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e스포츠 연봉에 대해

조회 수 1077 추천 수 0 2007.02.03 01:16:26
이번주 es-FORCE에 실린 기사 중 일부.

...한 사무국 관계자는 얼마 전 비공식 석상에서 "e스포츠 선수들의 연봉 거품이 너무 심해 고민이 많다."며 "프로스포츠와 비교하면 월등하게 많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만족을 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프로스포츠인 야구를 예로 들며 야구 선수의 경우 1년에 120여 경기를 뛰는데 연봉은 최고 6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경기로 환산하면 한 경기에 500만원을 받는 수준이다. e스포츠에서는 지난 <스카이 프로리그 2006> 정규시즌은 총 20경기로 팬택 이윤열이 4차례의 중복 출전을 통해 개인전 24회 출전을 기록했지만 연봉으로 나누면 경기당 830만원을 받은 셈이다.

e스포츠의 총 경기수도 타 스포츠에 비해 턱없이 적어 노출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도 연봉 거품 주장을 거들었다. 프로야구는 126경기, 프로농구는 54경기, 프로축구는 26경기, 프로배구는 30경기씩을 치른다. 또한 방송으로 나가는 경기에서도 프로야구와 농구, 축구 등은 선수의 유니폼과 회사 로고가 수시로 클로즈업 되지만 e스포츠는 경기 시작 전과 종료 후 1분 가량만 노출된다.

한 프런트는 "스포츠 종목은 경기수도 많고 중계 방송에서 선수가 입고 있는 유니폼과 회사 로고가 선명하게 노출된다. 그러나 e스포츠는 선수가 등장할 때 퇴장할 때 외에는 경기 중간 몇 조 정도 노출되는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동의하기 어렵다. 일단 두 가지 얘기가 혼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장: e스포츠 선수들의 연봉 거품이 심하다.
근거: 1) e스포츠 선수들의 연봉은 프로스포츠와 비교하면 월등하게 많은 수준이다.
        2) e스포츠는 회사의 홍보효과가 크지 않다.

2)에는 동의할 수 있다. 아니, 이건 동의하고 자시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할 문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회사가 스포츠에 홍보효과를 노리고 얼마를 투자하겠다는데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이 e스포츠에서 얼마만큼 홍보효과를 거두었다고 판단하는지는 그들의 '말'이 아니라, 다음 시즌의 '투자'에서 실천적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문제는 그들이 선수를 압박하기 위해 내뱉은 1)이 전혀 합당한 얘기가 아니라는 거다.

첫째, 일단 이윤열 선수의 경기횟수에는 개인리그의 경기는 빠져 있다. 물론 그 부분은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고 일부러 뺀 것이겠지만, 이 문제는 논의의 여지가 있다.

둘째, '선수의 만족' 운운하려면 경기의 횟수보다는 선수들이 그 경기를 위해 어느 정도의 시간을 쏟아붇느냐가 중요하다. 프로게이머들이 경기수가 적다해서, 다른 직업과 함께 '두탕'을 뛸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경기수를 가지고 대충 나눗셈을 해서 '프로스포츠와 비교하면 월등하게 많은 수준'이란 얘기는 어불성설이다. 그건 마치 영화 감독은 드라마 감독만큼 많은 작품을 만들어내지도 않는데 왜 돈은 더 버느냐고 묻는 것과 같다. 프로게이머들은 하루종일 경기를 위해 대비하는 진짜 '프로'다. 그렇다면 차라리 연봉의 절대값을 비교하는게 더 공평하다. 경기수 운운은 그 비교를 피하기 위한 거다.

셋째, '연봉 거품'은 일부 스타들의 문제일 뿐이다. 소수 스타를 제외한 나머지 프로게이머들은 숙식만 해결해 준다 뿐이지 연봉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설령 일부 스타들의 거품이 있다 한들, 그것을 e스포츠 전체의 문제로 치환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넷째, e스포츠가 계속해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프로게이머가 하나의 선택가능한 직업군이 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프로게이머는 그에 부족한 점이 많다. 말하자면 아직 '거품' 운운할 만큼 파이가 커지지도 않았다는 거다. 물론 e스포츠 관계자나 팬이 아닌 스폰서 기업 입장에서 이런 문제를 고민해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왕 프로스포츠와 비교하려면 제대로 하란 말이다. 가령 한화 이글수의 구대성은 39살의 나이임에도 잘 던지고 있고 연봉도 6억 넘게 받는다. 프로게이머를 이렇게 오래할 수 있다고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임요환이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지켜보긴 해야겠지만, 기본적으로 e스포츠엔 '관록'이란 개념이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e스포츠는 연습게임과 실전 사이의 갭이 가장 적은 스포츠에 속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리그들을 보더라도, '관록'이란 것이 그나마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경기는 프로토스 대 프로토스 전 정도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프로토스 게이머 수가 타종족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은 편이고, 꽤 잘하는 프로토스 게이머를 연습상대로 두기가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원래도 가장 잘하는 그룹에 속했지만, 최근 2년간 강민과 박정석의 플플전이 그토록 강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복귀를 선언한 김동수도 KTF에 입단했으니 이 친구들은 "프로토스를 살리기 위한, 역대 프로토스 본좌 연석회의"라도 꾸릴 생각인가 보다.)

그것도 그나마 상대적인 얘기에 불과하고, 기본적으로 e스포츠는 입문한지 1년도 안 되는 신예가 당대 최고수를 꺾을 수 있는 스포츠다. 현재의 '스타'들도 많이 벌어봤자 몇 년이라는 얘기다. 가령 나는 박정석을 좋아한 댓가로, 박정석이 은퇴 후 밥집이나 술집을 차릴 경우 (그는 은퇴 후 요식업에 종사하겠다는 얘기를 종종 했다.) 종종 들러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물론 나보다 잘 살기야 잘 살겠지만, 다른 스포츠 스타들에 비할 바는 아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본다면, 현재의 연봉에 선수들이 만족을 하지 않는 것은 전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그들이 투자한 시간과 노력은 몇 년 되지 않을 지도 모르나 성장기에 집중되어 있고, 대한민국 특성상 전직해서 좋은 직장 잡을 수 있는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물론 '연봉 거품' 운운은 이와는 또 별개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는 전적으로 그들의 상품가치에 대한 회사의 판단이다. 하지만 최근 '스타리그'의 저변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고 보면, 저 '말'이 과연 그 '판단'을 반영하고 있을지는 의문이다. "20대 초반에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어느 사무국 관계자는 또 이렇게 말했다고 하는데, 사실 프로게이머가 활약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가 20대 초반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저 말엔 공정함은 온데간데 없고 연하 남성에 대한 한국 남성 특유의 윽박지르기만 보인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61 [펌]스타리그 역대 2회 이상 결승진출자들 [3] 하뉴녕 2007-02-07 850
260 영어 공용화론이 다시 나와야 할지도 [6] [2] 하뉴녕 2007-02-06 1111
259 이미지 file [6] 하뉴녕 2007-02-05 1157
258 키워드 통계 [1] 하뉴녕 2007-02-05 1000
257 민주노동당의 '오픈프라이머리'에 반대한다. [4] 하뉴녕 2007-02-03 1340
» e스포츠 연봉에 대해 하뉴녕 2007-02-03 1077
255 노빠의 변신 [3] [2] 하뉴녕 2007-02-03 856
254 난쟁이 컴플렉스 하뉴녕 2007-02-02 1049
253 다음 슈퍼파이트는 [5] 하뉴녕 2007-01-31 843
252 참정연의 선택, 그리고 '유시민 효과' 하뉴녕 2007-01-30 870
251 김동렬의 최장집 비난에 대한 핀잔 [3] 하뉴녕 2007-01-29 1522
250 만 원의 음주 (1) - 완산정 편 file [5] [1] 하뉴녕 2007-01-27 1307
249 용산에서 술 얻어먹은 이야기 [5] 하뉴녕 2007-01-25 1098
248 386에 대한 냉소, 냉소 바깥 하뉴녕 2007-01-24 930
247 윤용태를 눈여겨 봐야겠다 [2] 하뉴녕 2007-01-23 955
246 송호근의 미덕과 악덕 하뉴녕 2007-01-22 1912
245 군대 꿈 하뉴녕 2007-01-21 891
244 강풀의 26년 : 정치적 열망의 비정치적 해소 하뉴녕 2007-01-20 2920
243 싫어하는 사람 [4] [1] 하뉴녕 2007-01-20 2467
242 음주의 단계 하뉴녕 2007-01-19 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