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이전 글에 대한 변명

조회 수 7926 추천 수 0 2011.03.14 10:45:00

2011/03/09 - [문화/생활] - '음모론 시대'의 이면


아크로란 곳에서 제 글을 두고 갑론을박이 있었는데요.
http://theacro.com/zbxe/free 며칠 동안 대여섯개의 글이 올라오고 덧글 토론이 이어지길래 저도 한마디 보태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곳이 회원가입이 없이는 글을 올릴 수가 없는 사이트다 보니 그냥 제 블로그에 올려야 겠더라구요.


애초에 저곳에서는 제 글이, 스켑티컬레프트의 말러리안이란 분이 '장자연 편지는 대국민 사기극'인 것 같다고 주장하면서 제 글을 링크한 상황에서 전해졌기 때문에, 처음에는 말러리안 님의 견해와 제 견해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리퍼러로그에 찍힌 말러리안 님의 코멘트를 보고 글의 일부를 수정하기도 했었는데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후로는 어떤 분이 제 글의 논지를 옹호하기도 하여, 글의 요지 자체는 받아들여지는 반면, "단순한 얘기를 길게 늘여썼다." "그런 근거로 조선일보를 편드는 것은 옳지 않다." "사태의 본질을 잘못 파악했다."와 같은 얘기들이 오가고 있는 형편인 것 같습니다.


제가 글팔아서 돈도 받는 경우가 있는 사람이다 보니 '글을 잘 쓰지 못했다.'란 지적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수용해야 마땅하지요. 게다가 저는 정치적으로 소수파의 처지에 있고, 심지어 그 소수파 블럭에서 형성된 편견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특정한 사안에 대해 제가 쓰는 글들은 '내가 지금부터 주장하는 바를 생각도 해보지 않았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쓰는 것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글을 쓸 경우 글쓰기엔 더 세심할 수밖에 없는데요. 왜냐하면 사람들이 스스로가 동의하는 전제 위에 놓인 주장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 없이도 부드럽게 수용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주장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할 경우 타당성이 없다고 생각하고 일일이 전제들을 적어놓을 경우엔 복잡하거나 어렵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글재주가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독성에 대한 압박을 엄청나게 받게 되었고 그것을 수용해야만 했습니다. 물론 최근의 제 글들은 그런 노력의 산물이긴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글을 그렇게 쓴다는 건 굉장한 '품'을 요구하게 되기 때문에, 제가 모든 글쓰기에 대해 그렇게 할 수는 없다는 거죠. 이를테면 저는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체벌금지 조치가 그렇게 타당한 정책행위가 아니었다는 점을 말하기 위해 A4 7페이지 가량의 글을 써야만 했습니다. http://hook.hani.co.kr/archives/16294 제 글을 보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체벌금지 조치에 동의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며, 심지어 저조차도 원론적으로는 체벌금지에 동의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뉴라이트 성향 이영훈 교수의 2004년 위안부 발언이 문제될 것이 없었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A4 8페이지 가량을 써야만 했습니다. http://yhhan.tistory.com/1305 뒷글은 시의성이 떨어져 그냥 블로그에 올리긴 했습니다만, 이제 저는 이 정도 품을 들인 글이 아니면 매체에 잘 송고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에 반해 이번에 문제가 된 <'음모론 시대'의 이면>이란 글은 처음부터 제 고민에 제가 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다수의 독자를 고려하기보다는 제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상 이런 종류의 글들이 종종 올라오는 것은 자연스러울 일일 텐데, 이렇게 한정된 독자를 대상으로 한 글이 어느 순간 다른 게시판에 링크되어서 여러 사람이 반응하게 되는 것도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그 점에 유감은 없어요.


다만 거기에 민주당 지지자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은데, 그런 글보다 훨씬 더 품을 들인 <안티조선 운동사>와 같은 책에도 좀 관심을 보여주셨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진빠'로 소문난 제가 진중권의 역할에 치우치지 않고, 강준만의 사회참여 글쓰기에 대한 가장 세심한 평가를 담은 책을 출간했는데 거기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2002년 진강논쟁의 헤묵은(?) 원한을 들먹이는 분들을 보면 좀 아쉽습니다. 하긴 저도 최근의 선거연합 논쟁을 보며 진강논쟁을 현재 시점으로 반추해 보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긴 합니다.


어떤 분들은,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근거로 조선일보가 가해자임을 낙인찍고, 마녀사냥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정도로 요약하면 충분할 글을 왜 그렇게 길게 늘여쓰며 조선일보 사설을 옹호한다는 얘기는 구태여 왜 하느냐, 그런 점에서 네 글은 낙제점이다, 라고 말씀하시는데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논술고사를 비유로 설명하시니 저도 같은 비유를 들어볼께요.


어떤 학생이 쓴 논술답안을 평가하기 전에 기본적으로 전제해야 할 것은 그 학생이 받아든 문제가 무엇이었냐는 겁니다. 그 학생의 글 속에 여러가지 사안이 어지러이 반영되어 있다면, 그건 아마도 그 학생이 받아든 제시문에 그런 요소가 들어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학생은 주어진 제시문과 문제 안에서 답해야 하는 반면, 우리는 그 제시문과 문제를 스스로 택해 글을 쓴다는 차이는 있습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글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 글의 필자가 어떤 문제의식 하에 글을 썼으며 (문제) 어떤 주장과 맥락들에 대해서 반응했는가 (제시문) 일 겁니다. 이를테면 "네 글이 논술문이라면 빨간펜을 죽죽 그었어야 할 거다."라는 말에 대해 드릴 수 있는 말씀은 "님처럼 논술첨삭하면 당장 짤려요."가 될 수도 있는 거죠.


물론 적어도 대중작가에게 '좋은 글'이란 그 '문제'를 독자들에게 명료하게 드러내고, '제시문'을 읽지 않은 이들도 맥락을 따라올 수 있도록 충실하게 설명하는 것이겠지요. 논란이 된다는 건 제 글이 그런 부분에서 미흡하다는 것일 테고, 그 점에 대해서는 당연히 변명할 생각이 없습니다. 다만 제가 모든 글을 그 '좋은 글'로 만들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선 이미 위에서 말씀드렸습니다. 물론 이 경우 품을 엄청 들인 글이 아닌 글은 블로그에도 올리지 않는다는 선택지가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저는 생각없고 고민없는 글들도 무수하게 올라오는 이 블로고스피어에서 저에 대해서만 그런 검열장치(스스로 부여한 것일지라도)가 작동하는 것을 납득할 생각이 없습니다. 따라서 저는 '오해'를 감당하면서 그런 종류의 글쓰기를 지속할 생각입니다. 


감당하는 건 제 문제이긴 합니다만 토론을 하는 분들이 제가 집어든 '문제'와 '제시문'이 무엇이었는지를 추측하지 못한 건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어쩌면 제가 접하는 견해들이 그분들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견해들이 아니었는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제가 하는 고민들이 그분들에겐 해본 적이 없었던 종류의 것인지도 모르겠구요. 하지만 그것들을 캐치하지 못하는 일들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해도, 본인들이 생각하지 않았거나 중요하게 취급하지 않았던 맥락이 포함된 글에 대해 쉽게 재단하는 태도는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제 글은 '장자연 사건'에 대해 논평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장자연'이란 이름으로 트래픽을 낚아채려는 수많은 언론기사와 네티즌들의 논평 속에 끼지 않고 저는 다른 얘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사실 저는 사건 이름을 이렇게 붙이는 데에도 조심스러운데요. 세상을 떠난 피해자의 이름으로 사건을 호명하는데에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된 제 글을 봐도 제가 그분의 이름을 결코 피해갈 수 없는 상황에서 딱 한번 (그것도 '사건'으로 부르지 않는 방식으로) 부르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제가 받아 안은 문제는 "사람들이 어떤 타당하지 않은 근거로 내 정치적 적대자를 공격하고 있을 때 나(그리고 그 정치적 적대자를 평소에 비판하는 사람들)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라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장자연 사건'에 대해 논평하려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저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에 대해 논평하고 있었을 겁니다.


1) 이번에 공개된 '자필 편지'의 진실여부
2) '자필 편지'가 진실이라면, 그 안에 적힌 주장들을 어느 정도까지 신뢰할 수 있는지 여부
3) '자필 편지'가 '가해자'들을 처벌하는 법정증거로 채택할 수 있는지 여부
4) '리스트'란 것이 존재할 경우 그것을 공개하고 유포하는 것이 법적/윤리적으로 어떤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점  


하지만 저는 1), 2), 3)은 모두 생략하고 4)에 대한 얘기를 정치운동을 하는 주체의 윤리성과 결부시켰습니다. 그리고 이게 '문제'라면, 이 문제에 결부된 제시문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었지요.


제시문 1 음모론과 매체 관련
1) 트위터를 하는 어떤 사람들은 '쟈스민 혁명'이 페이스북 때문에 생겼다고 주장한다.
2) 트위터를 하는 어떤 사람들은 1)의 견해가 아랍 민중들의 주체적 역량을 무시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3) 보수언론과 그 지지자들은 인터넷이 음모론의 온상이기 때문에 인터넷 실명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4) 인터넷 실명제를 반대하는 많은 개혁/진보 지식인들은 인터넷과 음모론이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한다. 가령 문화평론가 이택광은 타진요에 대한 MBC의 보도에서 인터넷을 공격하고픈 보수진영의 정치적 의도를 추론하면서, '인터넷은 공론장'이고 음모론은 고래로부터 있어왔기 때문에 양자를 연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5) 진중권은 디 워 사태 당시의 네티즌들을 혹독하게 비판했지만 촛불시위 당시의 '광우병 괴담'에 대해선 문제삼지 않고 촛불시위의 다른 논점들을 부각시켰다. 변희재는 정반대로, 후자에 대해선 인터넷 문화의 문제로 취급하면서 전자에 대해선 인터넷에서 창발된 집단지성의 힘이라 극찬했다.
- 위 견해들을 검토하고 인터넷이란 매체와 정치적 저항이란 움직임을 연결지을 수 있는지, 인터넷이란 매체와 음모론을 연결지을 수 있는지, 연결지을 수 있거나 없다면 그 양상은 어떠한 것인지에 대한 견해를 삽입할 것. 
 

제시문 2 음모론의 성격
1) 어떤 사람들은 음모론을 펼치는 사람들을 도덕적으로 비판하거나 병리적인 존재로 취급한다.
2) 어떤 사람들은 음모론이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를 정치권력이 정보를 은폐하는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3) 김규항은 디워 사태 당시 네티즌들의 충무로에 대한 과도한 비판이 평론가들의 '선빵'에서 연유한 것이므로 대중은 무죄라고 주장했다.
4) 타진요 사태 당시 타진요들은 단지 타블로가 초기 의혹제기 단계에서 정보를 소극적으로 공개했다는 이유로 그가 진실을 은폐한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기득권세력을 옹호하는 거대한 흑막이 있다고 확신했다.
5) 천안함 사태 초기에 조선일보의 물수제비 어뢰론과 진보언론들의 피로파괴/기뢰 가설 등 온갖 가설이 난무했는데, 이는 초기 정부의 설명이 미흡했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한번 형성된 가설들은 정부의 설명이 보충된 다음에도 생명력을 잃지 않았고 그 가설들은 '정부의 공식적인 설명'에 대해 그것이 날조된 스토리를 제시하는 음모론과 결합했다.  
6) 조선일보는 경찰이 장자연씨 사건을 철저하게 수사하지 않아 뜬소문이 난무하고 있다며 철저한 수사 및 진상규명을 주장한다.



제시문 3 인터넷의 '장자연 리스트' 유포 
1) 네티즌들은 SBS 보도 이후 2년 전에 유포된 '장자연 리스트'를 다시 유포하면서 관련자(?)의 이름과 사진을 올리고 있다. 이 게시물들은 삭제당하면서도 꾸준히 올라온다. 게시물을 올리는 네티즌들은 자신들이 기득권세력의 범죄를 은폐하려는 정부의 탄압에 맞서 진실을 알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2) 이 '리스트'가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실존하는지, 장자연씨 본인의 기록이 맞는지, 기록이 맞다 해도 그 기록에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지 등은 이 시점에선 미지수다. 굳이 법리적으로 따지자면 이 리스트의 유포는 명예훼손에 해당한다. 심증으로 따지더라도 이 리스트들이 전씨가 소장하고 있는 편지의 '리스트'와 완전히 일치할 가능성은 (전씨가 소장하고 있는 리스트의 진실성 여부와는 상관없이) 희박하다.
3) 네티즌들은 그 리스트에 입각하여 '조선일보 관련설'을 확신한다.
4) 조선일보는 2년전 수사에서 장자연씨 편지에 나왔던 '조선일보 사장'은 정황증거상 '스포츠조선 전 사장'임이 명백함에도 일부 언론이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조선일보 사장 등이 포함된...'으로 시작되는 보도를 일삼고 있다고 비판한다. 
5) '리스트'를 유포하는 네티즌들이 많지 않았다면 조선일보가 위와 같은 사설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음모론의 유포자들의 공로(?)도 있다. 그러나 리스트의 유포 자체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6) 보도에 따르면, 진중권과 박경철 등 수십 명의 지식인들이 '장자연 리스트 공개 및 철저한 재수사'를 촉구했다고 한다.


어떤 분은 철저한 재수사를 촉구하는 조선일보의 입장과 '리스트'를 공개하는 네티즌들의 입장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질문하셨는데 아마도 그 사이엔 범죄자로 인지되는 어떤 사람을 고발하는 것과 그 사람을 (아직 명확한 증거는 없음에도) 직접 린치하는 것 수준의 차이가 있을 겁니다. 또 어떤 분은 제가 디 워 사태 당시 진중권의 입장에 치우쳐서 사태를 바라보고 있다고 말하는데 오히려 맥락을 따져보면 저는 진중권의 견해에 찬성하기보다는 의구심을 표하는 쪽이죠. (보도 기사만 봤을 따름이지 진중권이 이 사건에 대해 정확히 어떻게 말했는지는 잘 몰라요.) 어떻게 진중권의 견해에 의구심을 표하는 얘기를 해도 진빠질로 둔갑하는지 그 메커니즘을 전 모르겠어요. 아마 과거의 포지션을 기억하는 사람들에 의한 낙인 효과라는 거겠죠.


또 어떤 분은 음모론을 비판하는 제가 경찰 수사의 미래와 네티즌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음모론'을 쓰는 자기 모순을 범하고 있다고 지적하시는데 경찰수사의 결말에 대한 예측은 음모론적 가설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편지의 증거능력에 대한 의구심에도 가능하죠. (이전 글에도 링크했지만 이 기사를 참조하세요.  이 기사 ) 또 '음모론적 설명'이 하나의 가설로 제시되는 것과 '진실 그 자체'로 지시되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됩니다.


이를테면 요즘 조선일보가 정부를 맹공하고 있고 SBS가 친정부적이기 때문에 조선일보를 엿먹이려고 이런 일을 벌였다는 식의 해석도 하나의 가설로서는 충분히 가능하겠죠. (별로 신뢰하지는 않아요. 세상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나 그렇게 바라볼 수도 있는 것과 그걸 '진실'로 받아들이고 SBS 관련보도를 친정부적이라고 규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가 되겠죠. 또 제가 정보가 부족해서 이런 식으로만 글을 썼다는 지적도 있는데, 사실 이런 경우엔 뭔가 들어서 알고 있는 것이 있다 하더라도 말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만 쓰는게 현명할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자기가 들은 '고급정보'가 있다고 인터넷에서 의기양양하게 떠드는 태도는 또 얼마나 우스운가요. 그런 것 없어도 판단할 수 있는 부분까지 판단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침묵을 명령하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인 태도겠죠.


조선일보의 편을 든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제가 그 글의 말미에 조선일보의 사설에 동의한다고 썼기 때문에 별로 할 말은 없어요. 그러나 전체적인 조선일보의 역할에 대해서가 아니라 특정사안에 대해 조선일보의 편을 드는 것은 대체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요. 조선일보는 맞는 말을 하는 경우가 없는 건가요. 이를테면 조선일보가 강만수의 산업은행장 임명을 두고 쓴 무지막지한 정권 비판 사설에 '찬성'하면 안 되는 걸까요.


사실 최근 조선일보 보도 중에선 참 재미있는 것이 많은데 우리가 '조선일보는 최악'이라는 프레임에 사로잡혀 그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충분히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이에 대해 저는 지금까지 몇 편의 글을 쓰기도 했죠.( 대표적인 것으로, 2010/11/04 - [정치/언론] - 조선일보의 자존심 ) 이런 일을 하다가 보면 조선일보 편을 든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이 나올 줄도 예측은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두달 전에 <안티조선 운동사>라는 책을 낸 사람에 대한 공격치곤 좀 치졸하지 않은가, 싶네요. 물론 그들이 제가 누군지 알아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모르면 모르기 때문에라도 조심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부족한 글에 대한 긴 변명은 여기까지 할께요.  
 




Skynyrd

2011.03.14 15:54:02
*.88.210.160

링크된 사이트 가서 잠깐 눈팅을 했는데, 자기들을 범죄 수사에 임한 형사들로 포지셔닝하는 것을 보고 빵 터졌음. 자기들이 범인 취조하는 형사니까 상대방이 알리바이를 입증해야 하지만 자신들은 국가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정말 자기 편한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구나 싶어서 폭소가..

하뉴녕

2011.03.14 18:12:07
*.27.144.153

그래도 종종 잼있는 글들은 있더라. 서프나 스켑렙에 비하면 뭐... 같이 유시민 욕이나 하면 잼있을 텐데 ㄲㄲㄲ

유동닉이지만

2011.03.14 16:22:09
*.73.25.198

유동닉이지만 종종 들러 보고가는 사람입니다. 윤형님의 전제를 하나하나 들어내는 글쓰기 좋아합니다. 물론 그 전제를 잡는 프레임이 틀렸다고 비판하는 분도 계시지만, 전제는 무시하고 결론만 보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대다수겠지요. 매체에 기고하는 글이라던가 내시는 책이라던가 다 잘 보고 있습니다. 힘내시라고 글 남기고 갑니다

하뉴녕

2011.03.14 18:12:47
*.27.144.153

감사합니다 :)

허...

2011.03.14 16:23:41
*.183.41.95

무슨 논란의 탓이 글쓴이의 탓입니까? 맨날 객관적이다가 이런 데선 또 부러 겸손하실려고.. 왜 븅신들을 안고 가요 또...ㅋㅋ 이택광처럼 걍 다 무시해버리는 게 최고더라.

하뉴녕

2011.03.14 18:13:59
*.27.144.153

택광쌤은 정규직 노동자이고 저는 영세자영업자이니까요 ㅋㅋㅋ

ㅇㅇ

2011.03.14 17:04:12
*.63.111.219

그냥 님이 마지막에 말한 '리스트 공개보단 조선일보 사설을 지지한다' 말때문인듯 그나저나 윤형님은 정말 친절하시네요

김대영

2011.03.14 17:25:34
*.66.49.84

윤형님은 정말 친절하시네요

notcool

2011.03.14 18:01:27
*.53.247.194

제가 했던 이야기들은 그냥 머....이번에 올리신 글에 한정한 것이라기보다, 머랄까 그 동안 윤형님이 올린 글이나, 안티조선운동사나 머 이런 것 전체에 대한 맥락에서 이것저것 튀어나온 것들이 더 많은 것 같아서...괜히 걍 논점을 흐리고 억지를 쓴 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제 나름으로는 애정과 관심의 표현이었다고 생각하는데...암튼 너무 지치지 마시고...친절한 글쓰기보다, 좀 더 행복한 글쓰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하뉴녕

2011.03.15 00:43:21
*.149.153.7

ㅎㅎㅎ 뭐 여하튼 감사합니다.

askme

2011.03.14 19:22:32
*.18.199.173

1. 민주당지지자들이 강준만 재평가한 한윤형님에 대해 관심을 주지 않아 아쉽다라는 생각자체가 어이없는 일입니다. 별개의 일입니다. 진중권 봇들이 없는 것처럼 강준만 봇들도 없습니다.


2. 조선일보의 강만수 비판 사설에 찬성하는 글 써보세요. 장자연 글 처럼 길고 지루하게 썼더라도 장자연관련 글 같이 비판이 봇물처럼 나오지 않을 겁니다. 그 차이점을 여태 모르고 안티조선후예들의 무차별 비판으로 여기신다면, 비판글들 다시 한번 읽어보세요.

하뉴녕

2011.03.15 01:23:53
*.149.153.7

민주당 지지자들 중 아무도 90년대-00년대 활동을 제대로 정리한 사람이 없어서 부득불 제가 강준만조차 처음으로 정리한 꼴이 되어버렸는데 그걸 좀 봐달라는게 어이가 없다니요. 보지 말아야 할 이유도 있겠으나 어이가 없다니요. 그럼 님들은 그냥 거기서 '놀고 계세요.' 사회문제와 상관없이 그냥 유희로 거기 계신거죠? 그럼 계속 노세요. 진지하게 사는 사람한테 쓸데없는 시비 걸지 마시고 계속 노세요.

자, 제가 이 글에서 조선일보의 사설은 어째서 올바른지 장자연 리스트 공개는 어째서 올바른 일이 아닌지에 대해서도 대략은 설명을 드렸습니다. 이 사안이랑 강만수 사안이랑은 뭐가 다릅니까? 조선일보의 장자연 사설도 옳고, 조선일보의 강만수 사설도 옳은데, 그 양자간에는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그냥 님들의 심리적 거부감의 크기가 다를 뿐이죠. 근데 그게 현실이나 논리와는 다를 수가 있는 거거든요. 그 얘기를 한 건데, 저더러 글을 다시 읽으라구요? 뭐 빠트린 논점이 있나요? 있으면 직접 말씀을 해주셔야지요. 시비를 걸려면야 강만수 사안도 조선일보가 박근혜 지지해서 엠비 정부에 개기는 거지 걔들이 뭐 옳은 소리를 한 건 아니다, 조선일보는 나쁜놈들이라서 옳은 소리를 할 수가 없다, 고 할 수 있지요.

아크로 가보니 어떤 분이 증거중심주의로 가면 전두환이 광주시민 학살한 적도 없겠네, 라는 패드립 치고 계시던데요? 아니 우리가 그런 기초적인 얘기부터 해야 하나요? 전두환에 대한 법원의 사형판결문부터 가져와야 하나요? 전두환과 광주시민 학살 간의 관계와 조선일보 방상훈과 장자연 자살 간의 관계의 명확성이 비교할 만한 사안인가요? 전두환이 1980년 5월 광주시민에 대해 가져야 할 책임감이 그렇게 희미한 것에 불과한가요? 이 거리감이 조선일보 장자연 사설과 강만수 사설의 거리감보다 작은가요? 제발 좀 말이 되는 얘기를 하세요.

제가 그 비판을 "안티조선후예들의 무차별 비판"으로 여긴다구요? 아니 설마하니 님들이 제 후예란 말입니까? 그렇지 않다는 말씀 하시는 것이겠지요?

시닉스

2011.03.14 21:51:40
*.234.128.197

그래도 열심히 아크로에 관련 글을 쓰고 링크걸었던 사람으로서 논점을 말씀드리자면,

1. 글 잘쓴다 못쓴다 부분은 나름 잘 해명하셨으니 패쑤.(상처받으셨다면 사과)
2. 혐의가 팩트로 드러날 때까지(근거중심주의) 무차별적 비난이나 리스트 공개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엔 동의하나,

일반인의 경우(PD 등등) 상대적으로 약자이고 자신을 보호할 수단이 없으므로 절대적으로 보호되어야 하나,
조선일보의 경우 사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언론기관이므로 그러한 원칙이 절대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가의 문제.

위에 댓글 다신 스키너드께선 이를 놓고 '자신들을 형사로 포지셔닝한다'고 비아냥거리고 계시나 이는 참으로 안드로메다인 독해 수준이고

조선일보의 영향력과 권력을 감안하면 개인에 대한 공격과 달리 견제나 감시로 봐야 하지 않냐는 것이 포인트이며

2. 그리하여 왜 이러한 차이를 무시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에서 진중권에게 매몰되지 않냐는 추측이 나온바,

이는 한윤형씨가 진빠라서 그렇다는 단순한 논리가 아니라 '디워' 당시 진중권 경험에 매몰된 것이 아니냐는 뜻.

즉, 디워의 경우
공격 대상 - 알고 보면 힘 없는 평론가 집단
발단 - 생각의 차이(난 디워 재미없다)를 놓고 독심술 발휘(영화가 싫은게 아니라 심형래 깔보는 거쥐?)

반면 조선일보는
공격대상 - 힘센 조선일보
발단 - 혐의를 지울 수 없는데 용의자인 니들 힘이 두렵거든?

즉, 여기서도 구체적인 차이가 드러나는 바 이러한 차이를 사상하는 이유가 진중권의 디워 경험에 매몰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고(이 역시 독심술이라면 할 말 없음. 그리고 중요한 지적이 아니므로 무시해도 그만)

3. 논리가 난삽하다는 문제
난 지금도 모르겠음. 우선 조선일보 건과 관련하여(나도 사실 그 이름을 쓰기 싫어서 계속 이렇게 표현) 그걸 음모론이라 부를 수 있는지조차 모르겠음. 가령 음모론이라면 일반적으로 지금까지 드러난 팩트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리스트는 가짜다) 그 근거로 거대 권력 집단의 의도와 행동을 연결하는 스토리가 있어야 하는데(가짜 리스트가 유포된 데는 거대 유태계 자본의 음모가 있는바...) 지금 네티즌들이 보이는 모습은 '위법' 혹은 '명예훼손' 혹은 '분노' '감시' 이런 것에 가까움. 일반적인 의미와 전혀 다른 뜻으로 '음모론'을 쓰는 이유도 모르겠고,

그 다음 음모론과 인터넷 관련성도 모르겠음. 80년대 '장모 여배우 관련 음모론' '청보 관련 음모론' '희생자 수 음모론'등등 날이면 날마다 쏟아지는 음모론을 경험한 나로선 인터넷에 떠도는 음모론은 심하게 말해 일종의 유희로 보일 정도임.

음모론의 생상 및 유통,소비 양태가 달라졌다고 이야기하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으나 아무리 읽어봐도 어떻게 달라졌다는 내용은 찾기 힘듦.

심지어 아크로에 열심히 주석 달아준 분조차 한윤형의 첫 문단 놓고 '인터넷이 음모론의 영향력을 배가시켰다'와 '그냥 영향이 있다' 사이를 오감.

그러니까 단순히 말해서

1. 인터넷은 음모론을 번성케하고 영향력을 배가시켰다.
2. 인터넷은 음모론에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인터넷 시대 음모론은 그 양태에서 이전과 다른 모습을 띠고 있다.

이 둘은 사실 조금씩 다른 야이기인데 한윤형 글에선 어떤 걸 이야기하는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는데다가...(1이라면 입증 필요, 2라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말해줘야함)

갑자기 독재자의 권력 행사 방식 변화로 점프하더니(그러면 양태가 달라졌다는 뜻? 그런데 앞에선 번성과 '연관'으로 설명. 여기까진 그럭저럭 이해) 쟈스민 혁명을 둘러싼 두개의 의견 대립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비약함. 어떻게?

그래서인지, 이런 문장부터 거슬림.

"이를테면 그건 음모론의 '본질'이 아니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매체는 본질이 아니라도 영향을 미친다." 후자의 '본질'은 뭐의 본질을 말하는 것임? '매체 자체가 본질은 아니다'라는 뜻? 아니면 매체가 음모론의 본질 자체엔 영향을 끼치지 않을 지라도 어쨌든 영향을 끼치긴 끼친다는 뜻? 그리고 전자의 '본질'은 뭐임? 음모론의 본질이 뭐임?

아무튼 이런 이야긴 더 할 필요 없을 것 같고...어차피 빨간 펜 선생으로 먹고 살 생각은 없으므로.ㅋㅋㅋ

4. 몇가지 오해
1) 조선일보 투항 운운은 딱 한분이 이야기했고 내가 보기에 동의하는 사람 거의 없음. 미안한 말이 될 지 모르겠지만 최근 논란을 보고서야 한윤형에 대해 알게 됐다는 사람도 많음.
2) 민주당 지지자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한윤형 글에 대한 비판은 정파적 입장과 상관없이 있었음. 비판 댓글 단 분 중에는 살짝 친 유시민, 중도 등도 있었음.
3) 이번 글 제외하면 아크로에 희귀하게나마 올라온 한윤형 소개 글은 대체로 우호적이었음. 당장 나만해도 경기도 지사 선거 당시 (막판엔 사퇴했지만) 진보신당의 독자 노선에 대해 쓴 한윤형씨 글을 링크 걸고 칭찬했음.
4) 앞에 이야기한 한 분 정도 제외하고 친민주당 성향 아크로인이 정치 성향 때문에 비판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음. 그런 점에서 정치 성향이 다르니까 그러는 거 아니냐, 닝구 사이트 운운은 오히려 아크로 유저들에겐 몹씨 불쾌한 발언이었음. 당장 비판한 사람들이 한윤형의 친진보신당 경향을 놓고 씹은 적은...거의 없는 것으로 앎.
5) 안티조선 관련해 말하자면 참여정부 당시의 안티조선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이 아크로에 많음. 조선이 언제나 잘못만 하겠냐는 문제의식엔 대체로 동의하는 편. 그리고 이번건 관련해서도 '조선을 편들었다'보다는 '조선'과 일개인은 다르게 봐야하지 않냐는 견해에서 비판이 더 이뤄졌다고 봄.
6) 글에도 몇번 밝혔지만 난 사실 한윤형씨 글 팬임. 아직도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음.
7) 마음이 급해서 반말로 썼는데 용서해주기 바람.

끗.

하뉴녕

2011.03.15 01:42:31
*.149.153.7

오히려 진중권은 시닉스 님의 견해에 더 동의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디워는 저도 겪었는데 진중권의 경험에 매몰이란 수사는 말이 안 되는 것이지요. 솔직히 진중권이 이런 사안들에 대해 어떤 식으로 얘기하는지 잘 모르고 제게 대충 혐의를 뒤집어 씌웠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니 차치하고,


1) 말씀하신대로라면 "우리는 대중이니까 대충 떠들어도 되고 책임질 일도 없고 이게 권력을 압박하는 효과도 있는 것 아니냐."라는 것인데 거기엔 대충 동의도 합니다. 이 해명글에도 약간 그런 내용이 있지요? 바로 그런 차원에서 '형사' 비유가 안 들어맞게 되는 것이겠지요. 아무리 형사인척 해봤자 형사는 아니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결국 저 코멘트에 기분 나빠하실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에밀 졸라 얘기를 하시던데, 내용 비교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에밀 졸라는 자기 글에 책임질 각오하고 썼지요. 죽일 놈 취급받고 여기저기서 소송도 당하고...그런 겁니다. 그가 어디 조선일보는 권력이고 우리는 무지랭이이니 대충 얘기해도 된다는 생각으로 "나는 고발한다."를 썼던가요? 저조차도 님들처럼 퍼가서 이러쿵 저러쿵 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거진 책임질 수 있는 얘기만 쓰려고 합니다. 저번에 제가 딴지에 글썼을 땐 다소 사소한 뒷얘기를 끌어다 썼는데도 뭐라고 하셨잖아요? 저는 기본적으로 그런 클레임을 당하고 살아야 하는데 그냥 게시판에 모여서 소설소설 써도 되는 양반들이 너는 왜 뒷얘기를 안 하냐 소설을 안 쓰냐 재미가 없다...라고 하시면 제가 뭐라고 답변합니까?


2) '리스트'라는게 존재한단게 확실하지 않고 존재한다 해도 신빙성이 의심스러운데 그 리스트에 기반해서 조선일보가 사건의 가해자임을 확신하는 태도를 음모론이라 칭한 겁니다. 님은 은연 중에 있는 리스트를 그냥 깠을 뿐인데 그게 뭐가 음모론이냐고 하시잖아요. 말하자면 노회찬 X파일 문제와 비슷하게 포지셔닝하고 있는 겁니다. X파일은 안기부가 도청해서 만든 문건이라 법정으로 가면 독수독과 논리에 의거 증거로 인정되지 않을 테고 그걸 멋대로 공표하면 명예훼손이 될테지만 (노회찬은 면책특권으로 무죄판결받았지요.) 어쨌든 그것이 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믿는 건 상당히 타당한 일이지요. 그런데 '장자연 리스트'를 '이상호 X파일'랑 비슷한 레벨로 말씀하신다는 것 자체가 시닉스 님이 사건에 대해 제대로 찾아보지도 않고 덜컥 음모론을 수용한 결과가 아닐까요?


3) 인터넷과 음모론의 관계에 대해서 제가 제대로 된 설명을 아직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은 맞습니다. 이건 이번글에만 나오는 얘기가 아니고 제 착상이 진행중인 건데 최초의 본문에 링크된 글들에서부터 사유가 진행 중인 사안입니다. 링크된 이전 글들을 보시면 제가 어디까지 생각을 했는지는 나옵니다만 아직 정리가 덜 된 상황이고 차차 발전되게 될 것 같습니다. 다만 두 가지 중에 하나로 정돈하자면 이 시대의 음모론이 인터넷이란 매체를 통해 번성하기 때문에 그 양상에 대한 설명이 인터넷이란 매체와 뗄레야 뗄 수 없다는 쪽에 더 가깝습니다. '본질'이라고 표현한 건 권력이란게 있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한 음모론이란게 어디서나 있을 수 있다는 차원의 얘기고 그 본질이 매체를 통해서 시대마다 다른 양식으로 드러나게 된다는 얘기를 했던 겁니다. 그래서 '쟈스민 혁명'은 민주화를 열망하는 아랍민중의 열망이 '본질'이겠지만 그게 새로운 매체를 매개하면 다른 양상을 띄게 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둘중 하나만을 얘기하는 사람들을 동시에 비판하거나 넘어서려고 한 것이지요.


4) 그리고 저 역시 아크로 사람들이 제가 누군지도 몰랐다고 생각하는 편이니 정치성향에 대한 판단이 문제였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제 블로그 덧글 하나가지고 기분 나쁘셨다고 하면 제가 뭐라고 답변하겠습니까. 그 덧글 쓴 이가 제 독자인지 안티인지도 파악이 안 되는 상황인데요.(아이피 찍어보니 그 아이피로 단 첫 댓글이었습니다.) 이 블로그에 저에 대한 악플도 많습니다만 대개는 그냥 내비둡니다. 모여서 떠들 권리가 있으면 또 그 사람들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하는 이들의 권리도 존중해 줘야 하는 법이니, 그 점에 대해서는 여러말 마시기 바랍니다.

시닉스

2011.03.15 02:24:35
*.172.221.179

이 글을 끝으로 끗.

"우리는 대중이니까 대충 떠들어도 되고 책임질 일도 없고 이게 권력을 압박하는 효과도 있는 것 아니냐."- 누가 이렇게 주장했나요? 지금 리스트 올리는 블로거들이 이렇게 주장했나요? 그 블로거들, 실정법 위반이라는 거 알면서 나름대로 각오하고 올리고 있지 않나요? 현실적으로 조선일보나 경찰이 작정하고 덤비면 그들은 책임질 수 밖에 없는 상황 아닙니까? 당장 PD등의 개인에 대해선 철저히 근거 중심주의에 입각해서 보호되어야 한다고 분명히 토박지 않았나요?

제 글 다시 잘 보시기 바랍니다. 근거 중심주의로 철저히 보호해야할 사람은 PD 등의 (리스트에 오른)개인이라는 이야깁니다. 그렇지만 사건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력에도 이를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느냐가 포인트예요.

에밀졸라 이야기가 나왔으니 더 이야기하자면 뒤레퓌스 사건은 아직도 미제예요. 아직도 정확한 팩트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에밀 졸라가 썼을 때는 정황 증거만 있을 뿐이었지요. 에밀 졸라의 그 글이 평가받는건 팩트 확인해서 썼기 때문이 아니예요. 근대적 주체로서 권력의 부당함에 맞서 싸웠기 때문이예요.

그리고 엉뚱한 이야기로 비약하는데 결국 각자의 처지에 따라 책임질 범위와 수준이 달라집니다. 듣보잡인 나와 그래도 자기 이름걸고 글 쓰는 한윤형씨의 글은 당연히 각각 반응도 다르고 기대도 다릅니다. 클레임 당하는게 싫으면 저처럼 듣보잡으로 내려오면 됩니다. 조선일보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선일보로선 억울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계열사 사장이 관련된건 분명한 팩트로 확인됐어요. 조선일보가 일개 블로거나 듣보잡 언론이라면 상관없지만 지들 스스로 1등 신문이니, 공론지니, 한국을 이끌어가니 어떠니 자부했을 뿐더러 지금도 지들 맘에 안드는 재판 결과 나오면 판사의 과거 행적이 어떠니 떠드는 신문사이며 누가 봐도 현실의 권력입니다. 그러면 그만큼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겁니다. 책임 안지면 책임 지도록 만들어야죠. 그런데 지금까지 책임졌는지? 처음부터 스스로 사건 조사에 협력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려 노력했는지? 오히려 협박 비슷하게 하며 입막음만 하려 들지 않았는지?

당장 이태리의 베르롤스코니는 어떻게 말하시렵니까? 그 경우도 분명히 확인된 팩트는 없으니(최소한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으니) 이후 팩트와 상관없이 실추될 수 있는 베를로스코니의 명예를 고려하여 셔터업하고 있을까요?

2)는 여전히 '음모론'의 정의에 대해 둘이 전혀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 정도에서 그냥 끝내는게 좋겠어요. 다만 내가 이야기하는건 한윤형님이 음모론을 어떻게 정의하는지는 알겠는데 왜 따로 부연해야할 만큼 일반적인 정의를 쓰지 않는지였지요. 님 정의대로라면 음모론이 맞고 내 정의대로라면 음모론이 아니지요. 둘 중 누구의 정의가 일반적인 인식과 부합하는지는 읽는 사람들이 판단하도록 하고.

덧글 단 사람에 대해 뭐라 그런건 그 사람 보고 알아서 하라고 하세요. 그건 님이 나설 영역이 아닙니다. 제가 그 덧글에 대해 님에게 항의했나요?

여기서 끝냅시다. 벌써 새벽 2시가 넘었네요.

옆동네 전사

2011.03.15 09:50:25
*.145.58.89

"우리는 대중이니까 대충 떠들어도 되고 책임질 일도 없고 이게 권력을 압박하는 효과도 있는 것 아니냐."- 누가 이렇게 주장했나요? 지금 리스트 올리는 블로거들이 이렇게 주장했나요?(시닉스)

네.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하고 있는 짓들입니다. 조선일보야 스포츠 조선의 방사장 이름이 올라가야 할 자리에, 자기 사주인 방회장의 이름이 올라가 있었기 때문에(=명단에 이름이 올라갔던 게 아니라면 언론들이 "조선일보 사주"라고 보도를 내보내는 것 때문에..) 경찰의 엄중한 수사를 촉구하며 사실관계를 바로잡아 달라고 한 거겠죠. 그러니 스포츠 조선의 방사장이 장자연 사건과 연루되어 있었음이 fact라고 한 들, 조선일보의 저 요구 자체는 잘못된 것일 수가 없습니다. 한윤형이 조선일보의 사설을 정론이라고 한 것, 또 조선일보가 항상 틀린 말만 하겠냐고 한 것도 다 그런 맥락에서의 옹호이겠죠.

하지만 대중들은 그 사실관계 따위에는 애초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잘못된 정보가 담긴 그 문건을 퍼다날랐을테죠. 2년 전의 사건 맥락을 모르고서 그 짓을 했다면, 구체적인 사실관계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말이겠고, 그 맥락을 알고서도 그 짓을 했다면 불의한 권력을 압박하는 효과를 노린 거겠죠. 우리는 대중이니까 대충 말해도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결국 아크로의 분들 역시도 저 둘 중 하나의 입장에서 한윤형의 조선일보 옹호를 문제삼았다는 말인데, 그 내심이 어느 쪽이었던 간에 그게 잘못되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게 잘못이라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지요. 근거중심주의가 옳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래도 조선일보의 불의한 권력은 문제삼아야 한다..시닉스님을 포함해서 전부 이 말만 하고 계신데, 그러면서 근거중심주의가 옳다는 얘기는 왜 하는지 모르겠어요. 솔직히 토론하는 내내 그 생각만 들었습니다..

게다가 한윤형도 다시한번 해명글에서 말을 하고 있지요. 이상호 X파일 건과 같은 맥락있는 음모론, 또 그것의 사회적 기능을 전혀 부정하고 있지 않다라고.. 다만 장자연 사건에서의 대중들의 반응은 그것과 같은 레벨일 수가 없는 문제라고.. 그럼에도 에밀졸라 얘기까지 꺼내며 조선일보의 불의한 권력을 문제삼아야 한다고 말하는 시닉스님은, 과연 한윤형 글의 논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닐까요? 저는 후자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논점일탈을 범하고 있다는 말도 한 거였는데, 여전히 그 얘기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음은 확인할 수 있네요.

무언가 자신이 말하고자는 바를 제대로 이해받고 싶다는 그 심정은 알겠는데, 그 얘기가 최소한 논점에 맞는지 맥락에 맞는지는 확인하고 주장을 해야는 거죠. 그렇지 않고 제대로 알아듣고 있는 상대를 향해 타박부터 하려고 들면, 거기서 무슨 생산적인 토론이 가능하겠습니까? 게다가 님은 별반 상대의 논지를 이해하려는 마음도 없는 것 같은데..

저도 이 글로 끗입니다, 끗..


## 윤형님께는 본의 아니게 님의 이름을 거론하는 논의가 커지게 된 원인제공을 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입니다. 제 멋대로 님 생각을 추단하면서 말을 함부로 한 것도 그렇고, 님의 생각을 제가 너무 확신하는 어투로 써내려가서 그것이 혹여 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면 그것 역시 죄송합니다. 걍 님에 대한 애정에서 그리했다고 널리 혜량해 주시고, 또 늘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아.. 글고 조만간에 안티조선 운동사는 지르겠습니다.(쿨럭) 뭔가 독자의 기본이 안되어 있는 것 같아 더 죄송한 마음이..ㅠㅠ

하뉴녕

2011.03.15 12:14:52
*.46.4.35

시닉스 님의 논점은 결국


1) 조선일보는 개인이 아닌 반론권을 가진 언론권력이므로 (상대적으로라도) 보호가 필요한 집단이 아니며,

2)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많은 사건들에 대해서도 권력에 대한 비판은 가능하다.


라는 것입니다.


먼저 1)에 대해서 검토한다면 시닉스 님은 제 태도를 "조선일보를 옹호하는 것, 조선일보를 비판하는 대중으로부터 그것을 보위하는 것"으로 요약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저는 본문이나 보론에서 딱 두 가지 행동에 대해 반대했습니다. 1) '장자연 리스트'를 공개하는 행위. 2) '장자연 리스트' 공개를 요구하는 행위. 이것이 제가 따로 '조선일보'를 떼어내어 취급할 상황인가요? 시닉스 님은 리스트 안에 들어 있는 PD들은 보호의 대상이라 보시는 것 같은데, 그분들은 또 어떤 의미에서 권력이 아닌가요? 같이 언급되는 재벌그룹 회장은요? 이 사안이 상위 1% 사회기득권층에 대한 분노로부터 시작된 이상 여기에 힘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리고 미심쩍은 리스트를 공개하지 말라고 할 때엔 그 리스트에 방XX란 '개인'의 이름을 올리는 것을 문제삼은 거지 조선일보의 언론으로서의 문제를 비판한 것을 문제삼은 것이 아닙니다.


시닉스 님인지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어느 분은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어쨌든 조선일보 언저리의 인물이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오는데 언론이란 것들이 사과도 해명도 하지 않으니 그것 자체로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조선일보를 향한 비판을 문제삼을 일이 아니다. 뭐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죠.


물론 제가 앞서 지작한 대로 그 '비판'이란 것에 '리스트 공개 및 공개를 요구하는 행위'가 들어가게 되면 그건 조선일보를 향한 비판이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저분은 제 견해를 건드리지도 못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저 '대중'의 요구를 조선일보가 받아 안을 경우 조선일보는 '타블로의 딜레마'라고 이름붙으면 적당할 만한 곤경에 처하게 됩니다. 이미 처해 있죠. 조선일보는 침묵하면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고 비난을 받고, 해명하면 뭔가 뒤가 구리니 해명에 나선 것이라고 비난을 받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그러니 무슨 말을 더 하겠습니까. 경찰의 철저하고 공정한 재수사를 촉구해야죠.


그리고 이 사안은 설령 진실이 조선일보 편이라도 끝나지 않는 사안입니다. 경찰이 재수사해서 다른 '몸통'을 적발해 줄 가능성도 희박하고, 적발한다 하더라도 (본문에서 제가 적절하게 언급하고 님들이 조소했다시피) 조선일보 사주 가문이 저놈들보다도 더 쌘가 보다라고 입방아 찍을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지요. 이게 '음모론'이 아니면 대체 뭐란 말입니까?


제 견해를 근거중심주의로 요약하는 것은 좋은데, 그 '근거'가 법정에서 판사가 요구하는 수준의 근거라고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만일 그렇다면 님이 제시하는 에밀 졸라, 베를로스코니 반례가 의미가 있을 수 있겠죠. 그런데 저는 법정에서 증거능력이 없는 이상호 X파일을 신뢰한다고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대한민국 법정에서 '날조'라고 판단내린 김용철 변호사의 저술을 읽었고 그 내용을 신뢰하는 차원에서 삼성 사주 일가의 전횡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시닉스 님이 요약한 제 견해에 따르면 저는 '음모론' 신봉자가 되는 것인데 제가 일부러 제 발등을 찍는 일을 할 필요가 있습니까? 님이 제 견해를 잘못된 수준에서 이해한 후 비판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겠지요?


그래서 저는 시닉스 님이 음모론의 기준 운운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저는 본문의 도입에서 제가 이 사건에서 음모론이라고 보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드렸습니다. 오히려 음모론의 정의에 대한 설명보다 제가 말하려는 바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설명이지요.


그게 음모론이란 걸 시닉스 님이 납득하지 못했다면, 그건 시닉스 님이 음모론에 대한 어떤 참신한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장자연 리스트'가 대충 '이상호 X파일'이나 김용철 변호사 회고록과 비슷한 수준의 실체를 가지고 있는 문건이라고 '착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물론 타진요 사람들은 왓비컴즈의 말이 진실이라고 믿었습니다. 왓비컴즈의 말이 타당성이 있다면 타진요의 주장은 음모론일 수가 없지요. 그런데 그들이 거기서 타당성을 느꼈다고 해서, 그들을 '음모론자'라고 말하면 안 되는 것일까요? 뭐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인식의 차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뉴녕

2011.03.15 12:16:23
*.46.179.81

이름없는 전사// 음 수고하셨습니다. 책 사시면 잼있게 읽어주시구요. :)

시닉스

2011.03.14 22:04:59
*.234.128.197

아, 마지막으로 걍 무시해도 좋을 듣보잡들의 글에 대해 친절히 해명한 점, 고맙게 생각함. 역시 반말투 사과.(이것만 존댓말로 쓰는 것도 웃기잖아요?)

처음댓글달아본눈팅

2011.03.15 10:52:54
*.254.130.87

항상 느끼지만 한윤형님은 참 친절하십니다요...^^
저도 윤형님의 조선일보건 글을 보고 당황했던 사람으로서 "어쩌면 제가 접하는 견해들이 그분들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견해들이 아니었는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제가 하는 고민들이 그분들에겐 해본 적이 없었던 종류의 것인지도 모르겠구요" 부분에서 납득되었습니다.

이영훈교수 건에서는, 저도 비슷한 고민을 한적이 있기 때문에 이영훈교수 옹호로서가 아닌 논지 그대로를 잘 이해했는데, 이번 글은 물론 조선일보 옹호....로 이해하지는 않았습니다만, 굉장히 낯설었거든요. 저는 그 글이 네티즌의 책임감있는 자세를 촉구하는건지, 조선일보 사설 지지선언을 빌어 정론을 말하는건지, 인터넷과 음모론의 상관관계를 주장하는건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는데
만약 1+2+3 모두라고 가정할때, 두번째 주장에 있어서 제가 그동안 너무 안티조선에 매몰되어 있어 정론을 말하는데 조선일보의 주장이 쓰인다는걸 상상조차 못했었던게지요.ㅎㅎㅎ 반면 이영훈 교수의 주장의 경우 제가 반일에 매몰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선에서는 수긍을 할 수 있었던거구요.

다만 일본 - 식민지, 조선일보 - 네티즌 이라는 도식을 봤을때 권력관계에 있어서 비대칭적이다보니 무의식적으로 반발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대상을 정교하게 다루지 않으면 오해를 사기 쉬울것 같아요.ㅎㅎㅎ


그리고 아크로와 이곳을 동시 눈팅하는 사람으로서 요약하면 '근거중심주의에는 환영, 다만 각주로 들어가면 해석의 차이(음모론의 정의, 권력의 비대칭속성등등...)있음'정도로 이해했는데. 블로그건 아크로 같은 공개게시판이건 공식지면도 아닌데 서로 날을 세우기보단 자신의 합리성을 연마하는 공간으로 존중해주고 너그러워졌음 좋겠네요.ㅎㅎㅎ 제가 윤형님처럼 친절한 글을 이해못한건 이번이처음이라 나름 충격받았다가-_-;;보론을 읽고 처음 글 남기는데,항상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건필하세요~~

하뉴녕

2011.03.15 11:21:42
*.46.4.35

아이구, 댓글 좀 자주 달아주세요. ^^;;; 감사합니다~

피노키오

2011.03.15 11:00:41
*.151.166.168

전두환 패드립 쳤던 사람입니다. 그 드립은 한윤형님 혹은 그 댓글 작성자가 정치 영역에서의 근거중심주의와 음모론에 대한 어떤 철학적 정의를 시도하려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던진 것이죠. 철학적 정의란 늘 모든 경우에서도 또한 가장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일관성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맥락에서 저의 전두환 드립이나 시닉스님의 에밀졸라 베를로스쿠니 드립이 등장했다고 여기시면 됩니다. 만약 님께서 그런 철학적 영역까지 진출하려는 시도가 아니었다면, 저의 패드립을 철회토록 하죠. 아래는 제가 아크로에 썼던 댓글인데, 이 논쟁과 관련해서 제가 님께 드리고 싶은 말의 거의 전부이기 때문에 부득이 복사해서 붙여넣겠습니다.

"한윤형 논쟁에는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고 했는데, 본 글에 제 닉네임이 거론되어서 어쩔 수가 없네요. 반복해서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근거중심주의가 옳습니다. 이번 구제역 관련해서도 이런 저런 음모론들이 광범위하게 떠돌고 있죠. 정부가 미국소 개방을 위해 일부러 구제역 확산을 방치했다는 류의 좌파 버전부터 북한의 간첩이 남한 사회의 혼란을 위해 바이러스를 뿌리고 다녔다는 류의 수꼴 버전도 있죠. 그런데 현재 그런 구제역 관련 음모론은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근거중심주의가 한국 사회에 상당 부분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반증으로 바람직한 현상이겠죠.

음모론은 대개의 경우 민중들이 이해할 수 없는 사회 현상에 부딛쳤을 때 자연스럽게 발화됩니다. 늘 존재하는 상수이죠. 그리고 음모론은 좌우를 가리지도 않습니다. 광우병 시위때는 주로 좌파 진영쪽에서 제기된 것이지만, 천안함 당시에는 우파쪽에서 북한 소행이다는 음모론을 주요 언론은 물론 정부까지 나서서 퍼뜨렸죠. 되려 당시에 합조단 발표나 북한 소행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나오기 전에는 예단해서 북한을 공격하거나 비난해서는 안된다는 근거중심주의가 좌빨로 치부당했던 건 잘 아실 것입니다.

(그런데 당시 천안함 폭침되자마자 북한 소행이 뻔하다면서 좌빨(?)들 규탄하고 수꼴 버전 음모론을 퍼뜨리는데 앞장서시던 옆 동네 주인장께서, 이번 장자연 사건에는 안면 바꾸고 근거중심주의를 설교하시더군요. 그런데 그 근거로 장자연은 꽃뱀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음모론을 사용하셨다지요? 그 분의 근거중심주의는 참 편리하기도 하지요.^^ 이번 논쟁의 발단이 되었던 조선일보의 사설 역시 마찬가지.)

이렇게 음모론이란건 근거중심주의의 화신이라 자처하는 사람도 휩쓸고 지나가는 그런 것입니다. 이걸 통제하겠다거나 계몽하겠다는 한윤형식 발상은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건지 잘 이해가 안됩니다. 그저 음모론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그렇게 믿고 싶어서 의도적으로 만들어지는 음모론이냐 아니면 정황적 증거들에 의해 지지되는, 합리적 의심을 동반한 설득력있는 음모론인가를 현명하게 구분하는 것 밖에는 없습니다. 더불어 합리적 의심이 있더라도 증거가 나오기전까지 단정하거나 올인하는건 절대 안되고, 의혹 제기 선에서 끝나는 어떤 행동 규칙을 확립해야 하겠죠.

저는 진보 개혁 진영이 이미 그 정도 수준에는 올라왔다고 믿고 있고, 이번 장자연 사건에서도 그런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 사람들이 조선일보 앞에 가서 시위를 벌이자고 하는 수준은 아니지 않습니까? 따라서 한윤형의 괜스런 걱정은 밖이 아니라 스스로를 경계하는 쪽으로 향했어야 마땅했다고 봅니다.

어떤 합리적 의심을 동반한 음모론이 나중에 사실로 밝혀지면 역사를 움직인 위대한 여론으로 칭송받게 되고, 아니면 한 때의 헤프닝으로 끝나겠죠. 그리고 그런 헤프닝조차 교훈이 되어 합리적인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함으로써, 역사 발전에 이바지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근거중심주의 자체가 아니라, 근거중심주의를 어디선까지 적용할 것인가가 문제겠죠. 증거가 없으면 입 다물고 있는 것이 그것인가 아니면 합리적 의심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선까지인가에 대한 토론과 합의가 좀 더 필요합니다.

사족 - 그런데 아주 가끔은 어떤 음모론이 나중에 사실이 아니었음이 밝혀졌다 하더라도, 역사 발전에 기여한 위대한 거짓말로 칭송(?) 받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멀게는 마리 앙트와네트가 했다는 빵과 케익 음모론이 있었을테고, 한국 사회에도 그런 위대한 음모론이 있었는데, 너무 잔인한 이야기라서 언급은 피하겠습니다. 그러나 그렇다해서 바람직하거나 권장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런 거짓말까지 동원돼어야하는 잔인한 시대가 다시는 되돌아 오지 않기만을 바랄 뿐. "

저도 이걸로 끗.

하뉴녕

2011.03.15 11:21:03
*.46.4.35

님의 덧글의 후반부는 흥미로운 얘기인데요. 한편으론 제가 이미 본문에서 했던 얘기이기도 합니다. 이 부분이죠.


//"이 경우에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이 사건의 사실 여부는 판정내릴 수 없지만, 조선일보와 경찰이 그간 신뢰를 잃은 것은 그들 자신의 문제 때문이었기 때문에 이 상황을 방치해야 하는가? 수많은 쿠데타나 혁명이 결과적으로 뜬소문으로 판명난 거짓 선동에 연유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즐겁게 맞이해야 하는가? 조선일보엔 이미 '죄'가 많기 때문에 이것이 확실한 '죄'가 아니라도 우리는 단죄할 수 있어야 하는가? 혹은 내가 그러지 않더라도 그러는 사람들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 안 되는가? 이것은 하나의 윤리적 문제다. 사실 '헬게이트'의 문을 열 것이냐란 문제에 대한 책임은 대개 개인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이 상황을 방관하더라도 조선일보가 무너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런 엄청난 사건의 전조에서, 우리는 대부분 끌려들어가 그 문을 억지로 열게 되거나, 열고 싶어 발광을 한다 하더라도 남들이 따라오지 않아서 못 열 뿐이다. 그래도 생각은 해볼 수 있다. 정당한가?"//


님들이 '쓸데없이 긴 글'이라 욕하고 있었지만 사실 이런 저런 종류의 생각이나 반박들을 고려해서 이미 본문 내용에 담았던 것이지요. 물론 그보다 더 친절한 글이 되지 못한 것은 미안합니다만, 이런 반응을 보니 그 흥분의 양이 정당할 만큼 제 글을 꼼꼼하게 읽지는 않으셨다는 생각이 드네요.


'장자연 리스트' / 이상호 X파일 / 김용철 증언 / 에밀졸라 / 베를로스쿠니 / 전두환 의 변별에 대해서는 시닉스 님에 대한 마지막 답변 글에서 대략 해두었으니 그 부분을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음 어떤 의미에서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법원의 전두환 사형선고문과 이상호 X파일의 작성경로에 대한 통설을 적은 후 '장자연 리스트'라는 게 이만한 실체가 있느냐고 묻는 별도의 포스트를 고민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와주신 덕분에 이 정도에서 매듭지으면 될 것 같습니다.

parinabi

2011.03.15 12:17:42
*.93.81.138

그게 음모론이란 걸 시닉스 님이 납득하지 못했다면, 그건 시닉스 님이 음모론에 대한 어떤 참신한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장자연 리스트'가 대충 '이상호 X파일'이나 김용철 변호사 회고록과 비슷한 수준의 실체를 가지고 있는 문건이라고 '착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한윤형)

아크로와 이 곳을 눈팅하는 또 다른 1인입니다.

전사님이 지적하시듯 아크로분들이, 맥락과 논점은 '다 이해했다'로(물론, 처음부터 이해한 것은 절대로 아닌 듯 하지만 그거야 윤형님의 논술력탓이라는 성토가 있었으니 변명이 되었다고 치고) 얼버무리면서 <그럼에도불구하고>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것이 당췌 무엇인지 파악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더러는 논술첨삭지도를 받아라거나 < 더 살아봐라 >며 인생 다 살아본 둣 현자를 자처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조선일보에 줄 서기로 했냐'던 사람이 '한윤형이 뭐 대단하냐'며 킥킥거리는 게시판을 시간을 들여서 꼼꼼히 읽으면서 이들이 한 목소리로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아내고 싶었지만 실패했습니다.

결국은 이들은 서로 다른 말을 하면서도 같은 말인 것처럼 착각하기로 결심한 모양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서로 부추기고 키득거리지만 사실은 윤형님에 대한 대척점보다 더 거리가 먼 논점들을 각자 갖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가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것은 물론입니다.

그런데 위에 인용한 윤형님의 말에 제가 포기했던 지점의 의문에 대한 대답이 들어있는 듯 합니다. 전사님이 답답해하시던 '도대체 왜 논점과 맥락을 무시하고 물고 늘어지는가'에 대한 답도 그렇구요.



흥미로운 논쟁입니다. 사실 초반부에는 건성으로 읽으면서 윤형님이 너무 기계적으로 형평성을 시도하고 윤리적 우위에 대한 강박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해명의 글을 읽고 링크를 타고 가서 아크로의 글들을 읽고 다시 이 곳에 와서 댓글들을 읽고나니 기계적으로 편을 가르는 게 어떤 사람들인지, 그런 습관이 체화되면 스스로에게 어떤 함정을 만들 수 있는가를 더 확실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양쪽 다 빈틈을 보이지 않으려고(혹은 쓸데없이 '기초로 돌아가는' 허무한 논란으로 기력과 시간을 소모하지 않으려고) 미리 가능한 모든 변수에 대해서 언급해야 하는 노력이 낭비같아서 안타깝네요.

어쨌거나 적어도 한 쪽은 '내가 할 말은 다 했으니 이제 듣지도 않겠다'고 <끝>을 선언한 듯 하니 더 이상 진전될 논의는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정작 윤형님에 의해서 제시되었으나 아직 논의를 제대로 시작하지도 못한 핵심논점은 여전히 의미있는 생각거리로 남은 듯 싶습니다.

아크로와 윤형님 모두의 건필을 빕니다.

하뉴녕

2011.03.15 13:04:05
*.46.179.81

감사합니다. :)

시닉스

2011.03.15 17:31:29
*.234.128.197

서로 할 이야기 다 나왔고 감정까지 분출되고 있으니 정말 이 정도에서 끝내면 좋겠군요. 그런데 상대 글을 비판할 때는 상대가 이야기한 논점에 일단 집중해야 한다는 점만 지적하겠습니다.

자, 제가 PD와 조선일보를 구별한 기준은 '사건 진행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력을 갖고 있는가?'였지요. 상위 1프로 기득권층이든 아니든은 상관없습니다. 강남 땅 재벌도 전셋집 사는 검사와 맞부닥치면 벌벌 떱니다. 그런게 권력입니다.

그렇다면 님이 반박할 수 있는 근거는.

1) 조선일보는 사건 진행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력을 갖고 있지 않다.
2) PD 또한 조선일보만큼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력을 갖고 있다.

둘 중 하나가 되야겠지요. 그런데 님의 반박에 이런 내용이 있는지?

기껏 찾은 근거는 이거네요.

"이 사안이 상위 1% 사회기득권층에 대한 분노로부터 시작된 이상 여기에 힘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게 근거가 될 수 있는지요? 즉, 분노한 사람 눈에는 힘없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과 제가 이야기한 기준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들은 그들이요, 저는 접니다. 제가 역으로 '한윤형의 기준은 네티즌들이 상위 1프로 기득권층의 분노에서 시작하면 잘못이요, 그렇지 않으면 타당하다는 뜻이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하겠습니까?

그 다음 X파일과 김용철 변호사의 예를 드시던데 흥미로왔습니다. 즉, 님은 권력 유무보다 '근거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난 장자연 리스트의 조선일보 연관성을 신뢰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으면 매우 명쾌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님의 논리는 일관성을 지니게 되죠.

'조선일보의 연관을 믿을 수 없다' (그렇게 판단한 근거는 알아서.)
'고로 조선일보는 사건 진행에 영향을 미칠 이유가 없다.'(고로 이번 건에 관한한 권력 유무로 합리적 의심을 보내는 것도 잘못이다.)
'이렇게 연관이 없음에도 비난하는 행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예. 이런 논리라면 모든게 분명했을 겁니다. 불필요하게 권력 유무를 놓고 논쟁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전 지금도 왜 음모론이란 단어를 쓰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음모론'도 지엽적인 사안이 되었겠지요.

말 나온 김에 '음모론' 이야기 더 하지요. 님이 음모론이라 든 사례는 이거군요.

'설령 진실이 조선일보 편이라도 경찰 조사 결과 실체적 진실을 밝혀질 가능성은 없다. 고로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과 상관없이 입방아 찧는 사람이 나오게 되어있다.'

아주 간단히 말해 사건 성격상 입방아 찧는 사람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인데 님 스스로 '입방아'로 표현한 걸 구태여 다시 음모론으로 재정의해야할 이유가 뭡니까? 언어의 분류는 필요에 따라 이뤄지지요. 통상 유언비어나 근거없는 억측, 과장된 비난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현상을 놓고 '음모론'이라 바꿔 불러야 한다고 한다면 그럴 만한 사회적 필요를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요? 만약 위에 말한 입방아 정도까지 음모론이 되어야 한다면 음모론의 범주는 너무 확대되서 오히려 음모론의 개념 자체는 유용성이 떨어지게 되버리는게 아닌지. 조선일보도 네티즌의 근거없는 비난에 대해 음모론이란 부정적인 뉘앙스의 표현은 쓰지 않는 걸로 아는데 왜 님이 고집하는지, 다시 한번 묻지만 음모론에 대한 재정의가 어떤 점에서 지금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것인지.

그리고 전사님은 남들 내심에 관심 좀 그만 갖기 바랍니다. 이건 뭐 자신만이 독보적으로 한윤형 글을 제대로 독해했다고 주장하더니 첫문장 해석부터 '그냥 단순한 영향'과 '배가시켰다'를 오락가락하다가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은 채 '정치적 입장이 달라서'로 점프해서 절 아연케 하시더니 지금까지도 내심 타령하시는군요. 도대체 님의 내심은 뭐길래 그러시는 겁니까? 님 스타일로 제가 이야기해볼까요?

'한윤형의 명성에 빌붙으려는 내심' (그러니까 남들 해석이 틀렸다고 우겨댐)
'난닝구 조롱하려는 내심' (그러니까 정치적 입장이 달라서 해석 못한다고 우겨댐)

자, 이제 진짜로 떠납니다. 안녕히.

ps - 그런데 한윤형님 정의대로라면 입증 불가능한 타인의 내심을 추정하여 비판하는 행위'도 음모론이 되는 것 아닌가요?

하늘타리

2011.03.15 18:54:42
*.36.172.136

(1) 결국 시닉스씨의 주장은 '사건 진행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력을 갖고' 있으면 근거 없이도 비판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그런 권력의 소유 여부는 애시당초 검증 불가능한 영역이죠. 각 행위자들마다 자의적으로 규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조선일보도 스스로는 필요한 권력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다고 생각할껄요. 따라서 시닉스씨가 반박하라고 내놓은 두 가능성 모두는 반박자체를 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물론 과학적 사고 대상으로서 '권력'이란 개념의 필요성 혹은 유효성을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에는 그 정의 자체가 발화자에 의해 자의적이나마 최대한 명확하게 지어져야 하며 대부분 매우 높은 추상적 수준에서 이뤄집니다. 반면 시닉스씨의 주장에서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력이란 건 이 구체적인 맥락 속에서 결국 누구도 구분해내기 어려울 겁니다. '영향을 미치는' 권력도 아니고 '미칠 수 있는 권력'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영향'의 범위는 누구인가. 이 질문의 답에는 결국 조선일보도, 네티즌이라 불리는 우리 모두도 해당될 수 있지 않을까요. 시닉스씨의 맘 속에는 그건 '조선일보'다라는 답이 정해져 있는 듯이 보입니다만. 결국 스카우터를 차거나 가슴에 권력자 뱃지를 붙이지 않는 이상 규명될 수 없는 요구를 시닉스님의 하고 계십니다.

문제는 이게 규정되지 않는다면 시닉스님의 주장은 말 그대로 '우리는 대중이니까 대충 떠들어도 되고 책임질 일도 없고 이게 권력을 압박하는 효과도 있는 것 아니냐'로 귀결되죠.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 결국 이런 자의적 잣대에 기대 조선일보든 이런 저런 문제의 주류세력들을 까기 시작할 때, 결국 그 게임의 최대 피해자는 사회적 약자 세력이 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습니다.

(2) 윤형님이 '입방아'라는 표현을 쓰기는 했지만, 그 글 어디에서도 '입방아'='음모론'이라는 등식을 읽어낼 건덕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입방아는 행위고 음모론은 개념이죠. 모든 입방아 행위가 곧 음모론은 아닙니다. 하지만 음모론의 성립 뒤에는 반드시 이런저런 입방아 행위가 존재하겠죠. 좀 기본적인 논리구조인데, 이 오류를 바탕으로 '음모론'의 유용성을 논박하시는 건 실수셨다고 봅니다.

반면 저는 '음모론'이 이 글에서 필요한 이유는 그것이 곧 '권력'문제는 소환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입방아, 근거없는 주장, 뜬소문 등등의 개념은 그 자체로 권력 문제가 함의되지 않죠. 음모론은 정의상 정보 비대칭 및 기타 이유들로 과학적, 법적 권위에서 소외된 세력들이 주장하는 담론이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을텐데 (이게 뭐 저만의 특별한 개념화는 아니라고 봅니다. 윤형님의 글에서도 이런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것 같고요), 윤형님이 이 논쟁적인 글을 쓰신 이유는 "근거 없는 주장은 하지 말자"라는 맥락을 떠난 뻔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특정 복잡다단하고 극단적이기까지 한 사회권력적 지형 속에서 그런 뻔한 이야기가 어떻게 이해되어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저는 이해했습니다. 그게 의미있는 글쓰기겠고, 늘 그가 이야기하는 정치평론의 영역이겠죠.

제 말이 어느 정도 맞다면 아마도 시닉스님의 독해 - 쓸데없이 음모론을 운운해서 단순한 문제를 복잡하게 풀어냈다는 -가 충분히 깊지는 않았다는 결론에 이른다고 생각합니다.

시닉스

2011.03.15 19:13:27
*.234.128.197

가려고 했더니 정말 흥미로운 주장을 하셔서.

조선일보도 스스로는 권력으로부터 소외됐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 조선일보가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력이란 주장은 검증 불가능하다....

고로 조선일보나 네티즌이나 권력 여하에 대해선 셈셈이다.

전 한윤형씨도 이렇게는 생각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제가 이해한 한윤형씨 주장은 권력 여하에 상관없이 근거없는 매도나 비난은 지양되어야 마땅하다이지, 조선일보를 권력이라 상정할 수 없다는 주장은 아닌 것 같은데... 님에게 답글 달고 싶진 않고 한윤형씨도 이렇게 생각하지만 궁금하네요. 물론 답하고 말고는 한윤형씨 맘.

하늘타리

2011.03.15 22:59:16
*.36.177.208

제 글을 그런 방식으로 읽어내셨다면 혹시나 했던 시닉스님의 독해 방식 혹은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사실로 확인되는 것 같군요.

윤형님 주장이 조선일보의 권력 여부와 관계없이 과연 음모론적 담론들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은 맞습니다. 조선일보의 권력을 비판하는 것과 음모론적 담론을 정당화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이 핵심이죠.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근데 윤형님에게 조선일보가 사건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권력이 아니라는 근거를 요구한 건 시닉스님이었고, 저는 그것이 '논리적으로' 부당한 요구임을 말한 것 뿐입니다. 시닉스님도 사실 조선일보가 그런 권력이라는 근거를 제시하시지 않으셨죠. '언론기관'이기 때문이라고 눙쳐서 말씀하신 것 외에는요.

시닉스

2011.03.15 23:10:26
*.234.128.197

하하하. 넹. 님이 윈! 그럼 전 이만. 솔직히 님이 뭐라든 관심없어요. 제가 관심있는건 한윤형이 어떻게 생각하냐니까. 바이 바이.

하늘타리

2011.03.16 00:09:24
*.36.38.219

와, 제가 이겨버렸네요 ^^

하뉴녕

2011.03.16 12:08:39
*.46.33.157

답이 늦었습니다.


시닉스 님은 제가 상대의 논점을 제대로 응대하지 않았다고 말씀하시는데, 사실이 아닙니다. 저는 조선일보와 기타들을 구별해야 한다는 시닉스 님의 주장에 대해 "제가 반대한 것은 장자연 리스트의 공개 및 공개 요구 뿐이기 때문에 조선일보와 기타들을 구별해서 비판하거나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무의미하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상위 1%에 대한 지적은 부연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시닉스님이 기타들과 PD를 구별한 기준, '사건 진행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력을 갖고 있는가?'에 답변드리겠습니다. 하늘타리 님 말씀대로 대답하기 힘든 답변이지만 대략적으로는 가능하겠죠. 사건 진행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의 의미를 분석하여, 1) 검찰수사와 2) 여론으로 나누어 보겠습니다.


조선일보는 여론을 관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관리할 가능성이 없습니다. 소나기가 지나가길 바랄 수 있을 따름이죠. 이 점에 대해, 저는 조선일보가 '타블로의 딜레마'에 빠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이건 저만 하고 있는 말이 아닙니다. 가령 미디어스의 김완 님도 그렇게 말합니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561 이분과 저의 차이가 있다면, 이분은 그런 상황이 꼬습다고 본다는 정도겠죠.


조선일보가 검찰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에 대해 말하기는 더 어렵습니다만, 그리고 검찰에 대한 실례가 될 수 있습니다만, 사회통념상 말해보지요. PD들보다는 더 영향력이 있을 겁니다. 그 PD가 실은 모 검사의 스폰서라더라, 라는 상황은 빼고 예측한 겁니다. 그리고 리스트에 함께 등장한 (혹시 네티즌들이 뿌리는 리스트 안 보셨나요?) 재벌가 사람들보다는 영향력이 없을 겁니다. 저는 이렇게만 말해둡니다. 왜냐하면 시닉스님이 "아냐 아냐. 조선일보가 짱쌔!"라고 주장해봤자 하늘타리님 말씀대로 서로 제시할 수 있는 증거가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인 부분은 이것입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대통령 말고, 혹은 대통령보다 더 검사조직을 잘 관리한다고 알려진 집단으로 삼성 수뇌부가 있습니다. 그런데 김용철 변호사와 경제학자들과 시민단체가 '삼성특검'을 비판할 때 아무런 근거 없이 심증을 가지고 했나요? 아닙니다. 온갖 자료와 정황증거, 그리고 공범자의 증언까지 들이밀었습니다. 기존의 판례로도 이건희는 무사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죄처리된 부분에 대해서 우리는 삼성의 법조계에 대한 영향력을 추론합니다. 일단 증거가 있고 기존 판례를 뒤엎은 판결이 있었기 때문에 '삼성이 검찰에게 영향력이 있다.'라고 말하는 거지 뭐도 나오기 전에 말하는 게 아닙니다.


시닉스 님이 스스로 말씀하셨잖아요? 장자연 리스트 안 믿는다고 했으면 본인의 질문은 무의미하다라고. 고발할만한 증거가 없는데 검찰에 대한 조선일보의 영향력은 어떻게 따집니까?


물론 제 얘기는 장자연 리스트를 믿어도 유의미합니다. 처음에 얘기를 시작할 때 저는 전씨의 편지나 장자연 리스트에 대해선 별다른 판단을 내리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다지 찾아보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장자연이 스스로 기록을 남겼다 입증된다 하더라도 이걸 공개하라는 요구가 정당한 건지는 또 다른 문제가 됩니다. 김용철 변호사야 스스로 공개할 의지를 가지고, 소송을 불사하고 모든 것을 공개한 것이지요.


그런데 장자연이 죽어버린 지금 우리는 장자연의 진술의 증거능력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이번 논란에서도 드러났잖아요. 장자연의 편지에 적혀 있는 '조선일보 사장'이 조선일보 사장인지 조선일보 어느 계열사 사장인지도 불분명합니다. 이건 검찰이 수사를 해서 밝혀내야 할 부분입니다. 제작사 사장이 실제로 누구와 연락하고 누구를 술자리에 불러냈는지 조사를 해보면 파악할 수가 있는 일이죠. 그런데 적혀 있는 것들을 미리 공개하면 애먼 사람을 잡을 위험이 없을까요? 그나마 지금은 '31명 리스트'가 과연 존재하는지도 말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제가 반대한 건 '리스트 공개 및 공개 요구'라는 것, 몇 번이나 말씀드렸죠?


지금 상황에서 이 사건 관련해서 조선일보에 대해 요구할 수 있는 것은 2007년 10월 참석한 방씨가 누군지 밝혀내라, 정도입니다.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이 사람에 대한 수사가 미흡하지 않았냐고 질타할 수 있지요. 그런 견지에서 조선일보를 비판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것 안 말립니다. 한겨레기사와 이종걸 의원이 한 정도입니다. 이들이 말한 방씨와 리스트의 존재, 방상훈을 연결짓는게 아닙니다.


물론 이런 행동들도 무위에 그칠 가능성이 높지요. 재수사에 돌입하려면 뭔가 새로운 증거가 나와야 하는데 전씨 편지가 증거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새 증거라고 할 게 없습니다. 설령 재수사 돌입해서 술자리 동석자 방씨를 밝혀낸다 해도 성접대가 있었는지 방씨가 그 성접대에 동참했는지를 밝혀내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증언해야 할 당사자가 죽어버렸기 때문에, 본인이 원한 술자리였다고 주변에서 증언하면 그만입니다. 애초에 수사가 어려웠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겠죠. 장자연과 같은 소속사였던 연예인이 "나도 성상납을 했다. 누구누구가 나오는 자리에 자연 언니와 같이 나갔다."라고 하지 않는 이상은 무슨 반전이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분명히 억울한 죽음이 있었는데, 상황이 이러니까 분통터지고 속이 아플 수는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증거도 아닌 증거를 가지고 폭로해서 생사람을 잡겠다는 자세가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 수사가 안 되는 이유는 조선일보의 영향력 때문이다."라고 믿는 것이 음모론이라는 겁니다.


시닉스 님은 음모론의 지극히 상식적인 정의에 시비를 걸면서, "조선일보가 검찰에게 영향력이 있지 않느냐?"는 음모론적 수사를 활용하시는 황당한 장면을 연출하고 계십니다. 제가 음모론을 정의하는 방식은 '주어진 사태에 영향을 미치는 배후가 있을거라고 확신하는 태도'입니다. 음모론이 왜 음모론입니까? 이 사건 뒤에 누가 음모를 꾸미고 조종하고 있을 거라고 믿으니까 음모론 아닙니까? 그냥 흑색선전 마타도어 뇌내망상 독심술 한다고 다 음모론이 됩니까? 저는 처음부터 잘 구별하고 있는데 왜 애먼대상을 다 음모론으로 모는 분이 제게 음모론 정의를 가지고 시비를 겁니까?


음모론에도 등급이 있습니다. 물론 공적담화에 음모론이 끼는 건 곤란합니다만, 뭐 인터넷이다 보면 어느 정도 정황증거가 있는 음모론이 나돌아다닐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숨기는게 많다 보니 더 그렇죠. 그걸 저는 '음모론의 번성'이라 표현했습니다. 그렇게 음모론에도 설득력의 차이가 있다는게 제 생각입니다만, "장자연 리스트가 엄연히 존재하고, 검찰이 이를 수사하면 방상훈이 튀어나오기 때문에 조선일보가 막는 중이다."는 음모론은 도대체 정황증거도 근거도 하나도 없는 뇌내망상에 불과합니다.


그 뇌내망상을 지키기 위해 전혀 다른 사안인 2007년 10월 술자리에 대한 증언들에서 이 음모론을 보강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죠. 이 얘기는 지금까지 했으니까 생략합니다. 여러 사안에 대해 거침없이 얘기하느라 예의차리지 못했으니 그 점은 양해구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01 '타블로의 딜레마'에 빠진 조선일보 [26] 하뉴녕 2011-03-15 3715
1300 안티조선 운동사 2쇄 수정 사안 [7] 하뉴녕 2011-03-15 18125
» 이전 글에 대한 변명 [32] 하뉴녕 2011-03-14 7926
1298 '음모론 시대'의 이면 [32] 하뉴녕 2011-03-09 4015
1297 안티조선 운동사 해설강의 1강 (11. 3. 7 두리반) [8] 하뉴녕 2011-03-07 3335
1296 동아일보의 문제 [9] 하뉴녕 2011-02-28 5560
1295 진보신당의 쩌는 위엄 [29] 하뉴녕 2011-02-23 6270
1294 [경향신문] 인도 축구대표팀의 로망 [2] 하뉴녕 2011-02-19 3006
1293 의미 부여 [25] 하뉴녕 2011-02-16 3265
1292 박가분에게 다시 답함 [19] 하뉴녕 2011-02-15 7826
1291 박가분에게 답함 [15] [1] 하뉴녕 2011-02-15 6096
1290 진보신당, 생존의 방법은 없는가? [113] [1] 하뉴녕 2011-02-13 9433
1289 박가분의 최장집주의 비판과 진보정당 운동론에 대한 논평 [15] [1] 하뉴녕 2011-02-11 14949
1288 이영훈은 종군위안부가 '자발적 성매매'라고 주장했던가? [88] [1] 하뉴녕 2011-02-07 11085
1287 키워질의 진화심리학적 기원 [2] 하뉴녕 2011-02-05 3373
1286 평양성 : 다시 돌아온 코미디 현실풍자 사극 file [17] 하뉴녕 2011-01-31 3879
1285 한국 보수와 진보의 판타지 [28] [2] 하뉴녕 2011-01-26 5079
1284 <안티조선 운동사>, 닫는글 : 다시 언론 운동을 꿈꾸며 [1] 하뉴녕 2011-01-20 8295
1283 그 과학자의 독백에 대해 [9] 하뉴녕 2011-01-19 5794
1282 정치평론에서의 초월적 논증 [40] [1] 하뉴녕 2011-01-15 66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