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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자본주의를 넘어서려는 욕망의 위험성

조회 수 1129 추천 수 0 2005.01.07 15:59:00
윤형아, 군대갈때 다 됐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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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라면 자본주의를 넘어서려는 욕망을 품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욕망이 전체주의로 변화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본주의를 넘어서겠다는 좌파들이야말로 자본주의 너머의 위험성을 인지하며 그 위험한 길에 합류하기를 거부해야할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바라는 자본주의의 너머가 전체주의는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가령 형식적 민주주의, 즉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좌파들의 불만을 생각해 보자. 대의민주주의 사회의 투표에서 개인은 원자화되고 파편화되어, 개인의 정치적 실천의 결과는 '알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리고 계급투쟁은 벌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서 대의민주주의의 단점을 손보기 위해 그 형식 자체를 손본 시도들은 전체주의의 유혹에 넘어가 버렸다. 어중이 떠중이를 후보로 출마시키지 않기 위해 후보를 검증하는 국가권력이, 인민의 선거보다 훨씬 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는 현실사회주의 국가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며, 공개투표를 실시하는 북한체제의 경우 이보다 훨씬 전체주의적인 제도를 채택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오류이며, 우리는 그 오류 속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여기서 드러나는 시각은 "우리는 다르다. 그러므로.....제도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분야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재 정책연구원 출근부 제도를 옹호하는 시각의 일반적인 판본은 다음과 같다. "민주노동당은 이윤추구를 하는 일반적인 기업과는 다르다. 이념과 그에 기반한 신념으로 뭉친 집단이다. 따라서 당의 기풍을 세우려는 출근부 제도는 정당하다. 여기서 이 조치를 기업의 노동탄압 조치와 비교하거나 근로조건을 운운하는 이들은 민주노동당에 적합하지 않다.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


그것은 전체주의적인 시각이다. 가령 지난번에 민주노동당 상근자들이 노조결성을 고민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 있었다. 말하자면 "노조가 필요하다면, 민주노동당은 자본주의 사회의 집단과 다름없다는 얘기이므로, 우리모두는 반성해야 한다." 이 말은 물론 출근부 제도를 옹호하는 것처럼, 노동조합을 거부하는 반동적인 태도는 아니다. 그러나 이 말에 틈입한 욕망의 언어는 다음과 같다. "민주노동당은 자본주의 사회의 집단과 달라야 한다. 그래서 노조도 필요없어야 한다." 나는 이러한 욕망이 좌파들이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좌파들은 사회통념보다 훨씬 더 많은 이들이 노동자라고 주장해 왔다.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이나 상근자가 노동자가 아니라는 시각이 옳다면, 우리는 제도적으로 볼 때 다른 정당의 상근자, 국공영 기관의 공무원과 회사원, 3차산업 종사자들이 노동자라는 주장을 할 수 없게 된다. (그 말이 옳다면) 민주노동당은 당장 공무원 파업 지지를 철회해야 한다. 누가 이렇게 주장할 것인가?


만약 제도적인 부분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이라는 집단의 특수성을 강조한다면, 그는 유물론을 신봉하는 좌파가 아니라 일종의 신비화한 좌파신학자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우리 단체는....다르다."고 주장하는 집단은 많다. 그 중에서 특별히 민주노동당만 면죄부를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가령 삼성에는 무노조의 신화가 있다. 여기에 작동하는 신비화는 "삼성은 노조가 없이도 사원에게 복지와 편리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신비화를 실천하기 위해 삼성은 노력한다. 많은 중소기업들에게는 회사의 가족화에 대한 신비화가 있을 수 있다. 여기에 작동하는 언술은 "우리는 단순한 고용관계 이상이다. 말하자면 가족과 같다."는 것이다. 이러한 환상은 적어도 자본가가 노동자를 해고하는 순간까지는 유지될지 모르나, 진실은 아니다. 그 환상은 노동자에게 진정한 대변기구를 주지 않기 위해 구성된 것이다. 스탈린주의 체제에서, 당이야말로 노동자의 대변자이기 때문에 따로 노동자를 대변하는 노조는 필요없다고 못박았던 것처럼 말이다.


민주노동당의 일부 당원들이 (게시판의 상황을 볼 때 주로 지도부와 정파가 같은 특정계열의 당원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분들이 몰락한 현실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온정적인 태도와 이러한 한심한 견해 사이에 모종의 관련성이 없는지 의심된다.) 급조한 환상은 이보다 훨씬 더 나쁘다. 그것은 어떤 이념적 동질성을 무기로 특정 개인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은 그다지 좋은 직장이 아니며, 실상은 이미 그 개인들은 그 희생을 감내하고 있는 이들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에게 더 큰 희생을 감내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당의 혁신이나 대중성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궁금하다. 노동운동가들에겐 뭐라고 말할 것인가?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의 집단이 아니다."는 환상을 구성하는 것보다는, 솔직하게 민주노동당이 자본주의 사회의 일부임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그것을 보완하고 넘어서려는 기획을 가진 정당임을 자인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 경우 첫 번째 과제는 "민주노동당은 좋은 직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급여의 문제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직장'과 '급여'를 등치시키는 것은 노동자를 생산수단으로 취급하는 문화의 폭력성을 회피하려는 자본가들의 공세다. 그런데 일부 당원들이 민주노동당을 직장으로 가진 이들에게 "돈 더 받으려고 그런다."라는 공세를 펼친다면, 그분들은 당장 탈당하고 영세하나마 기업을 차리시는게 낫겠다. '좋은 직장'은 그보다는 훨씬 넓은 개념이다.


민주노동당이 너무 '좋은 직장'이라서 아마추어적이고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하려는 분들이 있다면, 그래서 당지도부의 이번 행동이 '고육지책'이라고 인정될 수 있다는 분이 있다면, 직접 상근자의 상황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면서 글을 써도 늦지 않다. 평당원들 모임에서 민주노동당 내 노동자들의 노동실태를 조사해 보는 것도 좋겠다. 지도부측에서 "우리, 이거 너무 '좋은 직장'아니야?"라고 불평하는 만큼 '노동자'들은 자기들 나름대로의 불만이 있을 것이다. 노동자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것, 좌파들이 다른 곳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삿대질하며 요구하던 것이 아닌가?


우리가 자본주의 체제에 포섭되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거기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순리다. 그것이 진정으로 비자본주의적인 것이다. "우리는 자본주의 바깥에 있다."고 스스로를 신비화시킨 유사종교 사회주의들은 20세기에 모두 실패했다. 민주노동당이 철지난 구닥다리의 유산을 습속에 간직한 채 허방다리를 짚는 모습이 못내 안타까울 뿐이다.  


이창준

2008.11.18 02:34:51
*.219.118.5

조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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