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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마재윤과 온게임넷

조회 수 951 추천 수 0 2007.02.26 18:24:08

이제서야 경기를 보았기 때문에 이제서야 하는 말이긴 하지만, 마재윤이 모든 난관을 뚫고 우승한 것은 온게임넷으로서는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많은 이들이 지적했듯이 이스포츠계에서 일종의 '중화주의'를 구현해왔던 온게임넷으로서는, 이윤열이 네번째 스타리그 우승, 게다가 2회 연속 스타리그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을 경우 이윤열을 찬양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또 많은 이들이 지적했듯이, 온게임넷의 배타적인 태도와 맵의 테란 편향성은 오히려 마재윤을 온게임넷 타이틀과 상관없는 '본좌'로 만들었다. 본좌 논쟁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에는 온게임넷 타이틀이 없단 이유로 그를 본좌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으나, 최근엔 그런 논의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이번 신한은행 스타리그 3 결승전을 '본좌 쟁탈전'이라고 표현한 김태형 해설위원의 시각은 팬들 입장에서는 소가 웃을 소리로 전락했다. 스타리그의 '별명 붙이는 아버지' 엄재경 해설위원이 마재윤에게 새로운 별명을 명명하려고 하자, 스갤러들은 집단적으로 반발했다. 그것은 그야말로 '엄재경 vs 스갤'이었고, 스스로를 '생각없는 찌질이'로 자리매김하기 좋아하는 스갤인들의 '정치적 각성'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번 사건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원래 스갤은 이런 식의 긴장감을 가지고 있는 공간이다.)

만일 이윤열이 마재윤을 꺾고 우승했다면, 오히려 그 우승은 폄하되었을 지도 모르고, 온게임넷의 상징권력 역시 어느 정도 타격을 입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행히도 마재윤이 우승했기 때문에, 김태형과 엄재경은 마재윤에게 무한한 찬사를 보냄으로써 이 사태를 봉합할 수 있었다. 어쨌든 마재윤의 별명을 '마에스트로'로 소개한 점, 그러면서도 마재윤 우승 직전에 "이윤열은 인간입니다. 인간이 어떻게 신을 이깁니까!"라는 엄재경의 외침으로 '마신'이란 별명을 절반쯤만 포기하고 찬사의 외침으로 둔갑시킨 점, "본좌 맞네, 본좌!"라고 외친 점은 이 사태의 타협지점을 보여준다. 엄재경은 가장 먼저 마재윤에게 달려가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는 '관대한 아버지'를 훌륭하게 연기했다. 하지만 애초에 김태형이 "이 경기를 이기는 사람이 역대 최강입니다."라고 단언했듯이, 이 봉합은 마재윤이 우승할 때에만 가능한 것이었다. 온게임넷이 그보다 더 물러설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건 '중화주의'를 포기하는 것이니까. 영류태왕이 경관을 허무는 것만큼이나 치욕이니까.

좀 과도한 히어로 취향을 가진 메리 제인 왓슨양은 <스파이더맨 2>에서 전 세계를 구원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진 영웅에게 프로포즈를 하며 "너를 구원할 사람도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니."라고 말한다. 그렇다. 온게임넷은 모든 스타리그 팬을 구원했다. 하지만 마재윤은 온게임넷을 구원했다. (물론 이것은 뒤틀린 인용이다.)


잭필드스포츠

2007.02.28 03:43:01
*.254.56.85

이올린 타고 넘어왔습니다.
가끔씩 이올린에 등장하는 e-Sports 관련 글들이 참 반갑습니다. 요즘의 이슈는 마재윤과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겠습니다만. 이번 별명 사태는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시각을 볼 수 있게 한 좋은 기회였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하뉴녕

2007.02.28 16:05:48
*.60.168.148

저도 찌질파이트 잘 봤어요. ^^

sylent

2007.02.28 13:18:24
*.188.31.108

이런 글은 블로그에 묻어두기에 너무 아까운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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