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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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안티조선 운동을 할 때 만났던, 안티조선 우리모두 청년방 맴버들의 모임이 있었다. 일종의 동창회 모임 같은 거랄까. 2001년 말에 보고 못 본 이들이 대다수였으니, 거의 만 5년만에 보는 것이다.
어떤 누나가 (나보다 두살쯤 많던가?) 우리의 약속장소인 술집으로 들어오는데, 나는 깜짝 놀랐다. 같이 들어오는 남자친구가 5년 전에 본 바로 그 사람이었던 것이다. 다들 약간은 놀라는 눈치였지만, 나처럼 직설적인 인간은 없었다.
"아니, 세상에, 아직도 사귀어?"
그 남자친구 쪽에서도 나를 한눈에 알아보고 굉장히 반가워 했다. 우리 모임에서 언제나 '어설픈 정치력'으로 원성이 자자했던 한 형이 그 남자친구의 과거(?)에 대해 품평하기 시작했다.
"그때 외조를 잘해줘서 XX가 운동을 열심히 할 수 있었지."
나는 바로 그 품평에 대한 품평에 들어갔다.
"...형, 별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없구나?"
사람들은 잘 변하지 않는다. 오년만에 만난 우리들은, 오년전에 하던 짓을 그대로 하고 있었다. 가령 나와 함께 일종의 '음주 꼬뮌'을 건설한 6살 연상의 KBH라는 형이 있었는데, 나는 그 형의 끝없는 농담이 웃겨서 웃는게 아니라 옛날이랑 패턴이 너무 똑같아서 웃었다. 그렇지만, 나는 군대에서 과거의 나를 돌이켜보고 '술자리 갈굼'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먼저 건배를 주도하는 건 옛날과 그대로였지만 옛날처럼 사람들을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도전적인 농담(?)을 하지는 않았다. 그런게 없어도 술자리는 충분히 즐거웠다.
그런 와중에 그 남자친구 쪽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 이미지가 많이 변하신 것 같아요."
"예?"
"아, 그러니까, 옛날엔 굉장히 반항적이라는 느낌이었는데...푸훗."
좌중 폭소. 그 와중에 KBH는 또 똑같은 패턴의 농담에 들어갔다.
"좋게 말해서 반항적이라는 거고....반사회적이라는 얘기지, 사실은."
그 남자친구 쪽의 이미지를 말하자면, 핸섬하고, 그렇지만 바람둥이처럼 보이지는 않았고, 사려깊어 보였다. 실제로 어떤지를 알만큼 친하지는 않았지만. 오년전에 그는 머리가 길었고, 마치 상남2인조의 나카죠처럼 머리를 뒤로 묶고 다녔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평균보다 약간 머리가 길 뿐.
그나저나 2001년도에 나는 어땠길래 '반항적' 혹은 '반사회적'이란 포스를 풍기고 다녔을까. 2001년도에 찍은 사진을 찾아보니 하나가 남아 있다. 굉장히 삭아보이기는 하지만, 열 아홉살이다.
이걸 봐선 잘 모르겠는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