 더 쎄게 밀어라! 뭐 이런 과격한(?) 얘기 아닌가? 그런데 그건 주장하는 사람이 한 사람일 때 얘기고, 5를 같이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이 100이고 10을 같이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이 10일 땐 어느 쪽이 과격한지는 곱셉을 통해 명백히 드러난다. 즉, 전자가 5배나 더 과격(?)하다. 성두현 후보의 말대로 한국의 자본가들은 최소한의 사회보장정책도 사회주의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그들이 무식하다는 사실에 모두 동의한다. 그런데 왜 무식한 그들의 대립짝이 되려 하는가? 왜 그들과 공통된 전제 위에서 주장을 추구하려 드는가?

일부 좌파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이 정식화할 수 있다.
(1) '사회주의'를 말하며 사회적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은 '좋은'(옳은) 일이다.
(2) '사민주의'를 말하며 사회적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은 '나쁜'(그른) 일이다.

얼마나 황당한가? 유럽의 좌파들이 사회주의를 주장할 당시에는 공산권 국가들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그래서 ‘사회주의’라는 주장이 먹힐 수 있었고, 그게 밀리고 밀려서 ‘사민주의’로 간거다. 오늘날 우리에겐 그런 것이 없다. ‘사회주의’하자면 그게 뭐냐고 손가락으로 집어 달랜다. 나는 사민주의적 성향이 강하지만, 주대환 후보가 사민주의자라고는 보지 않는다. 주대환 후보의 주장은, 조야하게 말하면 “사람들이 민주노동당이 하자는 거, 그게 뭐냐고 손가락으로 집으라고 요구할 때, 저쪽 유럽을 가리키자!”라는 것이다. "일단은 유럽처럼“, 그것을 구호로 삼자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그를 ‘전략적 사민주의자’라고 볼 수 있겠다. 그것을 비판하기 전에, 그것이 무엇을 의도하고 있는지를 숙고해 보기 바란다.

그런 종류의 의견들을 비관주의, 상상력 부족, 개량 등으로 몰다보니, NL들에게 대중성 결여, 관념적이라는 황당한 비판을 듣는 것이 아니겠는가? 동아일보에서 이번 당직선거를 보도한 것을 봤더니, 범좌파 대 NL을 선명성 대 대중노선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대중성’이란 것은 이념을 나타내는 지표가 아니다. 개개의 이념마다 대중성은 따로 있는 것이다. 선명성 대 대중성이라니, 좌파 대 NL의 구도에 대한 이런 황당한 인식이 확산된 데에 좌파들은 전혀 책임이 없는가?


6. 경제정책에 대한 강박증과 반대로 개별 부문정책에 대한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것도 골칫거리다. 민주노동당이 처음 출발했을 때, 소수였을 때는 서구 진보정당의 시행착오에서 얻은 교훈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었다. 자본주의 철폐가 여성문제, 환경문제, 성적소수자 문제 등 모든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된다는 식의 구 마르크스주의의 오류에 반대하고, 각 부문운동을 끌어안는 공약과 정책을 표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대다수의 좌파, 혹은 좌파를 지지하는 노동자들은 서구의 시행착오에 대해서도 잘 모를 뿐더러, 각종 부문 운동에 대해서 명확한 인식을 가지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각 부문에 대해 편견을 가진 상태로 머물러 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좌파정당의 노동자 대변이 이루어지면 차츰차츰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여성문제와 성적소수자문제는 자본주의 성립 이전부터 존재했으며, 환경문제는 모든 근대적인 경제체제가 (마르크스주의를 포함하여) 동시에 가지고 있는 문제다. 그런 식의 낡은 어법을 이제부터 하나하나 고쳐야 한다면, 민주노동당은 보수정당과의 경쟁에서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붉은이반의 낙선운동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과, 유일한 환경후보 였던 신보연 후보의 낙선은 민주노동당의 미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우리는 소수자들이 민주노동당이 진보정당이라서, 혹은 노동자정당이라서 지지한다는 ‘왕자병’을 버려야 한다. 소수자들은 우리가 소수자들을 대변하기 때문에 지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이 그 소수자들을 대변하지 못한다면, 그 소수자들은 민주노동당을 지지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아주 정당하다.


7. 아마도 나는 내 주위에서 총선 이후 민주노동당의 미래에 대해 가장 어두운 전망을 하는 지지자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당직 선거 이후 나는 내 주위에서 민주노동당의 미래에 대해 가장 밝은 전망을 하는 지지자로 바뀔 것 같다. 앞서 말했듯, 나는 이번 선거 결과가 당원들의 ‘성향’을 나타낸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 성향을 투명하게 드러내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일 이번 선거의 결과가 정말로 당원들의 성향이라면, 혹은 어떤 정파가 당원들의 성향을 지속적으로 왜곡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민주노동당은 성장은커녕 현재의 위치도 고수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내가 NL의 이념이 ‘오류’라고 보는 것과는 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그들의 이념에 상당한 긍정성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마찬가지다. 한국 사회의 문제의 대부분이 민족의 분단에 의해 연유한다는 주장이 의사결정의 8할을 차지하는 정당은, 현재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20%의 국민이 바라는 정당이 명백히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지도부로 선출된 NL 동지들은 그 사실을 직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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