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선량함에 대하여

조회 수 941 추천 수 0 2006.05.23 13:50:00
카이만, 군인, 꺾인 상병.
--------------------------------------------------------------------------------------------
한참 내가 선량한 고참으로 통할 때의 일이었는데, 내 고참들이 나의 ‘전례'로 취급하던 어느 선량한 고참의 글을 오래된 한글 파일에서 발견한 적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그 사람이 쓴 글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간직하던 경구 같은 것이었지만.

“3%의 소금이 바닷물을 썩지 못하게 하듯이, 우리의 착한 마음이 우리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푸하하하.’하면서 창을 닫아버렸다.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내 블로그의 독자 중 설마하니 내가 그런 경구와 어울린다고 믿으시는 분은 없을 것이다. 나는 언젠가 “눈물을 닦으면 행복이 보입니다.”는 <좋은 생각>의 표지를 보고 “거 참, 행복 날로 먹으려고 드네...”라고 말해서 고참들을 경악(?)시켰던 것이다.

우리말의 선량함이나 착함과 같은 어휘는 인내심, 우유부단함, 모질지 않음을 대충 다른 사람이 대하기 편한 방식으로 섞어놓은 성격 유형을 가리키는 것 같다. 그것은 그 자체로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다만 그렇게 사는 사람들은, 의외로 자신이 손해본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고, 그렇게 느끼면서 스트레스 받을 바에야 그 성격을 떨치는 게 오히려 낫다는 조언이 가능할 뿐이다.

그렇다고 하여 내가 후임들에게 화를 내지 않은 것이 무슨 거창한 윤리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내 머리 속에는 나의 마초성을 규정하는 몇 개의 감정들이 문장으로 흘러다니고 있는 바, 그 중 하나를 정말이지 그 천박한 수준 그대로 읊어보자면 다음과 같이 된다.

‘약한 것들은 건들지 않아.’

그래서 나는, 차라리 고참을 갈구면 갈궜지 후임들은 거의 방기하다시피 했던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딴에는 좀 짬이 쌓이고 나한테 실실 농담을 할 정도로 큰 녀석들은 ‘약한 것들’의 범주에서 제외시켜 버렸고, 그래서 그들은 아주 나중에 가끔 ‘카이만 상병님 때문에 못 살겠다.’고 투덜투덜하기도 했던 것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1 붉은악마와 민족주의 [1] 하뉴녕 2006-08-22 905
220 철학의 주요문제에 관한 논쟁 : 왕도는 없다. 하뉴녕 2006-07-11 1070
219 코미디 영화론 (1) : 브루스 올마이티 [1] 하뉴녕 2006-07-04 867
218 앤 라이스, 뱀파이어 연대기 [1] 하뉴녕 2006-06-27 1428
217 대고구려사 역사 중국에는 없다 : 고구려사를 수호하는 ‘다른 민족주의’ 하뉴녕 2006-06-20 1102
216 가을의 전설 하뉴녕 2006-06-16 939
215 천박함에 대하여 하뉴녕 2006-06-13 949
» 선량함에 대하여 하뉴녕 2006-05-23 941
213 철학, 역사를 만나다? [2] 하뉴녕 2006-05-16 1139
212 우리 신화의 수수께끼 : 호메로스가 없어도 하뉴녕 2006-05-12 903
211 연애가 끝나고 난 뒤 [1] 하뉴녕 2006-05-05 889
210 정직의 미덕? 하뉴녕 2006-05-02 1821
209 '어차피'의 화용론 하뉴녕 2006-04-28 1140
208 혼네의 민주주의 [1] 하뉴녕 2006-04-25 972
207 의사소통의 바깥 하뉴녕 2006-04-21 843
206 '바보'의 판타지 하뉴녕 2006-04-18 1358
205 자유 [2] 하뉴녕 2006-03-21 1186
204 변방 무협의 길 하뉴녕 2006-03-17 1223
203 악전고투의 판타지 [1] 하뉴녕 2006-03-14 953
202 강호무림이라는 공간 하뉴녕 2006-03-07 8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