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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이런 글 쓰면서 본인이 안티조선 운동을 떠나게 되리라는 생각을 했을리가 없다. 그러니까 '미래'는 모르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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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민주당의 경제정책에도 지지를 보내는 민주당 지지자인 송명수 님은 물론이고 나 자신도 좌파가 아니다. 나는 어느 당 지지자라는 자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선거가 시작되면 현실적 고려에 의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사이를 오갈 사람이라는 건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글을 쓰기 전에 사상검증부터 해야 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민주당 지지자가 안티조선 운동을 하는 것을 누가 잘못이라고 하겠는가. 부연할 것도 없이 안티조선은 박정희 지지자부터 사회주의자까지 다양한 사상의 사람들을 포괄하는 곳이다. 만약 민주당 지지자의 안티조선이 어떤 측면에서 비난을 받는 다면, 그것은 그것이 "민주당의 안티조선"으로 변질될 조짐을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조선일보가 정치 보도를 함에 있어 심판의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니라 사실상 한편의 감독의 모습을 보이는 반칙을 연출했다는 것은 여기 오는 사람이면 모두 알 만한 사실이고 그것에 분노해 안티조선에 참여하는 것 역시 정당한 일이다. 그리고 조선일보의 바로 그러한 행태에 대해 비판하는 것도 안티조선의 외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조선일보를 없애야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다는 류의 발언은 민주당 선거캠프에서나 해야 할 말이다. 그 조선일보 죽이기 "전략"을 상정하고 구체적인 "전술"적인 조언을 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합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몸을 사리는 것에 대해 비판할 수도 있고, 답답한 심경이 표출되는 것도 이해는 하지만 그것이 안티조선 운동의 본류가 되서는 곤란한 것이다. 만약 그 논리 그대로라면 진보진영에겐 "조선일보나 한겨레나 다를게 없다." 조선일보 없애도 진보정당은 집권 못하잖나.



그리고 민주당의 정책에 대해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코멘트를 하는 것 역시 안티조선에 적절치 못하다. 세무조사는 정당한 행위였으나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는 것이 사실이고 그 후 그 기본적인 정당성을 훼손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여권 일각에서 보인 것도 사실이다. (물론 그것이 주류가 아니었고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기에 아직도 세무조사의 실행 자체는 지지받고 있다.) 그러나 그런 구별없이 민주당의 행동에 무조건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 안티조선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그건 정당성 뿐만 아니라 효과도 의심스러운 행위다. 예컨대 안티조선 우리모두가 정말 제대로 민주당 편을 들어서 모든 사안에 민주당 편을 드는 코멘트를 한다고 치자. 그럼 이곳에 오는 네티즌들의 상당수는 우리에 의해 자신의 성향을 바꿀까? 사안을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진보정당이든 민주당이든 한나라당이든 스스로 판별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진보정당의 사람들에게 김대중 정권을 비판하거나 표를 깎아먹는다고 비난하는 것 역시 그리 적절하지 않다. 정권의 경제정책이나 교육정책에 대한 진보정당의 비판은 논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격화되지 않는다면 그 정도 논쟁은 우리모두에서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나라당의 현실적인 힘을 고려해서 진보정당이 움츠려야 한다는 시각은 올바르지 못하다. 진보정당이 정권의 정책을 비난한다고 해서, 그들이 예를 들면 국가보안법 개정 같은 문제로 국회에서 투표를 할때 한나라당과 함께 "반대"에 손을 들겠는가? 사안을 무시한 편가르기 논의는 적절치 않다. 표 깎아먹는 다는 비난도 마찬가지다. 그러한 비판이 가능한 경우는 민주당이 진보정당에게 연정을 제안할 때 뿐이다. 노동부 장관이나 연합공천을 통한 몇석의 의석배분 정도를 약속하고 연정을 제안하면 진보정당이 받아들이지 않을까?  만약 그러한 제안을 진보정당이 거절했다면 어느 정도 "현실적 고려"와 "표 깎아먹는"이라는 비난이 설득력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 역시 논쟁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최소한 나는 그 경우 진보정당을 비판하는 쪽에 설 듯하다. ) 그러나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첫째는 그들로 부터 얻을 수 있는 현실적인 표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 사실 별로 깎아먹지도 못한다. 그리고 그들의 타깃이 노동자라는 것을 고려하면 반드시 민주당 표만 깎아먹는 지도 의문이다. 둘째는 한나라당의 색깔공세라는 확실한 손실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강준만 교수는 김대중 현 대통령이 과거 재야세력이나 진보세력과 연합했을 때 색깔 공세에 강하게 시달렸다며, 그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DJP 연대를 비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 말은 일리가 있다. 그런데 그렇다면 왜 민주당이 현실적 고려를 거쳐 포기한 -빨갱이 소리 듣기 싫어서- 진보진영은 계속 민주당을 짝사랑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민주당 지지자들이 정치색을 억압당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안티조선 운동에 참여하는 좌파들도 자신의 세계관을 일단 접고 지극히 우파적인 가치를 지키기 위한 안티조선에 노력하고 있다. 단계적으로 현실을 타개하자는 논리에 의해 선택된 방법이 안티조선이라면, 그것에 열중하는 것은 서로의 합의에 바탕을 두고 있으나 애초에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모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암묵적인 합의의 상황을 넘어가게 되면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이것은 비단 민주당 지지자에게만 하는 말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둔다.


                                                                    아흐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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