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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http://nightoftheworld.tistory.com/23

위 글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그냥 읽어서는 도대체 이해하기가 힘들 것 같기 때문에 내가 특별히 요약본을 만들어 보았다. 물론 '왜곡'이라고 항변할 수는 있겠지만, 별로 그럴 일은 없을 것 같고 설령 그렇더라도 그에 맞춰서 고치면 되겠지. 


슈리 님의 글 요약

* 괄호 안에 넣고 빨간 글자로 표시한 건, 도무지 아무리 이해를 해주려고 해도 왜 있는지 모르겠는 부분임

1절 성노동이란 것이 있는가

- 맑스의 견해를 참조하여 성매매가 노동인지 아닌지를 규명하고자 함
- 맑스는 거의 모든 경우 ‘노동’을 ‘임노동’의 준말로 씀
- 이렇게 보지 않을 경우 노동 개념은 구체성을 잃고 신학적/형이상학적 규정으로 변모하여,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것도 ‘노동’이라 볼 수 있게 됨
- 성매매는 임노동이 아님
- 성은 사치품임
- 맑스는 창녀를 어떤 때는 극빈층, 거지, 범죄자와, 어떤 때는 왕, 관료, 군인, 사제와 같은 부류로 분류함
- 전자는 성매매업자의 사회적 지위가 낮음을, 후자는 그들이 사회적 재생산의 위치에 있어 파생적 위치를 차지한다는 것을 보여줌
- 노동자만이 사회의 물적 토대를 만들어내는 계급이며, 자본가는 노동자의 이익에 직접적으로 대립하는 계급이며, 나머지 모든 계급들은 이로부터 파생하여 노동자가 만들어낸 잉여가치를 나누어 가짐
- 맑스는 과거에 노동이 아니었던(주로 서비스) 것들이 노동이 되어가는 현실을 개탄스러워 함
- 가령 비정규직 시간강사는 노동자가 아님. 노동자를 피하려고 시간강사를 하는 것임. 이는 성매매에 대해서도 성립함
- 그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하는 것은 장려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노동자가 되는 것은 아님
- 보다 여유있는 입장에 있는 그들은 노동자와 연대하여 보편적이고 정치적인 투쟁을 벌여야 함 

2절 성과 도덕

- 성매매업은 파생적 직종, 업무 형태로 보면 소규모 자영업자와 마피아 사이에 위치
- 성매매업자들의 궁극적 요구는 합법화이며, 그것은 그 행위에 대한 도덕적 판단을 유보해 달라는 것
- 따라서 문제는 ‘성매매는 부도덕한가?’라는 질문
- 이 문제에 답하는 방법 : 계보학적 방법을 이용한 문화연구나 자연과학적 방법을 이용한 사회생물학, 진화심리학 등등의 실증적 방법에 맞서 철학적이고 사변적인 방법을 이용할 것
- 칸트주의적 답변 : 목적으로 대해야 할 인간을 성욕 해소의 수단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악하다.
- 물론 자본주의 사회의 모든 상품교환 행위, 더 나아가 모든 종류의 행동이 ‘수단’으로 대하는 것일 수 있음
-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들끼리의 성적 관계는 상대를 수단으로서‘만’ 대하는 관계가 아니란 점에서 성매매와 구별됨

(- 칸트주의적 답변은 불충분함. 가령 근친상간의 금기는 칸트의 정언명법으로 ‘악’이라 판단내릴 수 없음. 여기서 레비 스트로스를 끌어와 헤겔주의적 답변을 해야 함. 즉 이 근거없고 
무의미한 형식이 인간 사회의 토대이며 실체
- 요점은 도덕의 근거를 도덕 바깥에서 찾으려는 시도들은 한계가 있다는 것
- 덧붙여, 계보학적 역사주의적 접근에 대한 한계도 말해야 함. 이건 사실 맑스주의적 역사철학보다 더 보수주의적인 이데올로기임)

- 성매매는 부도덕하나 딱 사랑 없는 성관계/결혼 정도로만 부도덕함
- 성매매가 부도덕하게 여겨지지 않는 현실은 도래할 것 같지 않은데, 그냥 내 생각이 그렇다고
- 지배계급의 도덕에 대한 좌파의 비판은 사회적이어야 함
- 도덕적 판단에는 양적인 요소가 개입. 100명의 여성 중 1명이 성매매를 한다면, 그 여성은 도덕적으로 더 지탄받게 될 것임. 100명의 여성 중 99명이 성매매를 한다면, 1명의 여성은 존경심을 불러일으킬 것임

3절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 내가 한 얘기 중에 새로운 것 없음 ㅇㅇ
- 내가 이런 얘기한 건 내 탓이 아니라 좌파들이 정세를 이론적으로 분석하는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며, 궁극적으로는 계급투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증거임 ㅇㅇ
- 좌파들의 혼란 : 성매매특별법 옹호자와, 성매매 합법화론자들 사이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함. 지성이 아니라 감정으로 적의 적을 편들게 됨
- 이 문제는 사회적 적대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입장의 차이들이 아니라 좌파가 선택해야 할 것이 거의 없음
- 성매매 금지냐 합법화냐 문제는 부르주아 국가 기구 내의 치안문제 ㅇㅇ
- 치안은 이미 주어진 사회질서와 관련된 것, 정치는 치안에 앞서 어떤 사회가 주어져야 하는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으로, 양자를 구별해야 함
- 성매매 여성의 생존권 문제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면 안 됨. 그들은 노동자가 되지 않기 위해 그 상품을 팔기로 했기 때문임. 
- 성매매 여성이 성매매 합법화엔 찬성해도 공창제엔 반대하는 게 그 증거 ㅇㅇ 공창제가 실시될 경우 일반 노동자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해주는 어두운 영역이 사라지니까...
- 우리가 말해야 할 건 모든 인민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가 있고,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는 사회를 타도하자는 보편명제, 성매매와 같은 특수한 문제들은 정치적 진리의 자리가 아님
- 정확한 타이밍의 침묵도 진리를 드러내는 중요한 수단
- 맑스의 자본주의 체제 분석은 우리가 이 분야에서 가지고 있는 최고의 진리
- 주류 학계는 맑스가 발견한 진리들을 그냥 무시하는 것으로 일관해 옴. 반박한 적이 없음
- 자본주의 사회의 착취를 끝장낼 수 있는 핵심적인 세력은 노동자 계급 



이후에도 글은 썼지만 했던 얘기를 또 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요약만 정확하다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거다. 


이 글은 박가분 님이 트위터에 소개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공박을 받게 되었는데, 사람들의 비판에 대해 글쓴이는 '오해'라고 강변하고 있다. 사실 그렇게 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스스로 이 글이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말이다. 한마디로 말해, 이 글에는 정보값이 하나도 없다. 슈리 님이 말하는 사람들의 오해는 사람들이 이 글에 '논지'라는 것을 부여하려고 시도할 때에 생겨난다. 


정리하자면 이글의 논지는 좌파들은 성매매특별법에 찬성해서도 안 되고, 성매매 합법화에 찬성해서도 안 되며, 침묵해야 한다는 것이다. (슈리 님은 이런 정리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사실 그런 태도가 이 글의 '논지없음'의 미덕을 훨씬 더 강화시킨다.) 그러나 3절에서 나오는 이 결론에게 1절과 2절의 논의들이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저런 형식의 맑스주의는 사회현상을 반영하지 않는다."라거나 "여성주의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다."라는 식의 판단 및 비판은 지양하고 이 글의 논증적인 측면만 문제삼을 것이다. 나 자신이 맑스주의에도 여성주의에도 무지하기 때문이며, 그보다 그런 식의 비평은 논지가 전혀 없는 이 글의 품격에 어울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사실 슈리 님의 말을 실천하고 있다. 성매매특별법 발효 당시엔 좀 달랐으나, 지금은 성매매특별법이나 성매매 합법화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다만 어떤 문제상황이 닥친다면 구체적으로 성매매여성에게 도움이 되는 길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런 태도가 좌파에게 합당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건 또 다른 얘기다. 이런 식의 얘기는 모종의 '당위성'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한편 슈리는 다른 글에서는 자신의 얘기가 당위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하는데, 그의 말을 따라 그 중심논지조차 포기한다면 이 글을 독해하는 길 자체가 밤처럼 캄캄해진다. 


1.
1절에서 슈리 님은 성매매가 맑스적 의미의 임노동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의미에서 임노동이 아닌 것들은 성매매가 아니라도 차고 넘친다는 것이다. 슈리 님의 논의를 보면 '노동자'를 '무언가를 생산해내는 사람'과 동일시하는 듯한데, 그는 이런 독해는 또 '오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사례들을 적어보자.

1) 성매매 여성
2) 대학에 근무하는 청소미화노동자
3)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자
4) 현대자동차 파견노동자 
5) 재능교육의 학습지 교사
6) 홍대의 칼국수 자영업
7) 화물차를 자가소유한 화물연대 노동자
8) 시간강사 

슈리 님이 이중에서 누구누구를 노동자라고 생각할지는 글만 봐서는 불분명하다. 이 글을 처음 읽은 인상은 그가 3)번과 4)번만 노동자로 인지할 것이라는 것인데,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그는 현존하는 사회문제의 2/3 이상에 대해 침묵하자고 말해야 한다. 더불어 청소미화노동자가 현대차 정규직/파견노동자가 되기 싫어서 청소미화노동을 하고 있다는 놀라운 결론에 이르게 된다. (현대차 정규직의 '세습'에 대해선 말도 꺼내지 않겠다.) 물론 실제로 청소미화노동을 하는 중년층 이상 여성들이 공장노동을 견딜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여기엔 연령/성별의 육체적 조건에 대한 객관적인 차이가 작용하는 것인데, 슈리 님은 이런 지점을 보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그리고 흔히 이런 지점을 보지 않는 사람에 대해, 페미니스트들은 '반여성주의적'이란 딱지를 붙이곤 한다.)

만일 침묵하자고 주장한 건 아니라면 그가 1절을 써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는 가령 시간강사 등이 노조를 만들고 투쟁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하는데, 같은 논리라면 성매매 여성을 다른 서비스 직종과 구별하지 못할 경우 그는 성매매 여성이 스스로 '노동자'라 말하고 '노조'를 만들어 권리투쟁하는 것 역시 지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혹은 적어도, 시간강사 노조와는 달리 '성매매 노동자'의 권리행동을 지지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입증해야 할 책임을 슈리 님이 져야 한다. 단지 세상이 미쳐 돌아가서(?) 맑스의 노동자 개념을 준수하지 않고 사람들이 스스로를 '노동자'로 칭하는 것이 개탄스러웠다면 그 주제로 글을 썼으면 될 일이고 어떤 사람들을 노동자라 부르면 안 되는지 친절하게 맑스주의적으로 설명해주면 되었다. 물론 그의 글엔 그런 설명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오해'를 덜고 싶다면 슈리 님 스스로 구체적인 노동자를 거명하고 이중 누가 임노동자인지 아닌지를 설명하면 될 일이지 남 탓 할 일이 아니다. 슈리 님은 맑스가 노동개념을 추상적으로 말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얘기했다고 서술하는데, 자신의 글은 전혀 구체적이지 않아서 맑스에 대한 신뢰마저 떨어뜨린다. 

그리고 일반적인 관점에서 볼 때, "성매매를 합법화할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문제가 성매매 여성의 노동자성과 관련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 이를테면 노동이라고 해서 허용되고, 매매라고 해서 금지되는 것이 아니다. 가령 아동노동은 명백한 임노동 혹은 공장노동이라도 금지되며, 장기매매 역시 다른 매매와는 달리 금지된다. 여기에는 분명 다른 종류의 도덕적 판단이 개입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슈리 님이 쓴 1절은 성매매 합법화를 둘러싼 논쟁의 지형과 별 관련이 없다. 그리고 '성노동'이 정당한 노동임을 강변하며 합법화를 추구하는 페미니스트들이 있을지라도, 이들이 얘기하는 '노동'이 맑스적 의미의 임노동도 아니기 때문에 단어가 다른 이 논쟁에 슈리 님이 끼어들 이유가 없다. 가령 공무원노조를 합법화할지 말아야 할지를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데, 그가 끼어들어 "사무노동이란 것이 있는가?"라는 논의를 펼친다고 해보자. 얼마나 무의미한가. 


2.
여기서 슈리 님의 글은 무의미하게 2절로 간다. 물론 나는 위에서 성매매 합법화 문제는 성매매 여성의 노동자성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어떤 종류의 도덕적 판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슈리 님은 무의미하게도 1절의 논증을 펼쳤으므로, 나처럼 말할 수가 없다. 그러나 친절하게 해석해주자면 슈리 님 역시 "성매매는 일단 노동은 아닌데, 그 노동이 아닌 것들 중에서도 특히 부도덕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금지되어야 한다고 말해진다. 이 주장이 타당한지, 성매매를 다른 서비스노동과 구별할 수 있는 지점이 무엇인지 검토해 보자."는 생각으로 이 절을 쓰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굉장한 선의를 담아 억지로 논지를 구성해 보면 그렇다는 것인데, 슈리 등등은 이것도 관심법이라 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만일 슈리 님이 저런 생각으로 2절을 생각했다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2절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슈리 님은 글을 쓰자마자 자신의 창작의도를 까먹은 모양이다. 2절에는 '성매매 자영업'을 '기타 자영업'과 구별할 어떠한 도덕적 논거도 등장하지 않는다. 칸트주의적 논거는 본인이 인정했다시피 자본주의 사회의 모든 상품거래에게도 통한다. 여기서 슈리 님은 왜 '성매매 자영업'이 자본주의 사회의 다른 상품거래보다도 더 부도덕한지를 칸트주의적으로 논증했어야 했다. 그런데 슈리 님은 여기서 갑자기 성매매를 연인들의 섹스와 비교한다. 무의미하게 고진의 어법이 튀어나와 그들을 구별한다. 논의는 없고 어줍잖은 현학만 있다.

그는 칸트주의를 끌어들인 것이 충분치 않다고 했지만, 뭐가 충분치 않은지는 모른다. 지금 존재하는 난점은 칸트주의의 논리로는 성매매와 자본주의 사회의 일반적인 상품거래를 구별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물론 슈리 님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그는 그 지점에 대해 조금도 설명하지 않는다. 그는 갑자기 칸트주의가 도덕 일반을 설명하는데 충분하지 못하다고 하면서 근친상간의 사례를 든다. 레비 스트로스가 튀어나오고 헤겔이 튀어나온다. 논의는 없고 또 현학이다. 살다 살다 이렇게 무의미한 글은 처음 본다. 이 부분은 그냥 지나치자.

그렇다면 2절의 결론은 무언가? 성매매는 부도덕하되, 아주 부도덕하진 않고 사랑없는 섹스 정도로만 부도덕하다는 것, 그리고 이유는 모르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다는 것이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는 자신의 직관이 반박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그 전 부분에서 역사주의 비판을 했나 보다. 근데 어차피 직관이고 아무런 근거가 없는데 이 시점에서 역사주의를 반박해야 할 필요는 또 뭐란 말인가.  

여기에서도 슈리 님은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사랑없는 섹스를 법적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 슈리 님 말대로 '사랑없는 섹스'의 부도덕함은 대수롭지 않다. 우리는 다른 서비스업종에도 그런 정도의 부도덕함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가령 어떤 가치체계에서 은행업무는 '사랑없는 섹스'보다 더 부도덕한 일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게 법적으로 금지되어야 하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사금융의 문제라면 더 분명해진다. 가령 좌파들이 사교육이나 사금융 같은 산업들이 사라져야 한다고 믿는다 하더라도, 당장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이 임금체불을 당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면 거기에 대해서 침묵할 수는 없다. 재능교육 학습지 노조를 생각해보면 될 일이다. 슈리 님의 논의는 이런 문제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말하지 않으며, 이런 문제들이 성매매 여성과 어떻게 다른지 혹은 어떻게 같은지 설명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정보값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슈리 님은 성매매가 윤리적으로 비난받는 이유에 대해 철학적이고 사변적인 고찰을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철학적이고 사변적인 고찰의 결과는 그게 대수롭지 않은 부도덕이라는 것이다. 그가 그런 결론에 도달했다면, 차라리 그는 성매매 합법론자가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왜냐하면 철학적이고 사변적인 고찰로는 성매매 여성을 다른 업종의 종사자와 구분지을 방법이 딱히 없음을 스스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본인이 그런 난국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차라리 이럴 거였다면 처음부터 "사람들이 성매매를 다른 일보다 더 부도덕하다고 여기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을 하는 편이 나을 뻔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배계급의 도덕에 대한 좌파의 비판에 대해서 얘기한다. 도덕은 사회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따른다면 은행에서 돈을 훔치는 것이 나쁘다면, 은행을 세우는 것은 더 나쁜 일이다. 그러나 2절의 결론부에서 오해를 살 문장이 나타난다. 슈리 님은 말한다.

같은 조건에서 100명 중 99명의 여성이 성매매를 하지 않는데, 1명의 여성이 성매매를 한다면, 그 1명은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욱 도덕적으로 지탄받게 될 것이다. 반대로 100명 중 99명의 여성이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는 사회(물론 그런 사회는 유지될 수 없겠지만)에서, 같은 조건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매매를 하지 않고 자존심을 지키는 1명의 여성은 존경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일단 그의 논지를 다 인정한다 하더라도,  지배계급의 도덕에 대한 좌파의 비판에 대해 말하던 그가 어째서 이 문장에서는 사회적 책임의 문제는 쏙 빼고 여성의 책임 문제에 대해서만 서술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이런 논지로 갈 거라면, 최소한 그는 성매매여성을 돕는 길은 사실 다른 활동이 아니라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이라고 라도 말했어야 했다. 그의 이 구절은 전체 맥락으로 본다면 '좌파의 도덕'에 의한다면 이렇게 평가되어야 한다고 이해되어야 하는데도, 부분적으로는 이상하게도 일반적인 사람들이 그렇게 평가할 것이라는 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징후적이다.(농담이다.) 그런데 그는 실증적 방법에 맞서겠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위 결론은 실증적이지도 않고 도덕적이지도 않다. 왜냐하면 100명의 여성 중 몇 명의 여성이 성매매에 종사할 것인지의 조건을 묻기 시작하면 학력/외모/직능특기 등 여러가지 실증적인 사회적 자산들이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결론 역시 칸트주의적 준칙을 절대적 판단에서 상대적 판단으로 돌린 말장난일 뿐, 거의 전적으로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다. 


3.
나는 1절과 2절의 분석에서 그것들이 3절의 결론과 전혀 이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이미 지적했다. 3절에 대해서 특별히 더 할 수 있는 말은 없다. 그의 글이 성매매 노동자의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그의 글을 상대하는 합당한 방식이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슈리 님 스스로 말하는 바대로 구체적인 현상을 더 알아낸다고 해서 이 글의 형식이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앞으로 슈리 님이 일관성을 지켜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회문제에 대해 이런 글을 써주기를 희망한다. 2절은 빼고 1절과 3절을 적당히 고쳐만 쓰면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한 좌파의 침묵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그의 말을 빌리자면, 침묵을 주장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의미가 없단다. 이 얼마나 '징후적'인가?) 그리고 이는 그와 그의 옹호자들이 맑스주의의 게토화에 기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다.  


메데타시~ 메데타시~
 
 

P.S

질문 : 그래서 "성매매는 좌파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답 : 애송이겠지. 

------------------

덧붙임. 슈리 님의 '노동' 개념이 맑스주의에 비추어봐도 불충분하다는 견해도 있다.  

읽어본 바로는 이 분의 말에 더 신뢰가 간다. '전거'를 들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르면서 읽어도 그 정도는 구분한다...

슈리 님과의 덧글

 

비여우

2011.05.18 21:39:21
*.158.211.123

속 시원한 글 잘 읽었습니다. 거의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

2011.05.18 22:20:47
*.183.15.130

국과수에 병신제거반 같은게 있으면 한윤형씨를 정규직으로 추천하고 싶은 심정이어요. 9급 기능직.

씁쓸하지만...

2011.05.18 22:33:27
*.103.209.86

제가 이해한 것과 비슷하군요. 다만 차이는 그걸 구체화시킬 생각은 하지 못했다는 것이군요 (개인적 능력의 저급함이 문제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슈리님의 글은 가득한 수사와 웅장한 철학적 현학 뒤에 숨어 있는 것은 논리가 뒤엉킨 의미 없는 키보드질이라고나 할까요? 마르크스주의가 이런 식으로 난도질 당하는 게 슬프긴 하지만 어쩔 수 없군요. 원글을 쓴 본인이 자초한 일이니가요. 슈리님도 분발하셔야겠습니다.

windburial

2011.05.18 22:51:29
*.117.224.83

혹시 맨 위에 있는 요약문이 굉장히 불성실하거나 뒤로 갈수록 발로 한 느낌이 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링크를 직접 클릭해 보시길. 난 저 요약문을 보고서야 “아, 이 글이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는 거였나?” 하고 무릎을 쳤습니다.

독자

2011.05.18 23:45:02
*.131.236.19

제일 궁금한 것은 "슈리 님은 이렇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글을 도대체 왜 쓴 걸까요?" 슈리 님도 손가락이 아팠을 텐데 말입니다.

하뉴녕

2011.05.18 23:48:45
*.171.69.149

뭐 그런 '핵심적인' 질문에 대한 어떤 분들의 대답은 대략 이것이 '징후'이며, 무언가를 억압하거나 대면하지 않으려는 욕망 때문이라는 것인데...


전 그냥 잘 모르겠습니다...;;;

독자3

2011.05.19 03:50:43
*.140.58.209

피곤해서 생각할 기운도 별로 없는데 뭔가 말은 하고 싶을 때면 그렇게 되기도 합니다. 징후적인 게 전혀 없진 않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컨디션' 같은 인터넷에서 전혀 드러나지 않는 조건 같은 걸 생각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독자 2

2011.05.19 00:54:12
*.9.236.212

'좌파=맑스주의 경제학적으로(만) 세계를 바라보는 자'인가요? 그럼 나 좌파 아닌데 ㅠㅠ

으흐흥

2011.05.19 03:41:15
*.205.71.223

좌파란거슨 이거기도 하고 저거기도 한 심오한 것이지 싶습니다 후후후... 워낙 그걸 결정짓는 기준들이 다양한지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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