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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카이만, 군인, 상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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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고구려사 역사 중국에는 없다>, 김용만 등, 예문당(2004) 읽다.

간도 영유권에 대해 얘기하는 어느 필자는 간도땅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각 민족에 고유한 생활공간이 있다는 주장, 분명히 히틀러가 했던 것이다. 이것을 ‘민족주의 1’이라고 부르자.

어떤 필자는 고구려사가 한국사라는 사실에는 추호도 의심을 품지 않지만, 한국인들이 만주땅에 가서 만주가 우리 것이네 따위의 말을 지껄이는 행위에 대해선 ‘쪽팔려’ 하고 있다. 역사는 역사고, 현재의 국토는 현재의 국토라는 것이다. 이것을 ‘민족주의 2’라고 부르자.

그래도 고구려사 관련해서 믿을만한 필자 중 한 사람인 김용만은 그 정도는 아니다. 그는 중국사에 고구려사가 포함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비록 그 경우라도 당대의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정권이라는 서술은 오류이긴 하지만. 현재의 중국에 소속된 민족들을 모두 고려하겠다는 역사적 시각, 즉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에 의거한다면 고구려사를 중국에서 연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의 중국사가 흘러가는 방식은 무늬만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이지 ‘확대된 한족민족주의’라는 것이 김용만의 비판의 요지다. 만약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을 정말 하려고 든다면, 을지문덕이나 티베트 독립의 영웅 등도 중국사의 영웅으로 중국 교과서에 나와야 할 텐데 그렇게 할 수 있겠냐고 반문한다. 한국사나 중국사라는 구별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사고에 제한이 없고, 그러다보니 이처럼 타당한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이것을 ‘민족주의 3’이라고 부르자.

내가 인정할 수 있는 민족주의는 물론 ‘민족주의 3’뿐이다. 그러나 이것이라 해도 전적으로 승인하지는 않는다. 가령 김용만은 고구려사에 관련해서 국민들의 과열된 반응을 걱정하는 주장을 인정하면서도, 그 이유는 고구려사가 한국인들이 역사 속에서 발견한 ‘대국의 기억’이기 때문이라고 변명한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고구려사가 위험한 것이 아니겠는가.

<대고구려사 역사 중국에는 없다>는 제목의 책에 글을 실을 수 있는 민족주의 입장의 상한선은 ‘민족주의 3’인 모양이다. 나 역시 중학교 때까지는 한국 고대사 매니아였기 때문에, 가끔 이것과 비교해서 나 자신의 견해를 ‘민족주의 4’라고 칭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민족주의 3’으로부터도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를 가끔 느끼면서, 나는 이제 나 자신을 민족주의자라고 부르기를 주저한다. 그렇게 부르고 싶을 때는 꽤 있지만, 이젠 도저히 남들이 인정해 주지 않을 것 같다.


P.S 이 책, 고구려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한다면, 그렇게 나쁜 책은 아니다.

P.P.S 나는 가끔, 22세기쯤 한국이 중국에 병합되어 있을까봐 겁이 난다. 어때, 이만하면 민족주의자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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