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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ssy의 충무로 리포트

조회 수 960 추천 수 0 2005.08.02 16:41:00
카이만, 병장, 일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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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엔 면회까지 와서 6시간 동안 노가리를 까다가 돌아간 ssy. 훈련소 시절부터 꾸준히 내게 보낸 편지가 10여통에 이른다. 최근 그의 편지의 동향은 1) 요새 그가 쓰는 시나리오에 관한 잡설들 과 2) 최근 그가 본 영화들에 관한 영화평 으로 이루어진다. 그가 스스로 '충무로 리포트'라 이름붙인 2)의 내용이 혼자 보기 아까워 일부 인용한다. 가끔 문맥의 이해를 돕기 위한 '편주' 있음.

* 혈의 누
<혈의 누>는 너무 친절하였다. (...) 버릴 곳이 거의 없도록 만들어놓았다. (...) 다만 옴팡지게 잔인한 스릴러라면 그냥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로만 쭈욱 밀고 나가도 괜찮을 것 같은데, 너무 많이 가르쳐준다.

* 남극일기
미안한 말이지만 양수리에서 찍어도 될 영화였다. 굳이 남극장면은 조금만 나가서 처리해도 되었을 듯. (...) <지구를 지켜라>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블록버스터급 B-무비가 나오는 충무로는 참 신기한 영화세상이다.
(...) 남성신파. 남성들의 로망, 두명의 사내가 나오고, 서로가 대립하면서 또한 이끌리고, 그렇게 끝까지 가고, 파국(혹은 구원)으로 치닫는 쎈 사나이무비. 뭐 이런 영화들의 극한에 와있는게 아닌가 한다. 그게 태극기에서 끝날지, 앞으로 몇편이 더 나올지 혹은 이종교배를 통해 변화할지...

*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
(편주: 이것도) 남성신파다. (...) 오비완 케노비와 다스베이더(아나킨 스카이워커)의 오랜 대결을 그린 영화다. 허허. (...) 내 소년기를 지배했던 신화 하나가 부서지는 그런 심정으로 그 영화를 보았다.

* 극장전
조악하고 급작스럽게 찍었는데 홍상수는 홍상수다. 그는 다른듯 똑같은 영화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 짧은 러닝타임 (...) 80분이 채 안되는 것 같다. (...) (편주: 다른 영화들은) 뭐 그렇게 할말들이 많은지... 2시간을 넘게 보고 싶은 영화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 정도 밖에 없는데...

* 홍상수
홍상수 이야기가 나오면, 사람들은 경끼를 일으킨다. "그의 스토리들이 다 거기서 거기야." 내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선배 여자 따먹기" 쯤 되겠지. 물론 좋아하는 이들은 그 따먹기까지의 과정에서 쾌감을 느끼고 대사빨에 죽어나가지만 또 한편으로는 시시하다는 의견이 많다.
(...) F언니들은 (편주: 페미니스트를 지칭) 여자를 따먹는 스토리와 그 물신성 때문에 홍상수라면 치를 떤다. (...) 이제 알았으리라 김기덕이나 홍상수나 이창동이나 매한가지라는 사실을...
(...) 내게 있어 김기덕이 피곤한 이유는 유아기적 발상 때문이다. (편주: 마초성 때문이 아니다) 예를 들면 김기덕은 사람을 묶어놓고 자지를 빤 다음 정액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는 '너도 좋아했잖아' 하는 식이다.
(...) 하지만 나는 홍상수를 바라보는 관객과 평단 두 가지 지점 모두 답답하다. 특히 평단에서 논의되는 일상성이나 스토리 같은 지점은 지겹다. 무슨 소린고 하니, 내가 볼 때 홍상수가 진짜 승부하고자 하는 지점은 거기가 아니란 얘기다. 홍상수는 영화라는 매체 자체에 대한 논의를 하고자 하는 것 같다. 이번에 극장전을 보면서 확신할 수 있었다. 그는 영화의 여러가지 구성 요소들, 스크립(시나리오), 플롯(이야기의 구성), 인물과 캐스팅, 공간과 헌팅, 촬영의 여러가지 장치들, 편집과 음악 등 여러 요소를 가지고 장난치고 실험하는 소년이다.
(...) 그는 언제나 정말 똑같은 이야기, 똑같은 트라우마를 가진 스토리를 이렇게 변주하면서, 동시에 그 안에 소속된 인물을 조금씩 바꾸면서 (예를 들면 계급, 성별, 직업...) 그것이 다른 영화 언어와 조합될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살피는 것이다.

* 신시티
근사하다, 근사하다, 근사하다. 근데? 근데 좀 느끼하다. 느끼한 영화의 광팬을 자처하는 나이지만, 내 눈에는 좀 느끼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과 적을 구별하는 첫째 기준은 여성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달렸다. 당연히 그들은 로맨티스트들이니까. 근데 나는 셋 중에 하나쯤은 좀 다를거라고 기대했는데, 이런 셋 다 로맨티스트네. 쩝...
(...) (편주: 이런 종류의 폭력물은) 강한 남성성을 내세우고 끝까지 가는 과정에서 그게 순간순간 오버될 때마다 유치하다는 느낌과 졸라 오바다는 느낌이 들면서 피식피식 웃음이 나는 경우가 있다. 작가는 거기서 웃음을 줄 수도 있고, 정말 비장하게 갈 수도 있는데... 신시티는 너무 한쪽으로만 간다. 이게 리듬감 있게 배치가 되면 훨씬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 정말 놀라운 강점 하나. 공간을 묘사하는 파워는 엄청났다. 또한 끝없이 갇혀 있는 듯한 느낌. 세트 촬영과 특수효과로 도배해서 나온 것이긴 하지만, 정말 빠져나올 수 없는 미궁과 같은 공간감은 정말 엄청난 절망을 선사한다.

* 우주전쟁
스필버그는 버그다(내 친구 曰). 맞다 그는 버그다. 항상 그의 영화는 잘 나가다가도 특유의 버그스러움으로 보수에 회귀한다. 하지만 나는 스필버그를 사랑해왔다.
(...) 이런 호의적 시선 때문에 같은 과 친구들과 많이 다퉜다. 왜냐면 그들이 보기에 스필버그는 악의 축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팝콘 부스러기들을 만들어낸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천부적인 재능을 오직 돈에게 팔아치운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 팝콘 부스러기 영화들은 늘 있어왔고, (영화는 원래 좀 속된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버는게 나쁘다 생각한 적도 없고, 한 인물에게 너무 많은 것을 투영해서 욕하는 건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주인공(톰 크루즈)은 전형적인 스필버그의 영화답게 영화가 시작할 때는 철없는 남자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는 진정한 아빠가 된다. (늘 빠지지 않는 가부장의 귀환. 버그의 핵심키워드) 하지만 나는 마지막 커트에서 존 포드의 <수색자>를 발견하였다. 그는 귀환했지만, 가정에 들어가지는 못한다. 그는 집 밖에 있다. 그는 다시 부두 노동자로 돌아갈 것이다. 심정적으로 그는 구원을 얻고 아빠가 되지만, 결코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 각본을 쓴 데이비드 코엡 曰 "이건 반이라크전에 대한 영화입니다"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거대한 착각을 하고 계신 거 같다. 개새끼 어디서 옳은 척까지 할라 그래? 아무래도 전쟁 가해자들임에도 자신들도 희생자였다는 자기 위안 내지는 윤리적인 당위성 같은 걸 요구한다. 굉장한 퇴행이다.
(...) 스필버그는 버그다. 근데 그 버그스러움이 지금의 스필버그를 있게 했다. 그는 더 할 수 있는데 결코 선을 넘지 않는, 얄미운 인간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의 영화가 조금씩 맑아지는 기미가 보인다. 특히 <수색자> 커트에서는 뭔가 뭉클했다.
(편주: ssy는 자신의 <우주전쟁> 평론이 며칠 후 잡지에서 본 좋아하는 평론가의 글과 흡사했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 ssy는 도대체 왜 '좌파'일까? -_-;; "마이클 무어는 총기협회나 부시만 없어지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묘사해. 그건 진짜 문제해결을 위한 숙고를 방해하지."라는 말을 듣고, '아니, 학습도 안 받은 친구가 왜 이리 귀여운 청년좌파야? +_+'는 생각이 들었다는. 외려 내가 웃으면서 "그런 사람의 역할도 의의가 있지."라고 했더니 "그건 알지만 그 사람이 하니까 나는 그런 짓 할 필요 없어."란다. 뭐 그도 맞는 말이다.

한가지 더, 대화내용 공개 -_-;;

ssy : '내 이름은 김삼순' 자주 봤어?
카이만 : 아니, 1회 반 정도 밖에. 근데 난 그렇게 재미있진 않더라. 웃기긴 웃겼지만.
ssy : 왜?
카이만 : 블로그에도 썼듯이, '우리나라 사람들 성질부리기 참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구. 남자들이 성질부리는 건 현실에서 노상 보니까 드라마에서 보면 짜증날테고, 이젠 '여성'이 성질부리게 해서 그걸 보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자기 성질에 대한 자기위안이 아닐는지. 뭐 드라마 주제는 것과 거리가 멀지만, 사람들에게 웃음을 준 방식은 그랬다구.
sst : 여자들이 성질부릴 때가 되긴 했지. 남자들은 성질을 룸싸롱에서 풀고 나오니까.
카이만 : 쿡! (웃음)

강릉에서 칩거하는 그가 좋은 시나리오를 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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