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숭배하는 남성

조회 수 1170 추천 수 0 2005.02.22 02:05:00
이것도 훈련소의 추억이다 훈련소에서 이딴 글을 썼댄다. 장하지? ㅡ.,ㅡ;;

------------------------------------------------------------------------------------------------

숭배하는 남성


남성에는 두 가지 부류가 있다. 숭배할 줄 아는 남성과 숭배를 모르는 남성이 그것이다. 남성과 거리가 먼 이가 보기에는 '숭배' 자체가 촌스러운 것으로 생각되므로, 전자의 남성이 문제가 많은 것으로 여겨질 것이다. 그러나 진실은 정반대다. 숭배할 줄 모르는 남성과는 상종하지 말아야 한다. 그 이유는 남성이라는 종족의 일반적인 특성과 관련되어 있다. 일반적인 남성은, 숭배 이외엔 자신 이외의 것을 존중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숭배는 남성이 타자를 존중하는 유일한 방식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남성의 무능력만을 드러내는 징표는 아니다. 사실 모든 능력은 특정한 무능력을 봉합하고 타협하는 시도로부터 온다. 말하자면 장점과 단점은 한 뿌리에서 나온다. '장점만을 취하라.'는 경구가 대부분의 경우 허황된 것인 이유는 그 때문이다. '숭배밖에 모르는 남성' 역사 단지 무능력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남성은 숭배의 대상을 무한히 상승시킴으로써 자신의 결점을 봉합한다. 플라톤이 <향연>을 괜히 쓴 게 아니다. 남성의 숭배의 대상은 실제로 '쭉빵걸'에서 '선의 이데아'까지 상승이 가능하다(물론 현실에선 대부분 출발점이 저보다 높고, 도착점은 저보다 낮다).

이것이 남성의 숭배와 여성의 숭배가 다른 점이다. 여성은 숭배 이외에도 타자를 존중하는 다양한 방법을 아는 종족이다. 그리고 여성은 숭배도 할 수 있다. 히틀러의 제3제국을 떠받친 가장 탄탄한 지지층은 여성이었다. 그러나 여성의 숭배의 대상은 남성과는 달리 몰입이나 감정이입이 가능한 대상으로 제한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은 배우고 활용하는 과정의 반복이 가능한 '습득'에 능하다. 여성이 커뮤니케이션에 능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은 활용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 추상적인 가설에는 (일반적으로 남성에 비해) 관심이 덜하다. 그런 쓸데없는 것을 숭배할 리도 없다.

남성의 숭배하는 기질은 그를 형이상학의 몽벽에 빠지게 한다. 이 몽벽에 빠진 이들의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A4 서너 페이지 분량의 지식으로도 형이상학을 꾸밀 수 있는 게 남성이니까. 이런 이와 대화하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인내심이 필요한 일의 부류에 속한다. 그러나 형이상학의 몽벽에 빠진 숱한 허접한 남성들이 없다면, 훌륭한 형이상학자는 생길 수도 수용될 수도 없다. 그래서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철학은 남성들의 학문인 것.


덧붙임 1 : 숭배하지 못하는 남성은 이런 사람이다. 언제나 생각의 축의 중심이 자신에게 박혀 있는 사람, 모든 사물은 자신을 위해 이용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 모든 법리·법규는 내재적인 합리성이 아니라 인간(=그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있는 것이므로 꼭 지켜야 할 필요가 없다고 믿는 사람. 정신분석가에게 신경질을 내는 사람.

덧붙임 2 : 물론 여성에게도 철학을 가르칠 수 있다. 그러나 논변을 소개할 때마다 그것이 생활세계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질문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덧붙임 3 : 엘로이즈는 "당신을 사랑한 건 내가 아니라 예수님이었소."라는 아벨라르의 흰소리에 "확실한 것을 버리고 불확실한 것을 추구해야 할 필요가 어디 있어요?"라고 대꾸한다. 여기서 '확실'이라는 낱말은 '감각기관으로 지각 가능한' 정도의 뜻을 지닌다. 이는 데카르트의 어법과 정확히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1 악마에게 영혼 팔기 하뉴녕 2005-08-17 1768
180 호의를 거절하는 것 [3] 하뉴녕 2005-08-10 1880
179 라캉과 현대철학 하뉴녕 2005-08-09 1440
178 '얼음공주'에 관해 [1] 하뉴녕 2005-08-04 2841
177 ssy의 충무로 리포트 하뉴녕 2005-08-02 960
176 말아톤 하뉴녕 2005-07-29 1047
» 숭배하는 남성 하뉴녕 2005-02-22 1170
174 "일본은 없다"와 한류열풍 하뉴녕 2005-02-12 1766
173 쿵푸허슬 : 종교와 어긋난 미학 하뉴녕 2005-02-03 1244
172 서평: 니체, 프로이트, 맑스 이후 하뉴녕 2005-01-12 2258
171 교육정책에 대하여 하뉴녕 2005-01-12 964
170 시뮬라시옹 : 한계가 뚜렷한, 그러나 의의는 있는 하뉴녕 2005-01-10 1176
169 라캉과 정신의학 : 임상의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라캉 하뉴녕 2005-01-08 3243
168 서양 윤리학사 : 윤리학 입문 뿐 아니라 철학 입문에도 좋은 교양도서 [1] 하뉴녕 2005-01-08 2551
167 자본주의를 넘어서려는 욕망의 위험성 [1] 하뉴녕 2005-01-07 1129
166 상무게임단에 관한 생각 하뉴녕 2005-01-05 853
165 진보담론과 개혁담론의 화해를 위해 하뉴녕 2005-01-05 2311
164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폴리티즌 선정 10대뉴스 4) 하뉴녕 2004-12-31 1022
163 박경순과 '국보법 올인론자'들에게 하뉴녕 2004-12-28 3418
162 국보법 폐지와 민주노동당 하뉴녕 2004-12-26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