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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ARENA] 노무현 2000 / 2010

조회 수 3882 추천 수 0 2010.12.10 09:11:39

노무현



2000


2000년의 노무현은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것처럼 보였다. ‘5공 청문회’ 당시 전두환에게 명패를 집어던진 ‘청문회 스타’가 된 초선의원은, 김영삼의 ‘3당합당’의 길에 합류하기를 거부한 후 실패를 거듭했다. 1992년 총선과 1995년의 지방선거에서 부산사람들은 그를 외면했다. 서울로 올라와 보궐선거로 힘겹게 의회에 복귀한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0년 총선에서 다시 부산에 내려간다. 결과는 노골적으로 지역감정을 조장한 한나라당 허태열 후보에게 패배. 모든 선거에서 상대편 후보들은 1991년에 노무현과 마찰을 빚었던 <주간조선>의 ‘밀착취재’ 기사를 인용했다. ‘호화 요트를 탔던 가짜 서민후보’ 어쩌구 하면서. 시민단체 수십 개가 참여한 낙천낙선운동의 물결 속에서도 지역주의에 정면으로 도전했던 후보가 나가떨어지자 사람들은 실망과 회의를 느낀다.

그러나 가장 아래쪽으로 내려가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아래로부터 구원이 찾아왔다. 한국 인터넷 문화의 여명기에 노무현의 분투에 감동받은 누리꾼들은 자발적인 팬모임을 여럿 만들었다. 이들은 여느 연예인 팬클럽이 그렇게 생기듯이 서로 통합논의를 진행하여 하나의 거대한 팬클럽을 만든다. 그것이 바로 저 유명한 ‘노사모’였고, 언젠가는 고유명사에서 보통명사가 될 그 이름이었다. 노무현은 새로운 지지자들과 함께 새로운 여정을 준비한다. 훗날 그는 조선일보와 각을 세우는 등 강단있는 개혁 정치인의 모습을 취해 기자, 시민운동가, 대학생 등의 지지를 시드머니로 삼고 ‘대통령’의 꿈을 향해 나아갈 터였다. 민주당의 위기로 결정된 대선후보 국민경선에서 5년간 이어져온 ‘이인제 대세론’을 부수고 우여곡절 끝에 2002년의 대선에서 승리를 쟁취할 터였다. 하지만 2000년의 그 시점에, 아직 그들의 ‘꿈’은 ‘몽상’에 가까웠다. 




2010


만약 2000년에 눈을 감았다가 2010년에 눈을 뜬 이가 존재한다면,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전혀 감도 잡지 못하고 어리둥절할 것이다. 그는 자신이 소설보다 더 지독한 현실에 떨어져있음을 발견할 것이다. 놀랍게도 그는 대통령이 되었다! 경선승리, 노풍, 지지율 하락, 당의 분열, 후보 단일화, 후보 단일화 철회 등의 말도 안 되는 과정을 거쳐서. 놀랍게도 그는 2007년에 가장 인기가 없는 대통령으로 전락해 있었다! 사람들은 모든 사회문제의 원인으로 그를 지목하고, 그가 하루빨리 권좌에 떠나기만을 바랐다. ‘개혁’은 반대자들의 공세에 막혀버렸고, ‘경제정책’은 노동자와 진보세력의 원성을 샀으며, 유일하게 남긴 ‘업적’인 ‘한미FTA’는 그를 뽑지 않은 사람들을 대변했다. 이 정책 자체가 후세를 위해 그가 남겨놓은 폭탄이었다. 임기 내내 그는 대선과정에서 보여준 것과 비슷한 종류의 ‘승부’를 시도했다. 그것들은 종종 좋은 결과를 낳았고 ‘민주개혁세력’에게 최초의 원내 다수당의 지위를 부여했지만, ‘승부’ 이후에 세련된 정치가 따라오지 않자 사람들은 그만 피로감을 느껴버렸다. 안간힘을 썼건만 부동산이 천정부지로 뛰어 투기꾼들의 천국이 되었고 매년 가파르게 상승한 사교육비는 서민들의 지갑을 얇게 만들었다.

그는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소탈하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고향마을로 내려갔다. 밀짚모자 쓰고 자전거를 타고 막걸리를 마시는 그를 사람들은 ‘노간지’라 칭했다. 그는 권좌에서 물러난 후에야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좋은 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옥죄어왔고 흘러나오는 불확실한 피의사실을 듣고 모든 언론들은 ‘노무현 시대의 파산’을 선언했다. 참여정부의 모든 가치는 부정당했고, 그는 그것에 수치심과 책임의식을 느꼈다. 그가 책임을 진 방식은 모든 사람을 놀라게 했다. 그는 죽음 속에서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기득권 세력에 맞선, 서민의 벗 노무현. 그는 한국 사회의 변혁을 꿈꾸는 모든 사람에게 하나의 이정표이자 극복해야 할 어떤 대상이 되고 말았다. 그 자신의 바람이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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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나 12월호 특집기사 중 한 꼭지.

"10년 전과 10년 후"

: 거대한 축제 같았던 밀레니엄 이후 10년이 흘렀다.
강산도 변할 거라던 이 세월 동안, 무엇이 변하고 무엇이 남았을까.
현재 한국을 이끌어가고 있는 상징적인 아이콘들의 10년 전과 현재.

...라는 기획.

김수현(강명석), 톰 포드(홍석우), 삼성(임승수), 김성근(박동희), 동성애(조광윤), 서울아트시네마(허남웅), SM엔터테인먼트(차우진), 애플(이기원), 황석영(차우진), 현대자동차(김기범), 광화문(이영근), 그리고 노무현이 키워드로 나왔음. 나는 정치적 키워드를 하나 써달라고 청탁받았는데 결국 '노무현'으로 쓰게 되었다.

원래 연말에 올리려고 생각했는데 '새벽의 분탕질'이 블로그 얼굴인게 좀 우스워서 며칠 일찍 올림.


뮤탄트

2010.12.10 09:47:45
*.53.247.194

윤형님, 그 간만의 진흙탕에 달았어야 하는 댓글인데 여기 답니다. 다른 이야기는 아니고, '중간 저자'라는 용어 때문에 말인데요...저야 인터넷만 하니 현장(?), 시장(?)에서 어케 이 말을 쓰는지는 잘 모르지만.....메타비평이나 서평이나 블로깅 비스무레한 머 이런 걸 모아서 책을 내는 이들이 많아져서(?) 중간 저자라는 말을 쓰는 모양인데 좀 별로네요....가만 보면 꼰대 아저씨들이 상대적으로 좀 젊은 저자들 폄훼하는 데 왕왕 쓰이는 말이기도 하고....님은 엄밀한 의미에서 '중간 저자'는 또 아닌 것도 같고...

대중과 전문가 사이의 공백(?)을 메워주는 지식인들을 대개는 공적 지식인이라고 하고, 머 저는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마땅히 그렇게 불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머 예전에 그렇게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이어령이니 교양인들이었고, 그 다음엔 리영희 선생이나 최장집 선생이나 머, 나이많으신 분들이 많았지만...알게 뭐람...아무튼 중간 저자라는 표현은 세상의 꼰대들이 꼰대질하는 데 안성맞춤인 표현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하뉴녕

2010.12.10 10:00:31
*.149.153.7

음...님 덕분에 다시 한번 검색을 했더니 '중간필자'라고 부르는 것이었군요.


"학계도 매체도 버린 중간필자"
한겨레21 2009년 9월 18일자 기사입니다.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25754.html



"다수의 대중을 훌륭하게 설득하고 감동시킬 수 있는 한 사람의 저자가 탄생하기까지는 적어도 5권 이상의 전작이 필요하다. 적어도 책을 5권은 내야 5천 부 팔리는 저자에 도달한다는 출판계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지속적인 저술 작업이 과연 가능하겠는가."

-> 그나저나 ㅎㄷㄷ...;;; 나 이번이 세번째 책인데...ㅋㅋㅋ

뮤탄트

2010.12.10 11:43:33
*.53.247.194

아....그러니까 중간필자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횡행했는지 모르겠지만, 저 용어가 '공적 지식인'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언젠가부터 쓰이기 시작했는데, 좀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뜻이었어요.

중간필자라니...말도 추레하기 그지없고, 어떤 경우에는 첫 댓글에 썼듯이 메타비평, 서평, 블로그 출판을 폄훼하는 표현으로 왕왕 쓰이기도 하고, 공적 지식인들이 가지는 '공공성'에 대한 함의를 그냥 제거해버리기도 하구요. (저 한겨레 기사도 마찬가지임)

그래서 결론적으로 중간필자라는 말은 오로지 기능적 표현일 뿐이고, 담론의 공공성이라든지 머 이런 부분을 전혀 담보해 주지 않는 용어라는 거죠. 그런데 제가 보기에 '중간 필자'라는 용어의 등장은 꼰대 아저씨들이 자신들은 공공성이나, 사회성, 정치적 입장을 충분히 다룰 만한 위치인데 비해 최근 등장한 젊은 필자들, 저자들에게는 그런 게 없다, 는 권위의식의 표현에서 출발한 거라고 봐요.

뭐 그냥 그런 뜻이었음.

하뉴녕

2010.12.10 11:50:42
*.149.153.7

그럴수도 있지요. 근데 저는 지금 제 전공이 없는 상황에서 전공자들의 논의를 참조하여 공적 영역에 대해 발언하다 보니 저 단어가 스스로를 설명하기에 제일 좋더군요. '지식인'이란 애매모호하고 권위적인 말에 들어 있는 낯간지러운 자의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거든요. 한국사회가 더 이상 지식인을 용납하는 사회도 아닌 것 같고 말이에요. 그저 제 위치에서 지식노동을 하며 (담론)시장에 어떤 보세가공품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 훨씬 마음이 편합니다.

'논객'이란 말대신 '키보드워리어'란 단어를 쓰는 것과 비슷한 거지요. ^^;;;

nishi

2010.12.10 13:30:35
*.0.145.171

http://www.arenakorea.com/

이 잡지인가요?

하뉴녕

2010.12.10 13:37:02
*.149.153.7

그런 게지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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