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노회찬과 안티조선

조회 수 869 추천 수 0 2004.05.18 21:59:00
노회찬 국회의원 당선자가 조선노보 초청강연에서 한 강연 때문에 구설수에 올랐던 적이 있다. 그 사건에 대한 코멘트다. 진보누리에 아흐리만이란 아이디로 올린 글.
-----------------------------------------------------------------------------------------------
노회찬 당선자의 조선노조 강연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 몇가지 짚어보기로 한다.


첫째로 노회찬 당선자의 행위의 잘잘못의 문제이다. 민주노동당엔 조선일보 인터뷰 거부 반대 방침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러나 이 방침이 조선노조의 초청에까지 효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노회찬 당선자의 강연 자체는 문제삼을 것이 못된다.

그러나 강연장에서의 발언은 문제이다. 그는 본인이 조선일보 30년 독자이며, 안티조선 운동이 있을 때에도 신문을 봤으며, 조선일보가 품질이 매우 좋다고 했다고 한다.

노회찬이 조선일보 30년 독자라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체제 번혁을 꿈꾸던 사회주의자가 '대한민국 주류'라고 믿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하고 사는지, 어떤 논리로 자신을 욕하는지를 체크 안 한다면 그는 태만한 사람이다.

문제는 그가 안티조선 운동에 대해 별다른 이해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나도 안티조선 운동 할 당시에 조선일보를 열심히 볼 수밖에 없었다. 대개는 인터넷으로 봤지만, 구체적인 편집까지 확인하고 싶은 사건이 있는 날은 지하철에서 꼬박꼬박 돈 내고 신문을 사봤다. 보지도 않고 비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홍세화는 "조선일보 안 보기 운동"과 "조선일보 대신 봐주기 운동"으로 그의 안티조선 구호를 정리한 바 있다. (고종석은 이 구호가 모순적이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그랬더니 홍세화는 짜증을 냈댄다. 몇 년도 더 된 얘기다.)

그러니, 주류사회의 시각을 위해 신문 열심히 봤다는 말을 하기 위해 굳이 안티조선 운동을 걸고 넘어질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품질이 좋다"는 발언에 비하면 위 오류는 사소한 것에 불과하다. 조선일보가 (어떤 의미에서) 품질이 좋기는 하다. 자본력이 뛰어나고, 과거 권력의 핵심에 있었기 때문에 신문의 질도 좋고 취재력도 고급이다. 그러나 이는 변명거리가 되지 못한다. 노회찬 당선자가 아무리 개념이 없다한들 국방부 방문해서 미제 무기를 보며 "역시 미제가 품질이 좋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발언은 매우 부적절한 것으로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둘째로 노회찬 당선자의 언론문제에 대한 생각의 적절성을 따져볼 수 있다. 위에서 충분히 드러났듯이 노회찬은 언론문제에 대해 별로 감각이 없어 보인다. 그건 이전에 딴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충분히 드러났다. 그 인터뷰에서도 조선일보 독자임을 자랑했다고 해서 뭐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매체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면, '당파성'의 잣대는 보이지만 '보도의 중립성, 원칙'의 잣대는 보이지 않는다.

중립적인 보도, 원칙적인 보도란 모든 정파적 이해를 초월하라는 뜻이 아니다. 자신의 견해를 반칙을 취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진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노당선자의 언론 평가에는 이 부분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거나, 미약했다.

그래서 그가 조선일보 노조에 가서 한 말을 정리해 보면, 편집권 분리 등 제도적인 문제에 대한 언급과, 조선일보의 성향에 대한 언급은 있어도 언론윤리에 관한 언급은 없다. 어차피 언론은 당파적이기 마련이므로, 성향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정도가 '윤리'의 최대치라고 노회찬은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편집권 분리 역시 조금이라도 민주노동당에 유리한 기사를 얻어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정치인 노회찬이 소속정당인 민주노동당에 대한 유불리를 기준으로 언론을 평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그의 '언론관'을 형성하고 있고, 그것이 민주노동당의 '언론관'으로 정착된다면 문제는 심각할 수 있다.

좀더 전략적인 견지에서 말하자면, 조선일보에 대한 노회찬의 태도는 집권 초기의 김대중 정권의 태도와 비교될 수 있다. 김대중 정권은 언론은 권력에 따라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들이 자신을 따라 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유화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나 거부당했고, 결국 언론운동의 원칙을 받아들여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등 '언론개혁'에 나섰다. 그러나 세무조사 이외의 뚜렷한 후속조치를 취하진 못했다.

노회찬 역시 "민주노동당이 원내진출 했으니 조선일보에서 좀더 잘 다뤄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오산이다. 기사를 많이 다뤄준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지금껏 조선일보는 민주노동당을 아예 언급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김대중-노무현이 주된 왜곡의 대상이 되었고, 주로 그들의 지지자들이 조선일보에 대해 악감정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민주노동당의 영향력이 커졌으므로, 조선일보는 민주노동당에 적대적인 보도를 보일 확률이 매우 크다. 김대중 역시 조선일보가 자신을 따라와 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집권 이전에 그렇게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는 권력지향 집단의 속성과 동시에 이념집단의 속성도 가지고 있었다.

결국 민주노동당 역시 (노회찬처럼) 초기에 유화제스처를 취한다 하더라도, 조선일보가 몇번 악의적인 왜곡을 한 이후에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처럼 펄펄 뛸 확률이 크다. 사람은 경험에서 배워야 한다. 그런 어리석은 일은 전략적인 견지에서도 할 필요가 없다.

나는 노회찬 당선자가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주류'의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보수언론을 꼬박꼬박 읽는 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젠 슬슬 중앙일보로 바꾸어 보는 것이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가,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 조선일보에게 영향을 받는 세대가 있지만, 그 세대는 점차 경제활동에서 은퇴하는 세대다. 40대들은 친북 빨갱이 공세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스러우면서 경제적으로는 (한국)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계층으로 확실하게 자리잡아가고 있는데, 이들이 선호하는 것이 중앙일보다. 최근 중앙일보는 민주노동당에서 '친북'의 혐의를 벗기고 '스웨덴 모델'이라는 고깔을 씌워줬다. 앞으로 민주노동당이 대결해야 할 사람들은 아마도 중앙일보 독자들에게서 나올 것이다.


셋째로 '노회찬 사건'을 통해 생각해보는 민주노동당과 조선일보의 '바람직한' 관계를 생각해야 한다. 물론 노회찬이 언론 문제에 대한 부적절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다른 모든 것이 폄하받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안티조선 운동의 변화된 위상과도 관련이 있다.

안티조선은 언론윤리라는 측면에선 아직 유효하지만, 새로운 매체 환경에서도 왜 하필 그 적용대상이 조선일보인지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당파에 따라 조선일보와 같은 '반칙'을 저지르는 언론은 늘어났고, 조선일보의 영향력은 과거에 비해 한층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하더라도 그것이 민주노동당이 안티조선이라는 굴레를 집어던져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안티조선은 한때 시민사회의 합의였고, 민주노동당은 그 합의에 동참한 당원이 상당수라는 사실을 감안해서라도 아직까지는 합의에 동참할 의무가 있다.

노회찬은 민주노동당의 조선일보 인터뷰 거부 결정에 대해 "부자연스러운 상태"라고 표현했다. 따지고 보면 부자연스러운 상태인 것은 맞다. 사실 나는 열린우리당 정도 덩치의 정당이 특정 신문사를 비토하는 것은 자연스럽지도, 바람직하지도 못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노동당은 불과 10석 규모의 미니정당이므로, 아직 단호한 입장을 취할 수는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정치인이나 정당이 특정언론을 비토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닐 수 있다.

안티조선은 시민사회에서 태동되었고, 시민사회에서 합의되었으며, 시민사회에서 끝맺음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내가 노회찬의 언론관이 문제가 있다고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사건 당시 즉각적으로 화가 나지 않았던 것은, 사실 시민사회가 정치인에게 요구해야 하는 것은 편집권 분리, 정간법 제정 등 제도적인 문제들에 국한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노회찬의 견해가 나와 다른 것은 유감이지만 그렇다고 그의 견해를 뜯어고쳐야 할 이유는 없다. 나는 당원으로써, 그리고 유권자로써 압력을 행사하여 정치권에서 언론계에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일- 제도 개혁-을 추진하도록 노력할 뿐이다. 나머지 영역은 여전히 시민사회의 것이다. 정당이 그 영역을 침범하기를 바란다면, 혹은 침범하려 든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고 말 것이다.

그래서 나는 노회찬을 비판하지만, 그 비판의 수위를 적절하게 맞춘다. 민주노동당이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시키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1 대한민국 '개혁' 요망 하뉴녕 2004-06-30 877
140 현실론과 정치공학 -Sophist와 RVD에 대한 반론 포함 하뉴녕 2004-06-30 28985
139 탄핵과 퇴진은 어떻게 다른가. 하뉴녕 2004-06-29 990
138 퇴진이 아닌 탄핵으로 노빠와 대립각 세워야 하뉴녕 2004-06-29 1153
137 지금이 노무현 탄핵 투쟁을 할 때다 하뉴녕 2004-06-29 1528
136 탄핵 노무현 하뉴녕 2004-06-29 1103
135 그래, 테러리스트를 어떻게 잡을래? 하뉴녕 2004-06-25 1040
134 미군납업자 어쩌구 개소리하는 노빠들 하뉴녕 2004-06-24 920
133 김선일씨를 추모하며 하뉴녕 2004-06-23 1112
132 투쟁노선이 잘못되었다는 말은 하나마나한 얘기다 하뉴녕 2004-06-21 849
131 행정수도 이전 통일 때문에 안 된다? 하뉴녕 2004-06-21 1113
130 유시민 의원이 예의를 말하나? 하뉴녕 2004-06-13 986
129 노빠론 (1) 하뉴녕 2004-06-10 1308
128 민중의 함성, 그것이 헌법? 하뉴녕 2004-06-07 1266
127 민주노동당 당직 선거에서 드러난 문제점들 하뉴녕 2004-06-06 854
126 로봇3원칙, 정당3원칙, 정파3원칙 하뉴녕 2004-05-31 1053
125 강철의 훈육관 [2] 하뉴녕 2004-05-31 1212
124 정책위의장 선거 관전평 하뉴녕 2004-05-30 1044
123 노회찬과 안티조선 재론 하뉴녕 2004-05-19 954
» 노회찬과 안티조선 하뉴녕 2004-05-18 8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