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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타블로의 딜레마'에 빠진 조선일보

조회 수 3715 추천 수 0 2011.03.15 16:13:57


'장자연 의혹'과 관련해서 한겨레신문이 결정적인 기사를 썼다고 생각들을 하는 모양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스트가 존재할 거라거나, 조선일보 사주가문이 크나큰 문제를 덮고 있다는 정황이 명백하다고 판단들을 하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문제가 되는 한겨레신문 기사를 보자.


한겨레 : ‘조선일보 사주일가, 장자연씨 만났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68080.html


핵심적인 부분은 이렇다.

탤런트 고 장자연씨의 ‘연예인 성접대’ 의혹에 대한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장씨가 <조선일보> 사주 일가인 ㅂ씨를 만났다’는 참고인 진술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ㅂ씨는 경찰과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서 전혀 등장하지 않아, 수사당국이 이런 진술을 무시하고 ㅂ씨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장씨가 2009년 3월 자살한 뒤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한 인사는 14일 “지난 2007년 10월 서울 강남의 한 중국집에서 있었던 모임에서 조선일보 사주 일가인 ㅂ씨, 장자연씨 등과 함께 만났다”며 “장씨가 생전에 작성한 문건에서 ‘조선일보 사장’이라고 밝힌 사람이 ㅂ씨인 것으로 안다”고 <한겨레>에 밝혔다. ㅂ씨는 조선일보의 한 계열사 사장을 맡고 있다. 이 인사는 “ㅂ씨와 장씨는 평소에 알고 지낸 사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당시 모임에는 ㅂ씨와 장씨, 장씨의 소속사 사장 김성훈씨, 조선일보의 다른 계열사 사장, 주한 미국대사관 관계자, 기업인 등 8명 정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모임은 ㅂ씨가 마련했으며, 비용도 ㅂ씨가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것이 이종걸 의원의 폭로의 소스인 것 같다. 이건 '리스트'처럼 존재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불투명한 사건이 아니다. 엄연히 경찰 수사의 일부였다고 하니 말이다. 결국에는 검찰 수사 당시 '조선일보 사장 방상훈'이 조사 대상이 되었던 것도 이 술자리와 관련된 정황인 것 같다. 이는 조선일보가 공개한 조선일보 사장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결정서에도 부합한다.


조선일보 : 조선일보 사장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결정서 전문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3/11/2011031102124.html


о 참고인 김종승은,
-피의자와는 전혀 모르는 사이이고, 스케줄표에 2008.7.17.’조선일보 사장 오찬’이라고 기재된 것은 스포츠조선 사장 ○○을 지칭하는 것인데 그 며칠 전에 통화를 하다가 점심약속을 하였으나 실제로 만났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주소록에 H텔레콤 P씨 부분에 ‘조선일보 사장 소개’라고 기재된 것도 ○○을 지칭하는데 비서가 잘못 기재한 것이다.

-○○에게는 2007.10.경 ‘○○’중국음식점에서 장자연을 소개한 적이 있으며, P는 직접 만난 적은 없으나 전화를 한 적은 있는 것 같다고 진술하여 피의자의 변명에 일응 부합한다.

(...)

о 참고인 ㅇㅇ(당시 스포츠조선 사장)은,
-2004년 불우이웃돕기 행사에 탤런트 ○○○가 참석하였고 그때 ○○○의 소속사 사장이라는 김종승을 알게 되었다.

-2007.10. 중순경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중국레스토랑 ‘○○’에 김종승을 오라고 하였더니, 소속 연기자를 데리고 왔는데 그 사람이 장자연인지는 알 수 없으며, 2008.7.17.에 점심을 같이 먹은 적은 없다고 진술한다

о 피의자와 김종승간에는 통화한 내역이 없으나, 김종승과 ○○은 2008.4.6., 6.4., 7,15., 9.6. 등 다수의 통화내역이 있는 점, 특히 2008.7.17. 오찬이라고 기재된 날짜보다 이틀 전인 2008.7.15.에 통화내역이 있는 점에 비추어 김종승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


이 상황과 관련해서 조선일보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양립하기 힘든 두 가지 얘기를 한다. 하나는 조선일보 사장이 검찰의 조사를 받은 사실이 분명하니 이에 대한 철저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단 해명은 대중이 아니라 검찰에게 하는 것이 법적으로는 맞는 일이고, 조선일보는 2009년에 검찰에게 그 해명을 했다고 여겨진다.(위 기사에서 보여지듯 2011년에는 대중에게도 해명하게 된다.) 물론 조선일보는 언론권력이고 사주 가문은 공인이므로 대중에게도 당장 해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조선일보 사장이 검찰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이나 지면을 통해 해명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는 아무것도 도출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이 정황만을 두고 의혹의 불을 모락모락 지피는 것은 온당한 일이 아니다.


더구나 바로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검찰수사가 조선일보 사주 가문을 애초에 배제하고 이루어졌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그런 분들은 조선일보 사장이 진짜로 별다른 혐의가 없었는지 검찰 수사가 미흡해서 혐의를 잡아내지 못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정황증거를 대략적으로라도 제시해야 할 입증책임을 진다. 그러나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 다만 검찰 '조사'가 있었고 '해명'이 없었기 때문에 의혹이 있다고 말하는 것만 들었을 뿐이다. 본인들이 불을 지펴놓고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까라고 묻는다.


설령 조선일보의 대중에 대한 해명이 없었더라도 검찰/경찰조사 과정에 의혹이 있었다면 다른 언론에서 취재해서 보도할 수 있었던 일이 아닌가. 그때 그걸 잡아내지 못했다면 이제 와서 말할 수 있는 정황증거는 어떤 종류의 것일까. 지금 신빙성 여부를 검토 중인 전씨의 편지를 제외하곤 정녕 아무것도 없단 말인가. 그렇다면 차라리 말을 아껴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맨 위에 인용한 한겨레신문 기사는 사실상 당시 검찰 조사의 미흡함에 대한 문제제기 기사이긴 하다. 그렇다면 위 상황에서부터 출발해 보면 될 것이다. 찬찬히 들여다보자. 만약 참고인 진술과 불기소 결정서가 모두 사실이라 생각하고 조합한다면, 문제의 술자리에는 조선일보 계열사 사장이 두 명이 나왔고, 적어도 그중 한 명은 방씨였다. 조선일보가 '전 스포츠조선 사장'이라고 말한 사람은 방씨가 아니므로, 참고인 진술이 사실이라면 이 부분에서 조선일보 사주 가문에 대한 경찰의 '봐주기 수사'가 있었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그 방씨가 '조선일보 사장 방상훈'이었을 가능성은 또 희박한데 참고인이 확인한 ㅂ씨를 한겨레신문은 '조선일보의 한 계열사 사장'이라고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상훈은 조선일보의 대표이사 사장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서 '조선일보 계열사 사장'을 기획사 사장이 '조선일보 사장'이라 불렀고 그 때문에 장자연이 그를 '조선일보 사장'이라고 인지했다는 조선일보측의 해명은 진실일 수가 있다.  


또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검찰측의 수사 자료에 장씨 편지 중의 '조선일보 사장'이란 말만 단서가 됐을 뿐 직접 작성한 '리스트'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전씨(당시에도 언론에 투고했었다.)의 편지는 당시의 경찰에게 조작된 것이라 판단되었다. 물론 그 판단은 잘못된 것일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현재로서는 장자연이 직접 작성한 리스트가 존재한다거나 그 리스트 안에 방상훈의 이름이 있다고 믿어야 할 어떤 합리적인 근거도 없다. 따라서 검경의 엄경한 재수사를 촉구하는 입장과 '장자연 리스트 게시 혹은 공개 요구' 간엔 엄청난 거리가 있다. 그러므로  2009년 10월의 술자리 참석 멤버를 둘러싼 진실공방을 근거로 전씨의 편지나 '장자연 리스트'의 신뢰성을 논의한다는 건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변죽을 울리는 뷰스앤뉴스의 기사...


이같은 <한겨레> 보도는 방상훈 사장이 장자연과 일면식도 없으며 장자연 편지에 등장하는 <조선일보> 사장은 <스포츠조선> 전 사장을 일컫는다는 <조선일보>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향후 <조선일보>의 대응이 주목된다.

[출처] : 뷰스앤뉴스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73221



뭥미... 정면으로 배치되긴 뭐가 배치된단 말인가??!!


확실한 것은 한겨레신문의 기사에서도 '리스트'의 존재나 '조선일보 사장 방상훈'의 관련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겨레신문이 접촉한 참고인이 이종걸 의원 폭로의 소스일 확률이 높다고 본다면, 결국 이종걸 의원의 폭로에서도 새로운 사실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은 것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종걸 의원의 보도, 한겨레신문의 보도, 그리고 이를 받아서 '방상훈'을 소환해내는 뷰스앤뉴스의 보도 속에서, '리스트'의 존재와 그 안에 '방상훈'이란 이름이 적혀져 있음을 굳게 신앙하는 이들은 자신들의 근거 없는 믿음을 보충해 주는 '정보'를 얻는다. 실은 그 '정보'가 그들의 믿음과는 아무 상관없는 방향의 정보임에도 말이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연예인 성상납'의 의혹을 남기고 자살한 장자연씨 사망 이후 검찰이 장자연씨와 기획사 사장이 참석했던 2007년 10월의 술자리 멤버들을 조사했다는 것이고, 이 멤버들의 면면에 대한 진술이 엇갈린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리스트'도 없고 '방상훈'도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대체 왜 모든 보도에서 리스트와 조선일보 사장이 소환되는 것일까? "조선일보 사장은 관련없다."는 조선일보의 주장이 웃음거리로 둔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겨레신문 보도가 오보야 아니겠지만 '믿고 싶은 대로 믿는' 사람들을 위해 교묘하게 서술된 '근거'(사실은 근거가 아니지만 그렇게 받아들여지게 되는)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는 여기서 조선일보가 '타블로의 딜레마'라 이름붙이면 적당할 곤경에 빠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조선일보는 침묵하면 대중을 위한 해명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고 비난을 받고, 해명을 하고 나면 뭔가 뒤가 구리니 해명에 나선 것일 거란 추측에 의해 더 큰 비난을 받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물론 조선일보가 타블로에 비해 훨씬 더 거대한 권력이며, 공적인 영역을 담당하는 기관이니 이런 몫을 감당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타블로와 조선일보의 차이보다 더 핵심적인 부분은 누구든지 이 딜레마에 빠질 경우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그저 경찰의 철저하고 공정한 재수사를 촉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전 글에서 썼듯이 설령 진실이 조선일보 편이라도 이 딜레마는 끝나지 않는다. 경찰이 재수사해서 다른 '몸통'을 적발해 줄 가능성도 희박하고, 적발한다 하더라도 조선일보 사주 가문이 저놈들보다도 존나 더 짱쌘가 보다라고 입방아 찍을 사람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의혹에는 사실상 아무런 근거도 없다.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될 만한 근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상호 X파일이나 김용철의 증언처럼 우리가 정황적으로 진실을 담을 수 있다고 믿을 수 있을 법한 수준의 어떠한 근거도 없다는 것이다. 

 

나는 이 지점에서 조선일보의 운명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일개인이 그런 것까지 걱정해야 할 이유는 없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두 가지 정도인데, 하나는 근거없는 의혹제기를 통한 상대방 흠집내기에 골몰하던 '우리'가 기득권세력에게 같은 일을 당할 때 무슨 전례를 '근거'로 그게 오류라고 항변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다. 또 그것도 이전에 근본적으로 대체 우리가 텍스트를 읽고 사태를 파악하는 능력이 이 정도 밖에 안 된다면 정치개혁이니 언론개혁이니 하는 것들이 어찌 가능할까라는 문제다. 그냥 내 마음 속의 호오의 정서가 누적되고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정당하다면, '정치공학'과 구별되는 의미에서의 '정치평론'의 영역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 게다. 공허하고, 또 공허하다.


물론 나는 그 사실을 이미 체념하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수호천사

2011.03.15 14:14:47
*.14.37.192

이종걸 같은 이들을 보면 참 저열한 게, 그냥 '아니면 말고'라는 식이죠.
그러면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운운하는 걸 보면,
그냥 쓰레기 하나 있는 거에 불과합니다....

저런 수준을 가지고 있는 애들이 진보개혁 어쩌고 하게 되면
그만큼 암울해지는 거죠...

Skynyrd

2011.03.15 15:05:47
*.145.59.50

"비밀글입니다."

:

그람시

2011.03.15 17:26:42
*.87.20.149

한윤형님 글에 동감하여 진보진영과 네티즌들의 사태파악 수준이 우려됩니다. 사람이란게 월래 믿고 싶은것만 믿으려고 해서요 그래서 군중이 다수가 되면 냉철하게 사태를 못보고 선동당하고 그러는가 봅니다. 오히려 그것이 부매랑이 되어서 돌아온다면 조선일보 및 기득권과 달리 아무런 대앙할 힘이 없으레 테니까요. 자기 덫에 빠지는 느낌이랄까

파도소리

2011.03.15 17:57:30
*.41.254.164

진중권도 트위터에서 "방사장" 언급하던데, 진사마도 넘어간건가요. 그나저나 이 글 결말이 너무 슬퍼요 ㅜㅜ 윤형님 힘내세요 ㅜㅜ

흐음.....

2011.03.15 20:57:26
*.115.139.220

마지막 문장이 흡사......러시아 SF소설가 스뜨루가츠끼 형제의 장편소설 '세상이 끝날때까지 아직 10억년'의 끝 문장을 연상케 하는군요.

........그때부터 내 앞에 펼쳐진 것은 왜곡되고 뒤틀린 전락의 길이었다.

독자

2011.03.15 22:27:55
*.190.177.69

이건 전혀 다른애기긴 한데 한윤형님은 인터넷에서 모은 글이나 이미지들 분류방식을 어떻게 하시나요? 강준만 교수님의 분류법은 책이나 잡지등을 모으는 구식인데 주로 인터넷에서 자료를 구하시는 한윤형님은 다른 방법이 딱히 있나 해서요.

하뉴녕

2011.03.16 12:09:45
*.46.33.157

저 자료정리 안 합니다. 그때그때 검색해서 그때그때 씁니다. 제가 쓰는 글에 나오는 자료라는게, 그닥 대단한 것들이 아닙니다.

피노키오

2011.03.16 10:43:48
*.151.166.168

원래 음모론은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할 수 밖에 없는 민중들이 권력에 대항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무기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근거중심주의가 물론 옳지만, 이 것을 쌍방간에 기계적으로 적용할 때 누가 더 유리할까요?

그리고 부메랑을 염려하고 자기 덫에 빠질까 걱정하시는 분도 계신데, 이미 권력은 음모론을 광범위하고도 일상적으로 사용해서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걱정하신 효과는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단지 민중을 향한 기득권세력의 음모론은 실수나 오해 누명 공작 등의 다른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 차이가 있겠죠. 일단 공권력 동원해서 먼지 털어서 처벌하고, 그래도 안될 때는 음모론을 사용하는 패턴도 좀 다르겠군요.

가령 광우병시위 초기 때, 그 많던 촛불을 무슨 돈으로 샀나 조사하라시던 가카의 말씀을 음모론이라고 불렀는지 궁금합니다. 용산 참사는 사회 혼란을 노리는 불평 분자들의 테러 행위가 원인이라는 언론들의 보도, 천안함 폭침 첫날부터 증거도 없이 북한 소행이라고 몰아치던 일, 전교조 교사들 태반은 주사파라는 발언들, 김용철변호사가 삼성을 폭로한건 뒤통수 잘치는 전라도 출신이기 때문이라는 우익 네티즌들의 공격등을 음모론이라고 불렀는지도 궁금하구요. 어쩌면 너무나 일상적이고 당연한듯이 벌어지는 현상이라서 미처 체감하지 못하고 있을 뿐인거죠.

이런 상황속에서 가끔 벌어지는, 권력을 향한 민중들의 음모론에 굉장한 불편함을 느끼고 탄식까지 하시는건 그 이유를 이해를 하면서도, 너무 과하신거 아닌가라는 생각입니다. 저들은 그럴지라도 우리는 그러면 안된다는, 도덕적으로 우월한 위치를 확보해야 한다는 말씀이신 것 같은데, 그게 이런식의 텍스트로, 계몽으로 컨트롤이 가능한 건지는 좀 더 고민을 해봐야 하겠죠. 단지 저들은 반칙과 탈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있지만, 민중들은 끝까지 정정당당 한 점 부끄러움 없어야 한다는 주장이시라면 딱히 반박하지는 않겠습니다. 어떤 분들에게는 그런 도덕적 건강함이 진보주의자로 사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조건이자 이유이기도 할테니까요.

그리고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원래 음모론 말고는 별다른 대항 수단이 없던 민중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제도일겁니다. 말그대로 권력을 향해 음모론을 맘껏 제기할 수 있는 권리인거죠. 대신 대표 뽑아서 특정 장소에서만 떠들어야 하고, 뻥일 수도 있으니 믿지 말라는 효과까지 있어서 권력 입장에서도 그닥 나쁘지 않은 제도입니다. 그런데 그런 최소한의 권리 행사조차 쓰레기라는둥 저열하다는식의 말씀은 역사 발전 과정에 대해 너무 쿨하신 접근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드네요.

익명

2011.03.16 00:30:34
*.200.59.166

말씀하신 대로 반칙이나 탈법이 어떠한 공격의 도구가 될 수도 있고, 상대쪽에서도 이미 사용하고 있다고 봐도 되겠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그게 걸려들었을 때 보다 큰 역공을 가할 수 있는 것은 권력과 언론을 손에 쥔 쪽이고, 데미지가 큰 쪽은 그 반대편이라는 사실입니다. 왜 그런지는 굳이 써 놓지 않아도 아시겠죠?

'권력은 그런 것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쓰더라도 별 다를 바가 없다' 는 논리는 이 지점에서 어긋나게 되는 것 같네요.

피노키오

2011.03.16 10:42:53
*.151.166.168

익명/ 반론하신 내용을 거칠게 요약하면, 성질 더러운 놈 건드려봐야 우리가 더 손해니까 참는게 낫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그런 생각은 저처럼 기득권에 물든(?) 겁많은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나 어울릴법 한데, 진보정당의 지지자가 그런 사고를 하다니 좀 의외군요.

민주당이 좌파를 자처하고, 진보정당이 투쟁을 두려워하는 이상한 시대가 되버렸습니다. 정말 시대가 많이 바뀌었군요. 아마 제가 적응을 못한 탓이겠지요.

진보정당 지지자 아니시라면 죄송합니다.

익명

2011.03.16 16:28:03
*.200.59.166

참는 게 낫다... 로 요약하신 걸 보고 이걸 어떻게 말씀드려야 하나 싶었는데-_-; 아래에 주인장님이 잘 설명해주셨기에 더 길게 뭘 쓰지 않아도 되겠네요 ^^;

그런데 그냥 궁금한 건데 뭘 보고 절 진보정당 지지자로 판단하신 건가요? 그렇게 당연한 듯이 진보당들을 찍어주지는 않는 성향인데, 궁금하네요. ㅎㅎ;

pain_

2011.03.16 18:40:46
*.66.103.234

우파(또는 기득권자)는 진실을 가리기 위해 사실을 말하며
좌파(또는 비기득권)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거짓을 말한다.

이것은 특히 정보 접근에서 힘의 차이가 분명한 양 진영의 오랜 투쟁 방식이었다.

역사에 전해내려오는 수많은 민간신화와 민간소설은 개소리와 다를 바 없는 허구와 날조를 담고 있으면서도 심금을 울려왔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소설가들은 거짓을 통해서 진실에 도달하려고 발악하고 있다.


나는 이 문제가 상식적 중도주의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을 미치게 만드는 이유라고 본다. 좌파의 투쟁은 전혀 아름답지 않다. 좌파는 혐오스럽다. 좌파가 대부분의 패배와 드문 승리를 해온 역사의 뒤켠엔 항상 거짓-음모론-선동이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그러나 우파가 과연 진실의 사람들인가? 사실은 불완전하다. 우리는 사실만 말하면서 진실은 충분히 은폐할 수 있다. 사실은 파편적이다. 그러나 거짓을 통해서 도달하려는 진실은 충분히 더럽혀진 (후의 무기력한) 진실일 것이다. 그러니 제 손을 더럽히지 않을 만큼 충분한 힘을 가진 세련된 우파의 손을 들어주고 우파로 가야하는가? 아니면 제 손을 더럽힌 좌파의 대의를 옹호할 것인가? 어느 쪽으로 미끄려져 가든 그는 자신의 두 양심 중 하나를 버려야 할 것이다.

누가 거짓으로 진실을 밝히려는 유혹을 물리치고 사실로 진실을 가리려는 유혹을 물리치며 피지배 대중의 등을 등에처럼 쏘아대며 지배 엘리트의 진실을 발가벗길 수 있을 것인가? 그런 자는 양쪽의 미움을 동시에 받을 것이다. 그런 자는 발붙일 곳이 없을 것이다.


한윤형은 어느 쪽에 미움을 받는가? 한윤형은 미움을 받을 수 있는가?

누가 한윤형을 미워하는가?

하뉴녕

2011.03.16 11:37:31
*.46.33.157

우리는 여전히 변덕스럽고 잔인한 신들이 투쟁하는 신화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죠. 그 신적 폭력은 검찰의 논고나 경찰의 물리력으로도, 대중들 일반의 분노의 표출로도 나타나는 거겠고...

하뉴녕

2011.03.16 11:38:15
*.46.33.157

피노키오// 익명님의 반론은 "성질 더러운 놈 건드려봐야 우리가 더 손해니까 참는게 낫다"는게 아닙니다. 합리적 근거를 통해 사람을 비판한다는 '원칙'을 훼손하고 망상적 재단, 마녀사냥, 음모론 등을 용인할 경우 약자가 더 손해를 입는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여럿이 모여 센놈을 린치를 할 때는 법질서가 무너진 상황이 약자들에게 좋아 보일지는 모르지만 국가권력 외의 폭력이 그런 식으로 용인된다면 우리가 조직폭력배들 눈치를 보고 살아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 얘기도 제가 이 논의 관련한 어느 글에선가 이미 했습니다.


다만 말씀하신 것처럼 이런 문제는 있습니다. 첫째, '우리편'이 '원칙'을 준수할 경우 조선일보나 한나라당도 '원칙'을 준수할 거라는 보장이 없다. 둘째, '우리편'이 원칙을 준수하게 만든다손 치더라도, 한윤형이가 쓰는 이딴 글은 '우리편'들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이 두 가지 문제는 모두 쉽게 답할 수 없는 심각한 사안들입니다.


첫째 문제에 대해 저는, 우리가 기득권 세력과 물리력/권력으로 맞짱을 뜨려고 하지 않는 이상(그리고 그것 자체가 우리에게 불리한 일인 이상) 담론의 힘, 담론의 보편성으로 사회가 운영되는 체제를 만들어야 하며 그것이 진보개혁 세력이나 사회적 약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그들에 비해 물질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만, 담론적 우위(도덕적 우위라고 하는 건 너무 거창합니다. 저는 이게 도덕 이전의 말하기의 룰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편이라)는 점할 수 있고 너희들도 어서 이 룰을 준수하라고 호통칠 수 있지요. 반면에 이런 우위점을 포기해 버리면, "조선일보의 최장집 마녀사냥은 그릇되었다.'는 '판단' 역시 공허한 빈말이 되지요. 조선일보가 최장집의 논문을 얼마나 엉터리로 재단했는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고 (우리 역시 그에 못지 않은 엉터리들이니까요.) 반통일세력이 개혁세력의 뒷다리를 잡기 위해 총공세를 펼쳤다는 식의 군사공학적 서술만 할 수 있을 따름이지요. 이 얘기는 결국 "우리는 우리편이라서 정당하고 너는 우리의 적대자라서 나쁘다." 밖에 안 됩니다. 양자가 얘기하는 수준이 이 수준이라면 일반적인 시민들은 더 쌘놈을 선택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문제에 대해서 저는 무력감과 공허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 자신의 무능과는 상관없이, 이런 시도가 무능하다고 한다면, 그럼 남는 건 무엇이냐는 질문이 되돌아옵니다. 피노키오 님은 본시 장자연 리스트 공개를 요구하는 행위에 별 문제의식이 없으셨을 거에요. 그러나 저라는 인간이 이렇게 시끄럽게 떠든 탓에, 그게 뭔가 문제가 되는 행위일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선 어렴풋이 인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처음의 글에 제기했던 윤리적 문제가 피노키오 님에게 그대로 돌아옵니다. "문제가 되는 일이라고 생각함에도, 조선일보는 원래 이러저러하게 나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기 때문에 방관할 것인가. 아니면 그들을 말려볼 것인가. 그도 아니면 문제가 있다는 견해 정도는 표해볼 것인가." 바로 이것이 제가 첫 글에서 던졌던 질문이고, 스스로 남에게 어떤 선택을 강요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스스로 세번째 정도의 선택지를 택하고 "장자연 리스트의 공개를 주장하는 사람들보다는 차라리 조선일보의 사설을 지지한다."고 천명한 것이죠.


다음으로 음모론의 문제로 가보겠습니다. 피노키오 님은 어떤 주장의 근거가 어느 정도나 신빙성 있는지에 대한 상대성 판단을 잘 내리시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비하하거나 기분나쁘게 할 의도는 없으니 양해바랍니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제 글을 보고 "전두환도 살인죄가 없다고 해야 하나?"라고 반론하셨을테니까요. 일단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정당화하는 문제는 음모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법이 규제하는 것은 음모론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령 명예훼손의 경우, 설령 사실을 공표한다 해도 명예훼손이 성립합니다.


이를테면 노회찬 (당시)의원이 이상호 X파일(안기부가 도청하여 삼성 떡값 검사 명단을 파악한 문건입니다.)을 국회에서 공개하던 순간을 떠올려봅시다. X파일은 진실을 담고 있지만 법정에 증거로 채택되지 못하며, (위법행위로 얻어진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 안에 담긴 사실을 공표하는 것은 명예훼손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밝히는 것은 공익적인 행위이긴 했지요. 노회찬 의원의 사례는 면책특권을 잘 활용한 사례로 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장자연 리스트'나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관련설'이 도무지 증거가 없거나 아직 진위여부가 판정되지 않은 정보에 기댄 것이라고 이미 주장하고 설명드렸습니다. 이종걸 의원의 '폭로'야 나름의 소스가 있으니 정당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어떤 국회의원이 여의도에서 네티즌들이 올리고 있는 '장자연 리스트'를 공개한다고 칩시다. 이것이 무엇을 근거로 정당화될 수 있는 일일까요? 좀더 세련되게 하는 방법도 있겠죠. 나에게 리스트가 왔다. 일단 한명만 공개한다. 그건 방상훈이다. 남은 리스트는 수십명 더 있는데 당장은 공개를 못한다. 이런 식으로 하면 몇달은 끌고 갈 수 있겠죠. 그 비슷한 방식으로 존재하지 않는 공산주의자들을 단죄한 사람이 1950년대 미국에 있었습니다. 그 상원의원의 이름은 물론 메카시였고, '메카시즘'이란 말의 시조가 되었죠.


피노키오 님은 첫 문단에선 '음모론은 민중의 무기'라고 강변하시면서 바로 '정권도 음모론을 잘 사용하는데 우리만 포기하면 되느냐.'고 말씀하시는데 혹시 본인의 말씀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은 들지 않으십니까? 그렇습니다. 음모론은 정부도 유효적절하게 사용합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음모론은 오랫동안 정부와 극우파들의 무기였습니다. 그리고 그게 너무나도 유효하게 먹혀들었기 때문에 저는 음모론이란 무기를 '민중'이 사용하는 것을 방관해야 한다는 주장을 원칙적으로는 물론 전략적으로도 반대하는 것입니다. 말씀하신 사례 중엔 광우병의 배후를 찾는 각하의 발언만이 음모론에 해당하죠. 나머지는 흑색선전이나 뭐 그런 것들에 해당하겠죠. 물론 근거 없는 선동이란 점에선 통하기도 하고 제가 주장하는 '근거중심주의'(님들이 요약한 바에 따르면. 저는 그저 '합리성'에 불과하다고 봅니다만)에 대립되는 것들이긴 합니다.


저는 '음모론'을 '주어진 사태를 조종하는 배후가 있다고 믿는 태도'로 정의합니다. 세계를 유태인이 지배한다거나, 프리메이슨이 지배한다거나, 군산복잡체가 지배한다거나 등등. 그래서 음모론은 정치권도 사용하지만 정치권력이 투명하지 않을 때 대중들에게서 창궐합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간과하시는 것이 있는데, 저는 음모론 일반을 부정한 것이 아닙니다. 음모론도 주어진 팩트들을 활용해서 제 나름의 근거로부터 출발하는데요. 주어진 상황을 설명하는 하나의 가설로서의 음모론을 원천봉쇄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잖아?"라고 말할 수 있을 뿐이죠. 음모론들 중에서도 꽤 근거들을 가지고 있는 쪽이 있고 그렇지 못한 쪽이 있습니다.


제가 계속 글을 쓰면서 장자연 리스트엔 실체가 없다고 말씀드리게 되었을 때는 단지 이것이 음모론이라고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음모론으로서의 근거도 부족하다고 비판하는 것입니다. 시닉스 님은 이 두 차원이 구별된다는 것을 어렴풋이는 깨닫고 제게 해명을 요구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왜 그분이 '전형적인 음모론'을 음모론이 아니라고 하시는지는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사태의 배후를 찾는 태도가 음모론이 아니라면 음모론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음모론은 이름 그대로 '이 모든 것은 누군가의 음모다.'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음모론이 아닌가요?


제가 음모론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된 맥락은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과 소설가 이문열 등이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의 배후에 김대중 정부가 있다고 '홍위병론'을 주장했을 때입니다. 이거야말로 전형적인 음모론이며, 당시에도 '음모론'이라 불렸습니다. 북한이라는 막강한 적대자를 가지고 있었던 한국 사회는 사회의 모든 비판 여론을 음모론으로 잠재울 수 있었습니다. 음모론에 대해 제가 쓴 글의 일부를 인용해 봅니다.


"남한에서 그동안 가장 강력했던 음모론은 김정일·김대중 음모론이었다. 군부독재 시절 국가가 만들어내고 ‘잃어버린 10년’ 동안 한나라당이 활용한 이 음모론의 골격은 <반지의 제왕>의 ‘두 개의 탑 동맹’이다. 저 북쪽에 ‘악의 군주’ 김정일이 있어 그의 ‘눈’으로 남한 사회를 샅샅이 훑는다. 남쪽에는 ‘백색 마법사’로 위장한, 사실은 속이 시뻘건 김대중이 매우 현명한 소리를 하는 체하며 교묘하게 ‘악의 군주’를 돕는다. 백색 마법사를 공격하는 ‘용사’들을 괴롭히는 것들은 마법사의 동조자이거나 마법사에게 세뇌당했다. 사태를 설명하고 해결할 원칙을 따져보기 전에 우리에게 손해를 주는 것들은 ‘악’이라고 설명된다. 음모론이란 게 어떤 점에서 문제가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다."
http://yhhan.tistory.com/1174


어떤 국면 어떤 순간에 음모론이 민중의 무기가 될 수도 있겠고 그걸로 여론의 반향이 크게 일어 쿠데타나 혁명이 일어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제가 보기엔 압도적 다수의 음모론은 사태의 진실이나 원인을 파악하는 노력을 회피하려는 안이한 욕망의 발로이며, 결국 지배층 몇 명을 성난 대중의 분노의 번제물로 바칠지언정 사회를 개혁하지 못합니다. 더구나 성난 대중의 분노는 강력한 지배권력보다는 그저 지배권력의 표상을 살짝 보여주는 일개 개인, 사회적 약자들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크죠. 이를테면 타블로나 외국인노동자 같은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인터넷상에서 전개되는 유사-봉기들이 실제로 사회지도층의 권력에 생채기를 낼 만한 제대로 된 봉기라고도 여겨지지 않습니다. 결국 시민이 지배권력을 견제하는 최선의 방법은 시민이 지배권력의 기만과 거짓말을 꿰뚫어 볼만큼 똑똑해지는 것 뿐입니다. 자신들이 만들어낸 기만과 거짓말에 취해 헤롱거리는 시민들은 지배권력의 더 정교한 거짓말에 매우 쉽게 넘어갈 것입니다.

시닉스

2011.03.16 12:36:07
*.119.110.228

전 여전히 음모론으로 보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이건 이 정도로 넘어가고

드디어 저와 피노키오님, 그리고 한윤형님 사이에 존재했던 철학의 차이가 드러나는군요.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지만 난 '담론의 힘, 담론의 보편성으로 사회가 운영되는 체제'란 끔찍하게 느껴질 뿐입니다. 거기에 장담하건대 보다 힘이 커지거나 영악해지거나 삶이 윤택할 수는 있어도 대중이 똑똑한 사회는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오지 않을거라 확신합니다. 아니 도대체 똑똑함의 기준을 누가 가질 수 있단 말입니까?

아무튼...이 철학적 차이에 관해선 저보다 훠얼씬 고수인 피노키오님이 자세히 설명해주실 거라 믿고... 전 이만.

피노키오

2011.03.16 13:02:30
*.151.166.168

그 부분은 뭐 끝이 안나는 논쟁일 수 있어서 각자의 방식을 존중할 수 밖에 없겠죠. 저는 한윤형님이 말씀하시는 똑똑함의 의미를 좀 더 사려 깊은 태도를 갖추자 정도로 읽었습니다.

근데 저 고수 아닙니다. 듣보 취급당하는게 훨씬 마음이 편한 허접이죠;; 저는 그저 시닉스님 응원하러 왔을 뿐.

하뉴녕

2011.03.16 14:54:40
*.149.153.7

피노키오 님 말대로 대단한 소리가 아니라 '말 바꾸지 말고 합리적 근거를 가지고 사태를 판단하자.'에 지나지 않지만 물론 쉬운 얘기는 아니죠. 그런데 우리가 조선일보에도 요구하는 것이 이것이라면, 시민들 스스로에게도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건 시민 개개인의 모든 삶의 영역에 대한 요구는 아니죠. 악플러의 모든 헛소리를 처벌하는 그런 끔찍한 전체주의 체제를 만들겠다는 건 아닌데 그분이 시닉스 님의 오해였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가령 제가 많은 부분에 대해 아는 것 없이 지껄이더라도 다른 분들은 아는 것에 기반해 합리적인 얘기를 하고 그런 얘기들이 공신력을 얻어 제가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도 쉽게 깔끔한 판단을 얻을 수 있는 그런 협업과정을 상정하고 있는 거랍니다. 당연히 이런 협업과정을 위해선 언론이나 지식인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겠지요.

피노키오

2011.03.16 12:46:54
*.151.166.168

장문의 친절하신 반론 잘 읽었고, 대부분의 논지에 동의하겠습니다. 때문에 음모론에 중립적으로 기계적으로 접근하는 것 아닌가라는 제 음모론(?)을 접겠습니다. 그런 경계를 유지하는게 쉬운 것은 아닌데, 부디 잘 유지하시기를 바랍니다. 저 같은 듣보잡이야 뭐 이러거나 저러거나 큰 상관 있겠습니까만은, 님같은 진보개혁진영의 소중한 인재의 경우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해서 제 관심도 좀 더 컸을거라고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뉴녕

2011.03.16 14:55:12
*.149.153.7

감사합니다. :)

2011.03.16 12:54:40
*.21.178.73

글을 보다가 느낀것인데 요즘은 계몽한다는것이 매우 안좋은 어투로 쓰이더라구요 인테리들은 민중들을 계몽해야 한다는걸 글에서 자주 보이는데 전 그게 오만해 보이더군요. 민중들은 멍청하고 자신들은 똑똑하기 때문에?? 하지만 레닌이 말했지만 인테리들은 민중들이 혁명을 할지 안할지 논의만 무성할뿐 행동이 없다라고 질타했지요.한윤형님 생각은 어떠하신지

하뉴녕

2011.03.16 14:55:26
*.149.153.7

음...질문의 요지를 잘 ;;;

Skynyrd

2011.03.16 15:05:35
*.145.59.50

http://star.mt.co.kr/view/stview.php?no=2009071008250764721&type=1&outlink=1
'故장자연사건' 126일간의 기록

2011.03.16 15:42:09
*.43.164.217

지식인들이 계몽주의를 자주 외치는데 그건 도덕적 지적 우월감을 가지고 대중들을 어린애 취급하는거 같아요 거기에 데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하뉴녕

2011.03.16 15:44:25
*.149.153.7

전 최근에 지식인들이 계몽주의를 외치는 걸 본 기억이 없습니다. 다만 계몽주의를 외치는 지식인들은 대중을 어린애 취급하는 것들이니 배제해야 한다는 말은 꽤 많이 들어본 것 같군요.

2011.03.16 18:17:48
*.43.180.123

글을 어떻게 잘 쓰시는지 비법이 궁금합니다 긴 글 쓰실때 자료 모아서 참고해서 쓰시는지 그냥 머리에 드는 지식으로 쓰시는지 궁금합니다

하뉴녕

2011.03.16 18:41:17
*.149.153.7

이런 글은 그냥 링크한 기사 세개 보고 쓴 거죠. 긴 글을 쓸 때는 관심주제에 대해 며칠간 찾아두었던 자료를 바탕으로 생각을 하다가 글을 쓰고요. 물론 생각을 하고 글을 쓰지만 쓰다가 정리가 되는 부분들도 꽤 있지요. 단행본은 기획을 해야 하니 그보다는 좀 더 복잡한 과정을 고칩니다만, 어떤 부분은 블로그/잡지 원고보다 빨리 쓰여지고 어떤 부분은 한없이 늘어지죠. 그리고 저 글 그렇게 잘 쓰는 거 아닙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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