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정책위의장 선거 관전평

조회 수 1044 추천 수 0 2004.05.30 22:04:00
이 글이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 선거에 대한 마지막 개입이다. 여하간 내가 지지하던 주대환 후보는 '이겼다.' 하지만 거기엔 우연적인 요소가 컸고, 그후 민주노동당이 그의 노선을 존중하게 되거나 하는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
나는 지금까지 써 왔던 글에서도 드러나듯이, 이번 당직 선거 중 정책위의장 선거에 가장 큰 관심을 가져왔다. 민주노동당이 지금껏 뚜렷한 이념성과, 이를 바탕으로 한 대중운동에 치중했다면, 원내에 진출한 지금부터는 이른바 '전문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전문성은 당의 살림을 꾸리는 사무총장과 최고위원들에게도 요구되겠지만, 그보다는 원내 의원들에게 정책을 공급해주는 정책위의장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일 것이다. 이런 사정상 나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정책위의장을 합당한 사람으로 뽑는 것이 최대의 과제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어떤 이는 정책위의장조차도 운동투사를 선출할 수 있는(?) 민주노동당이 마음에 든다고 하셨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전문성'은 보수정당이나 가지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그들과의 경쟁을 아예 포기하는 것이다. 좌파는 도덕 혁명가가 아니다. 체제를 넘어서려는 사람은 체제의 수호자들보다 훨씬 더 많이 알아야 한다. 마르크스는 당대의 경제학을 모두 섭렵하고 자본론을 완성했는데, 오늘날 한국의 마르크스의 후계자들은 마르크스의 경제학'만' 본다. 이는 한심한 일이며, 지금까지는 투쟁의 과정 속에서 차분하게 공부할 겨를이 없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극복되어야 한다. 좌파적 가치에 대한 신념을 잃지 않은 채 주류경제학을 열심히 공부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몇 년 지나면 그들이 당 정책의 중심이 될 수 있을 것이며, 또한 그렇게 되어야 한다.


그런 견지에서 볼 때 나는 이용대 후보와 성두현 후보가 정책위의장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용대 후보는 대중투쟁의 경력이 인상적이지만, 그 외에 뚜렷한 어떤 장점을 찾지는 못하겠다. 성적 소수자 문제에 대해 그가 무지하고, 또한 잘못된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제외하더라도 말이다. 성두현 후보는 마르크스주의의 원칙에 충실하려는 성실한 좌파인 것은 알겠다. 그러나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성'이라 부를만한 자질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그가 말하는 '즉각적인 대안프로그램'도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나는 한국 좌파가 아직 총체적인 '대안프로그램'을 제시할 만한 역량은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그와 평등연대가 '즉각적인 대안프로그램'을 주장하고 있다면, 그것은 그들이 특정 이념을 너무 신뢰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념이 100% 현실에 조응할 것이라는 기대는 수많은 경제정책을 무덤으로 보내왔다. 우리는 좀더 겸손하고,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나는 성두현 후보가 구체적인 정책에 대한 논쟁보다는 '사회주의 대안사회'에 관한 논쟁에 더욱 적합하며, 흥미를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가 당에서 맡아야 할 역할은 정책위의장이 아니라 다른 어떤 것일 것이다.


남는 것은 주대환 후보와 허영구 후보이다. 이 판단은 나 홀로 내린 판단이 아닐 것이다. 두사람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람은 매우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나는 여러번 천명했던 것과 같이 주대환 후보가 정책위의장에 더 합당하다고 보며, 그 이유를 이렇게 밝힌다.


구체적인 정책에 대한 지식으로만 따지면 허영구 후보가 더 우위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허영구 후보의 인식은 주대환 후보의 인식에 비해 총체적이지 않은 것 같다. 가령 비정규직을 정규직에 대한 공격의 근거로 삼는 보수파들의 공세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서, 주대환 후보는 허영구 후보를 비롯한 여타 후보들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 입장을 보였다. 허영구 후보를 비롯한 여타 후보들은 그런 논리를 '자본의 공세'로 치부하고, 별로 신경쓸 일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주대환 후보는 "누가 말했든 노동의 불평등 문제는 진보정당이 정면으로 대처해야 한다."라며, 노동평등기금 등의 정책을 수립할 것을 제안했다. 물론 보수주의자들의 논리는 "자본의 공세"가 맞지만, 민주노동당은 노조가 있는 대기업 노동자만을 위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 사실을 인지하고, 진보정당의 지지층을 넓힐 수 있는 (민주노동당을 욕하는 많은 이들은 사실 마땅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 민주노동당을 지지해야 할 사람들이다.) 방책을 제시한 것은 주대환 후보의 통합적인 식견을 보여준다. 허영구 후보의 인식은 민주노총의 정책국장으로선 별로 문제가 될 것이 없지만, 민주노동당의 정책위의장의 경우엔 조금 얘기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허영구 후보가 오랫동안 민주노총의 정책통으로 있었고, 주대환 후보가 창당기간 강령소위 활동 이후 오랫동안 시골의 지구당에 있었던 경험의 '차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주대환 후보는 민주노동당의 입장을 잘 안다. 민주노총, 전농 등 시민사회 단체와 당과의 관계를 질문받았을 때 여타 후보들과 다르게 "민주노동당 중심성"을 얘기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비슷한 얘기지만 주대환 후보는 민주노동당의 사정도 잘 안다. 나는 허영구 후보의 이념과 정책적 식견에 아무런 불만이 없지만, 그가 민족주의 통일 운동 진영에게 지나치게 무비판적인 것은 마음에 걸린다. 물론 이념이 다른 이들과 화합하는 것은 아름다운 모습이나, 정책위가 추구해야 할 '전문성'에 가장 방해가 될 수 있는 집단에 대해 문제의식이 없다는 것은 안이한 자세의 발로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용대 후보가 장상환 전 정책위의장의 과거 활동들에 "관념적"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을 보라. 나는 그 모습을 보고 "NL에게 실제적인 것은 '반미 대중투쟁' 뿐인가? 내가 보기엔 그들의 사고체계야말로 현실과 거리가 먼데."라고 생각했다. 하나의 이념을 가진 이들이 다른 이념을 가진 이들에게 단지 구호의 차이의 문제로 '관념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반칙'일 것이다. 그건 자신의 사고체계는 '관념'이 아니라 '현실'과 곧바로 소통할 수 있다는 '독단'에서 비롯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허영구 후보는 당면한 선거를 넘어 만약 당선되었을 경우 본인이 원하는 정책위 활동에 장애가 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주대환 후보의 단호한 태도는 이 점에 대한 인식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앞으로 민주노동당의 '전문성'을 강화시킬 것이 분명한 두 후보 중에서 주대환 후보를 정책위의장으로 지지하는 것이다. 주대환 후보의 통합적인 식견은 정책위의장에 더 걸맞고, 허영구 후보의 정책에 대한 지식 역시 정책위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이 이번 선거를 무사히 치르고 당내에서 올바르고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하기를 희망한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1 대한민국 '개혁' 요망 하뉴녕 2004-06-30 877
140 현실론과 정치공학 -Sophist와 RVD에 대한 반론 포함 하뉴녕 2004-06-30 28985
139 탄핵과 퇴진은 어떻게 다른가. 하뉴녕 2004-06-29 990
138 퇴진이 아닌 탄핵으로 노빠와 대립각 세워야 하뉴녕 2004-06-29 1153
137 지금이 노무현 탄핵 투쟁을 할 때다 하뉴녕 2004-06-29 1528
136 탄핵 노무현 하뉴녕 2004-06-29 1103
135 그래, 테러리스트를 어떻게 잡을래? 하뉴녕 2004-06-25 1040
134 미군납업자 어쩌구 개소리하는 노빠들 하뉴녕 2004-06-24 920
133 김선일씨를 추모하며 하뉴녕 2004-06-23 1112
132 투쟁노선이 잘못되었다는 말은 하나마나한 얘기다 하뉴녕 2004-06-21 849
131 행정수도 이전 통일 때문에 안 된다? 하뉴녕 2004-06-21 1113
130 유시민 의원이 예의를 말하나? 하뉴녕 2004-06-13 986
129 노빠론 (1) 하뉴녕 2004-06-10 1308
128 민중의 함성, 그것이 헌법? 하뉴녕 2004-06-07 1266
127 민주노동당 당직 선거에서 드러난 문제점들 하뉴녕 2004-06-06 854
126 로봇3원칙, 정당3원칙, 정파3원칙 하뉴녕 2004-05-31 1053
125 강철의 훈육관 [2] 하뉴녕 2004-05-31 1212
» 정책위의장 선거 관전평 하뉴녕 2004-05-30 1044
123 노회찬과 안티조선 재론 하뉴녕 2004-05-19 954
122 노회찬과 안티조선 하뉴녕 2004-05-18 8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