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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경기도당, 양보 없으면 결과적으로 해당행위입니다.
한윤형, 2009-03-06 09:18:59 (코멘트: 1개, 조회수: 55번)


경기도당 사건의 피해자 박미정 당원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당게에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아 도발적인 방식으로 문제제기를 던졌고, 수십 년 동안 운동권 관행대로 행동해온 활동가 분들에 대해 안쓰러운 마음도 없을 수가 없어 그런 연후엔 주로 어떤 부분에서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인가에 대해 얘기해 보았습니다. 그런데도 경기도당 사건에 대한 의미있는 글들은 올라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냥냥이 님의 서명 정도가 진행 중인데, 이것도 호응이 뜨겁다고는 볼 수 없구요.


계속 언급했듯이 저는 이 사건이 운동권의 조직문화가 좀 더 제도적으로 합리적인 방식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과도기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부분에서 경기도당이 이 문제에 관한 한 가장 ‘후진적인’ 집단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경기도당은 서울시당 다음으로 큰 지역도당이며, 자체적으로 경비를 조달할 수 있는 나름대로 건실한 조직이라 들었습니다. 그러니 이 곳의 활동가 분들은 이런 사건이 터지고 저같은 이들이 논란을 키우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억울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오히려 그것이죠. 이것이 특이한 사례가 아니라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지금까지도 추진하고 있던 변화의 목표와 지향을 명백히 하고 원칙을 확립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나의 선례를 남겨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경기도당은 자체 해명글 하나와 김형탁 상임대표의 해명글 하나를 올린 후엔 침묵하고 있습니다. 당게시판을 보는 꽤 많은 당원들도 진상조사가 시작될 테니 결론이 날 때까지는 관망하자는 분위기인 듯합니다. 저는 그런 시각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상식 수준에서 생각해봐도, 그리고 박미정 당원의 사실관계 확인서에 동의하지 않고 경기도당의 해명글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해도, 이것은 경기도당의 잘못이 드러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가령 노동법으로 간다고 생각해 봅시다. 문제는 어떻게 될까요? 제가 잘 아는 분야가 아니니 확언하지는 않겠지만, 노무사를 하신다는 조르그 님 당원의 글은 차치하더라도 이리저리 물어봐도 도대체 안 걸리는 법률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진상조사 이전에 경기도당의 진솔한 사과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도대체 우리는 경기도당의 문제해결 능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까지의 관행이나 현실적 제약 등에 대한 변명 역시 진솔한 사과와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를 지녀야 합니다. 그래야 최소한의 진정성을 확보할 수 있겠죠. 그런 것을 거부한다면, 그렇다면 법으로 이 문제를 가져가 보자는 얘깁니까?


자신의 직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이가 있을 때, 그 사건이 커지면 커질수록 원래의 직장동료들이 그이에 대해 반감을 가지게 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노동자들 투쟁 도와주면서 언제나 보아들 오셨을 줄 압니다. 그런 일이 경기도당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추측한다면, 과도한 일일까요? 피해자 박미정 당원과 그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우리를 지나치게 핍박하고 몰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일이야 어째됐든 더 이상 저이와는 일할 수 없다고 억하심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그것이 과연 이 사태의 해결을 위해 도움이 되는 감정일까요? 모든 상황을 정리해본다면 그것은 일종의 적반하장이 아닐는지요?


당연히 피해자에게 섭섭하거나 갑갑한 이들도 있을 겁니다. 우리는 이렇게 말했는데 너는 못 알아들었고, 우리는 이렇게 할 만큼 했는데 너는 거부했으니 이제 어찌할 수 없다고 생각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 뻣뻣한 도당 해명글이나 진상조사 이전의 이 기묘한 침묵이 설명될 수는 없지요. 제가 가장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바로 그 부분입니다. 상황적인 억울함과 문제의 시시비비는 전혀 별개의 사안입니다. 법률적으로 볼 때 이번 건에서 경기도당에게 승산이 없기 때문에 전적으로 그렇습니다. 물론 운동권 사투리로 사과도 전달했겠고, 운동권 방식으로 사태를 수습하려고 노력했겠죠. 뭐든 안 했겠습니까. 하지만 결과적으로 결국 피해자는 상처를 입고 공론화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렇다면 잘못을 인정하는 수밖에 무슨 도리가 있겠습니까.


정당은 비밀결사가 아닙니다. 진보신당이 추구하려는 목표도 무슨 법치주의의 부정이 아닙니다. 되도록 운동권이 아닌 사람들과의 소통도 고려해야죠. 되도록 탈법보다는 우리의 가치에 맞는 법 개정을 의도해야죠. 더구나 노동법이 무슨 우리가 악법이라고 치부하는 그런 법입니까? 다른 이들에게 제발 이만큼만 지키라고 강요(?)하는 법 아닙니까? 그런데 그 틀밖에서 놀았다면 적어도 법에 해당하는 만큼은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상황에 대한 해명과 현 상태에 대한 설명, 개선에 대한 약속은 그 다음의 일이죠. 이렇게까지는 말해야 당원들이 신뢰할 수 있겠죠.


당원들은 우리를 편들어 줄 거라고 믿는다면, 좀 더 넓은 세상을 보세요. 이 사건을 경기도당의 주장대로만 요약해서 외부인들에게 보여줬을 때, 어떤 반응이 나올 것 같나요? 참고 삼아 제가 주변 지인들에게 좀 물어봤습니다. 그것에 대한 사람들의 판단은 악랄하다가 아니라 한심하다는 것, 사람들의 감정은 분노가 아니라 경멸에 가깝습니다. 이런 시선들에 대해, 너희들은 좌파운동이 뭔지 모르고 활동가들의 삶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서 그렇다고 당당하게 얘기할 생각이신지요?


피해자가 지나치게 사건을 키웠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제가 보기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쪽에 가깝습니다. 이런 종류의 일에 대한 진보진영의 문제의식을 재고하겠다는 의도로 일이 시작된 이상,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도 산더미만큼이나 많습니다. 법적 공방은 빼더라도 그렇습니다. 보도자료 만들어서 언론에 뿌려보면 어떨까요? 비정규직 모임들 찾아다니면서 유인물 뿌리면서 호소하면 어떨까요? 비정규직 투쟁 노동자들 앞에서 “이것은 비정규직 문제가 아니”라고 떳떳하게 주장하실 생각이십니까? 설마하니 법정에서 이것은 특수관계이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실 생각이세요?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법적 판단의 결과와 상관없이 결론은 뻔합니다. 진보신당은 한낱 웃음거리가 되는 것이죠. 앞으로 어디 가서 얼굴을 들고 뭐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지난 몇 달간의 행동에 대해 진솔하게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여, 당 전체와 자신의 삶 전부를 우스갯소리로 만들겠다는 심산이라면, 할 말이 없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과격하게 가야 하느냐구요? 원래 투쟁이란 게 그런 거 아닙니까? 우리가 늘상 주장했던 게 그런 거 아니었나요? “진보신당의 파멸을 불사하겠다니 이 지독한 놈들”이란 말이나 “기업이 망하는 꼴조차 보겠다니 이 사악한 놈들”이나 그게 그거 아닌가요? 진보신당 훼손을 통해 공익이 훼손된다고 말한다면, 기업을 망하게 하면 파생효과가 없습니까? 그리고 이런 정도로 자정작용이 없는 진보신당을 용인한다면, 그 당은 자라날 수도 없겠지만 자랄 경우 무슨 짓을 할지도 두렵습니다.


제가 하려는 말은 간단합니다. 경기도당은 진솔하기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대승적인 양보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방책은 진상조사 이후에 확정짓는다 하더라도, 일단 공식적이고 전향적인 사과와 사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 정도는 공표해야죠. 그리고 중앙당에서 방책을 지시하기 전에 경기도당에서 책임을 지는 것이 이 사태를 가장 출혈없이 수습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조직 체계를 잘 몰라서 구체적으로 누구를 집어서 함부로 말할 수 없으나, 제발 이 사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위치에 있는 도당 분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리셨으면 합니다. 분명 경기도당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리 모두가 살 길입니다.



------------------

1) 다음 블로거뉴스에도 안 보낸다니, 난 너무 선량해 흑흑 ㅠ.ㅠ

2) 도당 관계자들이 출력해서 볼 수 있을 정도의 톤으로 쓰려고 애쓴 글 ;; (그러나 망한글?;;)

3) 이 문제로 더 쓰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과객

2009.03.06 11:10:19
*.140.169.44

좋은게좋은거니즘을 따르면 진보신당은 존재할 이유를 잃게 될 텐데요 :(

하뉴녕

2009.03.06 11:57:04
*.241.15.86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와는 상관없는 얘기지만 한편으로 선명성만을 내세우면 각자의 선명함이 달라서 지엽적인 부분은로도 허구헌날 싸움만 하게 되고... 생각의 다름을 분명히 하면서도 어떤 부분을 같이 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이 활동을 한다...는 식의 정체성이 형성이 되어야 할 텐데 사실 아직 진보신당이 딱히 정체성이 있는 정당 같지는 않습니다.

asianote

2009.03.06 11:44:18
*.253.194.48

은영전에 나오는 동맹화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면 저는 잘못 생각한 걸까요? 제국의 악덕에는 칼날같지만 자신들은 정의롭다고 자처하는 그런 모순된 태도를 보면 말이지요. 물론 너무 성급하다고 생각하지만 진보신당의 이런 꼴을 많은 사람들이 본다면 냉소하게 될건 당연하다 생각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많은 사람들을 냉소하게 했듯이.

하뉴녕

2009.03.06 12:04:46
*.241.15.86

뭐 굳이 변명을 하자면 약간 다르기는 한 게 동맹화는 자신들의 체제가 안정된 상태에서의 타성이라면 지금 진보신당의 조직에서 보이는 문제는 구성원의 생계문제를 해결해주면서 운동할 수 없었던 처지에서 생긴 조직문화와 타성의 문제죠. 개선하려고 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재정이 불충분하고, 더구나 문화적인 인지에선 훨씬 더 그렇고...

여튼 냉소주의를 심화시키는 주체는 되지 말아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에링

2009.03.06 12:22:34
*.104.211.47

사과와 대책합의는 진상조사가 끝난 뒤에 실시해도 될 것 같습니다. 최소한 '진상'이 밝혀지고 나서야 '사과'가 성립되는게 아닐까요? 미온해 보이는 당게 분위기도 분명 이 사건을 무덤덤하게 보는 건 아닐 겁니다.

chatmate

2009.03.06 12:32:49
*.216.74.161

바로 얼마전 용산 참사때 이명박 대통령이 했던 이야기가 바로 그거였죠. '먼저 진상조사를 철저히...'

하뉴녕

2009.03.06 12:44:28
*.241.15.86

chatmate 님 말씀에 동감입니다.

조금 더 부연하자면,

만일 경기도당의 설명을 믿을 때엔 아무런 잘못이 없고,

피해자의 설명을 믿을 때엔 뭔가 잘못이 있다면,

진상조사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지적했듯이 이 문제는 경기도당의 설명을 따른다 하더라도 이미 노동법 위반입니다. 나머지 사실관계 확인 문제는 그 대세에 지장을 주지 못합니다. 그저 보는 이들 입장에서 등장인물들의 심정에 공감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판가름하는 효과 정도밖에 없지요.

그러므로 진상조사 이전에 엑션이 있는 쪽이 훨씬 더 낫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건전한싸이코

2009.03.06 14:22:37
*.58.99.92

그럼 결국 이 일은 운동권들이 정당을 운영하면서 최소한의 관료제 운영의 기본방침에도 익숙하지 않아 생긴 일로 볼 수 있는 건가요? 불편하지만, 문제가 해결되면 한 단계 더 진전할 수 있는 통과의례??

동굴아저씨

2009.03.06 15:15:18
*.140.136.187

음...그러기를 바라고 있고, 최소한 이번 일이 끝나면 근로계약서는 칼같이 작성하게 되겠지요.

허크

2009.03.06 16:19:02
*.104.63.65

그냥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박미정 당원의 경우에도 경기도당의 해명글처럼 사람들이 읽기 편하도록 간편하게 재구성해서 글을 올릴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진보신당 당게 사람들이 약자에 대한 감수성이 없어서나, 사태의 심각성을 몰라서 혹은 의식이 떨어져서라기 보다는,

당사자인 박미정 님의 입장을 알기쉽게 정리해놓은 글이 없기 때문에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뉴녕

2009.03.06 17:44:53
*.241.15.86

사실관계 확인서면 됐지 뭘 바라남...-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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