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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인트라넷 소설과 쾌락의 경제

조회 수 1788 추천 수 0 2005.08.17 13:35:00
카이만, 군인, 일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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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하숙생'....까대서....('얼음 공주에 관해' 참조) 알고보니 너는 그 바닥에선 수작이었구나. 지금 읽는 이 녀석에 비하면, 리얼리티 충만, 솔직, 담백, 진실하구나....미안하니까 전역하기 전에 한번쯤 더 읽어줄께. 알았지?"


이 한숨어린 절규는 간혹 지휘통제실 상황근무를 서야 하는, 그래서 인트라넷을 뒤져야 하는 카이만의 것이다. 하기사 아무리 그래도 통신에서 떠서 출판까지 된 소설과 인트라넷을 떠도는 군인들이 쓴 소설을 비교하는 건, 애초부터 체급이 다른 대상을 골랐다고 볼 수도 있겠다.


어떤 글을 읽으면 쾌락이 3오고, 불쾌감이 10쯤 온다고 치자. 일반적인 경우라면 나는 그 글을 읽다가 던져버려야 마땅하다. 그러나 다른 일로는 쾌락을 거의 얻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얘기가 또 다르다. 이놈의 쾌락의 경제라는 건, 단순히 쾌와 불쾌의 합산의 값만 따지는게 아니라, 일정량의 쾌락은 얻어줘야 돌아가는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밑지는게 분명한 데도 외화벌이를 위해 수출을 하는 대기업의 심정으로(응? 이게 비유가 맞나? 땀;;) 인트라넷 소설을 찾아 읽는다.


웬만하면 웃어가면서 몰입해주려고 노력하고 있건만, 아무래도 나의 감수성은 '고교생 판타지'까지는 "우하하하하...;;; 이거 무지하게 유치하고 쑥쓰러운데 무지하게 웃기다....;;;;"라고 반응해도 '군인 판타지'로 넘어가버리면 "(&@#&&^*$#%^)$^&&^%^%(!!!!!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이자식아!!!!!!"로 넘어가 버리는 모양이다. 나중에는 그 억눌린 보상심리가 어떤 판타지를 만들어내는지 보고 싶어서 본다는, 왜곡된 욕망이 다음 페이지를 클릭하게 한다.


주인공은 또 한번 01학번이고, 이번에는 복학생인데, 물론 군인들은 "아, 나도 복학하면 04학번들하고 학교 다니겠구나~" 뭐 이런 생각하면서 읽었을 게다. (그게 뭐가 문제냣. 난 07학번하고 다녀야 하는데 -_-;;;;) 주인공이 다니는 학과에 예비역이 그 자신 하나밖에 없다는 설정은 "그래! 너 혼자 다 해먹어!"라는 말이 나오기에 충분했고,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어쩐 일인지 갑자기 매니아 취향의 마이너 작가로 떨어져 둘다 그걸 읽었다는 이유로 남녀관계를 엮어주는 촉매제가 되지를 않나, (아 세상 참 편하게 산다.;) 또 뭐더라 ;;; 지 혼자 예비역이라고 사격장 인형떨어뜨리기 게임할 때는 첫발이 어떻게 어긋나는 지를 보고 쏴야 한다는 걸 지 혼자 알고 그걸 강의하지를 않나... (대한민국에 그걸 모르는 '남자'도 있을까? 나도 군대가기 전에 이미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는데. 그리고 그 '사실'을 안다고 인형이 더 잘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하여간, 그래서 한발 쏠때마다 떨어뜨리는 각기 다른 인형을 각기 다른 여자 후배들에게 전해주는 주인공의 용맹무쌍한 활약을 보니 한여름밤에도 에어컨이 필요없었다는.)


"하숙생"의 주인공은 내 기준으로는 '개새끼'에 가까웠지만 그래도 사귈 여자를 스스로 선택은 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읽은 소설에서는.... 삼각관계가 고조되고 여자가 처리하기 귀찮아질라면...외국으로 가버린다. '유학'이든, '교환학생'이든, '어학연수'든, 어떤 식으로든 말이다. ㅡ.,ㅡ; 갑자기 강경옥의 "17세의 나레이션" 후기에 나오는 일화가 생각났다. 어릴 때 강경옥의 여동생이 만화를 그렸는데, 케릭터가 처치가 곤란해지면 그냥 죽여버렸다는 얘기. 그래서 그 최초의 대작은 배경이 되었던 기숙사가 대화재로 불타는 엔딩으로 끝났다지. 비록 이 소설이 그 학교 모든 여학생들이 해외로 나가는 비극(;;)으로 끝나지는 않았지만, 내 머리속에서는 이미 대화재와 '유학'이 겹쳐져 버렸다.


문제는 뭔 소리를 하든 내가 그걸 읽고 있다는 것이다. '나 참...밖에 나가면 이런 데미지를 안 입히고도 즐거움을 주는게 쌓이고 또 쌓였는데...왜 이 지x을 해야 되는 거시야?'라는 생각이 안 들리가 없다. 온게임넷 엄재경 해설위원이 내게 선사하는 닭살마저도, 매우 긍정적인 마초성의 발현인 것으로 느껴질 정도로, 그 소설들은 나를 힘들게 했다. 만약에 내가 순수사념으로 이루어진 정신체였다면 그것들은 내 형체를 반 이상 갉아먹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육체를 소유한 인간, 스트레스는 위장의 아픔으로 전환시키면서 대략 쾌락만 멀뚱멀뚱 취하고 있었으니 이것도 기술은 기술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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