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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드라마틱 소사이어티 : 중산층의 복수

조회 수 1098 추천 수 0 2008.02.27 09:36:51

드라마틱 원고 소급적 업데이트 완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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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대 경제학부 이준구 교수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대운하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을 올려 언론과 세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준구 교수는 학계에서 권위있는 미시경제학자로, 고시생과 경제학도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몇몇 저서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이전에도 자신의 홈페이지에 종부세 찬성론이나 한미 FTA 찬성론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였던 이력이 있다.


대선 기간 내내 이명박 당선자의 심복 노릇을 했던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교수의 주장이 이해부족에서 나온 것이라고 평했다고 한다. 일개 국회의원이 새만금 사업과 경부고속철 사업 타당성 평가에 참여했던 학계의 중견 경제학자에게 ‘이해부족’을 운운할 수 있다니 세상이 참 재밌기는 하다. 하지만 지식인들의 발언이 짓뭉개지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그의 단언의 배경에 있는 자신감의 근원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준구 교수는 자신의 글에서 “일반의 예상과 달리, 여론조사에서 사업에 대한 지지율이 비교적 높게 나타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개발에 대한 기대심리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적절하다. “기회만 있으면 행정도시, 혁신도시 등을 건설한다는 명분으로 전국의 지가를 올린 참여정부를 비난”해 왔던 당선자 측 사람들이 그것을 훨씬 능가하는 단기적 경기부양책을 준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 기대심리를 이용하는데 있을 것이다.


사실 강남 사람들이 대운하에 굳이 찬성해야 할 이유는 없다. 전국적으로 집값이 상승해 봤자 그들에게 이득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압도적으로 이명박을 지지했지만, 그만큼이나 대운하 공약을 지지하진 않았을 것이다. 총선 이후 특별법 제정이라는 강행돌파를 가능하게 하는 건, 그들을 제외한 대운하 사업에 대한 심정적 지지층, 강남 이외의 지역의 중산층들이다.


강남 사람들과 조중동 등 보수언론은 참여정부의 반기업 정서가 경제를 말아먹었다는 자신들의 선전이 먹혀들어서 정권이 교체되었다고 생각할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중산층들은 강남의 집값을 폭등시키고 자신들도 투기에 뛰어들 때쯤 종부세를 신설한 참여정부의 ‘불공평한 투기 진작’ 정책에 뿔이 났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그 닫혀버린 문을 다시 여는 것, 저 욕망의 문 안에 자신도 들어서는 것이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은 언젠가 <월간중앙>에서 강남이 한국 사회에서 “욕망의 폭주기관차”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썼다. 적절한 비유다. 그 폭주기관차는 근 20년 동안 속도를 계속 높여왔는데, 그러다보니 기관차가 멈춘 이후에도 뒤따르는 차량들은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탐욕스럽게 돌진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산층들은 “아직도 배가 고프다.” 그리하여, “철마는 계속해서 달리고 싶다.” 


지각있는 부자들은 이렇게 물을 것이다. “그렇게 황당한 정책으로 환경까지 망가뜨려 가며 집값을 올리고 싶냐.”고. 그러면 평균적인 중산층들은 이렇게 답할 것이다. “그러는 당신들은 그렇게 윤리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었느냐.”고. 이명박의 당선은 국가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 부자들의 욕망과 중산층의 분노가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는데, 여기서는 그 결합이 흔들리고 있다. 정권의 속성상 앞으로의 5년이 약속할 세상은 보수주의자들이 원했던 그 안온한 세상은 아니다. 부자들은 그들이 그토록 진저리나게 싫어했던 ‘개혁 포퓰리스트’들을 쫓아내고, 그 자리에 중산층들에게 당신들을 부자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하는 이상한 포퓰리스트들을 불러들였다. 지켜질 수 없는 약속을 지키는 시늉을 하기 위해 그들은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 조중동은 이제는 그 사실을 깨닫고 있을까? 향후 대운하 논쟁에 있어 그들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잘못하면 이명박 정권 하에서도 보수주의자들은 발언권을 박탈당할 것이다. 지금은 이회창 정도만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부자가 될 수는 없다. 계층문제를 사회적 연대나 합의에 의해 해결하기를 거부하는 정서적 충동은 파시즘 그 자체는 아니더라도 파시즘의 조건 중에 하나는 된다. 정권교체를 이룬 민주주의 제도는 작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정치문화의 후퇴가 우려스러운 것은 그래서다. 중산층의 욕망을 무엇으로 제어할 수 있을까? 이준구 교수의 소신발언 이후 경제학자들과 전문가들의 집단이 노력할 수도 있겠으나, 결국엔 부자들이 나서야 한다. 기관차가 지도의 기능을 망각하고 제 밥그릇을 불리는 데에만 급급한다면, 더 탐욕스러운 후발주자들이 기관차를 짓밟고서라도 지나갈 것이다.  -한윤형 (드라마틱 31호, 2008년 2월)     


erte

2008.02.27 10:28:20
*.99.83.71

기관차와 후발차의 비유는 너무 지나치게 적절한거 같습니다. 그리고 기관차를 짓밟아버린 후에는 방향을 잃고 허우적대겠군요.

이택광

2008.02.27 11:55:15
*.6.26.196

좋은 글이야... 이런 글을 보면, 난 기분이 좋아^^

하뉴녕

2008.02.27 11:57:13
*.176.49.134

문제는 부르주아들은 제 글을 안 본다는 거~ ㅡ.,ㅡ;;

수학선생

2008.02.27 12:54:09
*.252.144.214

멋진 통찰입니다. 부르주아는 안 봐도 되는데, 조선일보는 이 글을 봐야 하지 않을까요? -_-;

똠방

2008.02.28 01:12:32
*.71.52.140

부르조아까진 아니더라도 쁘띠 가운데 일부는 윤형님의 글을 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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