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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가을의 전설

조회 수 939 추천 수 0 2006.06.16 13:51:00
잘못된 기원이었다. 임요환이 또 올라왔어야 했다. 그러면 오영종이 2006년에도 우승할 수 있었을 텐데. ㅋㅋ

카이만, 군인, 꺾인 상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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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온게임넷 스타리그엔 ‘가을의 전설’이라는 것이 있다. 가을 시즌이 오면 프로토스가 우승한다는 것이다. 이 전설이 ‘정설’이 된 것은 2002년 SKY배 박정석의 극적인 우승 이후이지만, 오늘날의 우리는 ‘가을의 전설’의 시초를 2000년으로까지 취급할 수 있다. 2000년 프리챌배, 2001년 SKY배 김동수의 우승 역시 모두 가을에 있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2003년 가을 mycube배에는 박용욱과 강민이 플플전 결승전을 벌인 끝에 박용욱이 우승했지만, 2004년 가을 EVER배에서는 온게임넷 역사상 처음으로 ‘가을의 전설’이 깨지고 말았다. 그러나 박정석이 4강전에서 당시 최고의 상승세를 타던 테란 최연성과 박빙의 명경기를 선보였던 점, (결과는 2대3으로 박정석의 패배였지만, 이렇게 말하는 사람조차 있었다. “가을의 전설은 이루어졌어. 괴물(-최연성의 별명. 그때 최연성의 대 플토전 승률은 거의 8할에 가까웠다.)이 하루에 프로토스에게 두 번이나 지다니.”), 3-4위전에서 ‘프로토스의 무덤’이라 불리던 머큐리맵이 두 번이나 사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홍진호를 이기고 3위를 차지한 점 등을 그런대로 전과로 치부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편 뭔가 정설에 걸맞지 않는 사나이, 프로토스 역사상 가장 시끄러운 게이머인 강민은 ‘가을의 전설’과 상관없이 2004년 초 한게임배 우승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까지 ‘가을의 전설’과 상관없는 프로토스 게이머의 우승은 강민이 유일하다.

‘가을의 전설’이 다시 화려하게 부활한 것은 2005년 So1배였다. 당시 스타리그에 첫 출전하는 오영종과 박지호 두 신예 프로토스가 4강까지 올라가 각각 최연성, 임요환과 맞붙었고, 결국 오영종은 결승전에서 임요환을 꺾고 새로운 가을의 전설을 이루었다.

‘50만’ 팬을 거느리고 있다는 임요환이, 세 번째 우승을 쭹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당시 야외 경기장의 응원 분위기는 팽팽하게 박빙이었다. 오영종의 시원시원한 플레이에 새로 팬이 된 사람뿐만 아니라 종족 충성심이 강한 프로토스 팬들이 모두 오영종을 응원한 탓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가을의 전설이라는 ‘패자의 민담’도 스타리그를 흥행시킬 수 있는 방편 중 하나였던 것.

한편 당시의 나는 내무반에서 거의 무조건적으로 오영종을 응원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상대가 임요환이었기 때문에 적(?)도 많았지만, 나로서는 상대방이 임요환이었기 때문에 더욱 물러설 수가 없었다. 가만히 보면 ‘가을의 전설’은 거의 모두 임요환이 만들어준 전설이다. 2000년 김동수가 저그 봉준구를 이겼을 때, 그리고 2003년의 플플전 결승을 제외하곤 모든 프로토스가 바로 임요환을 이기며 우승을 차지했다. ‘가을의 전설’은 임요환의 준우승 전설이기도 하다. 테란 최연성에게 져서 준우승한 것까지 합치면, 가을에 임요환이 쌓은 준우승 승수는 자그마치 네 번이나 된다.

그런 상황에서 다름아닌 임요환에게 결승전에서 패해 가을의 전설이 좌초된다면, 애초에 가을의 전설이라는 건 프로토스에게 약했던 임요환의 특성에서 기인한 것이지 전설도 뭣도 아니지 않겠는가. 가을의 전설의 내용이란 건 가을에 프로토스가 우승한다가 아니라, 가을엔 임요환이 결승까지 간다로 수정되어야 할 것이 아닌가. 그래서 임요환이 3회 우승을 해서 골든 마우스를 타든 말든 내 관심 밖이었지만, 가을에는 임요환이 패배하기를 기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바라건대, 올해 가을에는 임요환이 결승에도 올라가지 말기를.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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