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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합의문 및 부속합의문1의 전문은 다음 레디앙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합의되는 과정에서 사회당은 배제되고, 민주노총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오고, 합의문 날짜도 하루 당겨지는 등 온갖 난리블루스가 있었다고 한다.  


합의문에서, 진보신당이 민주노동당에서 갈라서 나왔고, 지금까지 합당하지 못하는 논거로 제시했던 종북주의 문제와 패권주의 문제는 다음과 같이 반영되었다.


(...)
3-2. ‘진보정치대통합으로 설립될 새로운 진보정당’은 남과 북 어느 정부의 정책이든 한반도 평화와 자주적 평화통일에 기여하는 정책 및 민주주의와 인권, 생태 등 각 분야의 진보적 가치를 신장시키는 정책은 지지 지원하고,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자주적 평화통일에 반하는 정책은 비판하는 정당이다. 새로운 진보정당은 6.15 정신에 따라 북의 체제를 인정하고, "북의 권력 승계 문제는 국민 정서에서 이해하기 어려우며 비판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견해를 존중한다.

(...)
4-1. 이를 위해 패권주의와 분파주의를 극복하고 통일단결의 관점에서 다수가 소수를 배려하고, 다수의 공직 및 당직후보를 선출하는 선거는 1인 1표제, 일정시기까지 공동대표제 등 당조직의 공동운영, 합의제 존중의 원칙 등에 따라 당을 운영한다. 이와 같은 정신에 입각하여 당 운영의 구체적인 방안은 추후 합의를 통해 ‘부속합의서2’에 담아낸다.




3대세습 문제와 패권주의 문제에 대해 이만큼 한 것도 용하다, 라고 평할 수도 있겠으나, 종북주의 문제에 대해서 다른 부분이 전혀 언급이 안 됨. 사실 3대세습 문제야 그 체제가 민주주의 국가도 아니니 "민주주의와 인권이 없다고 비판한다면 모를까 3대세습을 물고 넘어져 봐야 무슨 소용? 꼴랑 그거 세습 안 하면 더 좋은 체제되나?"라고 생각할 여지도 있음. 문제는 '민주노동당'이, '민주노동당 구성원이 다수파인 새로 결성될 어떤 정당'이, 북한에 대해, 그들이 남한 사회에 적용하는 것과 동일한, 혹은 훨씬 못 미치는 관점으로나마 '비판'한 적이 있느냐라는 것임.


북한 돈 받아 신문 창간했단 명목으로 어쩌면 조총련들에게 돈 받을 때 북한의 '공작금'이 일부 흘러들어왔을 수도 있지만 그게 그들이 저지른 잘못은 아닐테고 박정희 군사정권 시기에 사형당한 조용수의 민족일보도 평화통일을 추구했지만 북한의 통일정책도 극렬하게 비판한 바 있음. 민주노동당 구성원에 대한 대중의 의구심은 그들이 그런 모습을 보여준 바 없기 때문에, "남북체제 대결에서 사실상 북한 체제를 지지하는 집단이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것임. 민주노동당은 이에 대해 마치 공권력 경찰 앞에 선 피의자 시민인 마냥 양심의 자유를 주장하고 묵비권을 행사해왔음. 이 합의문의 내용도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음.  다만  
"북의 권력 승계 문제는 국민 정서에서 이해하기 어려우며 비판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견해를 존중한다며 내부 구성원 중 비판자들에 대한 똘레랑스를 천명하심. 이 배려에 눈물이 날 지경. 게다가 북한 권력 승계 문제에 대한 비판의 논거를 '국민 정서'로 한정했으니, 남한의 시민들이 "우리의 자랑스런 재벌 오너가문들처럼, 북한도 3대세습하는 것이 상식적이다."라고 생각한다면 비판거리도 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짐. 


(이와 관련된 페이스북 구형구 님의 조크. 차라리 이런 내용이라면 동의할지도 모른다. "북의 권력 승계 문제는 주사파 정서에서 이해하기 쉬우며 비판적 입장을 밝히지 말아야 한다"는 견해를 존중한다.)


물론 이런 비판을 '말꼬리 잡기'라 부를 수도 있겠다. 가령 합의문 내용에 동의할 수 있는 '좋은 말'이 9할 이상인데, 다 만족할 수는 없는 건데, 문구 하나만 물고 늘어지면 어쩌냐는 이야기. 전혀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지만, 정치문건 / 외교문서 / 역사교과서 등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일반적인 내용이 아니라 논란이 되어 왔던 그 문제에 대한 자질구레한 서술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해 내가 읽은 가장 동의할 만한 글을 하나 가져온다.


협상문의 자구 하나하나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잉여들에게.
(페이스북 서미현 님의 글을 허락을 구하고 가져옴) 

작년 지방선거 때 자봉으로 지역 진보신당 후보 공보물 만드는 일을 조금 도운 적이 있다. 작품이 제법 세련되게 잘 빠졌다고 흡족했는데, 공보물 다 나온 뒤에 가로늦게, 한 경험 많은 선배가 던지는 멘트를 듣고 충격을 받았지. 

"너네는 그 공보물을 누가 읽을 거라고 생각하니?"

그 말은, 열심히 만들어 봤자 아무 소용 없다, 시간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들려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선배의 그 다음 말은 더욱 충격이었다.

"공보물 열심히 읽어보는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밖에 없다. 평소에 신문도 못 보고 맞벌이에 야근에 애새끼 키우느라 정신없는 사람들. 선거 바로 전날에 간신히 짬을 내서 공보물이라도 읽어봐야 언놈이 언놈인지 내편을 들어줄 사람이 누군지 대충 감이라도 잡는 사람들이다. 

평소에 신문 다 보고 인터넷 할 거 다 하고 인맥이나 사교 라인을 통해서 알 거 다 아는 놈들은 공보물 안 읽는다. 대충 훑어보고 이런저런 품평은 하겠지. 설령 꼼꼼이 읽더라도 자기 생각 절대로 안 바꿔. 이미 머릿속에 찍을 놈이 다 정해져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정말로 공보물을 잘 만들어야겠구나. 그렇지 않으면 서너 장 공보물 나부랑이를 근거로 정치를 판단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약자들을 포기하는 죄를 짓는 거라고. 

일상에 지쳐 아무런 여유가 없는 사람들 가운데 우연히 공보물을 집어든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당신이 진보정당에 투표하는 일이 정말로 중요하다는 것을 심금이 울리도록 절박하게 호소하는 방식이 무엇인지, 한번이라도 더 읽어보게 만드는 방법이 무엇인지 박터지게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결코 투표장에 나오지 않는 인구 40%, 한국정치 최대의 정파, 그 이데올로기는 먹고사니즘이요 기존의 그 어떤 정당에도 자기를 동일시하지 못하는 정치적 경제적 빈민, 이 사람들의 (그리고 나의) 세계를 조금이라도 확장시키고 새로운 욕망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하는 정당이 내가 원하는 진보정당이었다. 

지금 나는 협상문을 보면서 생각한다. 위에서 이야기했듯 언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약자를 위한 무기다. 권력은 어떤 언어든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해석하고 담론을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이 있어서 자구 하나하나를 따질 필요 없이 여유로울 수 있다. 

내 생각에 민노당이 북한 문제를 언급하는 몇몇 구절에 경기를 일으킨다는 건 그만큼 민노당 내에서 '종북주의자'들이 소수라는 증거다. 하지만 진보신당의 경우에서 똑같이 보듯이, 그 과도한 소수가 당 전체의 분위기와 모습을 좌지우지하기도 하는 거지. 

나는 얼마 전에 민노당 바위처럼이랑 친구를 맺었는데, 이 친구가 오늘 새벽에 이런 글을 썼더군. "...어렵다던 진보대통합 협상이 '타결' 된 것 자체만으로 굳뉴스이고 협상문은 차후 천천히 점검하면서 봐도 늦지않을듯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협상문에 크게 관심이 없다. 이미 판은 완성되었고, 칼자루는 이쪽에 있고,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는 문구 따위에 왜 집착하겠어? 그런데 여기서도 바위처럼 비슷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조금 놀랐지. 진보신당이 무슨 힘을 가지고 있다고 그렇게 여유로운지 쳇.

나는 '당대회 정신을 고수하지 않았다'고 조나 노를 비난하는 사람들에 동조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오히려 나는 종북주의 패권주의 같은 구태의연한 담론이 문건에 상당 분량으로 등장하는 게 패착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진보신당이나 민노당이 맨날 하던 대로 해오던 관성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길 바랐다. 그러면 정말로 헤쳐모여 해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진보정당일 것이다. 나 같은 사람들, 가지고 있는 것이라곤 문자해독력과 약간의 이해력밖에 없는, 진보 양당에 약간이나마 호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선동하고 말을 걸어오는 합의문이기를 바랐다. 

합의문을 보고 조금 슬펐다. 진보신당이 3년 동안 새로 이루어 놓은 일이 아무것도 없어서 종북주의에만 매달리고, 민노당은 3년 동안 조금도 변하지 않았고, 한국 사회에서 운동 전체가 제자리걸음을 해왔다는 것. 그것이 이 합의문의 정체성으로 읽혔다. 

실제로 현재의 정세는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기에 최악의 정세다. 그 어떤 새로운 담론도 주제도 반이명박과 정권교체라는 프레임에 휘말려 소모될 뿐, 진보정당 운동은 명백한 퇴조기이고, 지금 당장의 통합은 그저 관성에 복무하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합의문도 그런 수준으로 나온 것이고. 

차라리 복지국가 쪽 사람들이 정직하다. 이 정체된 상황을 그럴듯한 진보의 레토릭으로 포장하지 않아도 되니까. 진보정당 운동은 한국에선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주대환이 차라리 정직해 보인다구.

대의원 대회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미시적인 시야밖에 가질 수 없구나. 모두들 자기 자리를 잘 지켜 잉여질을 잘 하기 바래. 



전적으로 동의한다.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 이후 진보정당 운동에 대한 내 견해를 더 알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글들을 참조하면 될 것이다. (다 긴 글이다. 근데 매번 다시 쓸 수는 없어서...

2008/01/02 - [정치/분석] - 민주노동당 : 이건 분당이 아니라 파당이다.
2010/09/10 - [정치/분석] - 정당 지지자의 계층 분포와 진보정당 운동
2011/02/13 - [정치/정당] - 진보신당, 생존의 방법은 없는가?
2011/02/23 - [정치/조소] - 진보신당의 쩌는 위엄
2011/03/23 - [정치/정치평론가들] - 마지막 순간 
2011/03/31 - [정치/정당] - 진보신당 당대회와 그 정치평론가들 


그럼 합의문 통과 이후 상황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진보신당내 의결절차가 남았다. 전국위원회를 통과해야 하고 당대회를 통과해야 한다. 부대표 3인이 합의안에 반발하는 상황에서 전국위원회 통과도 불투명하고, 통과한다 해도 지난번에 독자파가 작은 승리를 거둔 당대회(당원 30명 중 1명 선출되는 대의원이 모여서 의결) 현장으로 와야 한다. 본질적인 문제에서 볼 때 이 싸움의 성패가 중요한 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는 사람은 남는 형국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 시기 진보신당의 모습에서 추론할 수 있는 진보정당 운동의 가능한 진로는 세 가지다.


1) 회귀.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이전으로의 회귀. 08년 민주노동당의 장점과 한계를 모두 되살리고, 지난 3년간의 소소한 몸짓들은 모두 '무의미'로 기록된다. (이 노선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논리필연적으로 민주노동당 분들에게 사과해야 마땅하단 생각.) 회귀해도 04년 총선의 영광이 살아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진보정치 더 나아가 한국 정치의 외연확장의 가능성이 닫혀버린다는 점에서, 일종의 퇴행. 그러나 2012년 선거의 야권단일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입장에선, 얘기가 쉬워졌다고 환영할 수 있음.


2) 2차분열. 민주노동당으로 합류하는 이들과 그 바깥의 길에 남는 이들의 분열. 08년 1차분열 이후 진보신당 내부의 타협적 동거의 종결. 그러나 얼마나 남을지, 남은 이들의 존속이 가능할는지가 의문시됨. 스타급 정치인 중 일부, 혹은 전부는 당대회 결과와 상관없이 '통합진보정당'으로 가게 될 것으로 보여짐. 재미있는 변수 하나는 내년 총선에서 노회찬이 'X파일 리밋'에 걸려 선거에 출마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 내년 선거를 무시할 수 없는 사람들과 다른 선택을 내릴 가능성이 존재함. 


3) 해산. 민주노동당으로 합류한 이들이 지리멸렬해지고, 민주노동당 자체가 연합정치에 종속되며, 민주노동당 바깥에 남은 이들의 존속이 불가능해진다면, 이는 좁게는 1997년 이후 넓게는 1991년 이후 전개된 합법적/대중적 진보정당 운동의 해산을 의미함. 14년, 혹은 20년의 소소한 몸짓들이 모두 '무의미'로 기록된다. (이 길을 적극적으로 의도하는 사람들은 논리필연적으로 과거 김대중-노무현 지지자들을 비판하거나 운동권 내부의 '비판적 지지'를 욕했던 자신의 '오류'를 인정해야 마땅하단 생각. 그 비슷하게라도 한 건 주대환 밖에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현실세계의 문제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깔끔하게 정리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2)번이 관철되어 나같은 지지자들을 지리하고 피곤하게 만들 가능성이 제일 높겠지. 마음 같아서는 이 참에 아싸리 판 접고, 월 2만원씩 당비 나가는거 아껴두었다가, 내년 총선에 호감이 가는 후보에게 (진보, 보수 가리지 말고. 2001년 말 민주노당원이 된 이래 나는 내 스스로 후원정치인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박탈당했다. 당원이란게 그런 거지.) 후원금이나 보냈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다.  


근데 결기를 다지는 무서운 아저씨도 있는 것이 현실.


원본주소 :http://www.newjinbo.org/xe/bd_member_gossip/1444905 

1. 무엇보다 먼저, 반성합니다.
진보신당을 만들 때의 이상을 가슴 속에 품고 있었음에도
대중정당이기에 현실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에
(지금 생각해보면) 진보신당의 이상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았던 분들께
당을 맡겨놓고 나는 한발짝 빠져있었음을.
개인적으로 좌파임을 스스로 자부했을 뿐
좌파가 가져야 할 조직적 전망과 정치적 비전을 재생산하는 일에는
너무나 무능했음을.
 
2.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것은
정치적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의 극적인 분리입니다.
이상을 품되 그것을 현실 속에서 관철시켜 나가야 한다는 게
너무나 당연한 '원론'이지만
그 원론은 실제로는 전혀 작동되지 않았고
이제 우리는 현실의 냉엄한 장벽 속에서
둘 중 하나에 대한 선택을 강요받기에 이르렀습니다.
 
3. 조대표님과 노고문님, 심고문님, 정종권 동지, 신언직 동지
그 외 모든 분들의 고민과 노고를 정말이지, 진심으로 이해합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이 말을 꼭 해드리고 싶었는데
우습게도 결국 이런 상황에서야 이 말을 하게 되는군요)
그리고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그 분들의 정세인식에 동의합니다.
아니, 사실은 저는 위의 분들보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더 비관적이고 냉정하게 정세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정치적 어려움 하에서 어떻게든
좌파의 활로를 열겠다는 님들의 결단에 정말이지, 진심으로 이해가 갑니다.
그리고 님들의 선택을 (합의문 문구대로) '존중'합니다.
 
4. 하지만 저는 정치적 이상주의를 택하겠습니다.
현실이 어렵고 그 현실 속에서 길을 열려는 님들의 입장을 존중하지만
님들보다 더 비관적인 단기적 정세인식을 하고 있는 저로서는
그 현실에서 길을 여는 것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길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합니다.
이미 세상은 완전히 변했고 이후 훨씬 거대한 파도가 밀려올 것입니다.
그 거대한 파도를 헤쳐나갈 뗏목의 재료를 만들기 위해
지금은 제대로 된 씨앗을 뿌릴 때입니다.
 
5. 님들의 길을 굳이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님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가십시오.
하지만 그것과 다른 판단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음을,
지금은 어렵더라도 새로운 나무를 가꾸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다시 먼 길을 걸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이번 당대회에서 확인받고자 합니다.
 
6. 당대회에서 우리 당이 존속하게 되더라도
그 당은 현실적으로는 그리 큰 의미가 없는 정당이 되겠지요.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있는지도 모르는 정당이 되겠지요.
그러나 바로 그러하기에,
선거에 신경쓰지 않고 대중들의 투쟁에 연대하는 당.
한국 사회에서 그 누구도 제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을 말하는 당
(노동시간의 문제를 비롯한 우리들 삶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고
경영자를 노동자의 투표를 통해 뽑을 것을 이야기하고
생태와 에너지 위기에 대한 정의로운 전환을 이야기하는)
그 무엇보다 몫없는 자들의 몫을 이야기하는 당을 만들 수도 있겠지요.
 
낯모르는 이들에 대한 연대와
각자의 꿈을 위한 목소리만은 지키고자 하는
'유령정당'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숨겨진 꿈을 일깨우는
유령이 되어 여러분들 곁을 배회하겠습니다.' 
 
7. 잘 가세요. 그동안 행복했습니다. 진심으로.
여러분들 덕분에 제가 다시 돌아오게 되었음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돌아온 탕자인 저는 이제 저 자신의 꿈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부디 건강하시길...



더 무서운 얘기를 하나 하자면...나 이분에게 돈도 빌림 ㅡ.,ㅡ;; 


상황이 뻔해서 별로 쓰고 싶지 않았는데, 트위터의 모님이 사태를 설명하는 '긴 글'을 부탁해서 간단하게 짜집기해서 썼다. 


 

으흐흥

2011.06.02 12:27:08
*.205.71.192

밑에서 셋째줄 지못미 ㅠㅜ

모님제이

2011.06.02 12:53:20
*.64.203.66

고맙습니다. ^^

nishi

2011.06.02 20:13:39
*.128.105.35

전문을 듀나게시판에 옮겨도 괜찮으실지요? 이 문제를 나누고 싶습니다.

하뉴녕

2011.06.02 20:21:31
*.171.89.97

뭐 문제있겠습니까...ㅎㅎ;;

Y

2011.06.03 07:31:41
*.222.114.243

좀 찡합니다. 제가 여러번 서구의 경험과 이론을 내세워 연합을 주장한 것은, 거시적으로 접근한 부분이 있기에 다소 공허한 이야기였습니다. 북유럽을 포함한 서구의 사례가 한국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별개의 사인인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계급' 그 자체에 집중한 현 상황의 인식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됩니다(플란차스, 밥제솝). 주대환의 말(그의 현실인식은 비교적 정확하다고 사료됨)처럼 국민소득 2만불에 육박하고 박노자의 언급처럼 계층은 분화되어 있습니다. 가난한 자라고 상정되는 분들은 제가 살펴 본 결과(님의 모집단은 모르지만), 진보신당과 민노당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이 굉장히 많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투표할 때 공보물을 꼼꼼히 보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교육수혜을 받은 중산층 이상의 계층입니다.

한 선생은 지난 10년간 기록하고 있기에 이 상황을 누구보다 잘 직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정책'이 아젠다 세팅을 거쳐 법제화되는 과정은 매우 복잡합니다. 애초에 의도한 바와는 달리, 그 과정에서 왠만한 사항들은 다 잘려 나갑니다. 기득권층 뿐 아니라 기존의 제도(경로의존)와도 합의가 필요하지요. 이런 점들을 감안해 볼 때 합법적 테두리안의 정당 정치는 중요합니다(최장집). 이상을 강조하며 맑스로부터 출발하였던 독일 등은 수정주의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복지는 계층화에 머물고 맙니다(Esping-Andersen, 1990:1999). 그러나 발렌베리 가문을 인정하고 농민계층, 중간계층과 적극적으로 연합했었던 (굉장히) 유연한 사민주의가 버티었던 스웨덴과 북구는 상대적으로 "살기 좋은"나라를 만들었습니다 (셰리 버먼, 정치가 우선한다 참조하시길).

응당 앞서 말씀드렸듯, 이가 한국의 사례에 적용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으나, 최소한 이상이 사회적 이슈로 이어지고 아젠다 셋팅이 되고 정책이 입안되고 또 법안이 시행되는 일련의 절차들을 상정할 때 어느 정도의 설명력은 가지게 됩니다. 아파트(근데 강남), 학교(근데 명문), 패션(근데 얼-몸짱)을 욕망하는 적지않은 대중과도 소통해야 하고요. 님과 님 주변처럼 어느정도 양식있고 잘 훈련된 사람들만 사는 세상이 또 아니거든요.

저는 연합론자이지만 독자파(?), 혹은 사실상 A급에 버금가는 B급 좌파들의 목소리도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헐 쓰고보니, 양시론 ^^;;;

굳이 두 가지가 양립할 수 없다면 연합으로 가야겠지요. 아마 연합을 옹호하는 분들(진중권까지)도 많은 상황들을 감안했을 겁니다. 독자파가 목소리를 내기에는 우리 사회가 또 그만큼 우경화 되어 있고 다소 저급한 욕망(이택광)을 드러내 놓고 지향한다는 것이 문제겠지요. 언젠가는 컬트가 아닌 제대로 탄력 받는 세상(조국)이 오길 기대합니다...그런 의미에서 또 당신의 저의를 알고 지지합니다.

p.s. 쓰고 보니 양시론에다 결국, 시기상조론에 자집기. 뻘글...그저 쓴 시간이 아까워 올립니다.

선의

2011.06.03 11:55:28
*.118.95.125

맨날 눈팅하다가 간만에 글 남긴다 ㅎㅎ 합의문 보고 '정확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했는데, 글 잘 보고 간다~~ 잘 지내냥. 금요일인데, 난 오늘도 잉여로운 하루...ㅠㅠ

하뉴녕

2011.06.04 07:43:46
*.171.89.97

ㅎㅎㅎ 그래...'더 큰 감옥'에서의 생활은 어떤지? ㅋㅋㅋ

선의

2011.06.06 15:38:53
*.118.95.125

글쎄, 답답하다 ㅎㅎ 오히려 군대보다 더 군대답다는... 아오씐나!! ㅋ 나와보니 군대가 얼마나 (아무 생각 안하고 살기에)편한 곳이었는지 새삼 깨닫고 있다 ㅋㅋ 사실 나오기 전부터 다들 그렇게 말해줬는데 나만 애써 '아무리 그래도 군대보단 낫겠지'라고 생각했었던 듯. 시간될 때 술이나 한 잔 하자!!ㅎㅎ

그런데

2011.06.05 16:43:23
*.137.184.36

문득 찾아오다 궁금한게 있는데 진보신당 구성원 (당직자, 당원)과 한윤형님 부류와는 다른가요? 비슷한가요?


즘에는 님들하고 진중권이 국참당과 유시민에 대한 견해차이로 싸우는 것은 알겠지만 전반적으로 한윤형님 부류나 진중권 부류를 보면 대충 비슷한게 전통적인 좌파적 의제인 노동, 계급, 소득재분배(복지) 보다는 좀 더 좌파들에게 주목받지 못 해온 이슈들에 더 관심을 둔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켜보면 대개 복지나 경제적 이슈에 비해서는 비용적 부담이 적어서 중산계급 인텔리에게 상당히 친화적인 진보 이슈들인 것 같네요. 약간 시민들에게 다가설 친화성은 좀 떨어지고요.

한윤형님의 블로그나 트위터를 따라가보면 대략 많은 분들이 주로 연결되어있던데요. 흔히 말하는 상위 3개 대학 출신이 많고 자신을 오타쿠, '덕'이라고 하는 분들이 많아 놀라기도 했습니다. 진보신당이 아니라 진보덕당인가 싶을 정도로. 그리고 전반적으로 개인주의적이고 자기 색깔이 확실하신 분들이라 조직 생활은 별로 좋아하시지 않을 것 같단 생각도 들더군요. 그래서 어찌 보면 진보신당이 비교적 소규모인게 이해도 갔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또 다를 수도 있겠는데요. 현실에선 실제로 진보신당을 움직이는 분들 중에 어떤 분들이 제일 많은가요?

하뉴녕

2011.06.05 19:34:30
*.171.89.97

전 노동문제와 소득재분배 문제에 관심 많구요...ㅎㅎㅎ 다만 '계급'보다는 '계층'이란 단어로 사회현상을 파악하기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별로 마르크스주의적이진 않지요.

제 트위터 팔로워들에 '덕'이 많다는 건 세대문제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조직생활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은, 피상적일 수가 있지요. 그 사람들 중에 회사원도 많으니까요. 다만 사회운동에 참여할 땐 확실히 개인주의적인 성향도 있겠지요.

당원은 뭐라고 말하기가 힘듭니다만, 진보신당 당직자들은 이와는 성향이 많이 다릅니다. 이도 세대의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8-90년대 학번 '운동권'에 해당하는 분들이 주로 상근을 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2011.06.05 22:06:07
*.137.184.36

네, 사실 저도 말은 그렇게 썼는데 윤형님은 상대적으로 그런 문제에 더 많은 생각을 하시는 듯 하고요.

다만 다른 블로거, 트위터 사용자들을 보면 위에서는 제가 워낙 대충 썼는데 주로 그러니까 디워 류의 취향 논쟁, 성정치(퀴어담론?), 환경, 여성주의, 반(counter)문화, 인디문화 쪽에 더 집중하는 분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긴 해서요. 아무래도 이런 쪽은 노동자들 보다는 고학력 사무직종들에게 어필하는 이슈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문득 실제 당직자들이나 당원들은 어느 정서에 가까울까 문득 궁금했어요.

덕후 성향이 인상 깊던 것은 20대라는 세대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덕후라는 계층이 상당히 소수파라는 점을 감안하면 좀 놀라웠네요.

긴 질문인데 답변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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