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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싫어하는 사람

조회 수 2467 추천 수 0 2007.01.20 02:25:02

싫어하는 사람이 거물이 되거나, 출세를 한다는 건 매우 기쁜 일이다. 그 이유는 대략 두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싫어하는 사람이 거대해질수록, 그에 대해 내뱉던 나의 저주의 수사들은 사적인 차원에서 공적인 차원으로 이동한다. 나같은 사람에게, 세상에서 가장 쾌감을 주는 일은 싫어하는 이를 씹는 일이다. 그런 일이 심지어 공적인 의미까지 있다면 그 쾌감은 배가된다.

둘째, 비슷한 얘기를 사적인 차원에서 하는 말이지만, 싫어하는 사람이 거대해질수록, 무의식중에 흘러나온 나의 저주의 수사들에 대해 주변사람들도 반응하기 시작한다. 말하자면 내 조소의 탁월함에 좀더 많은 사람들이 감탄하게 된다. (나는 조소에 능통한 편이다.) 가령 내가 수군작에 대해 글을 쓸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수군작이 누구인지 알까? 60명 정도는 이름은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그 이름을 들을 때 내 머리속에 떠오르는 30여가지 관념중 6-7개라도 떠올릴 사람은 많이 잡아봤자 8명밖에 안 된다. 그래가지고는 장사가 안 된다. 그래서 나는 수군작에 대한 글을 별도로 쓰지는 않는다. 그러니, 유시민이 장관이 되었을 때 내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여러분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어제, 내가 안티조선 운동을 하던 때 이래로 줄곧 싫어했던 변희재씨가 조선일보 시론에 글을 썼다. 피식 웃으면서 봤지만, (그동안 내가 군인이라서 몰랐을 뿐이지) 그게 처음도 아니었고, 어찌됐든 안티조선 운동에 발을 담그었던 그가 조선일보로 가기까지 안티-포털사이트 운동이란 디딤돌이 있기는 했다. 그 논변이 100% 잘못된 것도 아니다. 지금의 상황에서 조선일보에 글을 쓴다는 것이 그 자체로 결정적인 허물인 것도 아니고. 그래도 나는 기쁘다. 물론 변희재는 이권을 바라고 여기저기 어슬렁대는 하이에나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수익이 나온다고 믿던 순진한 정치폐인들 중에서는 가장 제 밥그릇을 잘 찾아간 유형의 위인인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그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확률이 높아보이지는 않지만, 나는 그의 성공을 빌어야 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술자리에서 씹는 정도가 아니라, 글로 씹으려면 공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의 성공은 바로 그 공적인 이유를 제공해 준다. 그러니까 변희재의 성공이 내 욕망을 충족시킨다. 그래서 나는 그의 성공을 간절히 희망한다.

이런 사람은 한두명 더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낸시 랭이다. 나는 그녀가 더욱더 주목받는 '아티스트'가 되었으면 좋겠다.

쟁가

2007.01.20 09:54:31
*.50.69.85

변희재군이 예상보다 출세가 더뎌서 저도 마음이 언짢습니다. 전화라도 걸어서 독려해주고 싶어요, 진짜로.

jiva

2007.01.22 10:14:01
*.99.25.34

하하하. 변희재씨가 조선일보에 글을 썼군요.
그것도 나름 성공이긴 성공이네요. ^^
(이 글에 공감해버렸으니 저 또한 한윤형님의 조소에 감탄한
누군가가 되어버렸군요. ㅎㅎ )

이택광

2007.01.23 18:49:03
*.132.131.206

"싫은 사람=씹을 사람"이군요. 씹을 거리가 있다는 거, 이 지루한 삶에서 나쁘진 않습니다. 윤형씨 덕분에 낸시 랭에 슬슬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미술은 욕망의 표현이다, 어쩌구 하면서 나는 달러가 좋아, 뭐 이러던데, 죽여주더군요. 달러만이 돈이라는 낸시양의 말, 난 여기서 거의 넘어갔습니다.

하뉴녕

2007.01.23 22:43:35
*.148.250.64

"아이 러브 달러, 쪽!" 하는데 저 역시 뒤집어지는 줄 알았지요. 낸시랭은 100% 솔직합니다. 자신의 천박한 면을 가리는 것이 인간적인 품격이란 관념이 없고, 천박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규정도 없고, 아마 자신의 솔직함을 '쿨'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요.

그녀는 정말 한국인들에게 어울리는 '아티스트'인 것 같아요. 자뻑만 심하지 않았더라면, 정말 흥미로운 광경이 벌어질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죠. 그녀의 의식이 일상의 한국인에서 이탈하는 지점은 단지 '자뻑'에 있어요. 나름대로 자뻑이 심하다고 생각하는 저조차도 그녀 앞에 서면 드래곤 앞에 지렁이처럼 자신의 자뻑이 작아보이니 말이에요.

근데 문제는 이거에요. 천박하지만 한마디만 낸시랭 식으로 하자면, "저는 그녀가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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