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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폭로' 비난하는 '우익'들에게

조회 수 908 추천 수 0 2004.12.07 14:59:00
안보문제에 대한 고민이 묻어나는 글이다. '민족자주교'와 '한미동맹교' 양대 종교의 신도들의 입장을 벗어나서 설명해 보려고 했다. 진보누리에 실명으로 올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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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북한온정주의자들은 '북한핵'을 옹호하기도 한다. 북한 정권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인 수단이니 이해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날 내가 "아니 그걸로 무슨 자위가 되느냐. 전쟁위험만 높이고, 결과적으로는 정권 자신이나 북한국민, 그리고 남한국민마저도 위험으로 몰아넣는 한심한 짓거리가 아니냐."라고 했더니, 그분의 대답은 이랬다. "숨어서 하면 됩니다."


김정일이 미처 그것을 몰랐던 모양이다. 그래서 일부러 인공위성의 시야에 닿는 땅굴을 파놓고 거기다 시설을 지었던 모양이다. 이런 수준의 얘기에는 대꾸해야 할 필요가 없다. 논박할 수 있는 것은 논리 뿐, 무논리(無論理)는 애초에 논박이 불가능한 법이다.


그런데 북한온정주의자들을 감옥에 쳐 넣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들을 증오할 우리의 보수우파들의 생각도 거기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주한미군의 역할변경과 관련된 '노회찬 폭로'에 대한 정부 당국과 보수 당국의 반응은 이렇다. "당사국인 중국과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므로 폭로하면 안 된다." 아니, 중국과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일을 왜 '숨어서' 한단 말인가. 그리고 '숨어서' 하려고 든다고 그게 '숨길 수' 있는 일인가. 국민의 생명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안보의 문제를 숨어서, 꽁으로 해결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니, 한국의 보수 우파들은 참으로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인가 보다. 한쪽은 숨어서 핵개발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한쪽은 몰래 중국을 선제공격할 수 있도록 주한미군의 성격을 바꿔도 별 상관없다고 생각하다니, 정말이지 난형난제다. 이런 우익들에게 안보문제를 맡길 수 있을까?


경향신문과 서울신문에서는 노회찬 의원의 폭로내용은 지나친 우려이기는 하지만, 정부 당국 역시 그러한 협상을 진행하려면 국민들과의 협의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런 것이 바로 '안보를 걱정하는' 보수의 시각이다. 동아일보는 12월 7일자 사설에서 노회찬 의원의 폭로를 "한미동맹 흔들기 정보유출"로 규정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동아일보가 보는 '한미동맹'은 '한미-국방부동맹'이란 말인가? 한국인들이 한미동맹에 목매달고, 보수우익들의 선동에 쉽게 놀아나는 이유는 전쟁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쟁을 억제한다는 차원에서 대미관계나 한미동맹의 중요성도 부각되는 것이지, 한국민이 원하지 않는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한미동맹'은 필요가 없다. 보수우익은 '은인이 건져준 목숨, 은인을 위해 던지는' 무협지의 엑스트라를 열연하고 싶은 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놈 주인공 되는거 봤냐?), 설령 대한민국의 종말을 그렇게 촌스럽게 맺으려고 해도 국민의 동의는 필요하다. 이 나라는 '적어도' 민주공화국이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가 나오면 보수우익들은 꼭 자신들의 입장을 '실리'와 '현실'로 부르고, 그와 상이한 모든 입장을 '민족자주'라는 이념에서 도출된 행위로 지칭하며, 결과적으로 '현실과 유리된 이념'을 공격하는 식으로 논변을 끝맺곤 했다. 한마디로 가소로운 얘기다. 이번에도 노회찬 의원의 폭로를 "주한미군 철수가 당론인 민주노동당의 의원"이 한 짓으로 몰아가려고 하는데, 그렇다면 한번 물어보자. 당신들은 주한미군의 주둔에 대해 어느 정도냐 고민해봤느냐고. 민주노동당의 당론은 '주한미군의 점진적 철수'인데, 사실 '점진적'이란 말은 참으로 애매하고 어떤 의미에선 하나마나한 말이다. 민주노동당 당론의 바리게이트는 "확실한 건, 통일 이후엔 더 이상 주한미군의 주둔이 필요없고, 따라서 용인되어서는 안된다." 정도다.


그러나 이조차도 나처럼 '민주노동당의 당론이라고 무턱대고 따르지 않는, 실리를 고려하는 진보주의자'의 입장에서 보면 쉬운 문제가 아니다. 나는, 유시민 의원이 네오콘 무서워하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중국이 무섭다. 나는 그들이 팍스 아메리카나가 약화된 시기에 '제국'을 추구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또한 '제국'이 추구되기 시작하면 그저 자기 땅을 확고하게 지키기 위해서 남의 땅을 노린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가령 조선족 자치구를 위해 북한지역의 영유권을 주장한다든지. 그래서 나는 동북3성에 가서 돈자랑하며 만주를 회복할거라는 둥 고구려의 강역이 우리 민족이 되찾아야 할 영역이라는 둥 헛소리를 지껄이는 기업인들을 보면 그들의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지가 궁금하다. 미국이라는 우산 속에서 오랫동안 '현실'을 모르고 살더니, 한마디로 맛이 간 거다. 나는 만주는 물론이고 간도땅도 수복해야 할 이유를 모르는 사람이지만, 설령 수복하려고 한다 해도 그따위로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안다.


요지는 내가 한때 통일 후에도 주한미군을 평화유지군 형식으로 주둔시키면서 중국의 야욕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생각 버렸다. 왜냐하면, 그런 짓을 하려면 한국의 이익을 명확히 알고, 또한 미국의 이익을 명확히 알며, 그 합해진 벡터의 방향을 한국에게 유리한 쪽으로 끌어올 수 있는 합리적인 정부가 필요할 텐데, 도대체 한국땅에 그런 걸 기대할 수가 있어야지 말이다. 국방부와 외교부가 미국과 협상할 의지가 없고 "저기요, 어차피 이건 다 여론을 보는 쇼구요, 결국 그쪽 요구대로 다 해드릴테니 걱정마세요~"라고 귓속말을 하는 나라에서, 주한미군을 활용하다니 어떻게? 게다가 부시정권 이후 미국의 행보는 그들을 '이용'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세력이 되어버렸지 않은가.


여기서 우리는 친미주의자들의 '현실'과 민족주의자들의 '이상'의 대립이 아닌, 노회찬 폭로 사건을 둘러싼 현상의 진정한 논점을 뽑아낼 수 있다. 첫째는 앞서 말했듯 국민의 생명권과 직결된 안보문제를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국가가 협상하는 것이 온당하냐는 것이며 둘째는 외교문제에 있어 '국제정세=현실=미국'이라는 세팅을 깔아놓고 가령 중국 등의 기타 국가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방식이 과연 실리적이냐는 것이다.  


모두들 알다시피 세상은 살기 힘든 곳이다. 그래서 가정이나 학교에서나 어렸을 때부터 "가족밖에 믿을 게 없다."는 식으로 가르치지만, 나의 경우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심지어 그 부모라는 '것'들도 자식에게 도움이 되는 '짓'을 벌이는 경우가 흔치 않다. 그러니 다른 '것'들은 닐러 무삼하리요. 계약서 하나만 잘못 봐도 피보는게 우리네 삶의 풍경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살기 힘든 세상을 너무 쉽게 사는 부류가 있으니, 일부 개신교도들과 '한미동맹교' 신도들이 그들이다. 일부 개신교도들은 '일단' 예수를 믿기만 하면 반드시 천국에 가고 내세의 삶이 보장되어 있다고 믿는다. 반면 '한미동맹교' 신도들은 '일단' 미국을 따르기만 하면 반드시 평화가 오고 현세의 삶이 보장되어 있다고 믿는다. 그나마 나는 전자가 후자보다 낫다고 생각하는데, 왜냐하면 전자는 적어도 목숨이 끊어지기 전까지는 반증이 불가능한, 생활세계와 따로 노는 영역의 견해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후자는 그렇지도 않다. 디시인사이드 스타크래프트 갤러리에서 게이머 곽동훈이 '그냥 대세'인 것처럼, 미국은 그들에게 '그냥 믿음'일 뿐이다.


가령 조선일보 12월 6일자 시론으로 실린 박용옥 한림대 교수 / 전 국방부 차관의 글을 보라. 그는 미군 역할 변경을 공론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내가 지적한 첫 번째 논점에 해당하는 주장이며, 올바른 말이다. 그런데 그는 내가 지적한 두 번째 논점에 해당하는 부분에서는 허망하리만큼 순진한 자세를 취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다음, 우리 정부는 주한미군의 지역 역할과 관련해 중국을 너무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 같다. 동맹국인 미국의 군사적 필요성보다 ‘중국과의 관계’를 더 의식하는 가운데, 마치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려는 인상을 준다. 이것이 한국의 입장이라면, 이는 우리 스스로 강대국 사이에 끼어들어 ‘장기판의 졸(卒)’이나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의 처지를 자초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강대국 관계는 그들 간의 힘의 논리가 작용한다. 주한미군의 지역역할에 대한 중국의 반응과 같은 강대국 문제는 미국 자신이 지역 또는 세계전략 차원에서 해결토록 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일 것이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의 중간적 입장에 선다고 우리 안보 여건이 더 좋아지겠는가?"


이분의 견해를 요약하자면, 한국은 아무 상관없이 그저 미국의 뜻에 온전히 자신을 맡길 때에 '주체'라는 질곡에서 해방될 수 있으며, 따라서 '책임'도 사라지며, 중국이 책임을 추궁하면 심형래 아저씨처럼 "한국 없다~"라고 대꾸하면 된다는 것이다. 상당히 참신하고 혁신적인 견해이기는 한데, 아쉽게도 이미 실천적인 반례가 나와버렸다. 지난번에 이라크 테러리스트들이 김선일씨를 납치했을 때, 그들은 '이상하게도' '주체'인 미국 정부가 아니라 '객체'인 한국 정부를 호출했다. 참 이상하기도 하지. 그런데 아무래도 이는 앞으로도 피할 수 없는 사태인 것 같다. 한국은 영토도 있고, 국민도 있으며, 심지어 주권도 있다고 주장하는 공화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시켜서 했건 어쨌건 간에 한중관계를 책임져야 하는 것은 한국 정부과 한국 국민 자신이다.


더더구나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의 중간적 입장에 선다고 우리 안보 여건이 더 좋아지겠는가?"라는 반문엔 정말이지 웃음밖에 안 나온다. 이분은 예수 믿으면 천당가는 것처럼 한국이 미국믿으면 중국과 미국의 중간에 있다는 지정학적 위치에서 벗어나 어디 4차원으로 점프라도 할 줄 아는 모양이다.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홍군 VS 청군>이라는 책이 있다고 한다. 나는 읽어보지 않았는데, 미국과 중국의 물밑 헤게모니 쟁탈전을 다룬 책이라고 한다. 이 책에 대한 보수언론들의 서평은 다음과 같다.


동아일보: 국제 문제 전문가인 저자가 제시하는 생생한 미/중 패권쟁탈전의 물밑대결. 그 속에서 한반도가 불바다가 되지 않도록 막을 방도는?
문화일보: 두 제국의 대결 구도를 한국인의 시각에서 분석한다.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
조선일보: 21세기 세계의 패권을 놓고 미/중이 벌이는 거대한 장기판 안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저런 책을 읽고 '방도', '준비', '대비'를 고민하다니 과연 착실한 독자들이다. 그런데 평소엔 그 '방도', '준비', '대비'를 어떻게 하고 있는 것인지. '나무묘법연화경' 읊듯이 '한미동맹' 강조하기 밖에 더 있을까? 비록 국가의 문제는 생활이 있는 모든 개인들이 고민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적어도 '언론'이라는 것은 그런 고민을 전담하기 위해 있는 것일 게다. 그것도 '정론지'라면 말이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그러한 고민의 흔적을 전혀 볼 수 없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한국의 보수우익은 상대편을 '민족주의자' 혹은 '이상주의자'로 몰아붙이는 타성에서 벗어나 문제의 핵심에 대해 말해야 한다. '주한미군'은 하나의 수단이며, 그것이 복무하는 목적은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한 국가공동체의 안정과 번영이다.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거나 고민하는 사람들 역시 그러한 목적에 대한 수단을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수우익들이 인지할 때에, 우리 사회에도 제대로 된 '정책토론'이라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현실'은 보수우익들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장난감이 아니다. 노회찬 의원의 폭로는 바로 그러한 '진실'에 대한 폭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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