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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노회찬과 안티조선 재론

조회 수 954 추천 수 0 2004.05.19 22:01:00
이어지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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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글로 끝내려고 했는데 문제가 계속 시끄러워져서 한번 더 쓴다.


1. 원칙적으로 생각해 볼 때, 민주노동당과 소속 당직자들에게 안티조선 운동하는 이들이 요구할 수 있는 것은 다음의 것들이다.

첫째,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언론개혁 관련 입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
둘째, 민주노동당은 스스로 선언한 조선일보 인터뷰 거부에 충실해야 한다.


2. 노회찬이 저 두 가지를 어기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조선일보 노조가 민주노총 사업장이라서 용인되는 것이 아니라, 조선일보 노조와의 접촉이 "조선일보 인터뷰 거부"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조선일보 인터뷰 거부"에 주간조선, 월간조선, 심지어 여성조선마저 포함될 수 있겠지만, 조선일보 노조는 들어갈 이유가 없다. 또한 애초에 노회찬은 '조선노보'와 인터뷰를 한 것도 아니고 초청받아 가서 강연을 한 것이다. 그러므로 조선일보 노조가 일반적인 노조와 다른 '어용노조'임을 증명한 정지환 기자의 논증은 논점일탈이다. 노회찬이 한 짓이 예쁘다는 게 아니라, 안티조선의 원칙을 어기지 않았다는 그의 항변은 타당하다는 것이다.


3. 내가 이전 글에서 했듯이, 노회찬의 언론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는 있다. 그리고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언론관을 안티조선 운동 참여자들이 화를 내며 뜯어고치려 드는 것은 잘못이다. 노회찬의 입장표명이 있었으면 그것으로 됐다. 어떤 이들은 '진솔한 사과'를 원하는 모양인데, 안티조선의 원칙을 어기지도 않은 노회찬의 양심의 자유는 인정되어야 한다. 나는 그의 견해나 입장이 좀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스스로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꼴은 우스꽝스럽다.

또한 민주노동당과 조선일보의 관계에 대해서는 (나는 이전 글에서 그 점도 고민했는데) 민주노동당이 안티조선 방침을 재확인한 이상 안티조선 운동 참여자들 입장에서 더 이상 물고늘어질 부분이 없다고 생각한다.  


4. 진중권은 열린우리당의 많은 인사들이 조선일보와 친하게 지낼 때는 그처럼 항의하지 않았던 안티조선 진영이 민주노동당 노회찬에게만 비판의 포화를 집중한다며 그 편향성을 강력히 고발한다. 일부는 타당하지만, 일부는 타당하지 않다. 민주노동당이 안티조선의 입장을 천명한 반면에, 열린우리당은 애초 그럴 생각도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 없다. 그런 면에선 안티조선 진영이 민주노동당에게 편향된 잣대를 들이대고 있지 않다. 다만, 한 사람의 정치인이 안티조선에 대해 자신과 다른 견해를 가졌다는 사실에 대해 그렇게 못 견뎌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안티조선의 입장을 천명할 수도 없는 정당을 지지할 수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는 있겠다. (노회찬 비판자 중 열린우리당 지지자에 한해서.)

비판이 타당한 부분은 안티조선 진영이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을 동일한 정당으로 취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민주노동당이 안티조선에 동의하는 운동단체의 하나인 것으로 취급한다. 첫째, 열린우리당 정도 덩치의 정당이 특정 언론사를 비토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나는 노무현이 조선일보와 인터뷰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유감이 없다. 진중권은 꽤 유감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진중권의 유감은 노무현에게 향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엔 지금처럼 난리치지 않을 안티조선 운동가들에게 향한다. 둘째, 민주노동당 역시 열린우리당처럼 하나의 정당이며, 이미 원내에 진출한 이상 조선일보의 보도에 자주 항의할 수는 있을지언정 장기적으로 안티조선의 원칙을 준수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제발 그게 '부자연'스럽다는 것 정도는 인식해 주길 바란다.  


5. 노회찬의 '30년 독자' 고백이 안티조선 방침 (조선일보를 보지 말아야 한다는)의 위배에 해당한다는 오마이뉴스 어느 기자의 글을 보니 실소를 금치 못하겠다. 안티조선 운동 참여자만큼 조선일보 열심히 본 사람들이 또 어디 있었던가? 구독 거부는 생활인들이나 할 수 있는 것이다. 한 정당의 사무총장에게 신문도 보지 말라는 것인가?


6. 안티조선의 관점으로 노회찬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주욱 이어지는 오마이뉴스의 노회찬 특집 기사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숙고하기 바란다. 동영상 시대가 오니 피곤해 죽겠다. 차라리 신문의 텍스트는 '저자'가 있으니 사람들이 조심을 하는데, 동영상을 보더니 갑자기 편집자가 있지도 않다는 듯이 "뭔 소리야? 나는 봤는데!"라며 난리를 피운다. 이미 송만기와 노회찬이 저 "나는 봤는데!"의 희생자가 되었다. 앞으로 계속 희생자가 업데이트 될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7. 이런 저런 점을 다 떠나도, 민주노동당과 조선일보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 조선일보는 민주노동당 내 선거의 논쟁을 캐치해서 민주노동당은 북한에 대해 더욱 확실한 입장을 가지라고 (사설로) 주문하는데, 이런 짓은 조선일보가 제일 빠르다. 조선일보는 개처럼 (영향력을) 벌어서 정승처럼 (영향력을) 쓴다. 민주노동당이 앞으로 치를 떠는 것은 (노회찬의 생각과는 달리) 조선일보의 '관점'보다는 '치사함'이 될 것이다.


8. 노회찬 총장이나 민주노동당은 '주적'을 중앙일보로 삼아야 한다. 앞으로는 중앙일보의 독자들이 민주노동당의 적수가 될 것이다. 안티조선은 이미 충분한 결실을 거둔 운동이며, 시의적 적절성을 많이 상실한 운동이다. 민주노동당은 굳이 그런 운동의 '원칙'을 어겨 운동 참여자들의 원성을 살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이유도 없다. 당분간 스스로 천명한 (민주노동당과 주요 당직자의) 기고 거부/인터뷰 거부 정도만 유지하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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